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39화(593화)-
호루탈 숲에서 요양을 한지도 2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벤하르트는 좀처럼 잘 낫지 않는 상처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뭘 그렇게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있어요?"
이니프는 언제나처럼 싱글거리면서 벤하르트에게 차를 건넸다. 그리고 그녀의 뒤에서 캐뱃과 호쉬르가 조심스럽게 방안으로 들어왔다. 방으로 들어와 호쉬르는 벤하르트가 누워있는 침대 앞에서 다짜고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
벤하르트는 그의 말을 이해 할 수 없었지만, 느낌으로 그가 자신에게 사죄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옆에서는 미안해 죽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캐뱃이 우물쭈물 하고 있었으니 눈치채는 것은 간단했다.
캐뱃은 이니프와 자신이 호쉬르와 벤하르트를 속였다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이야기 했다. 벤하르트를 마음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것 마저도 이야기했다.
화를 낼 줄 알았던 호쉬르였지만, 그는 벤하르트를 만나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벤하르트는 자신보다 몇수는 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것이 전부 '오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고의로 자신에게 진 것이다. 호쉬르를 제압하고 나서 설명했어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을텐데, 그는 굳이 패배하는 것으로 일을 해결했던 것이다. 호쉬르는 벤하르트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그것이 자신을 위해서 한 일이었다는 것은 어렴풋하게 느낄수 있었기에, 캐뱃이 벤하르트를 좋아한다는 말에 분노하기보다 먼저 존경하는 마음이 일었다. 물론 옆에서 캐뱃이 열심히 변호를 한 것도 무시 할 수 없는 이유중 하나였다.
"그나저나 벤하르트. 어째서 치료를 하지 못하고 있는거지?"
"생각보다 그 신목인지 뭔지의 작대기가 만만치 않아. 으음."
"아니 그걸 묻는게 아니다. 너는 분명히 내가 목이 날아갔을때도 나를 치료해 주었던 적이 있었을텐데? 그 기술로 자신을 치료하면 되는 것 아닌가?"
벤하르트는 점잖게 말했다.
"아니, 그건 '타인'에게 한정하는 기술이야. 나 자신은 치료할 수 없어."
"뭐..?"
"흐음 타인이라면 목이 잘려도 치료할 수 있다는 건가요?"
이니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벤하르트에게 물었다.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한데,"
벤하르트는 그녀의 웃음이 굉장히 마음에 걸렸다. 그녀는 어디론가 가서 벤하르트의 검을 들고 왔다.
"뭐하는거지?"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팔을 잘라내 버렸다. 그녀의 행동에 캐뱃 호쉬르는 물론이거니와 항상 침착함을 잃지 않는 벤하르트조차 놀라며 검을 빼어들어 그녀를 베어냈다. 삽시간에 다시 붙어 버리는 팔을 보고 이니프는 웃음을 지우지 않은채 중얼거렸다.
"과연,, 멋지네요."
"미친거냐? 무슨 짓을 하는거야!"
벤하르트는 이니프에게 소리쳤다. 매사에 침착함을 잃지 않는 것은 이니프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런 벤하르트의 모습에 그녀는 답지 않게 동그랗게 눈을 뜨고 놀라했다.
"벤하르트씨는 저를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싫어하는 것과 죽는 것을 방관하고 있는건 달라! 지금도 별로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군요."
"그것보다 어째서 그런짓을 했지?"
그는 이니프의 행동에 화를 내고 있었다.
"어째서라고 한다면, 캐뱃이 말했던 그 기술에 대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죠."
"내가 구해주지 않았다면?"
"그럼 외팔이 신세로 살아가면 그뿐인 이야기죠."
마치 타인의 이야기를 말하듯 무미건조한 어조로 이니프가 말했다.
"하지만 호쉬르의 이야기도 들었겠다 벤하르트씨라면 치료해 줄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어요. 어쨋든 대단하네요. 그 기술."
"나는 네가 싫지만 한마디만 해두지. 자신을 실험용 재료로써 사용하는건 그만 두는게 좋을거다."
"어째서죠?"
"뭐?"
이니프가 반문할줄은 생각도 못했던 벤하르트는 약간 당황해싸.
"어째서냐고요. 제가 제 몸을 실험용 재료로 사용을 하든 말든 벤하르트씨와는 관계 없잖아요?"
"만약 내가 치료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지?"
"평생을 외팔이로 살아가면 되겠죠."
"네 예상이 틀린 것 하나로 외팔이로 살아갈 각오를 했다는거냐?"
이니프는 웃으면서 벤하르트를 보았다. 그녀의 웃음은 아름다웠지만, 그 이상으로 요사스러웠다.
"네. 그게 제 목숨이잖아요? 길가에 내버리든 어딘가에 팔아 넘기든 평생을 외팔이로 살아가든 고르는 건 제가 하는 것이잖아요? 그 행동을 그만두라고 하다니, 벤하르트씨의 말이라고 해도 별로 듣고 싶지는 않네요."
"그럼.. 마음대로 해라."
벤하르트는 찝찝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이니프가 자신을 놀려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진심으로' 자신의 목숨에 대해 하찮게 생각하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왜..?'
하지만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타인에 불과한 여인이 목숨을 초개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에 그는 화를 내고 있었지만, 사실상 벤하르트는 금쪽같이 여겼던 레니아는 언제나 그런 광경을 보고 있었다. 자신의 목숨을 버려가면서 레니아를 지키려 했던 옛 모습을 떠올리니 그는 새삼스레 레니아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정말로 새삼스럽군.'
벤하르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을때 호쉬르가 말을 걸어왔다.
"저기."
"음?"
호쉬르의 부름에 벤하르트는 캐뱃에게 통역을 부탁했다.
"저기 호쉬르가 네게 가르침을 받고 싶다고 한다."
"가르침이라,, 이런 몸으로는 가르쳐 줄게 없는데,"
중간에서 캐뱃이 그렇게 전하자 호쉬르는 손짓 발짓을 해가며 말했다.
"자신의 움직임을 보고 문제점만 지적해줘도 정말로 감사하다고,, 하는데,"
"단순한 지적이라면, 떠나기 전까지 봐줄 수 있겠지."
캐뱃이 그렇게 전해주자 호쉬르는 그 덩치로 펄쩍 뛰며 웃었다. 처음에는 사납다고 느껴졌던 인상이 지금에 와서는 귀엽게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이니프는 어느새 나가서 요리를 하고 있었는데, 벤하르트는 그녀가 살짝 신경이 쓰여 흘끗 그녀를 보았다.
'그나저나, 이렇게 연결을 맺어 두는건 원하는 일이 아닌데 말이지.'
그는 한숨을 내쉬면서 약간 섵부르게 약속한 것을 후회했다.
나흘쯤 지나자 벤하르트의 몸은 상당히 회복 되었다. 그간 벤하르트는 캐뱃과의 일을 정리 했고, 호쉬르의 움직임을 봐주기 시작했다. 곧 벤하르트가 호쉬르를 봐주고 있다는 소문이 쉬에프 종족내에 퍼지게 되었고, 젊은 쉬에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벤하르트에게 자신의 움직임을 봐달라 간청했다. 벤하르트는 난처해하며 거절하고 싶었지만, 한사람을 봐주면서 다른 사람을 봐주지 않을 수는 없었다. 결국 그는 호쉬르의 움직임을 봐주겠다는 약속을 한 것을 조금 후회하면서 쉬에프 젊은이들을 조금 지도해 주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그의 몸은 움직이는 것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회복 되었다.
"좋아 슬슬 출발할 수 있겠군."
"어머나 몸이 거의 다 나은 모양이네요."
"그쪽 덕분이라고 해두지."
"사실 호쉬르를 봐주기도 해서 상처가 낫는데 일주일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쉽네요."
'어째서 아쉬운거냐?'
어지간히도 사람을 괴롭히기 좋아한다고 생각하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쉬르를 보러 가시나 보죠?"
"그래. 덧붙혀서 고맙다고 말해두겠어. 이제 이 집에는 오지 않을 거니까 말이지. 그리고 저번에는 대답하지 못했지만, 그래 내가 할 말은 아닐지 몰라도, 네 목숨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어딘가에는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야. 그러니까 그렇게 자신의 목숨에 대해 소홀히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기가 찬듯 웃기 시작했다.
"왜 웃는거지?"
"그런 자가 있을리가 없잖아요? 내 목숨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그런 녀석은 '여기에' 없어."
광기마저 서린 그녀의 모습을 보고 벤하르트는 무슨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네 말은 틀렸다."
이니프는 살짝 눈을 치켜 떴다.
"참고로 말해두지. 나는 네가 별로 좋지 않아. 뭐 이유야 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겠지? 하지만 네가 말한 것처럼 네 목숨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을리가 없다는 것은 '틀렸다.' 적어도 지금 나는 네가 목숨을 소중하게 여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아.. 나 참."
벤하르트는 멋쩍고 창피스러워서 고개를 떨구고 머리카락을 휘저었다.
"그러니까 그런 '도박'은 작작 해두는게 좋아."
"정말로 이상하신 분이시네요."
벤하르트는 얼굴을 살짝 들었다가 깜짝 놀랐다. 언제나 '독기'가 서린듯 미묘하게 웃던 그녀가 독기가 빠진 순수한 웃음을 지어 보인 것이다.
'그렇게 웃으면 좀 좋나..'
"그럼 잘 있어라."
벤하르트가 나가는 것을 보고 그녀는 다시 이전처럼 요사스러운 웃음을 짓고 말했다.
"네. 곧 뵙도록 하죠 벤하르트씨."
- 작가의말
연참대전 끝~
이러니 저러니 연참대전이 끝나 버렸습니다.
또 다시 시원 섭섭한 기분이 되어 버렸네요. 언제나 그렇듯이 말이죠.
이번 연참대전에는 별다른 일은 없어서 무난하게 흘러 온 것 같습니다. 아쉬운게 있다면 무한공간에 힘을 못 썼다는 것 정도가 아쉽군요. 연참대전도 끝났겠다 무한 공간을 몇화 쓰면서 조금 생각을 다스려 봐야 겠습니다.
오늘.. 드디어 평점 10점이 깨지고 9.9점으로 내려왔네요. 당연한 일이긴 한데 왜이리 아쉬운지,, 왠지 자기 혐오걸릴뻔 했습니다.. 네;;
그리고 연참대전을 마치며,,
항상 댓글을 남겨주시는 심생종기님과 더불어 실버클로버님 anypi님
댓글을 남기는 것조차 잊고 보셨다는 L에일리님
그밖에도 언제나 일정하게 댓글을 한번씩 달아주시는 알테마웨폰님 꼬메내요님 혼연무객님 달빛뮤지션님 감자깡님 귀염고양님 아키라나님 석박사님
이 긴 제 소설 엔쿠라스를 보고 좋은 느낀점을 이야기 해주신 kyk671님
제가 놓치는 오타를 지적해주시는 감사하신 봄돌님. (연참대전 끝나면 찾아서 싹싹 고쳐 볼게요~)
忘痛님 炫寶님 그리고 기타 연참대전중에 댓글을 남겨주신 모든 분들(다 거론 못해서 죄송하군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엔쿠라스가 계속 지어질수 있는 것은 여러분들의 댓글 덕분입니다.
이렇게 끝내면서 찾아보니 상당히 많은 댓글을 다시는 분들이 계셨네요. 모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엔쿠라스는 계속됩니다.
P.S 제 게으름병이 도지게 되어 엔쿠라스가 조금 멈출수 있으나, 정말 보고 싶어서 기다리기 지치신 분이 혹시 계시면 쪽지나 댓글로 재촉해주시면 바뻐도 써서 올리겠습니다. 보통 없으시지만 말이죠;;
어쨋든 연참대전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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