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44화(599화)-마굴(3)
"여기는.."
벤하르트와 이니프가 검은 기운을 뚫고 도착한 장소는 검은 폐허였다. 마치 검은 물감으로 칠해 놓은 것만 같은 흑색의 도시. 군데군데 부서져 있는 건물들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였다.
"건물들이 많은데요?"
검게 그을리기는 했으나 멋진 그림들로 이루어진 간판 살면서 본적이 없었던 높게 솟은 건물들 형형색색으로 이루어진 구조물들은 벤하르트나 이니프나 생전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이건 뭐지?"
마차 같이 생긴 무언가를 보고 벤하르트는 궁금해 했다. 검은 외형 앞과 뒤에 두개씩 바퀴가 달려 있는 그 물건은 잔뜩 녹이 슬어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것들로 이루어진 곳에서 벤하르트는 혼란한 기분이 되었다.
'도대체 여기는..'
"이니프 일단 조심해둬.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으니까,"
"그러도록 하죠."
벤하르트는 이니프의 표정을 보고 그녀에 대한 걱정은 한 시름 덜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는 여인이었다. 벤하르트가 지키지 않으면 당하는 나약한 여인이 아니었다.
이니프의 뱀처럼 요사스럽고 지독한 면이 이럴때는 되려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니라 할 수 없었다.
"음.."
벤하르트는 주변을 둘러 보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보는 건물 처음 보는 물건들에 혼란해했었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구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곧 깨달았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저 검은 도시의 안에 존재하는 '무언가'가 더욱 걱정이었다.
"벤하르트씨. 이제 어떻게 하면 되죠?"
"이니프 저길 봐."
이니프는 벤하르트가 가리킨 곳을 보았다. 그가 가리킨 장소에는 절뚝 거리는 인영이 있었다.
"사람인가요?"
"아니. 뭔가 이상해. 언젠가 한번 본 기억이 있어."
눈을 강화한 벤하르트의 시력은 이니프보다 몇배는 더 좋았다. 이니프의 눈에는 그저 절뚝거리는 무언가로 보일 뿐이었지만, 벤하르트의 눈에는 마치 가까운 곳에서 보는 것처럼 제대로 보이고 있었다.
'그나저나..'
눈을 강화했다는 것은 그가 보고 싶지 않은 것들도 보게 된다는 것을 뜻했다. 흔히 말하는 유령이나 귀신등 보이지 않는 것들 조차도 보게 되는 것이다. 벤하르트의 눈에 보이는 것은 그의 곁에서 낄낄 거리며 끌어 들이려고 하는 수많은 악령들의 모습이었다.
'이런..'
"뭔가 조금 졸린 듯한 느낌이.."
"정신 똑바로 차려. 여기서 세상 하직하고 싶지 않다면 말야."
"그래서 저건 뭔데요?"
"사자(死者)다."
"사자?"
"그래 이미 죽어 버린 것. 하지만 어떤 이유로 되살아난 것. '살았다' 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요컨대 죽어서 움직이는 사람을 말하는 거죠?"
"그래. 저것 하나 뿐이 아니야. 저 건물 근처에는 '저런 것'들이 수도 없이 많아. 이 근방에만 해도 수천.. 아니 그 이상인가?"
"그건 이상한데요. 그렇다면 어째서 저희가 서 있는 이 근처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인지?"
"일리가 있군. 어째서지?"
이니프는 주변을 둘러 보고 작은 갈색의 유리병을 들고 공간을 열어 던졌다. 공간은 멀리 사자에게서 나타나 갈색병은 그대로 머리에 적중 했다.
"무슨 짓이야?"
"눈치 챘네요."
"그오오오!!"
무슨 소린지 모를 괴성을 지르며 사자는 단발에 벤하르트가 있는 곳까지 날아왔다.
'엄청난 각력이군.'
하지만 그의 몸은 벤하르트에게 닿기 전에 무언가의 결계에 닿아 가루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결계가 있네요."
"그렇군. 그나저나 제멋대로 일을 벌이지마."
"네 명심하도록 하지요."
전혀 신빙성 없는 이니프의 미소를 무시하고 벤하르트는 결계를 살폈다.
'로엔이나 인의 수준은 아니지만, 잘 만든 결계로군. 나에게는 해가 없는 것 같은데, 저 사자들에게만 반응하는 건가..'
"일단 결계 안에 있다면 안전하다는 이야기겠군. 이니프 너는 여기에 있어. 일단 조사를 나갔다 와야 겠으니까,"
"연약한 여인을 이런 곳에 혼자 두겠다는 거에요?"
"연약한 여인'이기에' 잖아? 곧 돌아올테니 쉬고 있어. 아까 보니 사자 치고는 굉장히 빨라서 수많은 사자들을 상대로는 나라고 해도 너를 지키기 어려워 보였어. 그러니 잠깐만 대기해줘."
이니프는 잠시 생각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요."
벤하르트는 결계를 나와 검은 도시의 안으로 들어갔다. 벤하르트를 눈치채자 마자 사자들은 눈을 번뜩이며 벤하르트를 노리기 시작했다.
'빠르다.'
붉은 눈 검은 외형 인간의 모습 썩어 문드러져가는 살 기괴한 모습으로 그들의 수천 수만의 눈들이 벤하르트에게 집중되었다. 달려든 다섯을 바로 베어 넘기며 건물의 벽을 타고 올라갔다.
'읏!'
바닥에서 무엇인가가 날아왔다. 그는 종이 한장차이로 피해 '무언가'를 잘라 냈다. 그것은 사자의 '혀'였다.
'질 나쁜 농담이군.'
고층 건물에 올라선 그는 그를 따라 올라오는 수천의 사자들을 보며 아연질색해 했다.
'하나하나가 저정도의 실력자. 어지간한 녀석들은 전부 당할 수 밖에 없겠군.'
그는 검을 뽑아 백붕을 만들어 올라탔다. 사자들중 몇몇은 혀를 내밀어 그를 잡아 당기려 했지만, 벤하르트의 방해로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일섬."
벤하르트는 자세를 취하고 그대로 휘둘렀다.
"백뢰!"
백색의 번개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사자들은 누구 하나 남기지 않고 가루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수는 조금 줄였지만, 이걸로는 택도 없겠군.'
그는 공중에서 이곳 저곳을 살폈다.
'사자는 많지만, 일단 전부가 모여 있는 것은 아니군. 작은 길을 통해서 간다면 충분할수도 있겠어.'
그는 결계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이니프와 누군가가 서 있었다.
"어..?"
결계의 안쪽에 본 적 없었던 사람은 산발의 검은 머리에 한쪽 눈이 나간 얌체 수염을 가진 산적같이 생긴 한 중년의 남자였다.
"화려하게 날뛴 것 같군. 이쪽의 남자는.."
"그렇네요."
이니프는 그의 말을 받으며 벤하르트를 보며 미소 지었다. 벤하르트는 이런 장소에서 조차 거짓이라고는 하나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이니프가 새삼 두렵게 느껴졌다.
"그건 그렇고 누구십니까?"
"네가 이번에 이곳에 들어온 녀석인가?"
"이곳이 마굴을 말하는 것이라면 맞습니다."
"젠장.. 어째서 들어와 버린거냐. 이제 곧이었는데, 네녀석들때문에 우리들은.."
그는 땅을 치며 분개했다. 벤하르트는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마굴에서 아직까지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것과 그 태도에서 이 사람이 이 마굴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 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래 좋다. 그게 내 임무이기도 하니,, 듣고 싶다면 들려주지 따라와."
- 작가의말
흐음.. 연참대전도 참 좋아졌다고 느낀게,,
하루 3천자 이상 이어서 참 편하네요...
이전에는 4500자 시절이었었죠.. 지금도 습관을 못버리고 4500자는 넘기려 애를 쓰곤 할때가 있습니다만, (8kb 정도면 예전에는 4500자였거든요.)
아마 4500자였다면 오늘은 떨어졌을지도 모르는데 3000자로 하향되어서 다행입니다. 모두 즐거운 주말 되세요~
Commen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