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464화-
덴의 산을 떠나 그들은 일단 여행을 떠나기 전 준비를 하기 위해 스유딘에 들렸다. 왠지 마을은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몇몇 군데에는 집을 새로 짓고 있었고, 사람들도 이전에 비해서 상당히 늘어 있었던 것이다.
벤하르트가 마을에 도착한것을 발견하고 마을노인 험크이는 반갑게 그들을 맞이했다.
"그래 그분은 만나고 온건가?"
"네. 아직도 정정하십니다."
"그러시겠지."
"그런데 전에 왔을때와 마을이 조금 달라지는것 같은데,"
"아 눈치 챘나?. 이전에 휩쓸고간 역병 그러니까 당신이 구해주었던 그 역병때문이라 할수 있네. 왠일인지는 몰라도, 덴 님의 소문이 쉬이루 도시에 나게 되었지. 거인에 도시의 한축이 무너진 일은 알고 계시겠지?"
벤하르트야 눈으로 직접 그 참상을 지켜 보고 왔으니 모를리 없었다.
"그때 거주지역을 읽은 사람들중 몇몇이 이 마을에 오게 되었네. 해서 마을사람들을 모아 거주지를 만들고 있는 중일세."
"나무가 모자른것 같군요."
"잘 보았네. 바로 앞에 산이 있기는 하지만 그곳은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되니까. 여기서 조금 멀리 떨어진곳에 조금 큰 숲이 있는데 그곳의 나무를 꺼내어 사용하고 있는 중이지 ."
"저희도 일손을 조금만 도와드리겠습니다."
"하아."
레니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고, 험크이는 극구 부인하면서 말했다.
"아니 타지에서 오신 손님에게 힘을 빌릴수야 없는 노릇이지. 걱정 말게나."
"사양할것 없어요. 남아도는게 힘밖에 없는 녀석이니까, 사서 고생하는 녀석이거든요."
"그 숲은 어디에 있는지."
"지금 마력석으로 길을 놓아 두었으니, 이 마력석을 따라서 쭉 가게 되면 볼수 있을것이긴 하지만, 그렇게 할 필요까지야.."
사실 스유딘의 일손은 부족했다. 그렇기에 벤하르트가 돕는다는것은 좋은 일이기는 했지만, 험크이에게 있어서 벤하르트는 덴과 관련이 있는 중요한 사람중 하나였다.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둘째로 치더라도 당장에 험크이만은 벤하르트를 높은 손님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거절한것이었다.
그러한 이유 외에도 아무리 일손이 부족하다지만 벤하르트가 돕는다고 눈에 띄게 일이 진척될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라는것도 이유에 속했다. 양쪽 다 비슷하다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것이 험크이의 심정이었다.
"그럼 가볼까."
가볍게 몸을 풀고 벤하르트는 시원하게 기를 둘렀다. 전보다 확실히 안정된 기를 보며 레니아는 꽤나 벤하르트가 달라졌음을 느꼈다.
"오빠 저도 도와도 될까요?"
벤하르트는 잠시 생각하고는 이런것도 라프라의 인성에 도움이 될것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셋중 둘이나 일을 하자고 나서자 레니아도 가만히 있을수만은 없었다.
"그럼 나도.."
하지만 그녀가 의견을 내기도 전에 벤하르트가 말했다.
"레니아 너는 여행준비를 하면 되겠다."
"뭐?"
"너는 여행준비를 하고 그 동안에 라프라와 나는 일을 조금 도우면 빨리 끝날테니까,,"
"헛소리 하지 마. 나도 참가할거야."
"뭐? 아무래도 상관은 없지만,,"
"좋아. 수련의 성과는 내가 직접 봐주도록 하겠어. 일단은 숲까지 가장 빨리 도착하는 걸로 어때?"
"정말 아무래도 상관은 없는데 말이지. 어째서 그렇게 의욕이 생긴거야?"
방금전까지만 해도 못마땅하다는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던 레니아를 상기하며 벤하르트가 물었다.
"시작!"
벤하르트에게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고 그녀는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잠깐만!"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라프라와 레니아를 선두로 벤하르트도 그 뒤를 따라 숲으로 향했다.
숲으로 향하는 길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무를 나르고 있었다. 보통 삭막한 땅에서 나무란 상당히 귀한 물자중 하나여서 저렇게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숲에 도착하자 벤하르트는 그런 생각을 지울수 있었다.
멀리서 시야에 들어오는 숲은 그의 생각보다 훨씬더 거대한 것이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것은 레니아였고 그 뒤를 이어 벤하르트가 도착했다. 라프라는 꽤나 시간이 지난 후에나 숲에 도착할수 있었다.
"이겼다! 뭐야 수련을 헛으로 한것 아냐?"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 내가 수련한것보다 네 그 움직임이 더 이상하잖아."
벤하르트는 확실하게 성장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레니아보다는 확실히 움직임이 느렸다. 본때를 보여주기 위한 레니아의 마법 때문에 결국 벤하르트는 처음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하지만 이정도의 거리라면 다른 사람들은 꽤나 고생을 하겠는걸."
벤하르트는 지도를 꺼내들었다. 스유딘에서 조금 떨어진곳 분명히 거대한 숲이 그려져 있었지만, 벤하르트와 레니아가 쉬이루 도시에서 스유딘으로 향하는 길에 보지 못했을 만큼 스유딘에서 숲까지의 거리는 생각보다 무시할수 없었다.
"괜히 나무가 부족한게 아니었군. 이쯤되면 덴형이 산을 점거하고 있는것은 조금 이기주의적인데 말이지."
"이기주의라니, 네가 그런말을 하는것도 웃긴 노릇인데,"
"어쨋든 각자 나무를 나를수 있을 만큼만 챙기도록 하자. 레니아 방침은 일임해도 되겠지?"
"두말하면 잔소리지."
"라프라도 너무 무리하지 말고 적당히 나무를 챙기도록 해."
"네!"
소풍이라도 나온듯 라프라는 밝게 대답하고는 손을 서서히 변화 시켰다.
'도끼인가?'
곧 낑낑 거리는 라프라의 목소리가 들렸고 벤하르트는 다가가 말했다.
"라프라 내가 준 검 가지고 있지?"
"네."
"그걸로 나무를 베면 될거야."
"이렇게 작은데요?"
라프라는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날이 그다지 길지 않았다. 소도에 속하는 레니아의 치프보다도 더 짧을 정도여서 단검에 가깝다고 할수 있었다.
"작아도 할수 있어. 이렇게 돌려서 자 간단하지?"
"그렇네요. 하지만 이걸로 저는 끝인데요."
"아 그런가?"
숲의 나무는 꽤나 길었기 때문에 하나만 해도 굉장히 들기 어렵다고 할수 있었다. 벤하르트 스스로는 한개로는 도저히 성에 차지 않았기 때문에 미처 라프라의 시점에서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 이 나무를 정리하도록 해서 들고갈 준비를 하도록 해. 이 긴 나무를 그대로 들고갈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말야."
"네!"
우지끈 거리며 쓰러지는 나무와 사람들의 환호성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레니아녀석 화려하게 하고 있나보군. 그렇다면 나도.. 시작해볼까?'
벤하르트는 검을 뽑아들었다. 지금까지의 기를 다루는 능력이 온화하게 흐르는 미풍 바람과도 같았다면 지금의 그의 기는 그 바람을 한없이 압축시킨 칼날과도 같았다. 그는 한번 검을 휘둘러 나무를 하나 둘씩 베어내기 시작했다.
은백색의 궤적이 한번 휘둘러 질때마다 나무는 한그루씩 떨어져 내려갔다. 희한하게도 나무에 검은 닿지 않았다. 검을 매개체로 했지만, 벤하르트는 기로 나무를 베어낸 것이다.
"이정도면 되려나.."
어느샌가 사람들이 웅성이면서 모여서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룬델에 비해서 사람들의 강함이 평준화 되어 있는 에린델에서는 벤하르트의 경지가 어떠한 것인지를 눈치챈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면,,"
벤하르트는 검에서 기로 이루어진 흰색의 끈을 만들어 나무들을 보기 좋게 묶어 냈다. 그리고는 그 상태로 나무를 들어냈다.
'우욱. 역시나 검을 이용한다고 해도 꽤나 힘들구나..'
사실 검을 끈으로 만들어서 이용하는것은 이전에도 해왔던 것이었지만, 그것은 조금만 타인이 신경을 쓰면 끊어지는 불량품이라 할수 있었다고 한다면, 지금의 기술은 거대한 나무들을 묶어서 들어내는데 사용할수 있을만큼 그 강도가 현저하게 늘어났다고 할수 있었다.
보기좋게 묶었다고는 하나 사람보다 배는 더 거대한 나무들을 드는것이라 사람들의 눈에는 정말 기이하게 비추어 질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영웅처럼 취급받으면서 일을 하던 사람들은 처음에는 벤하르트의 독주에 약간은 기분이 상했었지만, 지금은 그 실력에 순수하게 놀랄수밖에 없었다.
"아 그렇지 나무들을 조금 더 베어두고 가면 일을 할때 편리하겠지."
그렇게 생각한 그는 검을 휘둘러 몇그루의 나무를 더 베고 다시 나무를 나르기 시작했다.
"후아.. 힘들다."
아무리 벤하르트라고 해도 그냥 맨몸이 아닌 기를 이용해 나무를 들어 올린것은 굉장히 버거운 일이었다. 사실상 검없이 스스로의 기만을 사용했다면 한그루도 들지 못했을 정도로 그것은 체력을 많이 소모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어 어떻게.."
벤하르트보다 몇배는 넘는 나무가 산더미처럼 마을에 당도했다.
"이정도는 되어야 그분과 만날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하 그도 그렇군. 우문이었네. 이정도라면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수 있겠군."
"다행입니다."
"하여간 무식하기 그지 없는 방법이군."
레니아는 딱하다는듯이 말했다.
"레니아 왔어? 그런데 나무는?"
"가지고 왔지."
"가지고 오다니 없잖아?"
"있어. 잠깐만.."
레니아는 공중에 날아 올라 작게 중얼 거리고는 허공에 원을 그렸다. 그러자 원 안에서 나무가 하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나 하나의 나무를 세우는것은 벤하르트의 몫이었다.
"위험하잖아."
"잡아 줄거라고 생각했지."
"그나저나 그건 뭐야?"
"덴과 함께 연구했던 마법중 하나야. 원래 내가 신이었을때는 자연스럽게 할수 있는 마법이었는데, 지금은 편법으로 이렇게 사용할수 있게 되었지."
둘은 별것아니라는듯 잡담했지만, 마을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놀라운 일이 아니라 할수 없었다.
"하아 하아.. 저도 왔어요."
라프라도 자신의 몸보다 더 큰 나무를 한 등어리에 짊어지고 도착했다. 벤하르트와 레니아에 비해서 양은 확실히 적었지만, 라프라의 외관상의 나이는 고작해야 소녀에 불과했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더욱 놀랄수밖에 없었다.
"이제 보니 기인들이셨군."
개중에는 자신들을 구해준 벤하르트의 얼굴을 알아보는 작자도 있었다. 마을사람들이 족히 두어달은 해야 했던 일을 고작해야 반나절만에 끝낸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그날 이후 스유딘 마을에서 영웅처럼 떠받들여 졌다.
- 작가의말
마음의 양식님이 굉장한 지적을 해주셨는데, 사실 그 점에 대해서는 그냥 제가 잊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추가했더니 글이 더 멋지게 되었더군요. 뒷 이야기까지 포함해서 감사합니다.)
소설을 쓰면서 기에 대한 설정을 좀더 세밀하게 가다 듬다 보니 그 외의 것에 집중을 못해서, 보통은 여러가지를 가정하면서 쓰는걸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아예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네요. (사실 설정해둔 한두개도 조금 빼먹었고,, ㅡㅠ;;)
보통은 그런 부분이 있으면 설사 까먹었다고 해도 다음 화에서 수습하거나 이런식으로 갑니다만은(여행을 재개한 후라던가) 이번것은 그런게 불가능하고 뒤에서 수습할수 있는 사안이 아닌 관계로 다행히 수정시간이 지나지 않아 수정했습니다.
양식님이 지적해주시지 않으셨다면 아마 모르고 지나쳤을 거에요.. ㅠㅠ;; 구멍이 뻥(이미 난 구석은 많겠지만,) 뚫어 졌겠죠.
요즘 머리가 둔해 빠졌습니다. ㅠㅠ;
어쨋든 정말 지적 감사합니다. 벤하르트의 정이 식은게 아니고, 제가 기억을 못한것입니다. 다시 수정해서 중간에 들어갔고, 다음에 있을 화에서도 그부분에 대한 언급이 들어갈 예정입니다. 원래는 들어가는게 맞는건데,
그래도 출판 같은게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출판물이었다면 그저 오류로써 끝났을 테니까요. 다른분들도 위화감이 있을때에는 댓글에 남기셔도 됩니다. 그게 제가 의도한 부분이면 수정하지 않습니다만,(사실 이전에는 그런게 몇개 있긴 했었지만, ^^;;) 그저 실수라면,, 수정을 해야겠지요??
어쨋든 감사하구요. 이번것은 제 완벽한 미스 입니다.
또 한분 jeuskan님도 간접추천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양 하면 뺄수 없는 작품을 제가 만들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 진행중이긴 합니다만은,,
여튼 두분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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