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42화(596화)-
"이 지도와 제가 동행하는 것을 교환하는 것은 어때요?"
"거절하겠어. 지도 같은건 언제든지 구할 수 있으니까, 막말로 방금전 너를 데려다 주었던 그 마을까지 가는 것도 무리한 일이 아니고,"
"그렇군요. 확실히 그말대로네요."
이니프는 흔쾌히 그 현실을 받아 들였다.
"하나 묻고 싶은게 있는데, 어떻게 이곳에 나타난거지?"
"대답할 의무는 없네요. 정히 알고 싶다고 한다면, 동행을 허락한다면 알려주지 못할 것도 없지만요."
"그렇다면 듣지 않도록 하지. 궁금한건 사실이지만, 귀찮은건 사절이야. 그정도로 붙힘성이 좋다면, 그 돈으로 어디를 가서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겠지."
"아 그 돈 말인데요? 이 지도를 사면서 잃어버렸네요."
"뭐! 무슨 헛소리야!"
벤하르트는 화를 잘 내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가 이니프에게 건네 주었던 금화는 일전 한 나라를 구해주고 그 보상으로 받은 것으로, 그 가치가 한 마을 정도는 능히 살 수 있을만큼 대단한 보물이었다.
"잃어버렸다고 말할건 없지만, 어쨋든 제 수중에 그 돈이 없다는 것 만큼은 확실한 사실이죠."
"그 돈은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물건이었어. 그렇게 잃어버렸습니다 하나로 끝낼 물건이 아니었다고,"
"그렇겠죠. 아크라이트의 증명의 보석. 순수의 황금이라고 불리우는 아주 값어치 높은 물건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죠."
"알고 있었는데도 잃어버렸단 말이지?"
"형식상으로는요. 벤하르트씨 그 마을에 저를 내려다 주시기는 했지만, 그 마을이 어떤 마을인지에 대해서는 몰랐었던 모양이네요. 아니면 관심이 없었다거나?"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거지?"
"그 마을은 제3지역에서도 손을 꼽을 정도로 가난한마을이에요. 거기에 최근에 있었던 연이은 기후변화로 인해 마을 대부분은 피죽하나도 못 먹고 있는 현실이었죠. 그런 곳에서 그런 거금을 거슬러줄 사람이 있을리가 없잖아요? 물물교환조차도 성립되지 않는 아득한 금액을 쥐어주고 잘 살아 봐라.. 라고 하시다니,"
"그건 네가 알아서 해결할 몫이야."
"네 그러려구요."
그녀는 요사스럽게 웃어보였다.
"그 돈은 마을의 잡화상에게 기부했습니다. 조건은 지도 하나와 마실 물건 몇개 그리고 그 돈으로 마을에 도움이 될만한 일을 한다는 약속이었죠. 어때요? 저는 꽤 그럴법한 일을 한건가요?"
"....."
"제멋대로 돈은 그렇게 써버렸고, 벤하르트씨는 저와 동행할 마음이 없다고 하시지만, 이쪽은 '그럴마음'으로 여기에 있는 것이거든요. 뿌리치고 싶다면 기절을 시키거나 아니면 죽이는 수밖에는 없을거에요. 저는 그런 여자니까, 벤하르트씨가 동행을 안하겠다고 하는 건 자유. 그렇다는건 제가 벤하르트씨를 따라가는 것 또한 자유겠죠?"
벤하르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말했다.
"터무니 없는 요정에게 물려 버렸군."
"제 독은 웃으면서 유야무야 넘길수는 없을거에요."
"그런것 같군."
"나는 동행을 할 마음은 없지만 말야. 이왕 이렇게 된 거 들려주지 않겠어?"
"어떤것을?"
"아까 내 등뒤에서 나타난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밑천은 들내지 않는 성격이지만, 여기서는 신뢰라는걸 쌓아둘 필요가 있겠네요."
이니프는 한발한발 사뿐히 내밀면서 벤하르트의 앞에 섰다.
"저는 요정이에요."
"그건 보면 알아."
이니프가 요정이라는 것은 백이면 백사람 단번에 알아차릴수 있었다. 뽀족 튀어나온 귀 조각같은 외모. 리스나 레니아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여인으로, 누구나 보면 그녀가 요정일 것이라고 생각할만 했다.
"하지만 쉬에프는 아니죠."
"뭔가 말에 뼈가 실려 있는 듯한 느낌이로군."
"쉬에프 종족이 어떻게 나왔는지는 알고 계세요?"
"대충은."
"저희는 본래는 쉬에프가 아니었어요. 엄밀히 따지면 숲에 귀속됨으로써 쉬에프가 '된' 것이죠. 본래 저희들은 고대 요정족의 피를 가지고 있어요. 저는 '쉬에프'의 의식을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그 고대의 피가 잠자고 있었죠."
"고대의피라.."
벤하르트는 요정의 역사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것이 무엇인지 개념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힘들었다.
"별로 거창한 것은 아니에요. 아마 쉬에프 같은 요정이 아니라면, 대다수는 조금씩이나마 가지고 있었던 '힘'이죠. 쉬에프는 그 고대의 피를 없애고 숲의 의지를 받아 들인 종족. 하지만 그 비전서만큼은 아무리 숲의 의지가 있다고 해도 파기할 수 없었죠. 그 금단의 비서를 저는 보았고, 벤하르트씨가 보았던 것은 그 힘의 일부에요."
"무슨 기술이지?"
"기술이라기 보다는 마법에 가깝죠. 다루는 것은 '공간'"
"공간이동이라면 몇번 겪어본적이 있어. 하지만 그건 아마도 좌표에 관련이 있을텐데? 내가 있는 위치는 어떻게 알 수 있었지?"
"쯧쯧.."
그녀는 손가락을 저으며 말했다.
"마법에는 문외한이신가봐요?"
"적어도 특기는 아니었지."
"제 마법은 공간을 다루는 것. 하지만 세간에서 사용하는 마법과는 조금 다른 것이랍니다. 아니 이번에 사용한 방식이 조금 달랐다고 해야 할까요? 공간을 이동한 것은 맞지만, 벤하르트씨가 사라진 그 '자취의 길'을 공간으로 열어 이어 버린 것이니까요."
"그게 무슨 뜻이지?"
"무언가가 남긴 것에는 의미가 담기게 됩니다. 작은 행동 큰 행동 의미 없는 행동 어떤 것이든 좋아요. 나무를 만졌다. 땅을 걸었다. 어떤 것이든 그 행동에는 의미가 남게 되는 것이죠. 벤하르트씨가 사라진 그 행동 자체에 남아있는 자취를 읽어 그것을 그대로 공간으로 열어 따라온 거에요. 요약하자면 제가 마음을 먹는한 벤하르트씨가 저를 따돌린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이 되겠죠."
"그래서 그렇게 여유만만이었던 건가? 후우.."
벤하르트는 이니프를 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이니프를 따돌릴수는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터벅터벅 황야를 걷기 시작했다. 그에 이니프는 아무 말 없이 벤하르트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까 보여준 그 멋진 새는 다시 타지 않는거에요?"
"그래. 연비가 좋지 않거든."
"이 속도로 간다면 며칠이 걸릴텐데요.."
"이 속도로 간다고는 말하지 않았어. 다만, 누군가가 나를 아주 곤란하게 해서 조금 생각하고 있었던 것 뿐이지. 아무래도 동행을 철회할 마음은 없는 모양이니 말해두겠는데, 이번 동행은 거절하지 않겠어. 하지만 그 이후는 절대 허락 못해."
"딱히 허락을 구할 필요는 없잖아요?"
이니프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그렇다면 무력으로라도 나는 여기서 너를 두고 갈 수 밖에 없어. 그런 짓은 별로 하고 싶지 않지만,"
벤하르트도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었다. 이대로 이니프의 행동을 전부 묵인할 수는 없었다. 벤하르트 혼자 여행을 다니는 것이라고 해도 이니프를 데리고 다닐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무엇보다도 이니프를 리스와 만나게 할 수는 없었다. 이니프와 함께한 시간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지만, 그는 이니프가 대형 폭탄이나 다를게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여기서는 진심이 필요한 것이다.
"약조하지 않는다면, 어쩔수 없지."
이니프는 영악하지 짝이 없는 여인이었기 때문에, 금새 벤하르트의 행동의 진의를 파악했다. 여기서 고집을 부렸다가는 정말로 벤하르트가 진심으로 자신을 막을 것이라는 것을 느낀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손을 들었다.
"알았어요. 그럼 벤하르트씨의 말대로 동행하는 것은 이번한번으로 하도록 할게요. 단, 저도 조건이 있는데 괜찮으시죠?"
"무슨 조건?"
"그 전에 일단 질문 부터 할게요."
벤하르트는 자신이 휘둘린다는 생각을 안할수가 없었지만, 딱히 그녀의 말을 막을 도리는 없었다.
"수마행의 탑을 가신다고 하셨는데, 그곳이 벤하르트씨의 거처인건가요?"
"아니. 그렇지는 않아."
"그럼 어째서 가시는거죠? 뭔가 필요한 물건이라도 있는건가요?"
"아니,,"
"벤하르트씨가 지금 살고 계시는 곳은 어디인가요?"
벤하르트는 거짓말을 하려고 했지만, 이니프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말했다.
"참고로 거짓말은 하시지 말아주세요. 벤하르트씨가 진심인 만큼 저도 진심이니까요."
"가렌더 부크. 계속 머물지는 않지만, 형식상으로는 가렌더 부크에 머무르고 있지."
"그렇군요."
이니프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면서 말했다.
"그렇다는건 수마행의 탑을 통해서 가렌더 부크에 가는 것이군요. 그럼 그곳까지 동행하는 것으로 할게요."
"이후에는?"
"동행하지 않으면 되는거죠?"
이니프의 대답은 시원시원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건지..'
이니프는 절대로 선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악인인가 하면 그 또한 아니었다. 마치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탄을 다루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좋아. 그렇다면 동행하도록 하지. 약속은 꼭 지켜."
"염려 마세요."
"아 그리고 이제부터는 속도를 낼건데 따라오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을테니까 그렇게 알라고,"
- 작가의말
20초 남기고 올리네요. 하도 바빠서 제대로 못쓴게 마음에 걸립니다.
아라카나님이 비축분을 푸시라고 하셨지만,
저는 매번 그냥 써서 올리는거라,, OTL..
연참대전 전에 안올리는건 그냥 게으른 것이구요.. ;;; 딱히 비축분은 없습니다..
오늘도 아슬아슬하게 올렸으니 말이죠..
기회가 닿으면 오늘이든 내일이든 빠른 시일 내에 약간 손을 보고 싶은 화네요.
연참대전을 시작하니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 주셔서 정말 기분이 좋네요. (저는 5명 이상만 되어도 기분이 업 되거든요.)
후우.. 친구 생일만 아니어어도 차분하게 쓸수 있었을텐데,,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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