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549화-
황금빛 머리를 휘날리며 붉은 드레스를 입고 나와 레니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외모와 그 좌중을 압도하는 분위기에 모두는 시선을 빼앗겼다. 한없이 고고하고 도도한 모습은 그보다 더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녀는 독이다. 명실공히 독임에 분명한데도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어 버릴 것만 같았다. 비단 예쁘다거나 하는 그런 단순한 이유에 넉을 잃는게 아니었다. 그것은 흡사 경탄할만한 존재를 볼때에 느끼는 그런 감정이었다. 시선을 빼앗기고 이제까지 차 있었던 팽팽했던 긴장은 모두 그녀에게로 집중되었다.
"역시나 레니아. 그래 내가 있다는것을 알고 있었군."
레니아는 대답이 없었다. 그녀의 눈은 '벤하르트가 저지경이 되도록 너는 무엇을 하고 있었냐'고 묻고 있었다.
"역시나 라는건 너도 내가 눈치채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지?"
"뭐 그렇지. 너라면, 알고 있을거라고,,"
"이것들이 누구 앞에서 무시를.."
두보엔은 스스로를 용서치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그는 레니아를 제외하고 생애 두번째로 누군가를 보고 넋을 잃었던 것이다. 신으로써 그것은 누구에게나 금기처럼 인식 되어 있는 일이었다. 자신은 고귀해야 한다. 이 세상에서 지고한 존재로써 스스로를 생각해야 한다. '그렇기에' 타인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 다는 것은 스스로가 스스로를 격하 시켜 버린다는 것. 그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는 일인 것이다.
"닥쳐."
두보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리스는 손으로 공중을 할퀴었다. 거대한 붉은 궤적은 마치 그녀의 손이라도 되는듯 두보엔을 잡아 뜯어 버렸다. 산산조각이 난 줄 알았떤 두보엔이었지만, 그것은 어둠의 환영에 불과했고 두보엔은 그보다 한발자국 뒤에서 거친 호흡을 내쉬고 있었다.
"누구 앞에서 무시를 운운하는 거지? 네놈 따위가 내 말을 막다니, 주제를 알아야지."
날카롭기 그지 없는 말투안에는 리스 답지 않는 지독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도대체 뭐냐 저녀석은!'
그는 지금껏 공포 같은 것은 단 한번도 느껴본 일이 없었다. 벤하르트에게 당했을때도 자신보다 더한 아오이스를 대할때도 주의를 할 지언정 공포를 느끼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방금 그는 생애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섬뜩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 시선에 마치 심장이 쥐어진 것처럼 순간 공포를 느껴버린 자신에게 더할나위 없는 실망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그녀와 지금 가장 가까히 붙어 있는 것은 다름 아닌 K였다. K의 카드는 리스의 손에 막혀 더 움직일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리스에게 갈기갈기 찢어질수 있는 그런 위험한 위치에서도 그는 태연하기 그지 없었다. 그 미칠듯한 죽음을 각오한 광기야 말로 그가 원했던 것이었기에,
하지만 그녀는 시원스레 그를 무시했다.
"뭐하는 거지?"
"뭐하는 거라니, 왜 그 몸으로 나와 상대라도 해보겠다고?"
"그렇다고 한다면?"
"그만 두는 것을 추천하지. 내가 지금 너를 건드리지 않는건 인간 치고는 너를 높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야. 나를 만족 시켜 줬기 때문에 너를 살려두는 단순한 변덕이지. 다른 녀석이었다면 바로 죽여 버렸을거야."
"그거야 말로 내가 바라는 일이지. 내가 어째서 벤하르트를 '이지경'으로 만들어 놨다고 생각하는건가?"
대화 따윈 무의미하다. 상대가 싸우는 것을 원하든 원치 않든 그런건 관계 없다. 여기서 시덥잖게 말싸움을 하는 것은 K에게 있어서는 불필요한 행동에 불과했다. 자신이 '진심으로' 원한다면 그것을 얻는 것은 간단한 일이다. 스스로가 싸움을 걸면 되는 것이다.
미약하든 강하든 싸움을 걸면 도망치지 않는다면 받아줄 수 밖에 없다.
"어리석은 녀석."
리스의 주변으로 피로 이루어진 창칼이 솟구쳤다. 물론 K가 그런 공격에 당할리야 없었지만, 그 피하는 움직임은 아무래도 둔하기 짝이 없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K 본인도 죽기 일보직전에 가까운 상태임에 틀림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태로 리스에게 싸움을 거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자살 행위에 근접했다.
그 약간의 둔함때문에 K는 다음 이어질 리스의 움직임을 피해낼수 없었다. 눈으로 확인하면서도 믿을수 없는 움직임에도 그는 태연하게 카드를 뽑아든다. 리스의 손아귀는 인정 사정 볼것 없이 K를 절단내어버릴 공격을 가했지만, K는 그 공격에 편승해 멀리 날아 거리를 벌렸다. 그녀의 주먹은 카드에 막혔는데, 카드는 산산히 조각나 사라져 버렸다.
"아쉽군 아쉬워.. 벤하르트에게 체력을 낭비 하지 않았다면, 정말로 기대되는 싸움을 할수 있었을텐데, 후회는 없다만, 아쉽기는 그지 없군."
"입은 살았구나 애송이 녀석이.. 나는 지금 너 따위에게 힘을 쓸 시간 따위는 없거든. 거기서 자고 있어."
K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큭.. 당해버린건가."
K는 방금의 공격 한번에 자신의 상태를 깨달았다. 그의 몸에는 수많은 잔가지들로 이루어진 붉은 실들일 엮여 있었다.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그런 공격에 당했을리 만무했지만, 지금의 그는 그 속박을 해제하는것도 당하지 않는것 조차도 불가능했다.
"자.. 그럼."
"리스! 그렇게 여유 부릴때야!?"
"여유따윈 부린적 없어."
리스는 냉랭하게 말했다. 여유따위는 부린 적이 없다. 아니 애초에 여유라는게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정답이었다. 그녀는 바로 방금까지 벤하르트의 안에 있었다. 그의 몸 상태는 전부 파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벤하르트는 치명상 이미 자신이라 해도 되살릴 확률은 실낱같이 희박해졌다. 조금의 오차만 난다고 해도 지금 이자리에서 죽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녀는 그 상황에 화가 나 있었다. 자기 자신도 알수 없는 진정한 분노라는 감각에 놀랄 겨를도 없이 그 분노는 두보엔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사건의 원흉인 네녀석을 죽여 버려야.."
그녀는 붉게 물든 눈으로 두보엔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크으 네녀석 정체가 뭐냐!"
두보엔은 특유의 오만함마저도 드러내지 못한채 분노하면서도 차마 손을 내밀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고 리스는 추잡하다는듯 그를 경멸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
"쓰레기로군? 네놈."
"뭐야!?"
"그게 그렇잖아? 네가 하고 있는 것은 결국 약자를 괴롭히기만 하는 것. 너보다 강한 자를 상대로는 그렇게나 떨고 있다고? 후후.. 신이라며 추앙 받아야 할 족속이 해야될 행동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걸? 안전권에서의 공갈 따위에 의지하는 네녀석을 쓰레기라고 하는데 뭐가 어쨌단거지?"
"이녀석이!"
"이정도까지 말하는데도 오지 않잖아? 벤이라면, 방금전 K라는 녀석 마저도, 너와는 질적으로 다르지. 그래 인간에게도 뒤떨어진 소감은 어때? 쓰레기 신 녀석아."
두보엔은 그 뒷말에는 대답하지 못했다. 말 한마디만 내뱉어도 공격하겠다는 의지가 넘쳐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살이 떨린다. 리스의 앞에서는 어떤 것이든 격이 다르다고 느낄 정도의 능력의 차이를 느낀 것이다. 개미는 코끼리를 이길수 없다. 이기려는 생각 조차도 가지지 않는다. 마치 그정도의 감각이 온 머릿속을 가득 메워 무엇을 생각하는지 조차도 알수 없게 만들었다.
그 대치를 끊은것은 여유스러운 한 목소리였다.
"아아 곤란한데요 이거 참.."
리스는 날카롭게 목소리의 근원지에 시선을 돌렸다. 검에 올라서서 눈웃음을 짓고 있는 지러스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
"그렇게까지 말하다니 그건 두보엔님이 불쌍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말하는 지러스의 말이야 말로 두보엔의 자존심을 갈갈이 찢어 놓기에 충분한 말이었다.
"아.. 이놈이고 저놈이고, 지금 나는 기분이 너무 좋지 않거든, 저 K라는 녀석덕에 연명하고 있는줄 알고 있다면, 방해하지 마. 더 방해한다면, 죽여 버리겠어."
"그건 곤란하지만, 그대로 두보엔님을 노리는 것도 역시 곤란합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의뢰주니까요."
"아무래도 상황을 읽지 못한것 같은데,"
그녀는 진심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수천 수만년 아니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기간 그녀는 감정에 휘둘린 적이 없었다. 죽으면 죽는대로 죽이면 죽이는대로 무엇하나 되지 않는 것이 없기에, 화를 낼 필요도 없다.
자신을 놀리는 자가 있다면 죽여 버리면 그뿐이다. 화를 낼 필요도 화를 낼 이유도 없었다. 너무도 연약한 생물이 자신을 놀린다고 그것에 일일히 발끈할 필요도 없었고, 구애 받을 필요도 없었다. 무엇이든 행하는대로 이루어 낼 수 있기에 그녀는 스스로의 감정에 대해서는 무감각에 가까웠다.
헌데 지금 그녀는 주체 할 수 없을 정도로 분노하고 있었다. 스스로도 이해 할수 없는 일이었다. 벤하르트의 상처는 이미 치명적이었다. 아마 자신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살아남을 확률은 열에 하나 일 정도로 희박했다.
'이따위 인간은 죽으면 될텐데, 벤은 나에게 있어서 그저 장난감 정도에 불과하지 않았던가? 그래 애착은 있었지.'
죽는 것은 수도 없이 많이 보아 왔다. 수천 수만 억에 이르기 까지, 죽음은 언제나 같은 것이라고 그녀는 항상 생각해왔다. 왕이 죽던 지나가는 거지가 죽던 그것에 차이는 전혀 없다고 그렇게 생각해왔다. 벤하르트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그녀는 착각하고 있었다. 자신의 '무감각'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마음이 이정도로 동요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다. 벤하르트는 그녀에게 있어 중요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이 순간까지 이를때에도 그것이 단순한 자신의 유흥 때문에 애착을 가졌던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여행을 더 하고 싶기에 그들과 더 붙어서 보고 싶기에 나는 이 남자를 데리고 있는 것이다 라고, 그렇게만 생각해 왔던 것이다. 지금까지 그러 했기에 그 생각은 진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리스는 후회하고 있었다. 그녀가 벤하르트에게 붙어 있었던 것은 스스로의 오락을 즐기기 위한 것. '벤하르트'라는 특이한 인간의 삶을 지켜보면서 그녀가 겪어보지 못했던 즐거움을 가지고자 했던 것이라는 것은 착각이라는 사실을 이제와서야 깨닫는다.
이 흑마의 섬에서 벤하르트와 싸운 저 K라는 남자는 다른 의미로 그녀에게 흥미로 다가왔다. 그래서 였을까, 벤하르트가 위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막연하게 K에게도 흥미를 표하고 있었다. 그 위험하더라도 조금만 더 지켜보자는 망설임은 지금에 와서는 돌이킬수 없는 후회로 되돌아왔다.
그 간단한것을 그녀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 희귀한 즐거움을 주는 인간이라고만 생각했던 벤하르트를 대신할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을.. 희귀한것은 K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녀는 지금 K 같은 것에는 관심 조차 보이지 않았다. 벤하르트를 대신할 인간따위 '벤하르트 같은 인간'이 있다고 해도 무리라는 것을 벤하르트가 죽기 직전에야 깨달았다.
'아파.. 괴로워..'
마음이 아픈 것은 지금껏 겪어 보지 못했던 생전 처음 겪는 기분이었다. 아마도 벤하르트는 죽는다. 목숨이 붙어 있는게 신기할정도로 그의 몸은 만신창이였다. 급소 하나하나에 손이 안닿아 있는 곳이 없었고, 온몸은 형체만 붙어 있을뿐이지 이미 갈기갈기 찢어진 상태였다. 자신의 힘으로도 수복시킬수 있는 범주는 이미 옛적에 넘어서 있었다.
무엇이 죽는 다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서는 친숙한 것이다. 언제나 홀로 였기에 누군가가 죽더라도 전혀 거리낄 것은 없었다. 죽이고 죽이고 죽여도 그것 자체에 의미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 일까, 벤하르트가 죽는 것만은 용납을 할수가 없었다. 순간 떠올린 것은 벤하르트가 사람을 끈덕지게 죽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이런 이유에서 였던 건가?'
만신창이가 되어 버린 벤하르트.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하게한 K가 대단한 것일까, 아니면 너무나도 안일하게 벤하르트에게 기대했던 리스의 실수가 컷던 것일까, 아마 양쪽 모두일 것이다. K에 한눈이 팔린것도 벤하르트를 믿은것도 지금에 와 생각해보면 결국은 자신의 실수였다. 어째서 좀 더 일찍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가,, 왜 '자신이' 이렇게 가슴을 싸매고 고통 스러워야 하는 것인가?
'어째서..'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간단하다. 이 분노가 향해야 할 곳은 실수를 해버린 '자신'을 제외하면 이 일의 원흉으로 향하면 되는 것이다. 아오이스보다 더 원초적으로 이 일을 만들어 버린 대상 두보엔을 죽이는 쪽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것을 방해하는 것은 누구라고 해도 용서 없이 철저히 찢어 발겨 버릴 뿐. 설사 자신의 마음에 들었었던 K라고 해도 더 방해한다고 하면 배제될 대상에 불과하다. 극단적으로는 레니아라고 해도 그녀는 용서치 않을 것이다. 그럴진대 지러스 따위야 그녀의 눈에 들어올리 없었다.
"상황이야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 기운 잘못 짚은게 아니라면 아마도 원의 흡혈귀 이실테죠?"
"원의 흡혈귀라고!!? 그런게 어째서 저런 녀석에게 있었던 거냐! 아니 애초에 인간따위가 어떻게 그 사실을?"
두보엔이 질겁을 하며 말하자 리스는 그를 슬쩍 노려 보았다. 시선만으로도 심장을 멎게 만들수 있을 것 같은 살기를 뿌리는 리스의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 없는 일체의 잡티를 배제해버린 검을 연상케했다.
"화를 돋구는 것은 그만해 두시지요. 두보엔님 더 이상 말을 했다가 목이 따이셔도 저희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다분히 두보엔을 놀리는 어조였지만, 두보엔은 그 말에 대꾸할 수 없었다.
"자... 리스 라고 하셨던 가요? 저도 어지간해서는 손을 데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이렇게까지 와서야 손을 데지 않을 수는 없겠지요. 이래뵈도 '최선을 다한다'고는 해뒀으니 상대해주셔야 겠습니다."
"너 따위가?"
"그럴리가요 저는 저 자신을 잘 알고 있는 몸. 원의 흡혈귀를 상대로 싸울리가 없지요. 뭐 그런 고로 부탁좀 하겠네. 제온."
"후우.."
한숨인지 아니면 그저 숨에 불과했는지 제온은 검을 들고 터벅터벅 걸어서 두보엔과 리스의 사이에 끼어 들었다. 리스는 단발에 제온을 향해 달려 들었다. 발을 밟을때 리스의 모습은 이미 제온에게 접근한 뒤였다. 순간 루켈은 방금전 그녀의 움직임을 눈으로 놓치고 말았다.
'말도 안돼.'
루켈은 아오이스 내에서도 꽤나 실력자였다. 적어도 반응하지 못할지언정 눈으로 전신의 움직임을 놓치는 일 따위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는 리스의 움직임을 읽을 수 없었다.
한손은 마치 거대한 손톱과도 같았다. 붉은 혈기는 땅을 가르고 주변을 베어 넘기며 주변을 물들여 간다. 그 모습을 보면 흡혈 따위는 전혀 필요치 않는데도, '어째서 흡혈귀로 불리는가?'하는 바보같은 의문을 가질 사람 따위는 존재하지 않을터 였다.
그런 괴물과 전혀 거리낌 없이 싸우는 또 하나의 괴물이 그자리에 있었다.
"어이! 제온 죽였다가는 가만 안두겠다."
K의 소리를 듣는지 마는지 제온은 검을 들어 리스의 붉은 혈기를 베어 넘겼다. 거대한 집채만한 혈기의 소용돌이에 맞서 제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라 에르피도."
그 괴물 같은 속도 루켈은 눈으로 조차 따라가지도 못하는 속도를 그는 전혀 거리낌 없이 잡아 낸다.
"라 오르피도."
한번 붙잡히면 신이라고 해도 '뜯어 찢어 발겨 버릴 수 있는' 힘에도 전혀 밀림이 없다.
'뭐야 이녀석은!'
리스가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난 세월 자신에 필적하는 실력을 가진 것은 전혀 없었다. 누구와 싸워도 질리가 없어야 할 그녀는 눈 앞의 남자에 의해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인간이 개미를 눌러 죽이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듯이 그녀에게 있어도 어떤 실력자든 단순히 실력관계에 있어서는 누가 되었든 '하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눈앞의 인간은 '인간'임에도 눌러 죽일수가 없다. 아니 되려 자신을 물어 뜯기 위해 공격해 오는 것이다.
리스의 몸을 주변으로 수천개의 혈창이 구현화되어 나타난다. 하나하나가 필살에 이를 그 창칼들은 제온에게 이르렀지만 제온은 조용히 검을 휘둘렀다.
"만월참."
검은 구체에 수많은 피의 병기는 흔적도 없이 빨려 소멸해버렸다.
이미 유적은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있었다. 형체도 남아 있지 않은 유적에서 존재하는 것은 광란으로 일그러진 붉은 흡혈귀와 그에 태연자약하게 맞서는 한 검사 뿐이었다.
상태는 호각. 되려 두 괴물의 싸움에 섬이 버텨 내지 못할 정도였다. 땅이 갈라지고 하늘을 찢어 발기며 손이 오갈때마다 주변의 열기는 들썩이는 것만 같았다. 추운것도 같았고 더운 것도 같았다. 그저 그 싸움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몸안의 감각이 미쳐서 날뛰는 것만 같았다. 마치 인간의 실력으로는 범접할수 없는 자연재해가 인간을 뒤로 한채 몰아 치며 누가 더 강한지 뒤엉키는 것만 같은 싸움이었다.
루켈은 잠시 옛일을 생각했다. 아마도 자신이 느꼈던 다른 하나의 기운 그것이 저 흡혈귀였다면 그것과 싸우려 했다는 '생각'을 한 것 자체가 얼마나 큰 만용이며 오만이었는지를 몸소 느끼고 있었다. 간접적인 공포인데도 몸은 으슬으슬 루켈을 좀먹고 들어와 조여 매는 듯 했다.
"스승님. 지금 제온님이 저 흡혈귀와 호각이라는 것은 누군가가 돕는다고 한다면 이길수 있는게 아닌지요?"
"그래? 누가 말이냐? 루켈 네가 할테냐?"
"저는 실력 미달인지라.."
"그렇다면 나와 루네 정도겠군. 어때 루네 한번 나서 볼래?"
루네 라고 불리운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움직이지도 못하는 내가 나서야 하는건가?"
루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스승이 이렇게 나온다는 것은 '자신이 틀렸다고' 빈정대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네 발상 자체는 지극히 평범하다만, 저 둘은 말이지. 상식으로는 옭아 맬수 없지. 격이 다르다고 하는 이야기 들어 본적은 있겠지? 그 격을 가장 여실히 드러내 주는게 바로 저런 싸움이다."
"하지만, 제온님은 호각으로 싸우고 있잖습니까. 스승님이 제온님보다 더 약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만,"
"그건 네 생각일 뿐이다. 하나 문제를 내어 주마. 무한의 힘과 무한의 힘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어느쪽도 이길수 없겠죠."
"그럼 이런건 어때? 무한과 무한에 추가로 천을 더한 수치라면 누가 이길까?"
"그건.."
"양쪽은 모두 무한 1000을 더하든 10000을 더하든 둘은 똑같은 무한이다. 자 어느쪽이 이길까? 저 둘의 싸움에 끼어든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내가 끼어 봐야 둘의 싸움에 영향을 주는 것은 변수 정도의 차원일 뿐이다. 하지만 저 둘의 싸움은 우리와는 격이 다른 세계의 싸움. 내가 나서서 생기는 그 변수가 꼭 제온에게 도움이 된다는 보장 따위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지."
루켈은 말문이 막혔다.
"그래 백문이 불여일견 한번 저기에 참가해볼테냐? 100이라도 '얹은 쪽'이 더 강하다면 네가 들어간다고 해도 마찬가지겠지?"
루켈은 지러스의 미소를 보면서 뒷골이 오싹하게 저리는 느낌을 받았다. 시선을 돌리면, 몸을 들이미는것만으로도 몸이 갈려서 형체도 남지 않을 것만 같은 싸움터가 지척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자 그러면, 종점으로 가보실까."
"벤.. 벤!"
레니아는 벤하르트의 상태에 당황했다. 온몸은 잘리지 않은 곳이 없었고 급소는 전부다 칼집 자국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피는 쉴새 없이 흘렀고 몸의 상처는 세도세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근육이 잘리고 힘줄이 잘리고 뼈가 절단 되어서 그저 붙어 있기만 할 정도로 그저 숨만 쉬고 있을 뿐인 꼭두각시 인형처럼 늘어진 벤하르트가 그곳에 있었다.
"벤!!"
리스가 어째서 그런 행동을 보였는지 레니아도 이제는 알 수 있었다.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겠지.'
레니아는 주변을 둘러 보았다. 두보엔은 열외된 장소에서 리스의 싸움을 구경하느라 바빴고 아오이스의 쪽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지만, 순간 그녀는 지러스와 시선이 마주쳤다.
'보고 있어.'
지러스는 그녀를 보며 웃고 있었다. 동문이 이 피투성이가 되어서 마치 지옥도를 구성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그가 보여주는 미소는 너무나도 섬뜩한 것이었다.
'믿었던 리스 조차도 저녀석에게 막히고,'
그제야 그녀는 제온이 나서게 되면 무조건 도망을 요구했던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사실 그녀는 상대가 아오이스라고 해도 한 두명의 대행자라면 나름대로의 자신은 있었다. 그렇게나 경계했던 제온이라고 해도 벤하르트와 자신이라면 어떻게든 벗어날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저런 괴물을 상대로는 그런게 가능 할리가 없었다. 그녀는 이미 진즉부터 리스가 벤하르트에게 붙어 있다는 것을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때문에' 이런 위험한 곳이라고 해도 과감하게 올 수 있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비장의 카드이며 최후의 수단이었지만, 그 수는 상대방의 조커에 의해 막혀졌다.
'어쩌지.. 어떡해..'
아무리 생각해도 상황을 타계할 방법이 없었다. 지러스는 자신을 보고 있었고 상대방쪽에는 루켈과 대행자 한명이 있었고 거기에 두보엔마저도 건실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아마 자신이 여기서 어떤 행동을 한다고 해도 지러스의 눈을 피할수는 없을 것만 같았다. 시선만으로도 빈틈이 없다는 것은 그런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녀는 생전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이성으로 억누르지 못했다. 아무리 그 머리를 쥐어 짜내어도 이 상황은 방법이 없었다. 속이 울렁이며 머리는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한시라도 빨리 벤하르트를 치료 해야 하는데도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이 싫어 죽을 것만 같았다.
'어쩔수 없어.'
벤하르트는 얼마간은 버텨 줄 것이다. 그런 쪽에서 벤하르트는 그녀의 예상을 뒤엎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렇다면 그 짧은 사이 그녀는 자신이 해야 할 것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 섰다.
"이번에는 내가 지켜줄 차례지? 기다리고 있어. 벤."
- 작가의말
여러분들은 어떤게 좋으신가요?
1.분량이 많게 올라 오는것.
2.분량이 많더라도 짤라서 올리는 것.
사실 이번화는 두개로 쪼개서 올릴수 있었습니다... 만, 저는 쓴것은 올리자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에, 싹다 올렸습니다.
쓰고자 했던 부분(제게 있어서 이 부분은 정말 중요한 부분입니다.)
을 쓰고 있는데 참 생각대로 써져 주지는 않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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