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469화-재회(4)
그 후 자신의 수령이 당하는것을 확인한 남은 두명도 점차 수세에 몰려 트레이야와 제네스에게 차례로 진압 당했다.
"크윽. 그렇다면 그때의 실력은?"
"당연히 거짓이지. 그런 움직임에 쉽사리 속아 넘어가다니 바보같기는."
"내가 너를 위험에 빠트릴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나."
"말투를 보면 우리에게서 무언가 아니 영(靈)을 얻으려 한다는것 정도는 알수 있었고, 나를 인질로 잡음에야 스스로가 호랑이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들이는것이나 다름 없는 일이었지. 내가 되려 걱정한것은 라프라의 안전과 너희들이 나를 취급하는 방법이었어. 이런 밧줄로 나를 구속하려 하다니 백년 천년은 이르지."
셋은 마력의 끈으로 동동 묶여 있었다. 레니아의 마법은 필요에 의해 얼마든지 재현이나 구현이 가능한 편리성을 지니고 있었다. 사실 그런 마법들은 하나의 종류가 아닌, 레니아가 필요에 따라 자신의 마력을 그렇게 사용할수 있는 마법을 그때그때에 만들어 내는 것이었기 때문에, 어떠한 마법사도 그녀의 그 마법들을 흉내내는것은 불가능하다 할수 있었다. 기반이 되는것은 어디까지나 레니아의 머리였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레니아는 반대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트레이야! 어떻게 네가 여기에 있어?"
"어떻게 그렇게 벤과 똑같은 질문을 하는건데?"
"그리고,,"
레니아는 미간에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트레이야의 옆 차갑게 냉소하고 있는 제네스를 보았다.
"아.. 그렇지. 벤은 무신경했지만,"
레니아에게 있어서 제네스는 자신의 첫 입맞춤을 훔쳐간 악당이었기 때문에 썩 좋은 표정을 지을수 없었다. 벤하르트는 오랜 여행으로 그런 사실을 순간 잊고 있었지만, 레니아의 명백한 태도로 인해서 인식할수밖에 없었다.
미묘한 정적이 고요하게 넷의 사이를 장악했다.
"지나간 원한은 잊도록 하자고, 사실 이녀석도 불쌍한 녀석이거든. 이래저래.."
"그만둬. 내 과거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아."
"그렇다면야.."
트레이야는 순순히 말하는것을 그만두었다. 그녀는 장난이 허용되는 범위를 잘 알고 있었다.
"어쨋든 이녀석은 이제 나의 동료니까, 용서를 해줬으면 해. 그 일은 아쉽지만 팔도 이리 되어 버렸으니까, 자업자득 아니겠어?"
"알았어. 내키지는 않지만, 어쩔수 없지. 여하튼 어떻게 네가 이곳에 있는거야 트레이야?"
"어떻게라고 물으면 여행하는 도중에라고 물을수밖에는 없는데, 나는 지금 음유시인이면서 방랑객이거든. 시도 여러가지 지었었는데, 에린델을 여행하고 있을때, 전설의 이야기를 들었거든. 원래 그런 이야기 냄새가 나는 곳을 그냥 넘어갈수는 없는 이야기라서 수집차 이곳에 왔던 것이지."
"정말 대단한데? 우연히 이 넓은 대륙에서 만날수 있다는게.."
"대단할건 없어. 왜냐하면 나와 제네스가 이곳에 머문건 벌써 세달이 넘었거든. 우연인것은 확실하지만, 엄청난 우연이라고는 할수 없거든."
"그것도 그렇네. 그런데 세달이나 이곳에서 라스펠에 대한 정보를 캤단 말야?"
트레이야는 미묘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래. 처음에는 이런 저런 흘러나오는 전설을 모으고 두번째는 그 진의를 파악하고 사람들에게서 정보를 모으지. 그리고 세번째에는 직접 조사를 하는거야. 그러니 우리는 음유시인이면서 방랑가이며 모험가라는 것이지. 이게 또 즐겁거든. 그렇지?"
"그런걸 나에게 묻지마."
무뚝뚝하게 고개를 돌리면서 제네스가 답했다.
"결과는 썩 좋지 않아. 얻어낸 정보는 오늘 운좋게 얻어낸 벤의 정보 정도가 다 일걸. 이상한것은 이 전설은 사실상 몇십년도 채 되지 않은거라는 거야. 사실 전설로 불리우는 기담(奇談)은 수백년이 되어서도 잘 잊혀지지 않는게 일반적인 것이거든. 하지만 이 라스펠이라는것은 분명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아주 유명했던 것이었는데, 어느순간엔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기 시작한거야. 그점이 굉장히 수상해. 아 지금 말하는 기억은 말야. 잊혀졌다라고 하는게 옳은 표현일거야. 처음부터 다들 몰랐던게 아니라, 어떤 시기를 전후해서 라스펠에 대한것을 잊어 가는것 같다는것이지. 개중에 라스펠에 대한 소문을 듣고 그곳으로 가고자 하는 사람들도 주마의 숲을 통과하지 못하는게 일반적이었고, 설사 통과 했다고 해도,,"
트레이야는 거기 까지 말하고 흘끗 벤하르트를 쳐다보았다. 그는 그녀가 이야기 하는것이 보리스에 대한 것이라는것을 알수 있었다. 그런 둘의 시선 교환을 본 레니아는 그 일에 대해서는 후에 묻기로 하고 단편적인것에 의문을 가졌다.
"기억이 사라진다고?"
"그래. 이건 말야. 우리가 정말 노력해서 알아낸것인데, 한 집에 들렸더니, 할아버지와 손자가 있었어. 정보를 수집하는데, 할아버지는 알고 있지 않았지. 하지만 반대로 손자는 기억하고 있었던 거야. '라스펠'에 대한 이야기를 그 할아버지가 해주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지. 정작 할아버지 본인은 라스펠에 대한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도,"
"그렇다면 어떤 수단을 이용해서 기억을 소거 했다고 할수밖에 없겠네."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싶어. 그런데 그 애는 뭐야? 너희 둘의 애는 아니겠고,"
"그럴리가 없잖아! 하여간 그런 실없는 농담이나 하고 말야."
"아 그럴거라고 생각했어. 머리 색부터가 다르니까 말야. 벤과 레니아가 아이를 낳는다면 저런 머리색이 나올리 없지."
음음 거리는 소리를 내뱉으면서 트레이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트레이야의 태도에 레니아는 조금 태연자약하게 말했다.
"농담은 그쯤 해둬. 별로 재미도 없으니까,"
"음. 그런가. 그럼 진짜로 물을게 그 애는 누군데?"
"아 이야기 하자면 긴데 말야."
벤하르트는 에린델에서 라프라와 있었던 이야기를 트레이야에게 들려주었다.
"그래서,, 그 말을."
트레이야는 잠깐 표정을 진지하게 하며 말했다.
"왜그래? 트레이야."
"아니 역시 벤이구나 싶어서 말야. 그정도는 되어야 내가 목표로 하는 사람 답지."
"그러면 인사나 하도록 해. 라프라 이쪽은 우리가 한때 같이 여행을 다녔던 트레이야라고 해."
라프라는 트레이야의 모습을 보고 눈을 껌벅였다. 그녀가 지금껏 여행을 다니면서 일반인이 이정도로 아름다운 것은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세요 라프라라고 해요."
"그래? 아 그런데 이 애는 나이가 어떻게 되는거야?"
"인간 나이로도 마수 나이로도 어려."
"그럼 그냥 라프라로 불러도 되겠구나. 라프라 난 트레이야라고 해. 저기 저 무섭게 생긴 남자는 제네스라고 하고, 대신해 인사할게. 잘 부탁해."
트레이야는 라프라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나저나 목표라는건 뭐야?"
레니아가 묻자 벤하르트는 트레이야에게 말했다.
"그래 맞아. 나같은걸 목표로 삼지 말라고,"
"아니,, 나는 무법마을을 나설때 생각했어. 이제부터의 나의 인생은 벤하르트답게 살아가는것을 목적으로 하기로 결정한거지. 지금까지는 잘 해왔다고 생각해."
"좋겠네. 벤. 추종자가 생겨서 말야."
레니아는 반쯤 빈정 거리면서 말했다.
"별로 안좋아. 그건 그렇고 저녀석들은 어떻게 할거야?"
"아 그렇지 저녀석들을 잊고 있었다."
그제서야 그들은 방치되어 있었던 3인방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릴 어쩔 셈이지?"
"무슨 소릴 하는거야. 그건 본래 이쪽이 물어야할 대사잖아. 별로 다른걸 원하는건 아냐. 너희들이 뭣때문에 우리의 사령을 원했는지만 이야기 하면 놓아 주도록 할게."
"아까 이야기를 들어보니 재밌는 이야기를 하더군. 너희들 혹시 라스펠에 가려고 하는것이냐?"
"라스펠에 대해서 무언가 알고 있다는 듯한 말투인걸?"
"라스펠에 무언가 해를 끼치러 가는것은 아니겠지?"
"무슨 바보같은 소리를 하는거야. 해를 끼치러 저 주마의 숲을 통해서 라스펠을 가고자 하는 바보들도 있단 말야?"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문이었군."
'이녀석은 뭔가 진지한것 같으면서도 나사가 빠진것 같단 말야.'
레니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물었다.
"그래서? 라스펠에 대한것은 알고 있어?"
"너희를 전부 믿을수는 없지만, 일단은 조금 이야기 해두마. 나는 라스펠의 주민이다."
"뭐? 무슨 소릴 하는거야?"
"그러니까 천공의 도시 라스펠에 살고 있었던 주민이라는 것이다."
"이걸 믿어야 하는걸까?"
레니아는 벤하르트와 트레이야를 번갈아 보면서 물었다.
"글쎄 일단 더 들어 보도록 하자."
"믿기지 않는것도 사실 무리는 아니겠지. 습격자가 자기 변명을 한다고 생각할수도 있겠고,"
"아니 별로 그렇게 생각하는건 아냐. 물론 지금이야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분간하지 못할정도로 바보는 아니니까, 네가 어째서 우리의 사령을 원했는지 말해줬으면 하는데,"
"일단 자기 소개부터 해야겠군 내 이름은 마누어라고 한다. 라스펠에서는 3장군의 직책을 맡고 있지."
"그렇게 이야기 해봐야 뭐가 좋은지 우리로써는 알수도 없고,"
"그냥 조금 높다고 설명해두지. 이녀석들은 내 수하로 한명은 델킨 한명은 익트온이라고 한다."
마누어는 그렇게 셋을 설명했다.
"한때 천공의 도시라고 불리웠던 우리들의 도시인 라스펠은 점점 멸망을 향하고 있었다."
"멸망?"
"그래. 우리들의 도시가 천공의 도시라고 불리운 이유는 공중에 떠있는 부양 도시였기 때문이다. 보통은 확인할수 없지만, 한시적인 때에 공간을 통해 외부의 사람들도 라스펠에 올수 있는 시기가 있었고, 그렇게 적은 교류를 통해 우리들은 선택적인 지상의 사람들과 만나곤 했었지."
"그런데 어째서 멸망을 당하고 있다는거야?"
"그것은.. 우리들의 도시를 지켜주던 수십년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 보물이라는건. 혹시,, 령을 말하는건지..?"
"그래. 우리 라스펠이 가지고 있었던것은 풍령(風靈)이었다. 그 돌로 인해서 부양의 정도를 조율할수 있었지."
"잠깐 그건 이상하잖아. 그렇다면 그것을 잃어버린 시점에서 도시는 아래로 가라앉아야 하는것 아냐? 그렇게 멸망당하는거라는 건가?"
레니아가 의아해 하며 묻자 마누어가 대답했다.
"아니 우리들의 도시는 부유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땅 자체가 공중에 뜨는것으로 이루어져 있지. 때문에 어떠한 힘이 없다고 해도 공중에 뜬 그 자체로 존재할수 있었다. 그것으로 우리는 령의 근원을 잃었을때에도 스스로의 선견지명에 자화자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들의 착각이었던 것이다."
"그래.. 그렇다고 한다면, 계속 올라간다는건가."
"그렇다. 그것을 깨달은것은 몇년전의 일이다. 평화롭다고 생각했지만, 벌써 지상이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고, 기온이 천차만별로 변화하는등의 이변이 일어나고 있었다. 우리들의 도시는 점점 떠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에 필요한것은 기존에 사용하고 있었던 풍령이나 혹은 지령 이었다."
"....."
"그제서야 우리는 장군들을 소집해 영의 근원을 다시 얻기 위해서 지상에 파견했다. 다행히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풍령석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12장군 전부는 그곳으로 다시 영을 탈환하기 위하여 돌격 했지만, 결국 전부 당하고 말았고, 지금 남은것은 나와 1장군 뿐이게 되어 버린것이다. 1장군은 라스펠을 유지하는데 모든 힘을 쏟고 있고, 나는 유일한 희망인 지령을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수년간 쉴새없이 찾아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정보를 얻은게 바로 너희들이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 였지. 부탁이다. 급한 불을 끌수 있을 정도만이라도 좋아. 제발 그 지령을 빌려 다오."
새삼스레 벤하르트는 자신들이 손에 넣은 두개의 영의 근원이 얼마만큼의 의미를 가지는지 실감할수 있었다. 그것은 고작해야 1여년만에 두개나 손에 넣을 물건이 절대로 아니었다. 수십년 아니 평생을 걸쳐 찾아도 못얻는다고 해도 이상할게 없는 것이다.
"그래서 너희가 원하는건 풍령이나 혹은 지령 이 둘중 하나를 원한다는 것이군?"
"그래. 다른건 아무래도 좋다."
"하지만 이건 우리들에게도 필요해. 네 말대로 급한 불을 끄는것만으로도 좋다고 한다면 빌려줄수는 있어."
"정말이냐?"
"빌려주는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건 아니겠지? 바보씨?"
레니아는 차가운 눈으로 물었다. 조심스레 마누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빌려주는 대가로 우리는 라스펠에 가야겠어. 주마의 숲은 너희들이 조율하는거지?"
"이전에는 그러 했지만, 지금은 달라. 주마의 숲이 바뀐건 우리가 한것이 아니다. 우리는 어쩔수 없이라도 인간이 필요했다. 전설의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힘만 가지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었지. 그런 우리가 인간을 절대 못오도록 만들어 놓았을리가 없잖나. 지금의 주마의 숲은 우리라고 해도 통과하기 힘들어. 때문에 요 몇년간은 라스펠에 가보지 못했다. 지금 라스펠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나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
"....."
"하지만 주마의 숲만 통과한다면 가도록 할수 있다."
"좋아. 그러면 그렇게 하도록 하자. 우리는 라스펠이 위기를 모면할수 있을 정도의 지령을 빌려준다. 그리고 너희들은 그 대가로 우리를 라스펠에 대려다 주는거야. 그것으로 좋지?"
"좋다."
"잠깐 우리도 데려가 줄수 있지?"
트레이야는 강압적으로 제네스의 머리를 들이 밀면서 말했다.
"그건 좀.."
레니아는 날카롭게 말했다.
"지금 급한것은 그쪽이 아닐텐데?"
사실 말은 그렇게 해도 라스펠이 멸망하게 되면 벤하르트와 레니아도 난처한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그렇게 말함으로써 심리적으로 윗선에 위치하게 되었다.
"그 말은 맞다."
마누어는 스스로가 생각했던것을 어쩔수 없이 접을수 밖에 없었다. 조금 냉철하게 생각하고 싶어도, 지금의 그에게는 그럴만한 시간이 없었고, 수년을 고생하면서 겨우 얻게 될 무언가의 대가가 코앞에 닥쳐 있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안정할수는 없었던 것이다.
"좋아. 너희들도 데려가도록 하지."
"잠깐. 가는건 좋지만, 해결해둬야 할 일이 있는데, 3일 정도 시간을 주지 않겠나?"
벤하르트의 말에 마누어는 아쉬워 하며 말했다.
"3일이라.. 사실 한시라도 빠르면 좋은데, 꼭 해야만 하는 일인가?"
"그래. 라스펠에 가는것보다 먼저 꼭 해둬야 하는 일이다."
"이쪽에서는 뭐라고 말할 권리가 없지. 좋아 3일뒤 이곳에서 보도록 하자."
레니아는 셋을 묶어 두었던 마력의 끈을 풀어 주었다. 셋은 함께 어디론가로 사라졌고, 벤하르트의 일행도 다시 도시로 돌아왔다.
- 작가의말
직도황룡님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469화에 이르기까지 계속 글쎄를 글세로 써왔던 것이군요 --;;; 아 이럴수가 있나.
앞으로라도 잘 고쳐야 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러니 오타 투성이라는 소리를 들을수밖에...
오늘은 살짝 푸념글? 비스무리한것을 한담에 올렸는데, 조금 속이 시원해 졌습니다. 요즘 머리가 뒤숭숭하네요.
어쨋든 빠른 템포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연참대전도 얼마 안남았고 말이죠.. 딱 7화 남았네요.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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