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26화(580화)-
"그래 더 주고 싶다는 임무는 뭐지?"
"흐음."
에시오르는 벤하르트에게 지도를 하나를 던졌다. 벤하르트는 그녀가 던진 지도를 능숙하게 받으며 물었다.
"이건..?"
"보시다시피 마계의 제 3구역의 지도다. 이번만큼은 임무에 대해서 약간 상세한 설명을 해주도록 하지."
에시오르는 보통 아주 짤막하게 임무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 밖에 하지 않았다. 벤하르트는 의아해하며 그녀를 보고 물었다.
"이번에는 어째서 이야기를 해주는거지?"
"별건 아니지만, 이야기를 해주는게 아무래도 공정하지가 않거든. 네가 내 티온을 죽이지 않은 것 정도의 거스름돈으로 임무를 하나 줘 버리기에는 너무 애매하단 말이지."
"그렇다면 이런 일을 안시키면 되잖나."
"그게 안시키면 또 그 나름대로 남아버리게 되니까 말야."
벤하르트는 중립적인 입장을 지키는 것도 참 성가신 일이라고 생각했다.
'에시오르는 애초에 중립적이지도 않지만,'
중립적인 것은 에시오르의 미래를 보는 힘일뿐. 에시오르 자체는 언제나 그 힘을 이용해 자신의 실리를 챙기려 드는 여자였다. 말할게 있다면 그것을 숨기는 것으로 말하지 않을게 있다면 그것을 말하는 쪽으로 유도해서 자신의 이득을 챙기는 것이다.
"그래서? 그 상세한 설명이라는건 뭐지?"
"이 지도상에 나와 있는 지역에는 하나의 마굴이 있거든. 그 마굴은 거대한 미궁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걸 없애주었으면 해."
"별로 상세할 것도 없는 내용이군."
"아직 안끝났는데? 그 마굴은 마계에만 나온게 아니야. 마계의 제 5구역 7구역 그리고 인간계에도 몇군데에서 출몰했지."
"출몰 했다고?"
"그래. 그렇게 여러군데에서 나온 마굴은 한군데로 통합되어 있지. 그러니까 마계의 3구역 5구역 7구역 글고 인간계에서 들어가도 언제나 나오는 곳은 하나야. 안에는 수많은 보물이 있다고 하지만, 살아 나온 자는 아무도 없는 그런 곳이지."
"잠깐 그건 이상하잖아. 살아나온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수많은 보물이 있는지 알 수 있지?"
"그 근방에서 보물을 주운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렇게 보물을 줍다가 마굴로 이끌려 들어간 사람들도 있고, 보물을 노리고 들어간 사람들도 많지만, 어쨋든 돌아온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는 것이지."
에시오르는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가렌더 부크에서 가장 가기 쉬운 곳이라고 하면 여기 제3지역이겠지. 아니면 가고 싶은 곳 어디든지 가도 상관은 없는데,, 어쩔텐가? 벤하르트?"
벤하르트는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아무거나 상관 없어. 추가적인 임무는 그게 끝인거겠지?"
"물론이지. 아무쪼록 힘내주길 바라고 있겠어."
벤하르트는 궁성의 밖으로 나왔다. 가렌더부크의 활발한 모습을 보고 그는 약간 기분을 전환했다.
"앞으로 세개다."
벤하르트가 3년이라는 시간동안 행해온 일들은 대부분 어딘가의 전설의 일화로 남길 수 있을 법한 일들이었다. 고작해야 3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고도 부족해야 정상인 일들을 그는 넘어왔다. 그것이 아무리 어렵고 힘겨운 고난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살얼음길을 걸어왔다.
그는 레니아를 떠올리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티온은 잘 지내고 있으려나.."
그는 도시에서 여러 음식들을 사서 집으로 향했다. 집 근처에 도착하자 시시덕 거리는 소리가 문 밖에 까지 들려왔다.
"네 정말요?"
"그렇다니까,"
대다수는 판치스와 티온의 목소리였지만, 가끔 나우스도 판치스의 등살에 못이겨 한번씩 말을 꺼내곤 했었다.
'생각보다.. 너무 잘 어울리는데?'
벤하르트는 선뜻 문을 열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판치스와 나우스가 자신을 잘 따르는건 사실이지만, 사실 그는 이 집을 잘 사용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3년동안 에시오르의 100가지도 넘는 일들을 끝낸다는 것은 실제로 굉장히 힘든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이 집에 들어와 있을 시간은 굉장히 적었고 설사 들어와 있다고 해도 판치스, 나우스와 이야기를 많이 하는 일은 상당히 드물었다.
"으음."
살짝 머뭇거리던 때 문을 향해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 그는 약간 당황해했다. 어떻게 할까 고민고민하다가 그는 결국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고 그자리에 멈춰섰다.
"아.. 오셨습니까?"
"어.. 그래. 지금 도착했어."
구태어 붙힐 필요 없는 말까지 붙혀가며 벤하르트는 나우스에게 음식보따리를 건네며 안으로 들어왔다.
'미묘해..'
벤하르트는 티온이 판치스와 너무도 이야기를 잘 하는 것을 보고 모호한 표정으로 거실에 앉아 있었다. 사실 그가 생각했던 것은 약간 서먹서먹한 그들의 관계를 자신이 풀어주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 주자.. 라는 생각으로 약간은 준비해서 온 것이었는데,
깨닫고 보니 지금 되려 분위기를 저하시키고 있는건 자신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는 상대적으로 편한 나우스에게 말을 걸었다.
"나우스."
"네."
"그래서 티온에 관한 일은 어떻게 하기로 했어?"
"일단 이곳의 학교를 다니게 할 생각입니다."
"그거 괜찮은데? 그나저나 판치스와 티온은 왜 저렇게 친해진거야?"
"글세요. 또래 여자아이들과 이야기 하고 싶다고 이전에 들어본 적은 있었습니다만,"
"'또래'가 아니잖아. 엄밀하게 말하면 티온이 할머니라고,, 욱."
느닷없이 날아온 배게가 벤하르트의 머리에 떨어졌다. 판치스는 날카롭게 벤하르트를 노려보고 있었다. 거리가 조금 있어서인지 티온은 듣지 못한듯 했지만, 벤하르트도 판치스가 싫어하는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이거 참 누가 주인이고 누가 부하인지,"
"나중에 따끔하게 혼을 내두겠습니다."
왠지 나우스는 눈을 반짝이며 기합을 넣는 듯 했다.
"아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그나저나 저 분위기 은근히 끼기 어려운데 말이지."
"아 그건 저도 그렇습니다."
동병상련의 처지를 느끼며 벤하르트는 나우스의 어깨위에 손을 얹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위로했다.
"그래도 다행이구만, 너희들이 티온을 싫어하지 않아 줘서,,"
"싫어할리가 있겠습니까. 원수라고 해도 벤하르트님의 명령이라면,"
"아니 그러니까 명령이 아니라고, 원수하고 살라고 하지도 않.."
벤하르트는 말을 끝까지 이을 수 없었다. 이미 나우스도 알고 있었다. 벤하르트와 리스가 함께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나, 지금까지의 일들이 그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을리 만무했다.
"어쨋든 그런 일은 시키지 않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억지를 부려가면서 부하가 되고자 한 것이었으니까요,"
꽤나 넋살 좋은 그의 대답에 벤하르트는 살짝 웃었다.
"티온은 8살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정도로 성숙합니다."
"그렇지. 뭐 어떻게든 해줘. 그걸 어떻게 할 수 있는건 내가 아닌 것 같다. 아 이부분은 명령이라고 생각 해도 돼."
나우스는 얼굴을 약간 찡그렸다.
"혹시 하기 싫다거나.."
"아 아니 아닙니다. 그.. 역시 그런 부분에는 조금 약해서."
나우스는 면목이 없다는듯 얼굴을 내리깔고는 무릎을 꿇고 앉았다.
"죄송합니다. 부하로써 명령을 받지 못한 점. 확실하게 벌을 내려 주십시오."
"아니 이게 무슨 짓거리야! 잠깐 돌려서 나를 놀리는거 아냐?"
"아 아닙니다. 으 이렇게 주인님에게 죄를 늘리다니 살아 있을.."
"너무 많이 갔다고, 알았어 무리한 명령은 안할테니까, 후우 그냥 잘 지내기라도 해줘."
나우스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역시 누가 주인이고 누가 부하인지 모르겠어!'
벤하르트가 가렌더 부크에 온지도 사흘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티온의 학교 입학은 일사천리로 진행 되었다. 애초에 티온은 미루는 것을 싫어하기도 했고, 판치스나 나우스도 충실한 '부하' 답게 일처리가 깔끔하기 짝이 없었다. 유명한 집사나 하녀로 일을 해도 충분히 대성할 실력이었다.
"저게 그 '벤하르트'의?"
"그렇다나봐요. 조금 예쁘장하기는 하지만 평범해 보이는데,"
도시에는 이미 소문이 퍼질대로 퍼져서 티온은 삽시간에 유명인이 되어 있었다. 이미 수속은 다 밟아 뒀고 처음으로 티온은 가렌더 부크의 델므아 학교에 등교하게 되었다.
"자 티온 잘 배우고 와라."
벤하르트의 말에 티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부지게 대답했다.
"네."
"티온 혹시라도 괴롭히는 녀석이 있으면 확실하게 말해 둬. 이 언니가 다 처리해 줄테니까,"
판치스는 그렇게 말하며 주위의 사람들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판치스 싸움닭같은 행동 하지 마라."
벤하르트가 주의를 주자 판치스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그녀가 벤하르트를 편하게 대해서 밖에서는 경박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 사이에 조심스럽게 나우스는 티온에게 말했다.
"티온님. 힘내십시오."
공손하게 예의를 차리며 말하는 나우스를 보고 티온은 살짝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아니 저기 언제 말을 놓으실거에요. 나우스 오빠는."
"흐 흐음. 그럼 다녀오십시오."
당황해하는 나우스를 보며 그녀는 싱긋 웃고 인사하며 학교로 향했다.
"그럼 다녀올게요!"
"티온도 저렇게 학교에 갔고 사흘간 지켜보니 아무런 문제는 커녕 내가 오히려 문제인 것 같은 느낌이었고, 흐음 일이 너무 빠르게 정리가 되어 버린 느낌인데,"
벤하르트는 그렇게 중얼 거렸다. 리스라도 있었다면 심심할리는 없었을텐데 혼자 덩그러니 남은 듯한 느낌이었다.
'판치스나 나우스는 일을 하러 갔고,'
그제서야 그는 일전에 크레노트가 부탁했던 일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크레노트가 철편수의 이를 조금 구해다 달라고 했었더랬지.'
무료함을 못 이긴 그는 크레노트의 부탁이나 들어주어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 작가의말
사실 저는 이전에 개인지를 내서 저 혼자만 가지려고 생각한 바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걸 언젠가 이야기 했던것 같은데,)
누군가에게 팔거나 할 정도의 실력은 안되고 인기도 없지만, 저 자신만은 애정을 가졌던 소설이었으니 개인지로 저나 가지고 있자..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하나 더 생각했던 것은,,
제가 이 소설을 짓게 된 것은 독자님들 덕분이고 또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이 많지가 않아 확인하기가 쉬운 관계로
돈의 여분이 남는다면 깜짝 선물로 가장 댓글을 많이 남기신 분에게 전권을 하나 가지고 싶으시다는 조건 하에 드려 버려야겠다. 라고 야심차게 마음먹고 있었었죠..
그 당시에는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앤드류 님이셨습니다만,
군대를 가시게 되고 또 댓글을 남기는 분들이 여럿 마치 춘추전국시대스러운 양상이 나게 되고(누가 제일 많이 남기는건지 알수도 없게 되어 버려서,,) 또 제 소설이 제 생각보다 길어져 버려서 그 생각은 바다위에 멋지게 쌓아두었던 모래성처럼 부서져 버렸는데요.. --;;
허무맹랑한 생각이긴 했지만 그당시에는 정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말 하게 되는’ 순간 깜작 이벤트가 불가능하게 되므로 이야기는 따로 하지 않았지만요, 지금 이야기하게 된건 당장에 그런 계획이 없기 때문에 이야기를 꺼낸 것이구요.
지금도 만약 제가 소설을 지어서 무언가 이문?을 남기게 된다면 그 돈으로 엔쿠라스를 수정해서 개인지로 만들어 한 질은 정말 제 소설을 사랑해주신 분께 드리고 싶은 생각은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제가 소설로 뭔가의 이득을 봐야 되기 때문에 이루어지기 어려운 부분이긴 합니다만, 뭐 언젠가는 될지 모를 일이겠죠?)
어제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중에 개인지 관련한 이야기가 나와서 한번 끄적여 봤습니다. 물론 지금은 개인지를 낼 생각은 없으며 있다고 해도 한참 뒤에나 여유가 남을때 제가 소장하기 위해서나 하나 만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애초에 개인지정도를 내려면 그정도 실력은 있어야 하겠지요? 오탈자도 많고 맞춤법 띄어쓰기도 지금 보면 민망한게 많은 제 소설을 개인지로 만들기에는 약간 우습기도 하지요. (그래서 만들게 되면 조용히 저만 가지려 했습니다만,)
이걸 쓸까 말까 참 고민했었는데요(댓글을 요구하는것 같이 오해하실까봐서)
이제는 약간 물건너 간 느낌이있고(만약 앤드류님이 아직까지 계셔서 댓글을 남기고 있었다면 조금 생각해 보았을것 같습니다.) 또 그런 시절도 있었다고 말도 해보고 싶어서 한번 끄적여 봤습니다.
그리고 글을 올리다가 보게 된건데,, 평점이 10이 되었네요 아 행복합니다. 물론 제 소설이 10점짜리 소설이 아닌건 알지만 그래도 기쁜건 기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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