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480화-
벤하르트는 레니아가 나누어준 종이에 규칙과 서명을 하고 있는 퀘이소들에게 물었다.
"그런데, 퀘이소들은 이곳 상공을 지나가고 있었다고 하던데, 목적지가 어딥니까?"
"부르달 도시의 북쪽이라고 하면 뭐가 있는지 모르는것은 아닐테지? 주마의 숲을 건넌 곳에 마을을 지어둔곳이 있지. 마을이라고 해도 단순하게 잠을 잘수 있는 곳 정도의 의미 밖에 없지만,"
"주마의 숲은 건너기 어렵지 않습니까?"
"우리는 마수라서 별다른 일이 없으면 건드리지 않거든. 물론 개중에는 심심풀이로 건드리는 녀석들도 종종 있곤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강한 마수가 아닐지라도 많은 수로 이루어져 있는 무리를 건드릴 만한 마수들은 흔치 않거든. 그런의미에서 라프라는 굉장히 운이 나빴다고 할수 있지."
"흐음."
벤하르트는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왜그러지?"
"그렇다는 것은 라프라를 당신들에게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 되겠군요."
류누는 반문하려다가 벤하르트의 의도를 깨달았다. 무리를 지어서 간다고 해도 공격을 당할수 있을정도의 위험을 감수해야할진대 남은 자신들과 라프라만으로 주마의 숲을 날아서 통과하기란 현실적으로 부담해야할 위험 부담이 너무 큰 것이다.
"저는 라프라의 뭣도 아니고 여행동료일 뿐입니다만, 그래도 위험에 처할것을 알면서도 둘수는 없습니다."
"어쩌자는거지?"
"마침 저희도 주마의 숲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저희와 함께 동행하시죠."
"하지만 너는 하늘을 날지 못하지 않나?"
"걸어서 통과할겁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 주마의 숲은 마수인 내가 알기로도 굉장한 마수들이 득실득실 거리는 곳이라고,, 그곳을 뚫고 가려고 하는건 자살행위나 다름 없어."
"그래도 어쩔수 없습니다. 아마 날아서 가는것보다는 이쪽이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아아.. 둘다 그만해. 그냥 간단하게 정해버리는게 어때? 라프라의 선택에 맡기는거야. 퀘이소들을 따라 하늘을 넘어서 가느냐. 아니면 우리와 함께 주마의 숲을 걸어서 지나가느냐. 선택을 라프라에게 맡기면 되잖아."
레니아의 말을 듣고 류누는 웃으면서 자신있게 말했다.
"그게 좋겠다."
"내용은 다 확인 했지? 아마도 말하고 싶어도 못말하게 되겠지만, 강제로 말하려고 노력하는일은 하지 않는것을 추천하겠어."
"우리 퀘이소는 약속한것은 지키는 종족이다. 이딴 종이 쪼가리가 있던 없던 약속을 어기지는 않아. 애초에 그런 약속 파기를 한다고 해서 우리에게 어떤 이득이 있다는거냐. 너희들에게 손해가 있을지언정 우리에게 득이 될건 아무것도 없는데, 그런 귀찮은 짓을 할것 같냐고."
"그렇다면야,"
"라프라는 언제 데리고 올 생각이냐."
"일단 여기서 머무르고 계시는게 좋을것 같군요. 어차피 도시에 들어갈수도 없을테고, 내일 이곳에 와서 주마의숲을 지날 생각이니, 많이 걸리지는 않을겁니다."
퀘이소들과의 이야기가 끝나고 벤하르트는 프쿠타와 대면했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곳에 마족이 있는 겁니까?"
"이유를 말할 필요는 없지만, 구태어 이유를 말해야만 한다고 한다면, 이유가 없다는게 이유라고 할수 있겠지. 나는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면서 스스로의 지식을 넓히는것을 좋아하거든. 마수가 모이는 곳 주마의숲도 그런 차원에서 들려본것이거든."
"그 모습으로 돌아다니시는 겁니까?"
"아 이래뵈도 마족인데 변신정도를 못할까, 주마의 숲 근처에 살고 있으니 마수처럼 행동 해도 상관 없을거라고 생각해 이 모습을 하고 있을 뿐이지. 변신보다야 자유체가 더 편하니까 말이지."
프쿠타는 바로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훤칠한 키에 산발한 황금빛 머리를 가진 미남이었는데, 머릿결은 굉장히 대단했지만, 사자 갈귀처럼 난잡하게 산발 되어 있어서 그 외모가 빛을 발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트레이야와 연관이 있는것을 보면 너희도 라스펠에 가려고 하는 모양이로군."
"예. 트레이야와 연관 되어 있어서 가는것은 아닙니다만,"
"주마의 숲을 통과 하는것은 별 무리가 없겠지만, 라스펠은 아마 볼수 없을텐데, 나도 조사차 주마의 숲을 자주 다녔지만, 과거 라스펠이 있던 곳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저도 그것은 들었습니다만, 이번에는 길안내가 있습니다."
"길안내?"
벤하르트는 마누어에 대한 일을 이야기해주었다.
"정말인가? 라스펠에 살고 있던 사람이라니 만나보고 싶군."
사자머리를 하고 있을때도 의외로 표정이 다양해 놀랐었지만, 그는 인간일때도 상당히 표정변화가 솔직했다. 척 보기에도 흥미가 동한다는 표정인지라 벤하르트는 권유차 물었다.
"혹시 같이 가시겠습니까?"
"그렇게 권유한다면 나야 고맙지. 주마의 숲의 길은 나에게 맡겨도 좋을거다."
"괜찮겠어? 이래뵈도 마족이라면서?"
트레이야의 물음에 벤하르트가 답했다.
"별로 악의도 없으신것 같고, 만에 하나 안좋은 일이 있다고 해도 우리들정도면 괜찮지 않겠어?"
"그거야 그렇겠지만,"
"그나저나 트레이야. 전부터 궁금했는데, 본래 마수들은 도시에 들어갈수 없는 거잖아. 그런데 어째서 부르달 도시 내부에 마수가 있을수 있는거지?"
"아 그건 말이지. 크래치가 가져온 마력석 때문이야. 원래 에린델 본토의 마력석은 결계와 결계내부까지 결계가 되어 버리는 영역적인 마력석이지. 하지만 에린델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마력석의 질은 점점 낮아져, 때문에 에린델과 룬델을 잇는 경계도시는 설사 결계적인 마력석이라고 해도 경비를 줄일수가 없는거야. 그중에서도 극한으로 에린델에서 먼곳의 마력석을 모아서 가지고 온거지. 이 마력석도 효과 자체는 같아 확실하게 결계 자체는 유지 되지. 하지만 내부는 마수가 고통스럽고 괴로워할뿐 태워 버릴 정도의 위력은 내지 않게 되는 막 같은 성질을 지니게 되는거야."
"그렇군."
"마력석은 마수의 마기에 반응 하게 되는데 마수가 죽게 되고 단순한 고기가 되어 버릴 경우에는 마기가 사라지게 되기 때문에 도시에 들어오는것이 아무런 문제도 없었지만, 크래치의 악취미적인 수집과 그의 돈에 의해 마수들이 줄어듬에 따라 점점 도시의 마력석은 그가 가져온 특제 마력석으로 바뀌어져 온거야. 특제라곤해도 도시의 입장에서는 좋은것도 아니지만, 때문에 마수들은 결계만 넘을수 있다면 도시내부에서 낑낑 거리면서도 살아갈수 있게 되지. 마수들이 힘들건 말건 살아있기만 하면 상관하지 않는 크래치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방법이었지만, 도시의 시민이나 잡힌 마수들 어느쪽에 있어서도 그건 좋다고는 도저히 말할수 없는 것이었지."
"크래치는 원래 룬델의 사람이라고 했었었지."
"그래. 룬델에서 에린델으로 넘어 오면서 그는 마력석의 특징을 볼수 있었을거야. 이런 용도에 쓰이게 될것을 생각했다고 하기는 뭣하지만,"
트레이야는 대체적으로 밝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조금 소침해져 있는것만 같아 보였다.
"여러가지로 힘들었겠구나 트레이야."
"뭘. 이런 생각으로 너는 어떻게 살아가나 싶을 정도지."
"아니 네가 생각하는것만큼 나는 대단하지 않아. 너는 나같이 되고 싶다고 했었지? 그것은 본래 있던 네 생각을 거스르는 행동이나 다름 없지. 그건 굉장히 힘든 일이야. 우리는 사람이니까 먹어야 살겠지? 그 먹는것의 본능을 의식적으로 억제하는것처럼 너는 그런 길을 걸어 가고 있는 것이지만, 나는 달라."
"뭐가?"
"나는 애초부터 이렇게 살아왔어. 그러니 방금의 비유를 들자면 무언가를 먹는것을 지극히 본능적으로 행하고 있을 뿐이지. 너는 그것이 힘든 것이라고 했지만, 나에게는 그것이야 말로 스스로에게 안식이라고 할수 있는 사안이야."
"그럴리가.."
"회피주의자거든 나는. 내 손으로는 무엇하나 더럽히고 싶지 않은것 뿐이야. 이기주의적이고 비겁한 녀석이지. 가령 100명을 죽인 악인이 있다고 해도 내 눈앞에 있고, 그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고 생각하면,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내 스스로가 그를 죽일지는 알수 없을정도로 나는 겁쟁이다. 네가 나를 좋게 봤던 부분은 그저 내가 약한 부분이 네게 득이 되었을 뿐이야. 대체적으로 선한 일을 거부감 없이 행할 뿐이지. 내가 착하거나 한것은 아니야. 그러니까 나같은 녀석을 닮는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
트레이야는 살짝 웃었다.
"그렇군. 이제 조금 풀린것 같아. 하지만 벤. 네 말은 틀렸어. 나는 너를 닮고 싶은게 아니야. 네가 했던 그 행동에 매료된것 뿐이지. 네가 했던게 어떤 추악한 근본이 깔려있던지 나는 관심 없어. 내가 관심이 있는것은 네가 행하는 그 행동이야. 힘들어도 좋아. 논리적이지 않아도 좋아. 고민해도 좋아. 그 모든 것이 있다고 해도 거기에 설사 네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나는 너의 그 행동을 닮고 싶은것 뿐이야."
"이거 참. 그렇게 까지 말하면 내가 뭐라고 할말은 없지."
"이런 곳에서 한발자국 물러나는건 정말 너 다운 행동이네. 나는 벤 너를 닮고 싶다고 했지만 말야. 사실 그런 부분은 별로 닮고 싶지 않아."
"그렇구만,"
"나는 네 그 모순투성이인 그 행동을 좋아했어."
"뭐!?"
벤하르트는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그 말에 반응한것은 두명 더 있었다.
"놀랄것 없어. 단순히 좋아했다는 거니까, '좋아'와 '사랑'은 다르잖아? 다들 뭔가 착각한 모양이잖아?"
느긋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 보면서 트레이야가 말했다. 구석의 의자에는 사자 얼굴로 지극히 인간다운 표정을 보이며 낄낄거리는 프쿠타가 있었다.
"물론 지금와서의 일이지만,,"
그 짤막한 말은 모두가 들었지만 자연스럽게 모두가 의식적으로 건드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그런 모순투성이인 인생으로 살아가보려고, 그런 인생도 묘하게 나쁘지는 않더라. 그러니까 앞으로 잘 부탁해. 제네스."
"쳇."
미묘하게 다르지만 자신과 레니아의 관계를 보는것만 같은 그들의 모습에 벤하르트는 지극히 개인적으로 약간은 제네스에 대한 동질의식을 느낄수 있었다.
- 작가의말
goram님이 추천을 날려주셨습니다.
거기에 무려 10분이나 추강을 날려 주시다니,, 본래 요즘 너무너무 바빠서 연참대전 시작하면 쓰려고 했었는데, 이렇게 된 마당에야 안올릴수가 없죠.
저는 원래 밤중에 글쓰기를 좋아하는데,(다들 아시겠지만, 거의 대부분이 새벽 2~5시 사이..) 이번에 야간 알바를 잡았습니다. 때문에 11~9시까지 일을 하게 되었는데, 이 일이 편의점인데도 조금 빡세단 말이죠. 느긋한 알바를 하려고 했더니, 되려 주간 알바하는것만 못하게 되어 버려서,, (점장님이 요구하시는게 조금 많아서,)
쉬는 날도 없고,,,, 조금 몸이 힘들어지는것을 느낍니다만, 3일간 조금씩 썼던 글을 올립니다.
그러고보니 새해 인사도 못드리고,(1.1일에 쓰려고 했는데 그때 알바구하고 정신이 없어서... ㅠㅠ)
마지막으로 goram님 외 추강해주신 그리고 엔쿠라스를 보고 계시는 모든 독자여러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연참대전때 뵙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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