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44화(600화)-마굴(4)
벤하르트와 이니프는 남자를 따라 이동했다. 남자는 사자들의 시야가 닿지 않는 사각을 통해 조심스레 이동했다.
"망자들의 눈에 띄기 말도록, 이곳은 결계 밖이야. 근처의 망자들은 하나 뿐이지만, 연쇄적으로 많은 녀석들이 달려드는 경우도 있지. 그 경우 나는 구해줄 수 없어."
'망자라고 하는건가?'
부르는 방식은 아무래도 좋았지만, 벤하르트가 사자라고 부르는 것을 그는 망자라고 칭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벤하르트는 그렇게 대답하며 한손으로 이니프의 옷깃을 꽉 잡았다.
"아이 벤하르트씨 왜 그러시는거에요?"
"몰라서 묻는건 아니겠지? 보험이다."
"저를 그렇게 못믿으시는거에요?"
"어이 조용히들 해! 저녀석들은 소리에 민감하단 말이다."
남자의 말에 벤하르트와 이니프는 입을 다물고 그의 뒤를 쫓았다.
안내자는 교묘하게 망자들을 피하며 나아갔다. 거리상으로 보면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수백은 모여있는 망자들이 비틀 거리면서 걷고 있는 광경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멈춰."
조용히 남자는 골목 뒷쪽을 돌다가 말했다.
"젠장."
"무슨 일이십니까?"
"저길 봐."
골목길의 중앙에 망자 하나가 벽에 머리를 박고 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망자들은 목적없는 배회를 하곤 하는데, 저녀석이 우리가 가야 할 길목을 차단하고 있어."
"망자들이 반응하는 조건을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뭐 어쩌려고?"
퉁명스럽게 묻자 벤하르트가 말했다.
"한마리 정도라면 제거하고 가도록 하죠."
"하지만,, 일이 잘못되면, 망자들을 불러 모을지도 몰라. 거기에 망자들의 수준도 높아져 있고,"
"그 무리를 뚫고도 나온 접니다. 죽지는 않을겁니다. 망자들이 망자를 부르거나 하는 조건도 있습니까?"
"그렇지는 않지만, 소란을 벌이면 그에 반응하기는 해. 따로 신호를 주거나 하지는 않지만, 근거리도 아니고 골목이라고는 해도 상당한 거리가 있는데, 소란 없이 제압할 수 있는건가? 이미 겪어 보았겠지만, 신호는 아니어도 그 괴상한 소리를 내면 주변의 녀석들이 반응할 가능성이 높은데,"
"해보지 않으면 모르지만, 그정도라면 해볼 가치 정도는 있겠군요."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니, 우리는 지금 결계 밖에 나와 있다고, 일이 잘못되면 완전히 망하는.."
"그럼 여기서 당황하기 보다 다른 방도라도 생각해 보시는건 어때요?"
이니프가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남자는 눈을 굴리며 난처해했다. 가까웠다면 자신이라도 나서서 제거하면 되겠지만, 그러기에는 거리가 상당히 멀었다.
'젠장 어째서 이런 일이..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거기에 하필이면 저곳에 들어오다니,,'
"이 상황에서 당신이 가고자 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어차피 무작위로 배회하는 녀석이니 그냥 기다리는 것은.. 운이 좋아서 가까히만 온다면 충분히 소리 없이 제압할 수 있고,"
"벤하르트씨? 아무래도 수치로 말해주지 않으면 계속 이런 식일 것 같은데,, 자신은 있으세요?"
"충분해."
벤하르트는 기로 주변을 살펴서 다른 망자들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자신의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 확신이 있었다.
"그렇다네요."
"너희들은 저 망자들에 대해서 몰라서 그러는거야."
"그럼 망자들에 대해서 조금 알려주시지요. 조언 정도여도 좋습니다."
벤하르트는 안내자가 필요 이상으로 걱정하는 것이 신경쓰여서 물었다.
"자세한 것은 에실러가 말해주겠지만 하나 정도는 알려주지. 저 망자들의 무서움은 능력 따위가 아냐. 저정도 강함 따위는 실제로 무서울 것이 없지."
벤하르트는 눈앞의 남자가 겉모습 보다는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의 조심스러움과 지금 두려워 하고 있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어떤점을 주의해야 되는지.."
"저것의 공격은 무엇 하나든지 허용하게 되면 너도 망자화 되게 된다. 예외는 없어."
"..... 정말입니까?"
"그래. 벌써 몇명이나 희생자가 나왔는지 셀수조차 없지. 네가 강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많은 망자들을 상대로 생채기 하나 나지 않으리란 법이 있나? 만약 나버리게 된다면? 네가 망자가 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들마저도 끝이나 다름 없어."
"망자가 되는 수준은 망자화 된 사람의 힘을 반영하는 것입니까?"
"그래. 전부는 아니지만,"
"그렇다면 저기 있는 망자가 수준 높은 망자일 확률은 어느정도나 되는겁니까?"
"저건 그냥 일반적인 망자일거다."
남자는 딱 부러지게 단정지었다.
"어째서 확신할수 있는건지 알려주실수 있습니까?"
"옷 옷을 봐. 저 옷은 기존부터 '이곳'에 있었던 망자들이 입고 있었던 옷이다."
"옷이라고 해도 그렇게 차이가 나 보이지는 않는데,,"
"밑의 바지를 봐. 저 퍼렇고 질겨 보이는 바지는 이곳에서 망자로 있었던 것들만 입는 바지지. 아마도 거의 확실할거다. 저녀석은 별로 특별할게 없는 망자에 불과해."
벤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이고 검을 뽑아 들었다.
"어이.."
"걱정마세요. 특별한 망자가 아니라고 한다면, 아마 성공할 겁니다."
"그러니까 그 아마... 라는게,"
남자가 투덜거리는 것을 무시하고 벤하르트는 백색의 끈을 위로 날려 건물에 건 후에 건물의 벽을 타고 골목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림자처럼 빠르게 다가간 그는 망자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망자를 베어 넘겼다.
"무슨 괴물이냐.. 저건.."
거리가 못해도 30보는 될 거리였는데, 벤하르트가 그 일을 끝마친 것은 길어야 2초도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망자를 보며 벤하르트는 이니프와 안내자에게 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제 어디로 가면 됩니까?"
"멀지 않아. 건물 하나만 돌면 거대한 건물이 나오는데 그곳으로 가면 된다."
"그렇군요. 그러면 안내를 부탁드립니다."
"그래."
안내자를 따라 벤하르트와 이니프는 거대한 건물의 뒷 공간에 도착했다.
"어이 나다."
"암호."
"알메이드 세레프."
"피홉."
"음..프사크"
안내자의 말에 문이 열렸다.
"여전히 암호를 제대로 외우고 다니지 못하는 모양이로군. 이래서야 언젠가는 암호를 몰라 들어오지 못하게 될지도 몰라."
푸른 머리의 청년의 말에 중년남자는 거칠게 침을 뱉으며 말했다.
"남이사.. 간 쫄려 죽는줄 알았으니 어서 들여 보내기나 해."
"알았다."
"에실러님이 기다리고 있어."
"알았다고. 어이 너희들 따라와."
"그러고 보니 통성명조차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그런건 필요 없어. 하게 된다면 에실러 앞에서나 해. 통성명은 그때 해도 충분하니까, 나같은 좀도둑의 이름따위는 알 필요도 없을지 모르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뭐 좋습니다."
건물의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마계인이라고 하는게 옳을 것이었지만, 벤하르트의 눈에 들어오는 것만 해도 벌써 20여명은 본 것 같았다. 벤하르트는 기를 이용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건물에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말했다.
"의외로 대규모로군요."
"후후후.."
벤하르트는 안내자의 웃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때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자 슬슬 도착이로군."
"그런 모양이로군요."
벤하르트가 그렇게 말한 것은 안내자의 앞에 있는 문 안쪽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에실러 나다."
"들어오세요."
"자.. 따라와."
- 작가의말
어느새 600화군요.. 후우.. 이러다가 정말로 천화를 찍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2부는 1부보다 짧을 것이기 때문에 그럴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하지만, 또 모르는 일이니,,
앞으로도 얼마나 길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네..
저도 최대한 빠른 템포로 쓸수 있도록 노력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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