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16화(570화)-마신(魔神)(10)
진홍의 경계는 크로세트를 중심으로 일그러지고 있었다. 크로세트는 팔과 다리를 움직이고 실소를 하며 말했다.
"뭐냐.. 이 힘은 크흐흐.. 이전에도 말했다만 네놈 제정신이냐?
벤하르트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크로세트를 노려보았다.
"말도 안되는 제물이다. 저 티온을 제물로 삼았어도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부활할수 없었을 것을.."
크로세트는 자신의 몸 상태에 굉장히 만족을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티온을 제물로 사용했을 경우의 예상보다 곱절은 더 대단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거 다행이군. 이제 티온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일테니,"
"다행이라고? 네녀석 제정신인거냐? 공포에 질려 정신이 나간거냐? 아니면 네가 이정도의 제물을 만들어 줬기에 선처라도 해줄거라고 생각하는거냐? 그것도 아니면 저기 있는 원의 흡혈귀라도 믿고 지껄이고 있는거냐?"
"셋다 틀렸군. 나는 너를 처리할거다. 거기에 대해 공포따윈 느끼지도 않고, 네 되도 않는 용서따윈 바란적도 없다. 너를 죽이는건 나다."
크로세트는 그 말을 듣고 낄낄 거리며 웃어 제꼈다. 이전의 음산한 기운보다 그것은 광오하다고 할 수 있는 느낌이었다.
"네가 준 검 때문에 나는 완벽에 가까운 상태로 부활 했다. 그것뿐만이 아니지. 이 신체.. 강철보다도 더 단단하고 무엇이라도 받아 들여 줄수 있을만큼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의 상태는 리스와 싸웠을때보다도 더 느낌이 좋다는 거다."
"그래서 뭐냐?"
"인간 치고는 한가닥 하는 모양이다만, 크큭. 이렇게 만전의 상태로 부활한 이상 너따위야 내 상대가 못되지."
크로세트는 리스를 보며 말했다.
"꽤나 기분이 산 모양이군."
살짝 벤하르트의 몸이 움직이는가 싶더니 일순간 백색의 섬광이 크로세트에게 쇄도했다. 크로세트는 그 일격을 피하지도 않고, 한쪽 팔을 들어 전부 쉽사리 쳐내었다. 크로세트의 팔은 은백색으로 변화되어 있었다. 그것은 흡사 벤하르트의 검날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보고 있으면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백은의 검과 동화된 팔에 크로세트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벤."
"리스 물러서. 저녀석은 내가 처리한다. 저녀석의 자신감은 다른 곳에서 오는게 아니야. 지금 실제로도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을테지만, '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이미 너에 대해서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면 나올수 없는 반응이라는 거다. 크로세트는 엄청나게 치밀한 성격이야. 대책도 없이 너를 상대로 저정도의 여유를 부릴리가 없어."
"그냥 도망칠 수단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이겠지."
"아냐. 저녀석의 여유로움은 그런 것에서 오는게 아니야. 지금 이자리에서 너를 없앨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나오는 반응이지."
"하지만 벤. 내가 느끼기에도 저녀석의 강함은 반신(半身)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괜찮아. 리스. 여기서 저녀석을 처리하는건 내가 할 몫이다."
리스는 분한듯한 얼굴로 말했다.
"일전에도 몇번 이야기 했었지만, 나도 레니아처럼 네게 보호만 받는 삶은 사절이라고 했었던 것 잊었어?"
"아니 잊지 않았어. 그러니까 너를 '믿고' 부탁할게. 티온을 지켜줘. 나는 티온에게 약속했었지. 티온의 어머니를 구해주겠다고, 아마도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포기할 수 없었어. 그걸 포기하는것은 내가 레니아를 구하려는 이 길 자체를 내가 부정하는 것만 같아서,, 하지만 나는 티온의 어머니를 구해주지 못했지. 너라면 알겠지? 지금의 내 심정을.. 나는 나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어."
"벤."
"내가 자신에게 더 혐오감을 느끼지 않게 부탁할게."
"하아 어쩔수 없구나. 너란 녀석은, 근본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좋아. 벤 어디 마음대로 날뛰어 보도록 해봐."
리스는 사실 상대가 크로세트라고 해도 직접 나설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벤하르트의 검을 토대로 부활 하게 된 크로세트의 강함은 그녀의 상상했던 정도를 벗어나 있었다.
"리스 걱정할 것 없어. 나는 레니아를 구할때까지 절대로 죽을 생각은 없으니까, 크로세트의 저 강함은 내 '예상범위'라고."
"어련 하시겠어."
리스는 벤하르트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단지, 지금의 상황은 그녀의 '노파심'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럼 나는 내가 할 일이나 하면서 기다리고 있을게."
리스는 기절해 있는 티온을 감싸안았다.
"잡담은 끝난 건가? 네녀석의 그 잡담 덕분에 만전의 상태로 부활하게 되었다."
"멋대로 지껄이지마."
벤하르트는 번개같이 몸을 움직여 그대로 검으로 크로세트의 머리를 노리고 들어갔다. 하지만 크로세트는 손을 들어 그대로 벤하르트의 검을 막았다. 크로세트는 은빛으로 변한 자신의 팔을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설마 이정도까지 제물의 역할을 할 줄은 생각치도 못했군. 이 힘에 티온까지 제물이 되었다면 더할 나위 없었을 텐데,"
벤하르트는 일섬의 자세를 취했다.
"일섬 백뢰!"
백색의 번개는 그대로 크로세트를 뒤덮었다.
"이 몸에 상처를 낼 수 있을 줄이야."
크로세트는 은빛으로 경질화한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낸 벤하르트에게 순수하게 놀라고 있었다. 지금 자신의 몸은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무적'에 가까웠다. 마법도 통하지 않고 물리적 공격마저도 거의 면역에 가까웠다. 자신의 몸보다 강한 일격을 맞으면 충격을 입을수도 있었지만, 그런 공격을 쉽게쉽게 가할수 있을리도 없었고, 무엇보다 자신의 힘도 안에서 들끓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크로세트에게도 정말 예상 밖의 효과 였다.
"이번에는 이쪽에서 가도록 할까?"
크로세트는 여유롭게 공격을 시도했다. 단순한 공격 하나 하나는 땅을 가르고 하늘을 찢었다. 벤하르트는 막기에 급급한듯 보였으나 '단 하나의' 상처도 나지 않고 있었다. '유려의 움직임' 덕분에 그는 종이 한장 차이로 크로세트의 공격을 전부 피해내고 반격하기를 반복했다. 크로세트는 발로 벤하르트를 검째로 날려 버리고는 말했다.
"벤하르트 라고 했던가? 너는 내 계략을 '믿음' 같은 어쭙잖은 허상으로 부수었다. 내 계략을 그런것을 의지 해서 부술 줄은 꿈에도 몰랐고, 나는 그 순간 다른 의미로 네게 '졌다'고 생각했다.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한 너를 살려둘 마음은 전혀 없다만, 이 몸을 준 것에 대해서는 감사를 표하도록 하지."
"감사.. 라고?"
벤하르트는 검을 허공에 휘두르고 크로세트를 노려 보았다.
"자기 자신을 제외하고 누구도 믿지 않는게 아니었나?"
벤하르트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뭐..?"
그는 자신의 몸을 바라 보았다. 손부터 시작해서 그의 몸은 어느샌가 금이 가고 있었다.
"뭐냐 이건!"
"인간이 가장 약해지는 때는 자신이 '강하다고' 자만할 때이다. 애초에 너는 인간은 아니지만, 그건 내게도 통용되는 말이었지. 나는 확실히 너를 '속였다고' 생각했다. 방심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랬기에 네게 한방 제대로 얻어 맞고 말았지. 하지만 그건 결론적으로는 '내 탓'이다. '그 날 이후' 절대로 방심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내가 방심했기에 일어난 실수이자 잘못인 것이다."
"으으. 네놈!"
"지금 이건 누구의 잘못일까? 나는 확실히 네게 힘을 주었다. 아마도 내 검은 네게 있어서는 최고의 효과를 냈겠지. 약점따위는 없어 보이고 최강의 자신이 되었다고 '그렇게' 생각했나? 하지만 나에게 있어 크로세트 '네 몸'은 약점 투성이다. 너는 '검'이니까."
크로세트는 마른 침을 삼켰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인간과 싸우고 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인간'이라고 방심? 그것은 스스로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저건 '인간'의 모습을 한 '괴물'이었다. 자신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크로세트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스스로가 검이 되어 벤하르트의 '참도'의 먹잇감이 되었다는 것을 알기에는 정보가 너무 적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자신은 벤하르트의 뜻대로 놀아 났다고 하는 것이다. 아마도 일전에 '어째서 자신에게 검을 만들어 주었는가?'에 대한 답변도 '허세를 부린다고' 자신에게 생각하게 만들기 위한 포석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자신의 기를 숨기고 있었던 것도 '얕보게 만들려고 하기 위한 수작' 그리고 지금 벤하르트는 전력을 보이고 있었다.
'인간이 맞는거냐..'
도저히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거대한 기. 반신(半身)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의 몸에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던 크로세트 조차도 벤하르트에게 기백이 눌릴 정도였다. '처음부터' 저런 힘을 보이지 않은 것은 필시 벤하르트가 자신의 몸을 갉아 내는 이 순간을 기다렸음을 그는 잘 알수 있었다.
"크크.. 재밌군. '정말로' 죽여 버릴 가치가 있는 인간이로구나."
"네게 칭찬따윌 들어봐야 하나도 기쁘지 않은걸."
벤하르트는 자세를 취했다.
"백사(白蛇)"
벤하르트의 검에서 세줄기의 뱀같은 그림자가 크로세트에게 쇄도했다. 크로세트는 중얼거리고는 그대로 손으로 모양새를 잡고 검은 구체를 소환해냈다. 벤하르트는 재빨리 거리를 벌리고 반응을 살폈다. 그 사이 벤하르트의 백사는 그대로 크로세트의 팔과 발을 묶어 두었는데 벤하르트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달려 들었다.
순간 검은 구체가 붉은 색으로 바뀌었다. 벤하르트는 신기(神技)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반응으로 재빠르게 몸을 옆으로 굴러 피했다. 붉은 구체로 변화한 곳에는 거대한 불기둥이 일고 있었다. 붉은 구체는 어느새 녹색의 구체로 변했다.
"하아.."
벤하르트는 세가닥의 백사로 묶어둔 크로세트를 잡아 당겼다.
"큭."
크로세트도 밀리지 않고 받았지만, 벤하르트의 기술(技術)에 홀린듯이 딸려 들었다. 그자리의 공중에서 벤하르트의 일섬이 쇄도하려는 찰나 크로세트의 신체는 갑자기 사라지고 녹색의 구체가 그자리에 나타났다.
'읏!'
녹색의 구체는 그대로 푸른 색으로 변하여 거대한 얼음 덩어리를 만들어 벤하르트를 공격했다. 크로세트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그 미소는 싹 사라져 버렸다. 그 짦은 순간 허리 춤에서 벤하르트는 염령검을 꺼내 든 것이다. 크로세트는 중얼 거리며 구체를 하나 더 만들어 내었다. 크로세트의 중심에서 빙글빙글 돌며 구체는 크로세트의 몸에 연결된 벤하르트의 백사를 제거 했다.
'저녀석은 '이 몸'을 부술수는 있지만, 사실상 그것은 '맞지 않으면' 소용 없다는 의미가 되어 버리게 되지. 그것은 '본래의' 내가 마계에서 싸웠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어차피 '인간'의 영역에 불과하다!'
크로세트는 다른 하나의 구체를 더 만들어 냈다. 세개의 구체는 수호라도 하는듯 크로세트의 몸과 함께 돌고 있었다. 순간 크로세트는 초록 구체와 몸을 바꾸어 검은색의 마법의 창을 벤하르트에게 날렸다.
'이건 피할 수 없다!'
그 검은 창이야 말로 크로세트의 비기중 하나로 닿기만 해도 힘을 모조리 흡수해 버리는 마법이었다. 무한의 힘을 가진 리스에게는 통하지 않았지만, 그 마법을 맞고 다시 싸울 의지를 가진 적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벤하르트는 종이 한장의 차이로 그 공격을 피해 내고 바로 그에게 접근했다. 크로세트는 재빨리 뒷쪽의 녹색의 구체와 자리를 바꾸었지만, 벤하르트는 이미 사라진 크로세트가 있었던 곳에 검을 휘둘렀다. 위치를 바꾼 녹색의 구체는 벤하르트의 검에 의해 양단 되어 사라져 버렸다.
'말도 안돼. 저걸!'
그가 만들어낸 구체의 마법은 지금까지 어떤 공격에도 사라진 일이 없었다. 심지어는 리스 조차도 구체만은 없앨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어찌 알수 있었으랴. 벤하르트의 검이야 말로 본래는 '마법을 베는 검'이었다는 것을, 마법을 베는데 최적화된 검과 현재의 벤하르트의 기술에 버틸수 있는 마법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섬. 백뢰섬(白雷剡)"
벤하르트가 검을 휘두르자 수십개의 번개가 쇄도했다. 크로세트는 남은 두개의 구체로 열심히 피해 내려 했지만, 전부를 피해 낼 수는 없었다. 수천년만에 부활한 그는 '벤하르트의 경험'을 따라갈수가 없었다. 결국 퇴로를 차단 당한 그는 수십개의 번개가 스쳐 지나가는 것을 몸으로 맞아낼 수밖에 없었다. 백색의 번개가 닿는 곳은 금속의 울림이 들렸다. 백뢰섬은 백색의 번개 하나하나가 벤하르트의 검이 닿는 궤적이 되는 것이다. '백뢰'의 기술로는 직접적으로 크로세트의 몸에 타격을 줄 수 없었지만, 실질적으로 검이 닿을 수 있다면 이 자리의 어느 곳에도 크로세트의 안전 범위란 존재 하지 않았다.
"크으으윽!"
자신의 몸에 상처가 나는 것을 보고 크로세트는 분노에 치를 떨었다. 꼴사납게 방어를 하는 자세로 그는 잠잠하게 벤하르트를 노려보았다.
- 작가의말
중간 부분에 조금 가다듬을 부분이 있기는 한데 그건 차후 고치도록 하고,,
벤하르트가 완벽에 가까운 검을 만들어 준 부분은 보시는데로
크로세트의 몸을 벤하르트의 제물로 ‘검’과 동화 시키기 위해서 였습니다. 때문에 크로세트는 벤하르트의 검의 내구성을 자신의 몸에 가지게 되었고, 벤하르트의 검들은 전부 정상적인 강함을 초월하기 때문에
벤하르트가 아닌 적 을 상대로는 아마 어지간해서는 지지 않을테지만,(금강불괴정도의 의미로 생각하셔도 되겠지요) 벤하르트나 루크를 상대로는 극악한 상성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뭐 그런 복선이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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