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504화-라스펠(6)
여왕은 착 가라앉은 좌중의 분위기를 눈과 손짓등 행동 하나하나로 이끌었다. 행동 하나 하나에 의미는 없었지만, 보는 이들에게는 하나 하나가 의미가 있어 보일 정도로 그들은 그녀에게 분위기로 압도 당하고 있었다.
'대단하군.'
실제로 보기 전에는 제 3의 여왕이 무엇인가 싶었지만, 눈앞에 있는것은 방금 앉아있던 왕비와는 다른 제 삼자임에 틀림 없었다.
"어디서 부터 이야기를 시작 해야 할까."
자리에 앉아 그녀는 허공에 시선을 둔채 생각했다.
"라스펠은 천공의 도시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이부분은 이미 하계에도 떠돌던 이야기겠지. 그렇다면 어째서 라스펠이 모습을 감추었는가.. 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겠군."
마누어에게 어느정도는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이 '여왕'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욕구가 치솟았다.
"수십년전 라스펠은 지상과 천공을 연결하는 하나의 대륙으로써 존재하고 있었다. '내'가 만들어낸 이 도시는 정보를 무기로 신처럼 군림하고 있었지만, 사실 나는 아무래도 좋았지. 정보라는 매개체로 욕망을 이루는 수단으로 삼아도 좋았고, 소박하게 자신들을 위한 삶을 살아도 좋았다. 그저 이 라스펠만 라스펠로써 내가 만든 도시가 어떤 방식으로든 존재하는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 하고 있었다. 허용할수 있는 범위 내라면 어떤 것을 해도 승인을 해주었던, 황금기이자 이 멸망의 시초가 되었을 그런 시기였지."
"....?"
"'정보의 보고'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는 세계의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했다' 대부분은 나의 마력으로 부터 비롯된 일종의 방법으로써의 획득이었지. 사슬처럼 뻗어 전 세계의 정보를 모으려고 '노력 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도에 불과했을뿐 우리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얻어낼수는 없었다. 그저 하계보다 더 월등하게 많은 지식을 손에 넣을수 있었을뿐. 하계의 사람들이 '필요한' 정보는 전부 제공할수 있었기에, 라스펠은 지식의보고로, 모든 지식을 손에 넣은것처럼 묘사 되었었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았다는건가?"
레니아의 말에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저 한쪽의 제멋대로인 오해일 뿐이었다. 단어 한개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자신이 알고자 하는 모든 단어를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 그 단어에 대해서 알았을때, 그 대상은 모든 단어를 알고 있는 것처럼 기억되지. 그것이 알기 어려운 내용이었다면 더더욱, 대답할수 없는 질문따위는 없었다. 그렇기에 하계의 사람들은 우리를 떠받들기 시작했지. 그리고 거기서 부터 우리는 심취했다."
벤하르트는 그것이야 말로 그녀가 말했던 멸망의 시초와 관계 있는것이라는것을 짐작할수 있었다.
"우리가 가진 지식에 타인보다 우월하다는 심경에 스스로가 달콤한 독에 취하듯 빠져 들어 버렸다. 이 '나' 마저도 본래의 소박했던 바램을 잊어 욕망을 가질정도로 그 우월감에 도취 되어 버렸었지. 수많은 사람들이 오갔고, 때로는 모습을 드러내고 때로는 숨기면서, 그 신빙성을 더 부추기고 있을때, 그들이 나타났다."
"그들?"
"아직까지도 나는 그들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있다. 말했지? 정보에 대해서 모으고자 노력을 할뿐이라고, 그것은 라스펠이 아니 '내가' 모르는것들중 하나.. 였다."
"이해할수가 없는데, 세계의 정보를 지식을 얻고자 하는 그런 방대한 마법은 사용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알아 낼수 있는것 아닌가? 그들이 누군지 '그때' 모르고 있었다고 해도 얼마든지 역으로 추적해서 알아낼수 없는것도 아닐텐데,"
"너는 똑똑하구나. '신'이었던 자여.."
레니아는 살짝 놀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그 사실에 대해 알고 있다는것도 놀란 이유중 하나였지만, 다른 이유. 자신이 그 사실을 들으면서도 놀라거나 아쉬워 하지 않고 쉽사리 인정하고 있다는것에.. 스스로가 놀라고 있었다.
"듣자 마자 떠올린 그 총명함은 놀라웠지만, 나도 그정도는 생각했지. 하지만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단서가 나오지 않아?"
"'전혀' 마치 '이 세계'에 없었던것처럼 단서라고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소리소문없이 나타나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고 유령처럼 사라져 버렸지."
여왕은 그때의 일을 생각하는듯 보였다.
"그때 그 둘은 그저 라스펠에 도착한 한쌍의 여행자였다. 그런 능력 있는 사람들은 종종 라스펠에 올라 오곤 했었기 때문에 우리는 의심 없이 반겼다. 하계의 사람들에게 시련을 내던지고 '자격'을 부여한다는 그런 자만심에 그들이 우리들보다 더 위에 있을거라는 생각은 아마 아무도 하지 못하고 있었겠지. 나조차도 거듭 말했듯 도취 되어 있었으니까,"
그녀는 잔잔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들은 들어와 라스펠을 지탱하고 있는 '근원'에 대한 지식을 요구했다. 그것은 라스펠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것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어떠한 조건을 달아도 좋으니 한번만이라도 보여 달라는 계속된 부탁에 엄중한 경비와 함께 우리는 그것을 보여주었다.
"영.."
레니아는 조용히 혼잣말 했다.
"라스펠을 지탱해 주는 힘. 세계의 근원적 힘중 하나의 힘을 지니고 있는 풍령(風靈)을 보고 그들은 감탄했다. 그 감탄이 연기였다는것도 모른채 우리들은 그들이 나가는 순간 또 다시 우월감이라는 독에 빠져 있었지. '자 봐라 이것이 우리들의 힘이다?' 라고 자랑하고 싶은 마치 어린아이같은 심정의 독에 허우적거리고 있다는것을 그때는 누구도 깨닫지 못했다."
"잠깐 그럼 안전하게 지켰다는 이야기잖아."
"그런줄 알았지.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겉으로 보기에?"
"그들이 내려가고 나자 풍령석은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모두 조금씩 놀랐다. 눈앞에 있는 여왕으로 불리우고 스스로를 칭하는 여인은 분명 철두 철미한 여자임에 틀림 없었다. 자신을 아무리 비하하는 말을 연신 되뇌어도 그녀가 어수룩한 인간이 아니라는것은 확실했다.
풍령석이 라스펠에 중요한 물건이었다면, 이전에도 이후에도 엄중한 경비를 한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상상을 했다면 그 이상으로 중요한 비보를 지키기 위해 노력 했을 터 그녀의 눈을 피해 어떤 방법인지 알리지도 않고 풍령석을 훔쳐낼수 있다는것은 현실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어떤 방법으로?"
"알수 없었다. 이 라스펠의 안이라면 나는 어떤 정보라고 해도 얻어낼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내가 풍령의 결정에 대한 정보에 대해 아는것은 멀쩡하게 보존되고 있었던 령이 일순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알수 없었지."
"하지만 그렇게 쉽게 날려 버리지는 않았을것 아냐."
"12장군을 모집했지. 너희들과 함께 여행했던 마누어도 그들중 하나였다. 풍령석을 어떻게 빼어갔는지는 알수 없었지만, 풍령석이 어디로 가는지는 알고 있었지. 나는 그 돌을 찾기 위해 12장군들을 보냈지만, 풍령석에 다가간 여섯은 죽어 버리고 말았지. 그제야 알게 된 것이다. 천공의 성에서 모든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우리들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우물 안의 멋진 성에서, 사람들의 찬사에 스스로의 능력에 도취 하여 마치 자신들을 신이라고 착각했던 어리석은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그럼 그 풍령은.."
"위치는 알고 있었지만, 이 별에서 멀어짐에 따라 추적하는것도 포기했지. 다만 다른 쪽 '유지의 풍'이 아닌 지령을 찾기로 하고 마누어를 내려 보냈다. 아마도 마누어는 본래의 뜻을 이룬것 같지는 않지만, 다른 의미로 우리들을 구해준 모양이군."
마누어는 엄숙한 얼굴로 고개를 숙여 답했다.
"그렇게 라스펠은 올라갔다. 라스펠은 부유석으로 만들어진 도시이기 때문에 고삐가 풀린듯 계속 공중으로 올라갔지."
"그부분이 조금 이상한데, 부유석은 원래 둥둥 '떠있는' 돌이잖아. 왜 더 올라가게 되는거지?"
"돌멩이나 바위 정도라면 아마 그렇겠지. 하지만 여기 있는 부유석은 '소대륙'이다. 너희도 보았을터.. 라스펠은 거대한 도시라기 보다는 작은 나라로 보는게 타당할 정도의 크기를 지니고 있다. 조촐하나마 라스펠을 더불어 두개의 도시가 존재하고 있지. 전후로 그런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흥. 그저 궁금했던것 뿐인데,"
"마누어가 하계를 조사하고 있는 동안 우리들은 어떻게해서든 벗어난 이 세계에서 버틸만한 방도를 구안해야만 했다. 지상에 펼쳤던 정보의 사슬을 끊어 전 마력으로 도시를 덮었지. 샤모나에게는 큰 짐이 되었을 것이야."
"그렇지는 않았을 겁니다."
옆에서 왕이 나서서 말했지만, 여왕은 고개를 저었다.
"나와 샤모나는 연결되어 있다. 물론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 고통은 아마 자고 네가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더했을 것이다."
"....."
짐작가는게 있는지 왕은 침묵하고 보일듯 말듯 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력으로 도시를 덮었다고?"
"그래 이 별의 밖에는 무엇이 있는지 혹시 알고 있나?"
"글세.."
"밤에 보이는 검은 세상이다. 한없이 넓고 끝없이 신비스러운 광경이었지만, 인간은 도저히 살아 남을수가 없을것만 같은 혹독함을 머금고 있는 공간이었지. 마력으로 벽을 치지 않았다면 1분이면 모든 사람들이 죽어 없어질 삭막하고도 아름다운 곳이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보는것을 추천하지."
"그렇다면, 어느정도는 버틸수 있었던건가?"
"아니.. 사실은 이미 멸망한 도시나 다름 없었지. 샤모나가 죽을때까지는 살수 있었지만, 죽은 다음의 후임이 문제였다. 이대로 가면 샤모나는 1년안에 죽을 것이 틀림 없었고, 왕에게는 자식이 없었으니까, 직계도 직계와 혼인할 여성도 없었다. 규칙이 있기에 존재할수 있는 힘은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계승할수 없었으니까, 결정적으로 이미 마누어와의 마법의 연결조차도 옛적에 끊어진 상태에 이르렀으니 실제로 멸망만을 기다리는 도시가 되어 가고 있었지."
"밖의 저것은 무엇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벤하르트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물었다. 가만히 있어서 그나마 누그러 졌었던 고통은 시큰시큰하게 다시 올라오고 있었다.
"이제부터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겠네. 저것은 여기와는 다른 먼 곳에서 온 이물(異物)이야. 생물이 아니기에 살아있는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죽어 있는것도 아닌 무언가의 목적을 가지고 이동하는 기생체라고 생각하고 있지. 처음에 마력의 벽을 뚫은 어떤 물질이 있다는것을 눈치챘을때 그것을 단순한 우주에 떠다니는 돌이라고 생각했었지. 처음 그것이 떨어진 곳은 뷩기르에 마을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것은 잠복하고 있었지. 충분한 힘을 모으기 위해서 땅속에서 죽은듯이 마치 돌인것처럼 위장했다."
"왜 조사하지 않았지?"
"조사? 했지. 하지만 저것들은 영악하기 그지 없는 녀석들이야. 외관은 그저 돌에 지나지 않아. 조사를 해도 돌은 돌일뿐. 깨어나기 전까지는 아주 훌륭할 정도로 이상 없는 돌멩이에 불과했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느날.. 단 한시간만에 뷩기르에 마을은 사라졌다. 강철의마물은 그 기세로 사르에유로 향했지. 그곳에는 12기사중 한명이 있었기에,, 어느정도 버틸수 있었다. 그 시간에 우리는 방비를 할수 있었다. 전 라스펠의 사람들중 3할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남은 사람들은 수도 라스펠에 머무르고 있었다. 마력벽은 라스펠에 집중했고, 기계병은 그 이상 올수 없었지만, 우리들도 죽음을 기다리게 되어 버린 것이지.
"그렇게나 강합니까?"
"아니 강하다기 보다는 아까도 말했듯 영악하다. 그녀석들은 기생하지만, 기생해서 숙주를 빼앗는다. 기생하는 물체가 숙주를 빼앗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숙주보다는 더 영향력이 커져야 겠지."
레니아의 말에 여왕이 대답했다.
"정답. 처음부터 기생하도록 만들어진 그 '씨앗'은 기생하려는 사람들의 행동을 모방해 그 이상을 발전시킨다. 처음에는 우리들이 우세 했지만, 그 우세에 넋을 놓은 사이 우세함을 가져가 버렸다. 아마도 처음 이겼을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의 기회 였을 것이다. 몇 명이 죽던 희생을 치르던 밀어 버렸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고, 이후부터는 '절대' 완전한 승리를 장담할수는 없게 되어 버렸다. 아니 도리어 싸우게 되면 적에게 무기를 하나씩 더 쥐어 주는 셈이 되어 버리는 것이 되어 버렸지."
"잠깐 그렇다는건,, 우리들이 와서 싸웠던건.."
"아마 지금쯤은 더 강해져 있겠지. 그런 녀석들이다. 정체도 모르는 생명체도 아닌 녀석들이지만, 그것은 분명히 살아 있다. 지금도 나에게 말하고 있지. '항복 하라' 라고,"
"무슨 뜻이지 그게?"
"말했잖아? 주도권을 잃었다고 해도 라스펠에 있는 지식은 전부 나에게로 연결된다. 그것을 그녀석도 알고 있는거야. 언제나 머릿속으로 속삭인다. 사람들을 한명씩 죽이면서 어서 주도권을 내놓으라고,,"
그녀는 눈빛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그러던 와중에 지상에 이변이 생겨났다는것을 알았다. 지상쪽의 마력은 거의 없었지만, 아직 일부분은 남아 있었기에 나는 그쪽에 집중했고, 너희들을 볼수 있었지. 벤하르트.. 하르크 라고 했었나? 당신의 그 '기적'은 정말 놀라웠지. 전설로 화자 되어야 할것은 가짜 지식으로 신이 되고자 했던 우리들이 아니라 당신 같은 사람이 받아야 할 칭호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정도 까지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벤하르트도 이번만큼은 그 공을 치하받고 싶은 마음이 있기는 있었다.
"그것에 나는 도박을 했다. 아마 그 금단의 마법이라 할지라도 우리를 구해줄수 있는 확률은 엄청나게 희박할게 틀림 없었지만, 이대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 사람들은 한계에 다다랐고 샤모나 조차도 내외의 압박감에 더 버틸수 없다는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라스펠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궁으로 옮기고 모든 결계를 궁으로 옮겨 버려서 벤하르트.. 벤하르트님이.."
"아니 님자는 필요 없습니다. 그냥 벤하르트라고 말.. 으으.."
호들갑을 떨면서 거절하려 하자 팔을 움직여 버려서 벤하르트는 부들부들 떨면서 고통에 힘겨워 했다.
"전설로 회자될 사람이 님자 정도에 벌벌 떨어서야.. 하지만 그런 영웅담도 나쁘지는 않겠지. 벤하르트가 도시를 끌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 기적처럼 그것은 성공했다."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이곳까지 들어왔다는 것이군."
"그래. 우리는... 아니 나는 바보였다. 가장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기에 중요한것은 무엇하나 보지 못했어. 라스펠을 이끌어가는 지도자였지만, 라스펠을 지키지 못했지. 인간에게는 독이 있다. 간단하지만 누구에게나 가지고 있고 누구에게나 퍼질수 있으며 누구에게나 퍼뜨릴수 있는 그 독에 빠져서 라스펠을 위기로 몰아 버렸던 것이다. 모든것은 다 내 탓이다."
"아닙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왕과 마누어는 동시에 대답했다. 신봉자라고 해도 믿을정도로 열성적인 어조에 거짓은 들어가 있지 않았다.
"레니아. 당신은 많은 것을 알고 있겠지? 그렇다면 기억해둬라. 이 못난 지도자의 모습을.. 언제고 많은 것을 알고 있을때가 가장 모르고 있는 때일수도 있다는것을.."
"명심하도록 하지. 그리고 한가지 물어 보고 싶은게 있는데,"
"무엇이지?"
"어째서 그렇게 지식을 요한거지? 이야기를 미루어 보건데 지식을 요구한것은 라스펠의 사람들이 아닌것 같아. 그 시초는 당신이었지? 이렇게 된다는것을 예상하지 못한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라스펠만을 위한다고 했던 당신이 '어째서' 그렇게 지식을 요구했는지가 궁금해. 사실 지식따위는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일인데도, 이정도까지 전문적으로 '지식'을 요한 그 점이.."
"엄청나게 날카롭군. '특정한 부분'의 지혜가 몇가지 있다면 분명 레니아 당신은 한가지는 확실하게 가지고 있겠어."
"거슬리는 '특정한' 인걸."
하지만 그것은 레니아도 인정하는 부분이었기에 그녀는 미소로 답했다.
"전부는 말하고 싶지 않지만, 굳이 조금 말하자면 나는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사념'으로써 존재하는 나는 이전에 '살아서' 존재했던 나의 존재를 은연중에 원하고 있었다. 그때의 내가 했던 발자취를 본능적으로 따라가려고 애를 썼던것 같다. 하지만 육신이 없는 나는 그때로 돌아갈수는 없었다. 때문에 나는 대체할 수단이 필요 했던 것이야. 그것이 바로 온 세상의 '정보' 였을뿐이지. 사심 없는 활동이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나도 인간, 독의 굴레에서 벗어날수는 없었던 모양이지."
"그나저나 앞으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인지요."
마누어의 물음에 여왕은 가는 눈으로 벤하르트의 일행을 바라 보았다.
- 작가의말
오늘 화는 여러가지로 애를 많이 쓰긴 했는데, 다들 이해하셨을지 모르겠네요. 물론 숨겨놓은것들도 많습니다. 이후 뒷 이야기에 써먹을 나름대로의 복선형 이야기들이 좀 많이 들어 갔기 때문이지요.
(원래 이런것은 말하면 안됩니다만, 밝혀 두고 어떤건지 예상하시는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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