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31화(585화)-
벤하르트는 은밀하게 요새에 잡입했다. 요새 안의 보초병들은 상당한 실력자였지만, 벤하르트는 그들에게 들키지 않고 잡입할 수 있었다.
'꽤 규모가 큰데,'
보초병들도 가까히서 보니 상당한 실력자였다. 물론 벤하르트에게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에게 위협은 없다 해도 과언은 아니었지만, 어째서 쉬에프 종족이 이 요새를 노리지 못하는가는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었다. 쉬에프 종족이 이 요새를 치기 위해서는 저 많은 수의 보초와 더불어 이 공략하기 어려운 요새로 공격을 가해야 하는데, 십중 팔구는 잘해야 비기거나 질 것이 뻔한 일이었다.
'뜻밖에 대대적이군. 그저 몇몇 사냥꾼이 온게 아닐까 싶었는데,'
그는 조심스레 다시 이동했다.
'경계가 삼엄해졌다.'
안으로 들어가니 경비하는 병사의 질과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벤하르트는 눈을 감고 집중했다.
"이제 곧 입니다. 하여간 야만적인 녀석들은 머리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모양입니다."
"후후 노력한 결실을 거두는 모양이군."
"그렇지요. 이게 다 베스님 덕분입니다."
'베스라고?'
벤하르트는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에 흠칫 놀랐다.
'그래 그녀석이다. 환마왕의 아들.'
"그건 그렇고, 일전의 약속은 모른척 하지는 않겠지?"
"당연하지요. 이곳에서 얻는 자원의 3할 정도를 독자적으로 가져가신다고 하신 것 말씀이지요?"
"그걸 위해서 우리가 투자한게 아닌가? 자네들 같은 약소국에서 이 숲을 공격하는 것은 무리일테니 우리도 '요새'까지 지어가며 지원한 것이지."
"물론입죠. 하하."
'목소리를 들어보니 틀림 없는 것 같군'
"베스님 이곳은 칙칙하고 너무 마음에 안들어요."
"아 그래. 이 일만 끝나면 곧 본국에 돌아가서 마음껏 놀아 보자고,"
"정말요?"
들뜬 여인의 어리광 부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설마하니 이 일에 베스가 관련이 있었을 줄이야.'
베스는 지난날 레니아를 욕 보이려 했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벤하르트에게 있어서는 정말로 원수나 다름 없었지만, 그의 뒤에는 환마왕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벤하르트로써도 섵부르게 움직일수 없었다.
'자 생각해보자. 일단 이곳에 환마왕은 없고 베스가 이 일을 일으킨 주범. 그리고 본래 제 4지역의 나라는 숲을 공략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은 없었다. 그리고 베스는 이 일에 무력을 빌려주고 자원을 취하려 한다.. 이정도인가.'
벤하르트는 생각하던 것을 멈추었다. 발자국 소리가 자신이 있는 곳을 향해 다가 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허 이놈이 왜이래?"
"왈! 왈!"
'개? 이런'
기척은 지웠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냄새만은 지울 도리가 없었다.
"뭔가 있는건가?"
벤하르트는 주변을 살피고 사각지대를 살펴 바로 이동했다. 경비는 삼엄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비는 곳은 있었다. 쉬에프 종족이 쳐들어오는 것도 아닐진대 360도로 완벽한 경비를 한다는 것은 인력 낭비가 아니라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거의 완벽한 무음으로 벤하르트는 베스가 있는 움막의 근처에 다다랐다.
"음? 뭔가 성가신 소리가 났는데?"
베스가 말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방금 조용한 무언가의 소리가 났다. 네 부하는 아냐. 이건 분명 적이 내는 소리다."
'쳇.'
베스는 바로 움막의 밖으로 나와 주변을 살폈다.
"소리는 저쪽이었는데,"
벤하르트는 재빠른 베스의 대처에 혀를 내둘렀지만, 당황하는 기색은 없었다. 그는 염령검을 하나 꺼내 들어 백색의 기로 만든 실을 걸었다. 그리고는 힘껏 힘을 주어 바로 다른쪽 방향으로 힘껏 던졌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투척된 염령검은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그대로 요새의 벽을 폭파시켜 버렸다.
"적의 습격이다!"
삽시간에 훈련된 병사들은 폭발이 일어난 쪽으로 지원을 나갔다.
'뭐지 방금 뭔가가 번쩍였는데, 검이었던게?'
병사들이 사라지고 나자 벤하르트는 모습을 드러내었다.
"너 너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베스는 벤하르트를 보자마자 검을 뽑아 들었다.
"후우. 이 일을 꾸민게 네놈이었나?"
베스가 묻자 벤하르트는 담담하게 말했다.
"별로 꾸미고 말고 할것도 없었다. 오히려 이쪽에서 묻고 싶은데 지금 이 숲을 침략하고 있는게 네가 꾸민짓이냐? 라고 말야."
"그렇다면 어쩔테냐?"
베스는 한층 더 성숙해 있었다. 기존에 어리광을 부리고 앳된 행동은 이미 많이 사라진 뒤였다. 특유의 거만함만은 아직도 남아 있는듯 했지만, 그것은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신이었다. 벤하르트에게 당하고 난 뒤 그는 미칠듯이 수련했다. 본래 마왕의 자식인 그는 자질면에서는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뛰어났기에 곧 마계에서도 상당히 유명할 정도의 강자로 성장 할 수 있었다.
환마왕 특유의 환술과 수련을 통한 성장으로 그는 이전과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고, 그에 따라 자신감도 충만해졌다.
"그러면 그만둬 줬으면 좋겠는데,"
"뭐라고?"
"그만둬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니 그만둬 주세요 정도로 말해둘까?"
"아하하하.. 네 이름 뭐였더라? 기억도 안나지만, 이정도로 어리석은 녀석이었나? 이곳에 와서 한다는 말이 그만둬 줬으면 좋겠다? 크흐흐.. 네녀석 자신의 위치는 알고 있는거냐? 일전에는 그래 나는 어렸었다. 아버지의 후광만 믿고 어리광 피우며 천치같은 짓을 했었지만, 지금은 달라. 고작해야 인간인 네녀석의 '부탁' 따위는 내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렇겠지. 들어달라고 말한 것도 아니야. 들어 줬으면 좋았겠지만,"
"뭐냐 네녀석. 이곳에 네가 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좋은 기회다. 일전의 설욕을 갚도록 하겠다."
"베스님."
"물러서 있어라 나에. 저래뵈도 저녀석은 나를 한번 이긴적이 있었던 인간. 인간이라고는 하나 방심따윈 해서는 안되지. '아버지'에게도 한방 먹였던 녀석이니까, 물론 지금의 나라면 질리도 없지만,"
베스는 검을 뽑아든 채로 차가운 눈을 했다.
"컨푸르님!"
폭발이 일어난 지점에서 한 병사가 달려왔다. 베스의 옆에서 말을 맞춰주던 남자가 병사에게 물었다.
"뭐냐?"
"불길이.. 가라앉지가 않습니다. 이대로는 동쪽 방벽이 전부 무너지게 생겼습니다."
"지금 그런게 중요한게.."
컨푸르라고 불리운 남자는 베스와 불길을 번갈아 보았다.
"컨푸르 걱정할 것 없다. 내가 저런 인간에게 질 것 같은가? 내 호위무사도 있으니 병사를 불길을 수습하는데 사용해도 좋다."
"예 베스님. 모든 병사를 불길에 투입시켜서 불을 가라앉혀라."
"네!"
'내가 노리긴 했지만, 아주 멋지게 걸려들었군.'
이 요새는 베스던 컨푸르던 중요한 거점임에 틀림 없었다. 본래 벤하르트는 일단 정찰을 하고 끝내려 했었지만, 베스의 생각보다 빠른 대처 때문에 뒤를 잡히게 되어 어쩔수 없이 '지금 이순간' 베스를 노릴수 밖에 없게 되어 버렸다. 한번 자신이 있었다는 자취를 남기게 되면 이후의 경비는 더욱 삼엄해 지게 될 것이기 때문에 무엇이든 '대비'를 하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순간' 한번에 몰아서 결판을 지어내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염령검을 폭발시켜 '미끼'인 방벽을 부수어 병사를 나누려 했다. 사실 반정도만 보내도 성공이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뜻밖에 베스의 자신감 때문에 그야말로 일대일의 상황이 만들어 진 것이다.
"자 이게 네가 '원하던' 바였지?"
"그래 정말로 고맙구나.. 라기 보다는 어리석구나."
"뭐야!"
베스는 버럭 소리쳤다.
"자신의 힘을 그렇게 과신 하다니, 만에 하나 말이다. 지게 되면 어쩔거지? 아니 질 가능성을 염두하지 않았나? 그렇다고 한다면 더욱 너는 모자른 놈이다."
"헛소리 내가 너 따위에게 질거라고 생각하는거냐? 인간주제에 너야말로 자신의 힘을 과신하는게 아니냐. 웃기는군 네가 그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원의 흡혈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냐?"
"그랬었지. 어쨋든 말하는 것은 귀찮다. 나도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거든."
벤하르트의 주변의 공기가 일순 바뀌었다.
"그리고 일대일이든 뭐든 싸우고 싶었던건 너뿐만이 아니다. 나도 너는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
베스도 전투에 관해선 잔뼈가 굵은 자였다. 이미 수차례 수련을 통해 자신을 갈고 닦아 '실력'을 길렀기에, 그도 나름대로의 '가늠'을 할 수 있었다.
"뭐 뭐냐.. 너는 인간이잖나!"
"그래. 그렇지."
벤하르트의 강함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강했다.
'그래 그래도 당해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아니 힘으로만 따지면 내가 더 유리하다.'
다만 베스의 속에서 적어도 '질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이 든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방금 전 자신의 실력을 완벽하게 숨겼던 벤하르트는 흡사 예전의 벤하르트를 보는 듯 했으나 지금의 벤하르트는 분위기 부터가 근본적으로 달랐다.
'한치의 방심이라도 했다가는 당할 지도 몰라.. 저녀석에게는 검이 있다. 내 환술마저도 무시했던 그 검, 아버지마저 상처 입게 했던 그 검,'
베스는 냉정해지려고 했으나, 머릿속에 갖가지 생각이 가득해졌다.
"베스님 정신 차리십시오. 저도 있잖습니까."
"그래.. 너도 있었지 케멘트."
"안심하십시오. 아마 저게 '한계'일겁니다.
"그래 어차피 인간 성장해봐야 저정도가 한계겠지. 하지만 저녀석의 검은 조심해야 한다. 저 검은 환술계마저도 넘어서 공격을 하는 마검이다."
"그렇습니까. 네 애도 가게스트와 좋은 승부가 되겠군요."
벤하르트는 속닥이는 둘에게 점점 다가갔다. 자세를 취한듯 취하지 않은듯 본래 '유려의 움직임'을 다루는 벤하르트는 어느 자세도 '빈틈이 없는' 자세였다. 그걸 아는지 베스도 쉽사리 접근 하지 않았다.
"일단 내가 혼자 상대하겠다. 위험하면 돕도록."
"네 알겠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베스와 벤하르트 둘 다 움직일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 그 많은 병사가 투입 되었는데도 불길은 가라 앉지 않은지 하늘에서 불똥이 조금씩 떨어져 내렸다. 홍련의 가루가 주변에 휘날리고 벤하르트는 먼저 베스에게 달려들었다. 휘두르는 공격은 평범하기 짝이 없는 공격 베스는 그대로 공격을 막는듯 했으나 그 그림자 자체가 환영이었다.
'막는 감각 자체마저도 환영인가?'
냉철하게 벤하르트는 하나하나 경험을 바탕으로 견적을 내었다. 한치의 오차도 허용 되지 않는 검격의 범주 '아직도' 실력을 숨기고 있었지만, 그 실력을 드러낼 때는 실수조차 없이 '결판'을 내어야만 했다.
'환영이 하나 둘,'
순수하게 기본기로 벤하르트는 베스의 모든 공격을 막아내었다. 유려의 움직임에 닿을듯 말듯 닿지 않는다. 옷자락 하나 종이 한장 차이로 스치고 지나간다. 그것은 마치 환영과도 같았다.
'뭐야 이놈은!?'
벤하르트의 움직임은 느리고도 또 느렸다. 다만 '맞지 않는다' 베스는 분명히 강했지만, 그것은 그의 기술(技術)의 강함이 아니다. 따지고 들자면 기술(氣術)의 강함인 것이다. 하지만 벤하르트의 옷자락은 조금씩 베스에게 스치기 시작했다. 조금씩 찢기는 옷에 베스는 조금더 집중했다. 상대를 깔보는 움직임은 더 없었다. 아니 분명히 베스'도' 적응하고 있었다. 상대의 움직임을 따라가기 위해 좀더 작게 좀더 정교하게 좀더 예리하게 상대를 옭아매 가고 있었다.
'잘하고 계십니다. 베스님'
몇개의 방향에서 나오는 환영검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환혹하는 검격은 점차 벤하르트를 옭아 매는 듯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아직까지도 벤하르트가 '기본기'하나로 버티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잡았다!'
점차 조이고 있었던 공격 분명히 피하지 못할 확신의 일격. 하지만 그 '큰 움직임'을 유도하고 노리는 것이 벤하르트의 검술이었다. 분명히 지금까지 보여준 벤하르트의 움직임으로는 피할 수 없는 그 일격을 피해내고 그대로 벤하르트는 검으로 베스를 베어냈다.
"크허억!"
"베스님!"
- 작가의말
kyk671님의 댓글에 대한 대답입니다.
사실 이 이야기 다음에 그 부분에 대한 복선회수가 천천히 일어날 것이었기 때문에 약간 타이밍이 엇난게 제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운 일입니다만, 확실히 그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쓰는 사람으로써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점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댓글을 보니 엔쿠라스를 전부 잘 읽어주신것 같아 감개무량 하네요.(뭔가 애정(애증?)이 느껴지는것 같아서 답변을 확실하게 해두고 싶습니다만, 그게 스포에요 ㅠㅠ) 벤하르트는 사실 이후의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독한 마음을 먹었으나 사람을 죽일수 없었고(그 이유가 후에 나올 이야기) 그 대응책으로 ‘어쩔수 없이’ 마음의 규율을 속박하는 기술(氣術)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kyk671님이 궁금해 하시는 부분이 곧 이후에 일어날 이야기의 소재이기 때문에 정확한 답변을 해드리지 못한점 죄송합니다.
이후 조금씩 풀릴 예정이긴 합니다만, 글쓰는 사람으로써 궁금증이 제깍제깍 해소되게 쓰지 못한 점은 역시 역량 부족이네요.
되는 한 저는 모든 것에 대해서 대답 할 수 있으니 앞으로도 궁금하신점 있으시면 질문 주세요~.
의견에 시원 스런 답변을 못한점은 아쉽고 또 죄송스럽지만 사실 댓글 보고 든 생각은 왠지 기뻤다 입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답답하실만 할거라 생각합니다. 윽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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