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36화(590화)-
캐뱃의 아버지는 금방 벤하르트에게 사죄했다. 캐뱃은 자신의 아버지를 소개했다.
"내 아버지이름은 오우어라고 한다."
"그런데 공용어를 할 수 있는건 너뿐인건가?"
"아니 그렇지는 않다. 여기에도 꽤 많은 쉬에프들이 공용어를 할 수 있지만, 우리 아버지는 공용어를 익히지 않았을 뿐이다. 어쨋든 이제 오해는 풀렸으니까 다행이다."
캐뱃의 공용어는 투박한 것이 남자가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벤하르트는 굳이 그것을 지적하지는 않았다.
숲에서 여러가지를 잡아 그들은 축제를 벌였다. 벤하르트는 축제를 하는 그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캐뱃이 그를 향해 접근하자 벤하르트가 물었다.
"숲의 것은 숲의 것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사냥' 해서 잡아 먹는 것도 사실은 잘못된 것 아닌가?"
"아니 그렇지는 않다. 숲의 것은 숲의 것 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외지인이 약탈을 할 때의 문제인 것이지. 우리는 숲과 거래를 했다."
"거래?"
"우리 숲에게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대신하여 언제까지고 이 숲에 머물기로 말이다. 우리는 이 숲에서 나갈 수 없는거다."
"뭐라고?"
"놀랄것 없어. 우리들은 그것에 후회따위는 하지 않으니까, 숲의 일원으로써 '얻는다면' 이 몸을 '바치는 것'으로 순환해 나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호루탈 숲과 함께하며 맹세한 계약인 것이다."
벤하르트는 그제야 이곳 사람들이 숲에 대해서 각별하게 생각하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이기적인 이유'든 아니면 '숲을 위해서'라는 숭고한 명분이든 그들이 숲에 관해서 침략하는 이방인들을 배척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들에게 숲은 영토이자 터전이었다. 그들은 숲의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그 공간만이 전부였다. 그런 곳을 침략하게 된다면 '자신들의 터전'을 잃게 되는 것이다. 단순하게 숲을 위해서라는 숭고한 명분뿐 아니라 자신들의 이득에 관련되어 있기에 쉬에프들은 숲을 포기 할 수 없었다. 호루탈 숲은 그들에게 있어서는 하나의 세계나 다름 없는 것이었다. 그 세계를 잃으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었겠는가.
"숲을 빠져 나갈 수는 없는건가?"
"한가지는 있어. 성년식을 치르기 전까지 결정해서 '숲의 가호'를 받는 것을 거부하면 쉬에프들은 외부로 나갈 수 있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되지."
벤하르트는 호루탈 숲이라는 것이 조금 치사하다고 생각했다. 다시는 돌아 올 수 없다는 그 말에 어떤 쉬에프 들이 숲의 가호를 거절할 수 있겠는가?
"그래 그 숲의 가호를 거절한 쉬에프는 있나?"
"역대에서도 손을 꼽지만 없지는 않지."
필시 확고한 의지를 가진 쉬에프일 것이라고 벤하르트는 생각했다.
축제는 무르익었다. 쉬에프 종족은 '요정'의 후예 답게 아름답고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신나게 몸을 흔들며 불 주위에서 춤을 추었다.
"벤하르트! 이리 나와! 춤추자!"
"됐다."
하지만 여러 쉬에프들이 권하자 그도 어쩔수 없이 엉거주춤하게 춤을 추었다. 낄낄 거리며 웃는 쉬에프들의 틈새에서 그는 찌뿌둥한 얼굴로 몸을 흔들다가 무엇인가 생각이라도 난듯 검을 뽑아 들었다. 그 예리한 검명에 다들 안색이 싹 변하며 벤하르트를 주시했다.
"춤은 약하지만 일전에 어느 마을에서 배운 칼춤이라면 자신이 있으니 그것을 한번 보여드리지요."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는 것은 벤하르트가 이방인이기 때문이었다. 벤하르트는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검을 들고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려의 움직임'의 부드러운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는 검은 쉬에프들의 시선을 독차지했다.
춤을 추는 벤하르트의 주변에 녹색의 빛이 아른 거렸다.
"가호다!"
"오옷!?"
그렇게 직접적으로 숲의 가호를 받는 것을 보는 것은 쉬에프들에게도 처음 있는 일이었는지라 그들은 놀라며 벤하르트의 검무를 감상했다. 처음 경계했던 경각심은 어느샌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벤하르트의 검무가 끝나자 쉬에프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대단하다 벤하르트!"
"별것 아냐. 이런건."
"나도 그 검무를 배우고 싶은데,"
"흐음."
벤하르트도 쉬에프들의 안에서 가만히 있는 것은 별로 원하는 바가 아니었기 때문에 캐뱃을 상대로 검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물론 캐뱃은 유려의 움직임을 전혀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벤하르트만큼 검무가 아름답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그는 그녀에게 검무의 형을 일러주었다.
"이렇게?"
"으음. 조금 더 자세를 낮추는게 좋을 것 같지만, 뭐 아무래도 상관 없겠지."
"그래선 곤란해! 나는 네가 떠나도 이 춤을 혼자서라도 연습하고 싶은거다. 대충 시간떼우기 식으로 배우는게 아니다!"
"알았어 알았다고,"
벤하르트는 캐뱃에게 정식적으로 검무를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벤하르트에게 사심이란 전혀 없었지만, 검무라는게 사심이 없다고 해도 왠지 주변의 오해를 충분히 살만 한 것이었다.
"그게 아냐. 좀더 낮은 곳에서 위로 치켜 올리듯이 검을 휘두르는 거다."
"으음."
벤하르트는 그녀의 허리에 손을 얹어 몸을 확 제쳤다.
"이정도는 내려와야 돼. 뭐 대충 하고 싶다면 아무래도 상관 없겠지만 말이지."
"이자식!"
한 요정이 씩씩 거리면서 요정의 언어로 벤하르트에게 소리치며 다가왔다. 벤하르트는 흘끗 남자 요정을 보았다. 딱 부러진 체격에 벤하르트보다 머리통 하나는 더 크고 아주 잘생긴 외모를 가진 남자가 씩씩 거리면서 벤하르트를 노려보고 있었다.
"호쉬르!?"
"이 자는 뭐지?"
"아 우리 쉬에프 종족중에 가장 강력한 남자인데,"
"내 약혼녀를 데리고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 아무리 네가 은인이라고 해도 이 이상 무례를 저지르는 것은 용납 할수가 없다. 너에게 결투를 신청하겠다!"
요정의 언어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호쉬르를 보고 벤하르트는 캐뱃에게 통역을 요구했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려줘."
"어.. 그러니까 네 무예 실력을 알고 싶으니 한번 대련을 요청한다고 한다."
캐뱃의 말을 듣고 벤하르트는 빤히 그녀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거짓말 하지 마. 여기 공용어를 알고 계시는 분 계십니까?"
한 쉬에프가 손을 들었다. 곱상하게 생긴 금발의 여인이었다. 그녀는 벤하르트에게 다가왔다.
"방금 이 호쉬르라는 자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알려주실수 있습니까?"
여인은 키득 거리며 말했다.
"이 호쉬르는 캐뱃의 약혼자에요. 그리고 방금 벤하르트씨가 한 행동은 우리들의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남사스러운 일이었죠. 그래서 화가난 호쉬르는 벤하르트씨에게 결투를 신청한 거에요."
그제야 벤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그대로 통역해주세요. 저는 아무런 사심이 없었으며 이 일에 대해 정말로 잘못했다고 생각하니 이쯤에서 화를 거두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이죠."
여인은 웃으면서 말했다.
"벤하르트씨가 호쉬르의 도전을 받아 들이겠대."
"좋다! 받아 들이겠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거야!"
캐뱃이 발끈 뛰며 여인의 멱살을 잡자 여인은 그녀의 손을 치며 말했다.
"이런 재밌는 구경을 놓칠수는 없잖아? 우리 일족 최강의 남자와 은인의 한판 승부라니 두근두근 하지 않아?"
그녀는 광기어린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무슨 속셈인거야!"
"장난이야 장난. 하지만 조금 짖궂은 장난이지."
"벤하르트씨 호쉬르는 용서 못하겠다고 하는데요? 아무래도 한판 싸우지 않으면 안되겠어요?"
"벤하르트! 이 여자가 수작을 부렸다. 네 말을 일부러 틀리게 해석해 버려서.. 도전에 응한것으로.."
벤하르트는 여인을 흘끗 바라보았지만, 여인은 일부러 딴청을 부렸다.
'어딜가나 제멋대로인 녀석 한 둘쯤은 끼어 있는 모양이군.'
"캐뱃 이번에는 똑바로 전해라. 방금전에 내가 전했던 말 네게 나는 아무런 사심이 없었고 이 일에 대해서는 정말로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이쯤에서 화를 거두어 달라고 말이다."
캐뱃은 고개를 끄덕이고 호쉬르에게 말하려고 했다. 그때 여인이 살랑거리며 캐뱃의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정말 괜찮겠어요? 아무런 '사심'이 없다고 하는데,"
캐뱃은 순간 몸이 굳어 벤하르트를 돌아 보았다. 그녀를 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실제로 구경꾼들이었기에 멀리서 수군 거리기만 할 뿐 제대로 이 일에 대해 들은 것은 고작해야 열 몇명에 불과했다. 벤하르트와 있었던 일들을 겪으며 아직 어린 캐뱃의 마음에는 다른 감정이 들뜨고 있었다.
"이대로 인정해버리면 절대로 '사랑'은 쟁취하지 못할텐데,"
캐뱃은 몸이 굳어 천천히 호쉬르에게 말했다.
"벤하르트가 말하길 나는 캐뱃에게 사심을 풀었었다. 결투를 받아 들일테니, 이 자리에서 캐뱃을 걸고 나와 싸우자고,, 했어요."
"뭐야!"
호쉬르는 버럭 소리지르면서 벤하르트를 노려보았다.
'뭔가 이상한데.'
그리고 캐뱃은 벤하르트에게 말했다.
"호쉬르가 나를 능욕한 줄로만 알아서 설득 할수가 없다! 이대로 한번 결투를 해서 눌러서 설득하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아."
옆에서는 그 일을 선동한 여인이 키득키득 거리면서 셋을 바라보고 있었다. 벤하르트는 무언가 중간에 일이 꼬였다는 것을 알았지만, 요정 고대의 언어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 일을 스스로 풀지 못할 것이라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 작가의말
너무 급해서 조금 끊어서 올립니다.
보니까 오타를 발견했는데, 나중에 보고 하고 내용까지 조금 더 덧붙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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