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51화(607화)-마굴(11)
"음?"
"왜 그러십니까?"
"이걸 봐."
"지도..?"
구도우가 가르킨 곳에는 거대한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아무래도 이 도시의 지도인것 같군. 그리고 이 지하도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또한 그려져 있는 모양이다."
벤하르트는 지도의 작게 그려져 있는 표식을 발견했다.
"그렇다는건 여기가 현재 우리가 있는 장소라는 것이겠군요."
"그런것 같군. 흐음 잠깐만 기다려."
구도우는 지도를 보며 한참을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현재 우리가 있는 곳은 이곳이지만, 에실러가 있는 은거지는 아마 이쯤이겠군."
"그렇군요."
"네게 중심에 대해서 묻고 싶은게 있는데, 우리 은거지가 이쯤이라고 한다면 중심은 어디쯤에 있는거지? 나는 중심까지는 한번도 가본적이 없어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거든."
"중심이라고 한다면,"
벤하르트는 한참을 생각하고는 지도를 찍었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습니다만, 위치상으로 보면 이쯤이 아닐지.."
"정확하지는 않아도 좋아. 어느정도만 비슷하다면 지하도를 통해 나섰을때 보일 정도는 될테니까, 그래 그곳이라고 하면,"
구도우는 간략화 되어 있는 그림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기억했다. 그럼 가볼까?"
"이곳을 따라 가는수 밖에 없겠군."
"흐음 구멍이 아주 크고 길어서 끝도 보이지 않는군요. 그나저나 이것은 뭘까요?"
벤하르트는 아래로 내려와 두개의 철로 이어진 길을 가리키며 물었다.
"글세. 나도 이곳의 문명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게 없으니까, 그 말에는 제대로 대답하기 어렵겠군. 어쨋든 꽤나 걸어야 할거야."
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지하도에서 그들은 검에 의지해 앞으로 나아갔다.
"굉장히 지치는군 빛이 없다는게 이렇게 체력을 앗아갈 줄이야."
"그렇군요."
벤하르트는 생각보다 많이 지치지는 않았지만, 구도우의 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이었다면, 녹초가 되었어도 열번은 더 되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너는 개인적으로 이 마굴을 없애기 위해 왔다고 했던가?"
"네. 그렇지요."
"나는 자랑은 아니지만, 이미 이 마굴에서의 생활이 몇개월이 넘어가고 있거든, 사실 이제 반쯤은 포기하고 있는데, 어때 우리가 이곳을 나갈수 있겠나?"
"저는 거짓말은 안하는 주의거든요."
벤하르트는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어 그래? 그럼 어떤데?"
"확답은 못하겠군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기는 하겠습니다만,"
"그렇군. 모범답안이겠군. 어찌될지는 모르나 최선은 다한다. 거짓말이 아니라면 이보다 더 좋은 대답은 없을지도.."
"에실러와 구도우씨는 이곳에 스스로 응해서 온 것이죠?"
"그래."
"뭘 위해서 입니까?"
"뭐겠냐? 돈이지. 도적따위가 이곳에 올 이유따위야 정해져 있는 것 아니겠냐?"
"그렇군요."
"아까 내가 이곳을 나가는 것을 반쯤은 포기했다고 말했었지?"
"그랬었지요."
"사실 포기했다고 했지만, 나는 이대로여도 상관 없지 않나? 하고 생각하고 있기도 했다."
어둠속 서로의 표정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구도우는 약간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대로여도 상관 없다구요?"
"그래. 이곳에 처음 들어와 보니 느낌은 어때?"
"최악이었지요."
"지옥이지. 하지만 말야.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적응하는 생물이라고 하더군. 이런 곳도 적응하고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또 다른 의미로 접근할 수가 있지."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나나 에실러는 세상에서는 눈 밖에 난 존재였지. 어디를 가도 멸시를 받는 것은 기본이고, 그정도에 그칠 것 없이 세계에서 배척당한 사람들이야. 하지만 이곳은 말야. 나를 영웅 취급 해주고 있다고,"
구도우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구도우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벤하르트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분위기에 압도되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나같은 도적이 이런 곳에서는 영웅취급이야. 현실과 지금 이곳의 차이가 너무도 절실하게 와닿아서 말야."
"그러면,, 나가고 싶지 않은 겁니까?"
"나가고 싶지. 이런 곳따위는 사절이지.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이곳에서 머무르고 싶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이 있는거야."
구도우는 다 이야기 하고 나서 목소리가 한결 가벼워졌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것에 별다른 의미는 없어. 그저 이런 지옥같은 곳에서도 이런 느낌을 받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말해 보고 싶었던 것 뿐이다. 나는 지금도 나가고 싶고, 또 다른 이들의 희망을 밟거나 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 단지, 지금까지 혼자 앓고 있었던 이야기를 한번쯤 해보고 싶었던 것 뿐이다."
"어째서 그런 이야기를 저에게."
"너는 말야.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 같거든."
벤하르트는 그 말을 듣고 왠지 가슴이 시큰거렸다.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이런 이야기는 말야. 다른 사람에게는 할 수 없지 않겠나? 다들 언제 죽을지 몰라 불안해 하고 이 상황 자체에 좌절하고 있는 이들에게 '나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었으면 좋을지도 몰라.' 라는 정신 나간 말을 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지. 하지만 너는 달라. 이 '위험'을 알고 들어왔을 터, 이 상황을 보고도 전혀 '자신의 일'처럼 느끼고 있지 않고 있어 보였다. 그래서 이야기를 해 본것이지. 이런 곳까지 따라 왔으니 내 독백 정도는 아무 말 없이 들어 줄 수 있는것 아닌가?"
"그것도 그렇군요. 하지만 저는 일을 할때는 망설이지 않는 주의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도 저는 이 마굴을 없애는 것에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것도 바라던 바라고,"
한참을 걷던 벤하르트는 눈 앞에 보이는 무엇인가를 알아차리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것은?"
"뭐지?"
그들의 눈앞에는 긴 상자처럼 이루어져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건.."
"그래. 그렇군. 이것은 이 문명의 운송기일거다."
"운송?"
"그래 우리가 타는 말같은 것들 말이다. 아마도 이것에 타서 사람들은 이동해 다녔겠지. 아니라면 구태어 이런 시설을 만들리가 없어. 이런 시설을 만들어서 이득을 볼 만큼 이 시대의 사람들은 몸이 좋지 않았으니까, 거기에 이 부분 마차의 바퀴를 닮지 않았나?"
구도우가 가리킨 곳을 보고 벤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렇군요."
"이미 그 두놈을 통해 본 적이 있지만, 이 시대의 힘에 의해서 이것이 작동 되고 있지 않았을까 예상해볼수 있겠군."
'두놈이라면,, 스팅과 레랄드인가..?'
"어쨋든 이대로 길을 따라 걷는 것이 제대로 길을 찾아가고 있다는 증거로 삼을수는 있을것 같구만,"
"그렇군요."
벤하르트는 빤히 신세계의 문명기를 보고 있었다.
"한번 구경하고 갈텐가?"
"그래도 되겠습니까?"
"어차피 주도자는 이쪽도 아니고, 이왕 귀찮아진것 뭐 어떻겠나. 좋을대로 하라고,"
- 작가의말
한주의 시작입니다. 다들 좋은 한 주가 되시기를 ^^
이번에 글을 쓰다가 느낀게 있다면, 의외로 저는 지금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점이 문득 떠오르네요..
주변에 간단하고 볼 수 있는 것들도 조금 깊게 생각해보면 제대로 알고 있지는 않은것 같습니다. 그것을 느낀 제 자신에게 놀라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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