엔쿠라스 2부 4화(557화)-백검사(4)
"자 자 어서 들어 오시지요."
검은 수염의 남자에게 안내되어 남자는 집 안으로 들어섰다. 은은한 나무의 색이 구수한 느낌을 주는 집이었다.
"혼자 사시는가 보군요."
"하하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일이 일이다 보니 여러 가지로 가정을 꾸린다는게 쉽지는 않더군요. 그나저나 실례지만 성함을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아 아직 통성명 조차 하지 않았군요. 제 이름은 벤하르트 하르크 라고 합니다. 이쪽은 리스 라고 합니다."
"제 이름은 무츠 라고 합니다. 이녀석의 이름은 호쿠스 라고 하고요."
검은 수염의 남자는 그렇게 자신과 친구를 소개 했다. 호쿠스 라고 불리운 갈색 수염의 남자는 벤하르트를 흘끗 흘끗 보면서 뭔가 수줍어 하는 듯 하다가 물었다.
"저기 혹시나 해서 여쭙는 것입니다만, 세간에 들려오는 백검사가 혹시 벤하르트씨 입니까?"
"글세요. 맞을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역시 제 자신에 대한 정보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확답은 못 드리겠습니다."
"우와아아!"
호쿠스는 자신의 나이도 잊고 굉장히 신나라 하는 것 같았다.
"이보게 조금만 기다리고 있게. 오늘은 잔치라도 벌여야 할 것 같으니 내 당장 집에 가서 좋은 물건을 가지고 오도록 하지."
"또 아내한테 쥐어 뜯기는거 아니냐?"
"마을에 경사가 났는데 조금 쥐어 뜯기면 또 어떻겠나. 기다리고 있기나 하게."
호쿠스는 쏜살같이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재밌는 분이시로군요."
"뭐 인간에 의해 일어난 전설 같은 기담같은걸 어렸을때부터 워낙에 좋아하던 놈이었죠. 언제나 그런 사람들을 실물로 보게 된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중얼 거리더니 성취 한것 같군요. 잠시 호쿠스가 오는 것을 기다릴 겸 차라도 한잔 내오겠습니다."
무츠는 금방 차를 만들어서 벤하르트와 리스의 앞에 가져다 주었다.
"그런데 그쪽 분은 얼굴을 보이지 않는군요."
"아 조금 실례 였을까?"
리스는 두르고 있던 두건을 바로 젖혀서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무츠는 순간 침을 꿀꺽 삼켰다. 그간 도시를 오가면서 여럿 미인을 봤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저정도의 외모를 가진 사람은 단연코 단 한번도 본 기억이 없었다.
"왜 두건을 쓰고 다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군요."
"헌데 저희를 이렇게 초대한 것은 좋습니다만, 어째서 초대한 것입니까? 사실 제가 보여준 모습을 봤다면 그렇게 초대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럴리가요. 오히려 '가까운 곳'에서 대했기에 더 초대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 입니다. 이래뵈도 장사치 눈 앞의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대략적으로 파악 하는 것에는 자신이 있습니다. 분명 스스로를 '선인' 이라고 하지 않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글세요.."
무츠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 거렸다.
"그때 말했던 건 사실 이저에 제 진심입니다. 저는 별로 선인이라거나 착하다거나 한 것은 아닙니다."
"수십년간 살아 오면서 느낀 겁니다만, 세상에 '착한' 사람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은 아닌가 가끔 생각해 본 일이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인지?"
"생각해보십쇼. 이번 일을 생각해보면 벤하르트씨는 분명 객관적으로 볼때는 세간에서 착하다 라고 불리우는 일을 한게 되겠죠? 마을에서 좀먹고 있었던 악당들을 퇴치 한 사람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악당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 하는 겁니다. 그 행동이 어떤 정의가 있다고 해도 사실상 그쪽에서 느끼기에는 벤하르트씨의 행동이 달갑지 않은 것은 사실이겠지요."
"뭐 그렇군요."
"제가 이전에 장사를 할때의 일입니다. 저와는 마음이 잘 맞았던 한 장사치 하나가 있었습니다. 도시 사람이 아닌 북쪽의 다른 마을에서 물품을 공급하던 녀석이었는데, 매사에 공명정대하고 바르기로 소문난 녀석이었지요, 어느 날 장사하는 품목이 겹치는 바람에 제가 막심한 손해를 보고 말았습니다. 그때 저는 그녀석이 그렇게 착하고 바른 녀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쁘다고 욕을 했었던 일이 있었죠. 다 그런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저 제가 보고 느낀 것에서 호감을 가졌기 때문에 초대를 한 것입니다. 벤하르트씨가 착하든 그렇지 않든 제게는 아무런 상관 없는 일이지요."
벤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차를 한잔 마셨다.
"그나저나 아까 전에 보여 주었던 그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이라뇨?"
"그 나지마 형제에게 말했던 내용 말입니다. 일단 상황을 보아하니 무엇인지는 대충은 알 것 같습니다만, 저희는 이제 안심해도 되는 건지요?"
"으음."
벤하르트는 조금 고민 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는 눈앞에 있는 남자를 안심 시켜 주고 싶었지만, 이 이상 자신의 기술에 대해 떠벌리는 것은 썩 좋은 생각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나지마 형제가 거의 자신의 기술에 대해 정체를 밝혔던 것을 떠올리고 입을 열었다.
"안심 해도 될 겁니다. 그 기술(氣術)은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 엄격 하니까요. 자신은 '이정도를 해도 괜찮다.' 라고 생각한다고 스스로가 생각하더라도 조금이라도 안좋은 행동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즉각 몸이 반응하게 됩니다. 앞으로 영원히 그 형제가 악행을 저지를 일은 업겠지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마을 사람들이 그들을 더 괴롭히지는 않았으면 하는 심정도 있습니다."
"그 점은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작은 마을에서 이미 왠만한 사람들은 제가 벤하르트씨를 초대했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테니까요. 나중에 제가 가서 설득 하면 될 겁니다."
"어떻게 말씀 하실 생각이신지?"
"그런 주박이 걸려 있기는 하지만, 제한 시간이 존재한다고 속이면 되겠지요. 너무 화나게 한다면 저 형제 성격에 가만히 있지 않을테고 '너죽고 나죽자' 라는 행동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 진즉부터 조심하자고 말한다면 아마 다들 어느정도는 괴롭히는 것을 삼갈 겁니다."
"하지만 당장에 무츠씨도 그들에게 피해를 많이 입지 않았습니까."
"이정도야 피해랄 것 있습니까, 그녀석들이 계속 죽치고 앉아 있었다면 정말 죽여 버리고 싶게 되겠지만, 저는 이정도로도 충분히 만족 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혼자 살고 있는 마당에 재물이 중요한 것도 아니고 이렇게 영웅을 초대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고 말이죠."
"영웅이라.."
리스의 키득거리는 목소리가 굉장히 거슬렸지만 벤하르트는 억지로 무시하면서 약간은 붉어진 얼굴로 차를 마셨다.
곧 호쿠스가 자신의 집에서 무언가를 가지고 왔다. 그는 리스를 보고 무츠 이상 가는 반응을 보이고는 자신이 가져온 것을 자랑 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잡았던 시크피의 고기가 남아 있더군 자네도 알거야. 그때 내기에서 이겨서 내가 가장 좋은 부위를 가져가지 않났나? 그게 남아 있어서 가지고 왔네."
"왠일로 상당히 도움이 되는 구만 그래."
"그것 뿐인가? 우리 집의 대대로 내려오는 그 전설의 술도 가지고 왔단 말이지. 아마 20년전에 우리 둘이 몰래 먹다가 죽을뻔 했지 아마?"
"분명 죽을뻔 했다만, 기억이 나는건 그 술의 맛밖에는 기억나지 않는구만, 어서 꺼내보게."
무츠는 입가에 고인 침을 삼키며 기대 어린 눈으로 호쿠스의 짐을 바라 보았다.
"호오 술이라.."
"리스."
"내 언제나 말하는 것이지만 너무 눈치를 보는 성격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 영웅이면 영웅답게 대접을 받아야 하지 않겠어?"
"하여간.."
리스의 반짝이는 눈을 보니 말리기는 이미 글렀다는 것을 깨달은 벤하르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 한잔 받으시지요."
"아 왠지 중요한 술인것 같은데,"
"하하 걱정 말고 드십시오. 사실 꽤 중요한 술이기 때문에 집에 있는것에서 조금 덜어서 가지고 온 겁니다. 아마 어딜 가도 이 이상 가는 술은 마시기 어려울 겁니다. 세간에 유명한 술은 아닙니다만, 어떤 유명한 술에 대한 명인이 저희 집에 들러서 이 술을 맛 보고 한 말이 있지요. 값어치를 먹인다면 성 한채는 살수 있을 정도로 진귀한 술이라고 말이죠. 아마 세계 어딜 내놓아도 이만한 것은 맛 보기 어려우실 겁니다."
하지만 벤하르트는 그 말에서 더 압박감을 받는 인간이었다.
"그렇습니다. 제가 이놈을 보면서 유일하게 내세우며 자랑 할 것이라고는 바로 그 술이라고 할 수 있지요. 술이 약하든 강하든 걱정 않고 한잔 들이키시는게 좋을 겁니다."
"그럼 일단 제가 맛을 좀 봐도 될까요?"
"아이고 물론 이지요. 거 참 아름다우신 분이 술을 좋아하시는 모양입니다."
"지금껏 살면서 '인간'이 뛰어난 점은 없다고 생각하고 살았지만, 이놈의 술 만큼은 정말 대단 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왠지 살짝 말투가 바뀌어서 무츠와 호쿠스는 고개를 살짝 갸우뚱 거렸다. 그 옆에서 벤하르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생각했다.
'하여간 리스녀석 흥분해서는.'
호쿠스는 술잔에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투명한 액과 함께 무언가 옆에서 반짝 거리는 빛이 아른아른 거리는 액체가 술잔에 따라 졌다. 순간 너무도 달짝 지끈한 냄새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으앗..'
리스는 만면에 미소를 지은채 조용히 얼굴을 가져가 냄새를 맡아 보았다.
"크으 끝내 주는데 이거? 먹기가 아까울 정도야."
벤하르트 조차도 순간 침이 고여 버릴 정도였다. 이만한 느낌은 노시엘트의 산에서 레나스트의 냄새를 맡았을때 이후 처음 있는 일 같았다.
"그럼.."
리스는 한 방울이라도 흘릴까 조심스레 입으로 가져갔다. 귀품 있어 보이는 그녀의 시음에 세명의 남자는 넋이 나간듯 쳐다보았다.
"흐 흐흥 흠."
"어 어떻습니까?"
"저기 벤. 너 아까 마실 생각은 없다고 했었지?"
순간 벤하르트는 왠지 물러서기 싫은 철렁 거림을 느꼈다.
"그러면 네 몫의 술은 내가.."
"아니 아니 잠깐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그래.. 뭐 내가 영웅이라는건 아니지만, '저런 물건'을 가져오신 성의에 보답 정도는 해야 되지 않을까? 그런 고로.."
리스는 날카롭게 째려보면서 살기를 드러냈다. 벤하르트는 그녀의 살기에 기가 차며 생각 했다.
'무슨 이런 걸로 진심이 되는거냐 이 주정뱅이가!!'
"하하 아직 술은 생각보다는 더 있으니 너무 싸우지들은 마십시오."
- 작가의말
시험을 치르고 (밤샘)
집에 돌아와서 자고 일어나니 11시...
비축 분따위는 쿨하게 없었으므로 한시간만에 쓰다 보니 원래 목적했던 분량을 결국 못적어 버리고 말았네요.
조금 아쉽습니다.
뭐 그래도 연참대전에 떨어질수는 없는 노릇이니 여기까지만 쓰고 내일 다시 써야 겠군요. ^^;
그나저나 저도 헌터 헌터는 재밌게 읽었던 지라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벤하르트의 능력이 참 크라피카의 쇠사슬 능력과 비슷하긴 하군요. 읽을때도 모르고 있었고 한참 전에 생각했던 것이었지만, 듣고보니 너무 비슷해서 왠지 얼굴이 후끈 거리더군요.
원래 제 세계관은 처음부터 그랬든 갖가지 능력이 나오는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여럿 능력이 나오긴 하겠습니다만, 뭔가 댓글 보고 숭숭한 느낌이었습니다. 뭐 벤하르트가 능력을 얻은 것에는 다른 이유도 존재하긴 합니다만은 저도 어제 댓글을 보고 엇! 진짜 그렇네? 싶었네요.
Comment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