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69화(627화)
"데인.. 너.."
"무사해서 다행이다. 케이슨."
"뭣하러 온거냐 바보녀석.. 이라고 말할수는 없는 노릇이구만, 이번만큼은 정말로 죽는줄 알았다고,"
"오길 정말로 잘했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테미씨는 어떻게.."
"조금 고생좀 했지."
데인은 미묘한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하지만 말야. 테미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배려가 깊은 여자라고,"
"아니 그거야 진즉부터 알고 있었지만 말야."
"데인님! 케이슨님! 괜찮으십니까?"
"그래 지원 덕에 어찌어찌.. 그나저나 데인 제정신이냐.. 이 임무에 직속의 병사들을 데리고 오다니,"
"어쩔수 없었다고, 네가 어디로 갔는지 들으려면 이녀석들에게 물을 수 밖에 없었거든, 말리려 해도 억지로 쫓아온 것 뿐이다."
케이슨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알만하구만,"
"그래서 그녀석들은 뭐였던거야?"
"정확한 것은 모르겠다만, 그녀석들은 발키온의 저택에서 무언가 볼일이 있었던 것 같다."
"발키온? 발키온이라면,"
"그래 전쟁 지지파의 중추지. 아무래도 그녀석들에게 무언가 협박을 당하고 있었던 것 처럼 보였지만, 말이나 모습 같은건 거의 보지 못했어. 내가 확인한건 그 수상한 무리들이 발키온과 접촉하는 것 정도만 확인했을 뿐이다. 그것뿐이었는데도 기척을 감지당하고 쫓긴거지."
"엄청난 실력자들이었던 것 같은데,"
"솔직히 그녀석들 전부 일대일이었다고 해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정도의 실력자들이었지. 한명은 방심해서 어떻게든 이길 수 있었지만, 이후에는 통하지 않겠지."
"그렇겠지."
"거기에 그녀석들 전부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그중에서도 한명은 나로는 도저히 이길수 없을 정도로 격이 달랐어. 결과적으로는 그녀석덕분에 목숨을 부지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만,"
"그건 무슨 말이야?"
케이슨은 방금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래. 만약 내가 상태가 좋았다고 해도 그녀석만은 이길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잠시 생각하고 데인이 말했다.
"어쨋든 일단 바킴스님에게 보고를 해두는게 좋을 것 같다."
"수수께끼의 집단이라.. 그들이 발키온의 저택에서 나왔다고?"
"예. 케이슨의 말에 의하면 그런 모양입니다."
"지금까지의 조사대원들은 전부 그들에게 당한 모양이로군."
"아마 그렇겠지. 잘난 척은 아니지만, 나정도 되는 사람도 그녀석들에게는 확실하게 밀릴 정도일진대, 일개 조사대원들이 그런 괴물들에게서 살아 돌아올리 만무하고, 증거조차 남길리도 없지. 그것을 위한 추격이었을테니까,"
"흐음.."
"솔직히 내가 그들을 확인했다는 것 하나로는 아마 발키온을 몰아 붙힐수 없을거라고 보는데,"
"어째서지?"
"만났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내 증언 뿐이지만, 나는 그 이후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으니까, 발키온이 화를 내고 있는 것 까지는 어떻게든 확인 했지만, 그 이유도 모르겠고 말이지. 그녀석들이 무슨 목적이었는지, 발키온이 그들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인지는 제대로 듣지 못했어. 발키온이 바보가 아니라면, 이 상황을 이해도 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불어 버리거나 하지는 않겠지."
"그렇구먼, 하지만 그들과의 접점이 있다는 것은 발키온에게 그들과 관련된 무엇인가가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 아니겠나?"
데인은 잠시 궁리하다가 말했다.
"그런데 케이슨."
"왜?"
"그녀석들이 너를 노리고 온 것은 증거인멸을 위해서 였던 것이겠지?"
"아마 그렇겠지."
"그렇다면 네가 말했었던 자는 어째서 너를 살려 준 것일까. 임무보다도 너를 인정하는게 더 먼저였을까?"
"그거야 그녀석 마음 아니었겠나?"
"꼭 그렇게만 생각할 수는 없을지도 몰라. 지금까지 이정도까지 철저하게 자신을 숨긴 녀석들이야. 그럼에도 자신의 기분에 따라 너를 놓아주었다는 것은 조금 이상하잖아?"
"그건 그렇지만, 딱히 뭔가 다른 이유도 없지 않나? 너.. 설마 나를 의심하는건 아니겠지?"
"그럴리가.. 너를 의심하는게 아니야. 다만 조금 생각을 해봤을 뿐이지. 몇가지 떠오른게 있어. 하나는 네 말대로 정말로 그녀석은 자신의 기분에 따라 움직였을 것이라는 점."
케이슨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는 그쪽이라고 본다."
"다른 하나는 그것과는 별개로 사실상 자신들을 조금 정도는 노출해도 상관이 없을지도 모른다 정도일까."
"뭐?"
"가급적이면 숨기는게 좋겠지만, 조금정도는 놓쳐도 상관 없다. 그러니 그 남자는 너를 살려주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별로 중요한 이야기도 아니잖아. 어느쪽이든."
데인은 곰곰히 생각했다.
"아니 그건 또 모르는 일이지."
"뭔가 짚이는게 있는건가?"
바킴스의 물음에 데인은 약간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
"제가 군인이 되기 전의 일입니다. 저는 모험을 하면서 각지를 돌아다니고 있었죠. 아마 룬델에 있는 나라들은 전부 돌아 다녀 봤을겁니다. 그때에는 아직 전쟁이 나지 않았었지만, 기묘한 소문을 듣곤 했지요."
"소문?"
"어느 나라를 가든 한번씩은 '전쟁'에 대한 뜬 소문이 나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당시에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뭐 몇년 후에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지만요,"
데인은 그당시의 일을 떠올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라군델 정도라면 모를까, 변방의 소국들 조차도 전반적으로 전쟁에 대한 분위기가 고조 되어 있었으니까요."
"그게 이번 일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거야? 그래서 전쟁이 난 것 아냐?"
"잘 생각해봐. 나는 직접적으로 네가 이길수 없다는 그 남자를 본 적은 없어. 그렇기 때문에 그 남자가 어떤 생각으로 너를 놓아 주었는지는 모르지. 하지만 지금까지 배일에 싸여 있었던 그들이 그렇게 쉽게 물러난 것에는 무언가의 필연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거야."
"그렇군. 계속해보게."
바킴스는 희끗희끗한 수염을 만지며 말했다.
"만약에 제가 그때 들었던 그 소문들이 케이슨이 말했던 그 사람들과 연관성이 있다면 어떻습니까?"
"하지만 그것은 너무 비약이 아닌가?"
"비약입니다. 하지만 제게는 여기서 케이슨을 놓아줄 수 있었다는 쪽이 더욱 더 이상하게 생각됩니다. 그리고 일련의 각지에서의 사건들 또한 생각해볼 문제였다고 봅니다. 케이슨 다시 한번만 묻겠는데, 내가 지원을 왔다고 해도 그들은 확실하게 너를 없앨 수 있었지?"
"그래. 세번은 더 죽일 수 있는 여유정도는 있었겠지. 그녀석이 움직였다면 말야."
데인은 눈을 감고 생각했다.
"애초에 케이슨을 제거 하고자 뒤를 잡았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은 실제로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 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말은.."
"여기서부터는 예상에 불과하지만, 발키온 측을 버려도 손해볼 것은 없다는 쪽으로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니 발키온은 무언가 화를 내는 듯 했었더랬지."
"발키온은 요 몇년 사이에 놀라운 성장을 거둔 귀족입니다. 바킴스님 그는 어떤 사람입니까?"
"흐음.. 야심가라고 보면 되려나.. 그는 능력은 뛰어나나 가문을 잘못 타고난 경우라고 할 수 있었지. 정계의 일은 잘 알지 못하나.. 어느순간엔가 그는 권력을 손에 잡게 되어 있었네. 그 뒤에는 일사천리처럼 자신의 권력을 견고하게 굳히게 되었지. 사실상 대단한 자가 아닐 수 없네."
"바킴스님이 인정하실 정도로 잘난 사람이라면 이 전쟁이 '옳지 않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겠지요. 지금 전쟁은 이미 '자신의 명예'를 위해 주장해야 하는 정도를 벗어나 있습니다. 정말로 이 전쟁이 미치는 영향을 모른다면 모를까, 그정도로 뛰어난 자가 이 전쟁이 샤이한에 미치는 영향을 모를리가 없겠지요. 자연히 자신의 밥그릇과의 비교도 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한다는 것은 무언가 목적이 있다는 이야깁니다. 그것이 강제가 되었든 자의가 되었든 말이죠. 아마도 그것은 어제 케이슨이 만난 자들의 문제일 확률이 높겠지요."
"그럴수도 있겠네만,"
"그것에 대해 우리가 알게 될지도 모름을 알면서도 케이슨을 놓아 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발키온은 어떻게 되도 상관 없거나, 자신들을 노출해도 상관 없거나하는 이유가 확실하게 존재했겠죠. 그렇다고 한다면 그들이 다른 곳에 손을 뻗치고 있을 확률은 높다고 생각합니다."
바킴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 적은 정보를 가지고 놀라운 견해이긴 하네만 그것은 전부 추측에 불과하네."
"그렇습니다. 확실히 이건 전부 제 추측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 추측을 조사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음..?"
"아마 케이슨이 말한 대로 발키온이 바보가 아닌 이상. 케이슨이 본 막연한 정보만을 가지고 발키온을 추궁하기란 힘들겠지요. 얻을 것은 없겠지만, 그 일에 대해서는 바킴스님이 맡아 주셨으면 합니다. 반대로 저는 그 외의 것을 조사해보겠습니다."
"그 외의 것이라면,,"
"지금까지 일어났던 타국에서의 일련의 일들에 대해 조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벌써 몇년이 되었지만, 만약 제 생각이 맞다고 한다면, 최근의 전쟁에서 영향을 보이는 측으로 부터의 정보를 어느정도는 얻을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데인 현재는 전쟁중이네.. 거기에 타국에 대한 조사를 하는데에는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가 없네. 샤이 한을 조사하는 것에도 나는 자네들에게 대대적인 지원을 할 수가 없었어. 하물며 타국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네. 자연 위험함도 지금 이상이 될 수 있을터.. 거기에 시간도 아주 많이 들것이네. 가정을 이룬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괜찮겠나?"
'벤하르트.. 테미..'
데인은 잠시 집안을 생각했다. 아마 이 일을 맡는다면 적어도 몇달 정도는 자리를 비워야 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왕 여기까지 와버렸잖습니까. 어차피 이렇다면 해보는수밖에요."
"테미가 어떻게 나올지 기대되는구만,"
"그 말만은 하지 말아줘."
"그렇다면 부탁하도록 하지. 자네들이 없는 동안 나는 내부의 세력에 대한 조사를 독자적으로 다시 한번 알아 보도록 하겠네."
"이미 저희들의 얼굴은 팔려 있습니다. 아무래도 자식과 아내를 노릴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경비를 붙혀 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바킴스님의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얼마전에 손자를 보셨다고 들었습니다만,"
"후후.. 오지랖도 넓구만, 이런 일에 끼어 들게 만든 못난 상사에게까지 신경을 써주다니,"
케이슨은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이럴때는 아무도 없는 내쪽이 편리한 것 같은걸 그래."
바킴스는 가늘고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우.. 그러면 부탁하도록 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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