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32화(586화)-
"물러서라! 움직이면 바로 베겠다."
벤하르트의 위협에 그들은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벤하르트의 검은 베스의 환영조차도 베어버리는 검이라고 분명 베스 자신에게 들었던 것이다.
'그렇다곤 쳐도 어떻게 베스님이.. 힘도 못쓰고..'
"원하는게 뭐냐."
"원하는 것은 그래 이 요새를 철거하고 앞으로 숲에 위해를 가하지 않는걸로 해볼까?"
"좋다 말대로 하겠다."
두말할 것도 없이 베스의 심복 케멘트가 대답했다. 베스는 벤하르트의 시퍼런 칼날을 눈앞에 두고 분함을 이기지 못하고 있었다.
"컨푸르님!!"
"뭐지?"
"폭발이 일어난 곳에서 쉬에프 종족 한마리를 잡았습니다."
"뭐라! 얼른 데리고 오너라."
벤하르트는 그 말을 듣고 놀랐다. 지금 이 상황에 쉬에프 종족이 잡힌 것은 캐뱃외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캐뱃인가.. 왜 가만히 있지 않고,'
"어이 인간 거래하지 않겠나?"
"뭐?"
"내 안전을 보장한다면 쉬에프 한마리 정도 눈감는거야 일도 아니다. 지금 여기서 인질교환을 하자."
"헛소리. 마왕의 자제인 너와 쉬에프 종족 하나 너희쪽이 압도적으로 불리한 일일텐데?"
"그렇지 그래. '우리들'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 하지만 네 경우는 어떨까?"
입가에 비틀린 미소를 띄우며 베스가 말했다.
"네가 나와 쉬에프를 교환할 마음이 없다고 한다면 그 뒤는 어쩔것이지? 나를 죽이기라도 할 셈인가? 그렇게 될 경우 아버지는 전쟁을 일으키게 된다. 분명 지금의 이 상황 죽일수 있음에도 죽이지 않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겠지?"
"....."
"나는 주저없이 쉬에프를 죽일 수 있다. 네가 나를 죽일 수 있을까? 물론 죽일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경우에는 가렌더 부크마저도 위험에 빠트리게 된다. 나의 목숨과 쉬에프 하나의 경우에는 내 목숨의 가치가 더 높을지 모르지만, 가렌더 부크의 경우는 어떨까?"
물론 벤하르트는 캐뱃과 베스의 목숨을 저울질 하지 않는다. 캐뱃이나 베스나 목숨의 가치는 평등한 것이다. 어떤 목의 가치가 높느니 마느니 그런 것은 벤하르트가 가장 싫어하는 말 중 하나였지만,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그렇게 말 할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객기를 부려도 그는 베스의 말에 휘말리고 있었다. 베스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벤하르트는 자신의 누군가를 죽일 수 없는 성격을 떠나 베스를 죽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베스의 입장은 달랐다. 그는 쉬에프 종족을 길가에 널린 개미들처럼 보는 자 였다. 자신의 목이 날아갈수도 있다 해도 쉬에프를 죽이는 것 정도는 망설일리가 없었다.
'객기를 부려볼까?'
캐뱃을 죽일 경우 정말로 죽일듯이 연기를 해볼까 했지만, 역시 시원치 않았다. 그는 베스의 목에 칼을 닿을 정도로 들이 밀고 말했다.
"좋다. 하지만 놓아주는건 캐뱃이 먼저다. 캐뱃은 놓아 준다고 해도 내 도움이 없다면 여기서 벗어날 수 없겠지만, 너는 먼저 놓아줄 경우 내 손에서 달아나면 수작을 부릴게 뻔하니까 말이다."
"그래 좋다."
베스는 벤하르트를 이겼다는 생각을 하며 씁쓸하게 웃어 제꼈다.
곧 캐뱃은 병사들의 손에 끌려 왔다.
"아 벤하르트!"
캐뱃은 벤하르트를 보고 말했지만, 벤하르트는 약간 냉랭하게 그녀를 마주했다. 그녀도 그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보내라. 허튼 수작한다면 진짜 이녀석 목숨은 없는줄 알아라."
케멘트는 캐뱃을 데리고 벤하르트에게 접근했다. 그는 캐뱃을 벤하르트에게 건네는 척 하다가 캐뱃의 머리통을 수도로 내려 치려 했다. 그 순간 벤하르트는 베스를 걷어 차고 번개같은 칼부림으로 그대로 케멘트의 수도를 공격했다.
"베스님!"
"좋아. 좋은 공격이다 케멘트 이걸로 확실해졌군 이 녀석의 '약점'은 이년이다."
"캐뱃 뒤로 붙어라."
"알았다."
캐뱃은 고양이처럼 풀쩍 뛰어 벤하르트의 등 뒤에 섰다. 벤하르트는 검을 뽑아 베스와 케멘트와 대치했다. 빈틈이 있는 듯 없는 듯 공격을 하고 싶도록 유도하는 그 자세에 선뜻 달려들 수 없는 것은 그만큼 베스와 케멘트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증거였다.
"조심해라 케멘트."
"걱정 마십시오. 이미 저녀석의 움직임은 기억해 두었습니다."
'기억해 두었다?'
벤하르트는 웃었다. 자신의 이전 움직임을 '기억'한 것은 그에게 있어서는 도리어 낭보였다. 아직 그는 실력을 전부 보여준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실력을 '확정' 짓는 것은 그야말로 위험한 것이다. '강하다'라고 인지하고 대비한다면 언제든지 기회를 만들 수 있지만, 예상보다도 더 강한 힘을 보게 되면 평소의 반도 안되는 실력 밖에 나오지 않는 점. 벤하르트는 그 점을 귀신같이 잘 파고드는 남자였다. 때문에 벤하르트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최대한'을 가정하면 안된다. 언제나 그가 보여준 모든 움직임을 '최소한'으로 보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지 않는다면 안되는 것이다.
"어이 컨푸르! 화재 따위에 신경 쓸 일 없다 어서 병사들을 이곳으로 불러와라!"
"하지만 아까는.."
"저녀석을 보고도 그런 태평한 소리를 하는거냐! 젠장.."
베스는 벤하르트에게 한번 당하고 난 뒤로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당연한듯이 '강자'로 태어난 그에게 있어 처음 해보는 노력이었을 것이다. 분명히 그 노력은 노력이었다. 하지만 노력을 했다고 해서 그 노력의 대가가 정상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그가 했던 노력은 '안전권' 안에서의 노력, 같은 노력이라고 해도 벤하르트와는 그 질이 명백하게 달랐다.
"알겠습니다. 조금만 버텨 주십시오."
"케멘트 너는 저 쉬에프 종족만 노려라."
"아닙니다. 베스님 제가 저 인간을 노리겠습니다. 베스님이 노리기에 저 자는 너무도 위험 인물입니다. 상대를 한다면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베스는 벤하르트와 케멘트를 저울질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죽을지도' 모르는 승부에 자신이 나서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캐뱃 숲을 지키는 것과 네 목숨을 잃는 것 너는 어떤게 좋지?"
벤하르트는 조용히 캐뱃에게 말했다. 시선을 돌리지도 않고 캐뱃에게나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였지만, 어쩐지 캐뱃은 그의 목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뭐?"
캐뱃은 벤하르트의 말에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숲을 지키는 것."
"거짓은 없겠지?"
"물론이다!"
"그렇다면 각오를 다져라."
벤하르트는 날카로운 안광으로 베스와 케멘트를 보았다.
"무슨 각오?"
"죽어도 좋다는 각오다. 죽을 각오로 '5초'를 버텨라."
"그게 무슨 소리지?"
"너를 지켜서 이곳에서 달아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 경우에는 이후 다시는 이곳에 와서 숲에 대해서 협상할 여지를 놓치게 된다. 하지만 너를 지키지 않을 경우 나는 이 숲을 침공하게 된 저 둘을 잡아 더 이상의 침입이 없도록 만들 수 있다. 그러니 5초간 나는 너를 지키는 것을 완전히 '포기한다'"
"5초라니 고작해야 5초로 뭘 할 수 있는거지?"
"조용히. 5초면 충분해. 너를 노리는 것은 베스다. 하지만 너와 베스의 실력차이는 상당해. 이곳에는 숲의 가호조차 없다. 그러니까, 5초를 버티는 것 조차 쉽지는 않을거다. 그래도.. 죽어도.. 상관 없다면, 버텨라."
"알겠다. 미안하다. 불 때문에 나는 네가 위기에 빠진줄 알고,"
벤하르트는 묵묵하게 검을 바로잡았다.
"온다."
눈치챘을때 베스는 이미 환영으로 변해 모습을 숨기고 있었다.
- 작가의말
오늘은 글쓰는게 너무 늦어서 어쩔수가 없이 조금 잘라서 올립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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