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3화(556화)-백검사(3)
졌다고 말했을때 무엇인가가 휘감는 듯한 기분을 받았지만 나지마는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졌다 이거지? 그러면 일단은 마을 사람들에게서 모은 돈을 가져와라. 그때까지 동생은 일단 인질로 잡아 두고 있을테니."
"아 알았다."
나지마는 나무라를 흘끗 쳐다보았다. 나무라는 그 눈빛으로 자신의 형이 어떤 선택을 할지 눈치 채었다. 차마 형의 행동을 말할 수는 없었지만, 그 '도망'이라는 행동에 무작정 동의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닌지라 그는 흙이라도 씹은 얼굴이 되어 버렸다.
'나무라에게는 안타까운 일이다만, 일단 나만이라도 자리를 피해야 겠군. 이 보복은 이 마을 사람들에게 꼭 가해 줄테니 안심하고 죽어다오. 나무라.'
"자 그럼.."
남자는 검을 휘둘러 백색으로 빛나는 줄을 뽑아 나지마에게 휘감았다. 마치 허리띠처럼 휘감긴 백색의 끈을 보고 나지마가 당황해하며 말했다.
"이 이건.."
"오지 않을 경우 그대로 그 끈이 너를 잘라 죽여 버릴 테니까, 일을 끝내면 조속히 돌아 오는게 좋을 것이다."
물론 그 줄에는 그런 능력 따위는 전혀 섞여 있지 않았지만, 그때 보여주는 살기는 '진짜' 였다. 차라리 어중간하게 무예를 단련 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정말 도망칠수 있을지 몰라도, 나지마 같은 실력자에게는 그 위협이 흡사 진짜 같이 느껴졌다.
결국 나지마는 자신들의 은거지에 가서 마을 사람들에게서 강탈 했었던 돈을 전부 가져왔다. 자루로도 상당할 정도로 모인 돈을 보고 남자는 꽤나 놀란 얼굴을 지어 보였다.
빼앗긴 돈더미를 찾자 마을 사람들은 반가움에 얼굴을 활짝 피며 소리를 질렀다.
"와아아!"
마을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냐."
"처음에 이야기 했던 대로, 진 사람은 이긴 사람의 부탁을 들어 줘야 겠는데,"
"그건 이미 돈으로.."
"아 그건 부탁이 아니고 협박이었지. 안하면 죽인다 정도의 의미로, 너도 그래서 '도망치지 않고' 이렇게 다시 온것이 아니었던가?"
"크윽."
이미 상대는 자신의 머리 꼭대기에 있었다. 영리해보이지는 않았지만, 빈틈또한 없어보이는 상대가 무슨 제안을 할지 또 그 제안에 어떤 제약을 걸어 둘지 그는 걱정이 되었다.
"이제부터 너희들은 악행이라고는 절대 하지 않는 것이다. 이걸로 어떠냐."
"뭐라고?"
"잘 못 들었나? 이제부터 너희 형제는 악행을 절대로 일삼지 않는 것을 들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이 마을에 머물면서 평생을 선행을 베풀면서 빚을 갚아 나가도록 하는 거지. 별로 어려운건 아니지 않나?"
환호성으로 신나하던 주변 마을 사람들도 하나 둘씩 소리를 죽여 나갔다. 방금 전 남자의 입에서 나온 말도 안되는 말 때문이었다.
'이녀석은.. 그렇군. 그래.. 그런 성격이었나?'
이래뵈도 나지마 나무라 형제는 많은 여행을 해왔다. 전쟁지역에도 평화로운 곳에서도 활발한 곳에서도 조용한 곳에서도 지내 보았다. 그럴때마다 아주 가끔씩은 보이기 마련이었다. 덧 없을 정도로 나약한 심성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 마치 양의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기회를 주면 누구라도 바뀔수 있다고 '착각'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언제나 형제들의 밥이며 양식이나 다름 없었다.
'그러고 보면 그랬군. 기절해 있어서 제대로 듣지는 못했지만, 우릴 '개심'이라도 시키려 했었던가? 그런것을 위해서 '일부러' 내 상처를 치유해나가면서까지 다시 겨뤘다는건가!!? 웃기는 군. 너같은 녀석은 마을에서 사라지자 마자 더 없을 정도로 마을을 망가트리고 바로 자리를 떠버릴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역시 지금은..'
나지마는 고개를 내리 깔며 말했다.
"아 알았다. 네 말대로 하도록 하지. 패자는 죽어도 할말이 없으며 어떤 심한 꼴을 당하든 승복해야 한다는게 내 지론이었다. 내가 그렇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절대로 나쁜 행동은 하지 않겠다."
"형.."
"나무라 우리는 졌다. 졌으니 이긴 사람의 말에는 복종 해야 하는것이다."
나지마는 지금 이 위기만을 넘기기 위해서 최대한 뉘우치는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누가 보면 정말로 개심이라도 한 것 처럼 믿을 것만 같은 얼굴이었다. 원래 나지마의 얼굴은 투박하기 그지 없었으나 그 안에서도 순하디 순한것만 같은 표정을 지어 보이자 마을 사람들은 수군 거리기 시작했다.
'실컷 떠들어 대라. 이런 녀석은 이정도면 걸리게 되어 있으니까, 네녀석들은 그 뒤에 천천히 요리하면 될 일이지.'
나지마는 남자가 사라지고 나면 괴롭혀 주기 위해 얼굴마저 하나씩 기억해 두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의 안에서 검은 수염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안됩니다. 승패 같은 걸로 뉘우치거나 할 사람이 아닙니다. 여행자분께서 마을을 구해 주셨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작해야 이런 것으로 저자가 뉘우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행자님이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일테니 마지막은 제가 짓겠습니다."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제가 잘못 들은게 아니라면 지금 저자를 용서해주신 것처럼 들렸습니다만,"
"용서라뇨. 저는 그저 약속을 했을 뿐입니다."
검은 수염의 남자는 기가 차서 따지듯 말했다.
"그런 약속 따윌 지킬 사람이 아닙니다. 저녀석들은 인간의 탈을 쓴 악마입니다."
"그러니까 '약속'을 한 겁니다. 딱히 '용서'를 한 건 아니지요."
나지마는 방금의 말에서 무언가 뼈가 실려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생각한 모든것의 위에서 하나씩 무너 뜨린 남자가 '지금 자신이 생각하고 있을 보복'을 모를 수 있을까? 아니 그럴수 있을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알면서도 자신을 죽이거나 망가뜨리지 않는 것은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해온 것을 제가 고작해야 이정도로 넘어갈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남자는 나지마를 내려다 보았다. 냉랭하기 그지 없는 그 차가운 눈으로 남자는 나지마에게 말했다.
"아마 너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거다. '내가 바보 같다' 정도로 말이지. 내가 사람을 죽인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거짓의 연속이었다는 것도 어느정도 눈치채고 있었으려나. 여하튼 너를 죽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중간부터는 눈치 챘겠지. 그래서 그렇게 '뉘우친 척' 이든 '정말로 뉘우쳤'든 그런 모습을 보이면서 이 상황을 넘어가고 싶었던 것이었겠지. 나는 죽이지 않을 것이니까? 하지만 말이지. 그런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나지마는 마른 침을 삼켰다. 실로 자신이 생각했던 그대로를 상대는 전부 알고 있었다. 그렇다는것은 이후에 있을 일도 자신의 예상의 범주를 넘어선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도 자명한 일이었다.
"그래 네 생각대로 나는 사람을 죽이지 못하지. 그렇기에 '기술'이 필요했다. 악인이라도 죽이지 않고 끝내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하고, 죽이지 않아서 뉘우친다는 보장 따위는 어디에도 없지. 이후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을 어떻게 하면 '이변 없이' 죽이지 않고 개심핟록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지."
"뭐 뭘 할 생각이냐."
"뭘 하냐고? 이미 하는 것은 끝이 나 있는 상태다. 앞으로 너는 '영원히' 나쁜짓은 하지 못한다."
"뭐라고!?"
나지마는 당황해하며 근처에 있는 어린 아이를 향해 몸을 움직이려 했다. 순간 마치 심장을 쥐어 뜯기는 것처럼 극심한 고통이 전신을 덮쳐 왔다. 행동을 취한 것도 아니었다. 단순하게 어린 소년에게 위해를 가하고자 마음만 먹었을 뿐인데도 숨조차 쉴수 없고 전신은 압사라도 당하는 듯 뒤어 짜이는 고통이 엄습했다.
"으어어.. 이게 무슨.."
"마음만 먹으면 나쁜짓을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대가는 '죽음'이다. 사실 이미 네녀석도 어렴풋하게 알고 있듯이 나는 사람을 비록 너처럼 악인이라 해도 별로 죽이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기회를 주었음에도 고치지 않는다는건 나라고 해도 별로 사는 것을 바라지는 않지. 그런 녀석들은 '죽어도 마땅하다고' 생각은 하고 있다. 죽이는 것과는 별개지만, 그러니까 앞으로 네가 자신의 삶을 결정 하면 되는 거다. 죽어도 좋으니 '악행'을 해야 겠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면 되겠지. 하지만 장담하건데 '악인'인이상 그런 짓은 할 수 없겠지.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타인을 착취하는 너희들이 목숨이 담보로 잡히게 되면, '어떠한 일'이든 그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 되어 버리게 되는거다. 그게 '악행'이라면 너희들은 평생 '선행'을 연기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 버리게 되어 버리지."
"어 언제 이런 짓을."
"네가 분명히 말하지 않았었나? '졌다'고, 그것으로 완성 되었지. 내 주박은 말이다. 그것이 진심이든 거짓이든 자신의 패배를 인정할때 결정된다. 힘에는 힘으로 네가 주장했던 그 논리 대로 말야. 그 말은 그대로 돌고 도는 것이지. 이런 짓을 하고 있는 나에게도 마찬가지로 말이지."
"이런 바보같은.."
그제서야 나지마는 '자신의 상처'를 구태어 고쳐준 본의를 깨닫게 되었다. 자신들의 상처를 전부 고쳐줘 가면서까지 그는 자신에게서 '졌다' 라는 말을 유도해 낸 것이다. 자신에게 '선행'을 강요하기 위해서 '조건'을 충족 시킨 것이다. 그가 자신들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기회를 준다고 생각했었던 일련의 모든 일들은 사실은 자신들을 손아귀에 가져다 놓고 인형처럼 부리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착한척은 다 하지만 네녀석은 나를 이렇게 부리는 이상 껍데기만 선인인 척 할 뿐이다."
"그 말 대로다."
남자는 전혀 거리낌없이 나지마를 노려 보면서 말했다. 나지마는 그 눈빛에 기백이 밀렸다.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없는 우물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에 가슴이 허해져 독기가 빠져 나갔다.
"나를 선인이라고 '착각' 하지 마라. 나는 그저 이기 주의자일 뿐이다. 사람을 죽이는 건 싫지만, 살려준 사람이 나쁜 악행을 하는것 또한 절대로 용납 할 수 없는 것이다. 착하다고? 아니지. 나는 그저 내 멋대로 행동 하고 싶은 것 뿐이다. 그저 그 굴레 안에 '인간을 죽이지 않는다' 라는 케케묵은 사상이 자리잡고 있을 뿐이지."
남자의 눈은 바라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려 올 정도로 섬뜩했다.
"개인적으로는 그 선인인 척이라는 건 확실히 공감이 가는군. 그러니까 네 입장에서 볼때 '악인'이라고 가정했을때는 내가 무슨 짓을 하든 상관 없지 않나? 애초에 네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따질수 있는 처지는 절대로 아니지. '힘'으로 이 마을의 골수를 빨았다면 '힘'에 의해 강요를 받아도 할말은 없는거다."
"나는 어떻게 되는거냐."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면 되겠지. 네가 생각하는 선행을 행한다면 그 힘을 가지고도 계속 살아갈수 있을 테고, 그게 아니어서 악행을 저지르게 된다면 심장이 터져 죽게 되겠지."
"그 그렇다면 마을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 달려 들면 어떻게 되는거냐. 아까의 부탁에는 마을에서 나가지 않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을 텐데?"
"그때는 죽으면 되겠지."
"뭐 뭐라고!"
"자업 자득이라는건 이럴때 쓰는 말이다. 네가 지금까지 해온 악행을 마을사람들이 한다고 하는게 뭐가 다르지? 해온 만큼 되돌아 오게 되어 있는 것 아닌가? 만약 마을 사람들이 용서를 한다면, 너는 엄청나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고, 용서 할 수 없다면, 그냥 그대로 운명을 받으면 될 일이지. 네가 '억울하게' 당하는 입장이라면 모를까, 너는 엄연한 '가해자' 였으니 어떻게 되든 할 말은 없는것이다. 아까도 말했듯 나는 별로 선인은 아니야. 네가 지금까지 해온 것에 대한 보복을 당하는 것도 별로 불쌍하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으니까, 다만 내 손으로 죽이는 것이 싫을 뿐이다. 여지를 남겨 두고 싶을 뿐이다. 그러니까 나는 착하다거나 한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제멋대로인 이기주의자. 그정도가 나에게는 딱 알맞은 비유라고 할수 있겠지."
나지마를 상대하는 것을 그만두고 남자는 일어서서 나무라에게 향했다.
"으 으으."
나무라는 무기를 들고 남자와 대치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나지마의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
"어떠냐? 졌지?""
나무라는 방금 전 나지마가 당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웃기지 마라. 네 말대로라면 내가 '졌다' 라는 것만 말하지 않으면 그만인 논리라는 것 아니냐! 그딴거 말할까보냐!"
"그래?"
남자는 태연하게 나무라의 팔을 잡아 꺽었다.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나무라의 팔은 기묘한 방향으로 꺽여 나갔다.
"우겍."
시큰 거리면서 팔에서 부터 시작한 고통은 전신을 멤돌아 나무라의 내부를 돌고 돌았다. 그런데도 정신을 잃을수는 없었다. 기괴한 괴성을 내지르며 고통 스러워 할 지언정 속 편히 정신을 잃을수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움직임 조차도 제대로 거누기 힘들었다.
"말하지 않겠다면, 팔을 하나씩 부러뜨리겠다. 그 다음은 내부의 뼈를 박살내주지. 이후에 아무리 치료해도 걷고 행동하는것 외에는 전혀 할수 없는 몸으로 만들어 주겠다. 그래도 좋다면 오기를 부려도 좋아. 나는 어찌 되든 상관 없으니까,"
"크아윽."
남자의 행동 하나 하나가 계속 될때마다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질렸다. 이미 나무라의 양팔은 문어처럼 흐느적 거리고 있었고 그 참상은 참혹하기 그지 없었다. 아무리 악당이었다고 해도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은 평범한 마을 사람들로써는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하나 둘씩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수근덕 거리면서 돌아갈 정도로 그것은 잔인한 광경이었다.
"아직도 말 하지 않을거냐?"
말투는 처음과 전혀 변하지 않았다.
"으으.. 으윽."
"그래 그렇다면,"
또 다시 이번에는 다리쪽에 손을 가져갔다. 능숙하게 뼈를 부서뜨리며 남자가 말했다.
"혹시 착각하고 있을까 해서 하나 말해주지. 나는 너를 죽이지는 않는다. 그것만은 확실하니 안심해도 좋다. 하지만 '죽이지 않기에' 너는 걸어다니는것 외에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려야 하겠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어디를 가도 치료할수 없게 뼈를 완전히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있는 거다. 너는 '졌다'라고 말해서 '악행'을 저지르지 못하게 되는것이 싫은 모양이다만, 나는 네 사지를 부수어서 다시는 '악행'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아니 악행을 저지르게 된다면 되려 네가 당하도록 만들어 두는 것이다. 어차피 이후에 악행을 저지를 녀석에게 내가 선처를 해줄 필요도 없겠지?"
그제야 나무라는 자신이 지금 오기를 부릴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차피 자신은 오기를 부리게 되면 사지가 박살이 나게 되어 있었고, 그런 몸으로 지금과 같은 삶을 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졌다라고 말해서 남자의 규칙에 종속 당한다면 적어도 힘은 보존할수 있는 것이다. 선행을 한다고 죽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지금 당장에라도 이후에 있을 자신의 처지가 두려워 졌다. '다리'라도 아직 남아 있을때 '졌다' 라고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남자의 표정 없는 얼굴로 다가오는 손가락에 나무라는 기겁을 하며 발버둥 치다가 말했다.
"그 그만 그만.. 져 졌다. 아니 졌습니다. 졌어요. 제발 그만해. 그만해주세요."
"너도 형과 같이 이 마을에서 '악행'을 절대 저지르지 않으며 살아 가줬으면 좋겠군."
'뭐가 좋겠군이냐. 이 개같은.. 이제부터 이런 손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은거지? 아 괜히 오기를 부려서 이게 뭔 꼴이람. 크으으.. 아파.. 저녀석.'
욕을 한바탕 해주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수 없었던 것은 내용의 질만 다를 뿐이지. 지금껏 자신들이 마을에 해왔던 행동과 무엇 하나 다를게 없는 행동이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뭐라고 따지는 것은 되려 자신에게는 족쇄 밖에 되지 않는 다는 것을 그는 눈치가 없었음에도 어렴풋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어이."
남자가 나무라를 불렀다.
"손 내밀어라."
"뭐 뭘 하려고."
남자는 번개같은 움직임으로 검을 휘둘렀다. 산산조각이 나서 흐물거리던 나무라의 손은 언제 그랬냐는듯 말끔하게 부활해 있었다.
"어 어어?"
남자는 마을 사람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시선에 마을 사람들에 눈에는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남자는 살짝 비웃는 듯 웃어 제끼고는 검을 검집에 넣고는 돈 자루를 챙겨 드는가 싶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럼 그렇지'라는 눈으로 남자를 보면서 수근덕 대고 있었는데 남자는 자루 안에서 10크닐 정도를 챙겨 들었다.
순간 벙찐 얼굴로 마을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둘러 보았다. 남자의 주변에서 모든 것을 들었던 사람들은 한사람씩 나지마 형제에게 다가가서 지금까지 당했던 것들을 보복하는듯 마구잡이로 밟고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렇게 밟고 있는 와중에 속이 싸하게 냉랭해지는 기운을 느끼고 사람들은 순간 움직임을 멈추었다. 너나 할 것 없이 시선이 모인 곳에는 의문의 남자가 그들을 노려 보고 있었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인데도 전신이 손아귀에 잡힌 것 처럼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서 너나 할 것 없이 그 미묘한 정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보기만 할 수 밖에 없었다.
"크흠 크흠.. 뭐 지금까지 삭힌 분이 이걸로 풀리지는 않았지만, 네녀석들이 우리에게 해를 끼치지만 않는다면 나는 더 이상은 뭐라 하지 않겠다."
그중에서도 눈치가 빠른 한 남자가 그리 말하자 다른 사람들도 더 나지마 형제를 추궁하려 들지는 않았다. 개중에는 씩씩 거리면서 더 괴롭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분위기를 읽을줄 아는 사람들이었기에 나지마 형제를 치는 것을 그만 두었다.
"쳇.. 오지랖도 넓으신 녀석이구만,"
이래저래 밟히고 맞아 넝마가 된 나지마는 그렇게 중얼 거리며 일어나 남자를 거들떠도 보지 않은채 나무라와 함께 마을 변두리의 은신처로 사라졌다.
"하아."
남자는 한숨을 짧게 내쉬고는 마을을 나가려 했다.
"저기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가로 막는 사람은 검은 수염의 남자였다. 그 뒤에는 초롱 초롱한 눈으로 지켜보는 갈색 수염의 남자도 있었다.
"저를 도와 주셨는데 이렇게 그냥 보낼 수는 없는 일이지요. 저희 집에 가서 식사라도 한끼 대접하고 싶습니다만,"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거기에 저는 별로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한 일도 아니고 말입니다."
처음과는 다르게 냉랭해 보이는 남자의 모습에도 거리낌 없이 검은 수염의 남자가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은인이신건 변함이 없지요. 거기에 마을 사람들을 위하지 않았다고 해도 상관 없습니다. 본의 아니게 '도움을 받아버렸으니' 저도 기분대로 초대하는 것일 뿐입니다. 물론 억지로 권하는 것은 아닙니다. 불편하시다면 더 잡지는 않겠습니다."
"벤. 뭘 그렇게 빼고 그러는 건데?"
"아니 뭐.."
뒤에서 들리는 여인의 목소리에 남자는 처음으로 약간 당황해 하는듯 보였다.
"어차피 '정보'도 필요한 것 아니었어? 내가 보기에는 이분들 한테서는 제대로 된 정보를 들을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하는데 말야."
두건을 두르고 모습을 감추고 있어서 잘은 살피기 어려웠지만, 여인의 몸은 그 두르고 있는 천만으로도 어쩐지 모르게 '아름답다'는 것이 연상이 되는 굴곡의 몸매였다.
"그렇긴 하지만 말이다."
여인은 스리슬쩍 검은 수염 남자에게 접근 하고는 귀엣말로 말했다. 가까히에서 보니 여인의 피부는 잡티하나 없이 깨끗했다. 두건의 사이로 금발의 머리가 보였는데 얼굴을 볼수 없었음에도 검은 수염의 남자는 왠지 긴장되어 제대로 말도 꺼내지 못했다.
"저녀석은 원래 강하게 나오면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니까, 강제로라도 끌고 가는게 좋을것 같은데 말이죠."
"네? 아.. 아아.."
검은 수염의 남자는 원래가 장사꾼이었기 때문에 넋살 하나는 자신이 있었다. 머뭇거리는 남자를 그는 능숙하게 반 강제적으로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 작가의말
여기까지가 사실상 어제 올리려 했던 부분이었지요.
그나저나 시험 공부를 해야 되는데, 참 집중이 안됩니다. 시험이 엄청 어려워서 참 걱정입니다. ㅠㅠ..
오늘이 화요일이니 바로 내일 수요일 아침이면 치르고 있겠군요.
체감상 수능 시험 한과목보다 더 어려운 (역대 만점이 3번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그놈의 과목,,, 아.. 절망 스럽네요.
그나저나 평점이 묘하게 눈에 들어오네요.
뭔가 두근두근 한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높은 상태가 유지되면 즐거운 기분으로 글을 쓸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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