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50화(606화)-마굴(10)
벤하르트는 일단 그 지하라는 곳을 조사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젠장 나는 나가고 싶지 않은데 말이지."
에실러의 일행이었던 구도우는 투덜거리면서 주변을 살폈다.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됐어. 이런 역할은 옛부터 익숙했거든."
"익숙?"
"에실러가 말하지 않았던가? 도적이었다고 말야. 나와 에실러는 무법마을을 나설때부터 같이 다니고 있었지. 내 역할은 '길잡이'였고, 이런 역할은 익숙해."
벤하르트도 주변을 살피고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 물었다.
"길잡이라는건 무슨 일을 하는겁니까?"
"흐음.. 미리 잡입해서 길을 터 놓는 역할이나, 여러가지 퇴각할수 있는 길을 찾거나.. 최적의 조건을 찾는 역할이지. 자연히 길눈에 밝아야하고, 또 도망치는데 일가견이 있어야 하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잡일 담당이라고,"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만, 훌륭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을 하는것을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은 처음인데 그래? 에실러에게 들은 이후로 처음 들었던 것 같다."
"다만,, 도적질에 사용하는 것만 아니라면 말이죠."
"카하.. 그렇군. 영웅이라고 까지 불리우는 사람은 그렇게 말하는 건가? 뭐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하지만 벤하르트 세상에는 어쩔수 없는 악행이라는 것도 존재하는 법이야."
구도우는 한점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내 사정을 네게 설명할 생각은 없어. 그런 가치관의 차이를 누군가에게 설득 시키는 것 만큼 지치고 의미 없는 일도 없거든. 하지만 나나 에실러는 빚을 변제해서 나온게 아니야. 즉 라군델의 무법마을에서 도망쳐 나온 것이지."
"그러고보니,, 도망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일단은 그 위험도에 따라 분류되지만, 무법 마을에 거주햇던 녀석들은 전부 1급 이상의 현상금이 붙게 되지. 도저히 어딘가에서 일을 하거나 얼굴을 한 곳에 오래 보일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거다."
"다른 나라로 가는 방법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간단하다면 얼마나 좋겠나? 무법마을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이단이지. 악당의 무력으로 방패를 삼고 있는 것이지만, 라군델도 그 위험성 정도는 제대로 파악 하고 있다고, 다른 나라에 수배서를 돌리는건 기본이고, 우리들을 잡는 조직마저도 구성하고 있지."
"척살령.."
그는 언젠가 트레이야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알고 있구만, 뭐 나나 에실러는 겨우겨우 벗어나게 되었지만, 그 척살대들의 실력은 보통이 아냐. 에실러의 '살아 남기 위한 감각'이 아니었다면 나도 그때 죽게 되었겠지. 하지만 척살대를 벗어났다고 한다면,, 이후에는 특급범죄자의 딱지를 붙히게 돼. 도저히 어딘가에서 일을 해서 먹고 산다거나 하는 일은 할 수 없게 되어 버리지. 한곳에 정착할수도 일을 할수도 없는 우리가 선택 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한다면 독에 독을 풀어 범죄자가 되는 수 밖에 없었던 거다."
"....."
"이해해달라고는 하지 않아. 악행은 악행. 하지만 행동에 후회도 없다. 뭐 조금은 즐겼을지도 모르는 일이겠지. 그러면서도 '어쩔수 없었다.' 라고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렇군요. 읏.."
"왜 그래? 주변에는 아무것도.."
"아니 발각됐습니다. 조심해주세요."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벤하르트는 말 없이 검을 뽑아 들었다. 구도우는 당황하면서 덩달아 무기를 꺼내 들기는 했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어떠한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 공중에서 거대한 검은 창이 날아왔다.
"히에엑."
검은 기사는 건물의 옥상에서 벤하르트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저 복장은!"
"아시는 겁니까?"
"알다마다.. 저건 분명히 베일즈.. 그 마계병을 지휘하는 대장이었다. 잠깐 저자가 이곳에 왔다는건.."
기분 나쁜 음성과 괴성이 사방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구토를 하는 것만 같은 소리로 사방에서 망자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우와아.. 이럴수가 내가 이런 곳에서 죽게 되다니!"
'백,.. 이백.. 오백..'
"돌파하죠."
"뭐 뭔 소리야?"
"여기서 그 지하까지 얼마나 걸립니까?"
"1000기아 정도는.."
"뒤에 딱 붙어서 달리세요. 멈추면 죽습니다."
벤하르트는 그대로 자세를 취해 검을 휘둘렀다. 백광의 빛이 직선을 휩쓸자 길이 만들어 졌다.
"뭐.. 으힛!"
공중에서 쇄도하는 검은 투창 구도우는 그것을 보고 잽싸게 피했지만, 그 장소에 오기도 전에 벤하르트의 검이 그것을 먼저 쳐냈다.
"움직임을 낭비하지 말고 직선으로 달리는 겁니다. 창이 날아오든 무슨 일이 일어나든 쭉 달리세요."
"잠깐 내가 앞장 서야 되는거냐!?"
"어쩔수 없군요. '길잡이'죠? 장인의 모습을 보여주세요."
"하아.. 어쩔수 없구만,"
그는 눈빛을 바꾸고 그대로 내달렸다. 그에게 쇄도하는 망자의 무리는 벤하르트의 검에 죄다 베어 넘겨졌다.
'괴물이냐 이녀석..'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기본 그 휘두르는 속도는 수많은 망자들이 달려 들었음에도 구도우에게 이르지도 못했다.
"일섬 백시(白矢)"
수많은 백색의 화살이 쇄도하는 투창의 궤도를 벗어나게 했다.
"저기다!"
"달리세요."
그들은 그대로 미끄러 지듯이 지하로 들어왔다.
"들어오나?"
"아뇨.. 설사 들어온다고 해도 여기라면 막을수 있습니다. 넓지 않으니까요."
"그렇군. 하지만 도대체 무슨 일이지."
구도우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뭐가 말입니까?"
"일전에도 말했듯이 망자는 다른 곳에 의지를 가지고 다니거나 하지는 않아. 간혹 어슬렁거리다가 다른 곳에 빠지는 경우는 있지만, 이렇게 누군가를 노리고 온 적은 없단 말이지."
"그러고 보니.."
방금전 망자들의 움직임은 벤하르트와 구도우를 노린 움직임이었다.
"이전에도 이런 일이 있으셨습니까?"
"아니 내가 알기로는 단 한번도 없었던 일이었는데,,"
"흐음..."
"그나저나 이곳은 정말로 어둡군."
"그렇군요."
벤하르트는 검을 뽑아 빛을 내었다. 깔끔하게 만들어진 지하도는 생각보다 훨씬 정갈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그 검은 뭔가? 아까도 그렇고 어떻게 그런 힘을 낼 수 있는거지?"
"이 검은 제가 만든 검입니다."
"나는 대장장이는 아니지만, 도적생활을 나름대로 오래 해왔지. 그렇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보물을 많이 본 적이 있네만, 아마 그 검은 가치가 꽤나 높을 거야. 검에 관심이 많은 수집가라면 아마도 수천마크닐은 받을수 있을 걸세.."
"글세요. 그렇게는 생각되지 않습니다만,"
벤하르트는 웃으며 말했다.
"아니 정말이야. 그 검은 정말로 대단한 것이지."
"그렇지도 않습니다. 뭣하면 한번 써보시겠습니까?"
벤하르트가 검을 구도우에게 넘기자 빛은 삽시간에 사라져 버렸다.
"어? 그 빛을 내는건 어떻게 하는거지?"
"방법은 없습니다. 다룰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루는 방법을 모른다면, 거기서 끝인 것이겠죠."
"그렇군. 네가 사용하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것인가.."
구도우는 검을 벤하르트에게 넘겨주었다. 그러자 빛이 다시 돌아와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하지만 딱히 그 검의 능력이 아니라고 해도 그 검은 그 형태만으로도 이미 보물이라고, 그런 보물을 나같은 도적에게 넘기다니 어지간히도 경각심이 없는 모양이군. 내가 검을 가지고 싶어서 찌르면 어찌 할거냐.
"그럴리는 없을거라 생각했습니다. 도적이어서 혹시라도 구도우씨가 그런 마음을 먹었다고 해도 여기서 저를 죽이게 되면 돌아갈 길이 걱정일테니까요. 애초에 대비도 해두고 있었고,"
"빈틈이 없구만,"
"애초에 정말 목숨을 노린다면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이후'의 기회를 놓치게 되니까요. 정말 검이 탐나신다면, 그런 이야기는 하는게 아닐테지요."
"과연.. 대단하군."
구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그나저나 이제 어쩔 생각이지?"
"일단 지하도를 조사해 보고자 했으니, 온 김에 조금 살펴보도록 하지요. 다행히 '길잡이'도 있으니 길을 잃을 염려는 없겠군요."
"하아.. 내 신세야.."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 작가의말
모두들 즐거운 주말 되시기를..
저는 약속이 있어서 미리 올리고 나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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