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7 부.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8 화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8

텔리를 태운 알렉시스의 차가 닥터 뮬러의 오피스 건물에 주차하고 있을 때였다. 밖에서 차의 엔진 소리가 들리자, 닥터 뮬러는 사무실 창을 가린 블라인드의 틈을 살짝 벌려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차에서 선글라스를 쓴 알렉시스가 내리고 그 다음으로 바비 로마노의 모습을 하고 있는 텔리가 내리자 그의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다시 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아... 안 돼. 저 악마가 또 날 찾아오다니.... 오, 신이시여.”

그는 마른 침을 꼴깍 삼키면서 큰 덩치 마이클과 그 동료가 일을 제대로 처리해주기만을 바랐다.

* * *

마이클과 그의 동료는 주차장에 세워둔 그들이 타고 온 차 안에서 텔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알렉시스와 텔리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본 둘은 곧 행동을 개시했다.

“저 녀석이 로마노인가 보다. 삐에뜨로. 가자!”

마이클이 그렇게 말하며 차문을 열자, 삐에뜨로라고 하는 그의 동료도 곧 뒤이어 차에서 나왔다. 그들은 재빨리 그들의 목표물의 뒤로 접근하면서 옷 주머니에서 전기충격기를 꺼냈다.

“로마노씨?”

“응? 예?”

누가 자기를 불렀는지 확인하려고 뒤를 돌아보는 텔리의 목에 마이클이 전기충격기를 재빨리 갔다 댔다.

‘브즈즈즈-!’

“엌!”

텔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주차장 바닥에 쓰러졌다. 그것을 본 알렉시스가 소리 질렀다.

“오, 신이시여!”

그러자 삐에뜨로도 전기충격기를 알렉시스의 팔에 갔다 대었다.

‘브즈즈즈- 타다다닥!’

그의 기습을 받은 알렉시스도 텔리처럼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마이클은 알렉시스가 손에 쥐고 있던 그녀의 차 키를 빼앗아서 삐에뜨로에게 던졌다.

“이 두 녀석들을 이 여자가 타고 온 차에다 싣자. 난 우리가 타고 온 차로 앞장설 테니 빨리 따라 와.”

“알았어!”

마이클과 삐에뜨로는 기절한 텔리와 알렉시스를 그녀의 차 뒷자리에 태운 후, 각자 차에 올랐다. 마이클이 먼저 앞장서서 그들이 타고 온 차를 운전하며 주차장에서 나갔고, 삐에뜨로는 알렉시스의 차를 운전하며 그의 뒤를 따랐다.

* * *

마이클과 삐에뜨로가 텔리와 알렉시스를 납치해 온 곳은 닥터 뮬러의 오피스로부터 조금 떨어진 한적한 창고였다. 그들은 기절한 두 사람을 의자에 앉히고 거기에 사지를 묶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으으음......”

기절했었던 텔리가 신음소리를 내며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었는데, 차가운 무언가가 그의 이마에 닿았다. 그가 서서히 고개를 들면서 올려다보자,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큰 덩치 마이클이 손에 들고 있는 권총의 총구였다.

“놀랐나? 로마노? 원래는 이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네놈에게 공포심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어서 말이야.”

차가운 총구보다도 더 냉랭한 표정으로 텔리를 쏘아보면서 마이클이 말했다.

“그래. 원래는 병신 같은 네놈이 기절했을 때 죽여 버리려고 했어. 그런데 그렇게 곱게 죽이려니까, 왠지 좀 섭섭해지더라구. 그래서 네놈에게 뭔가 인생의 교훈을 하나 해주고 죽여주려고 지금까지 기다렸지.”

“뭐? 교훈? 아하.... 그랬어? 훗훗훗훗.”

텔리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웃었다.

“아... 차라리 내가 정신을 잃고 있을 때 죽여보지 그랬어. 어차피 네 놈의 총알이 내 몸에 박히지도 않았겠지만, 적어도 그 총소리를 들었다면 이렇게까지 푹 잠을 자지 않았을 거 아니야? 지금 몇 시야? 내가 얼마나 정신을 잃고 있었지?”

마이클은 총구 앞에서 여유를 부리는 텔리를 보고 내심 놀랐다.

‘이놈, 과연 보통 놈은 아니군. 총으로 자기를 겨누고 있는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니 말이야.’

‘끼릭- 철컥.’

마이클은 총을 장전하면서 더욱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듣자하니, 네 놈, 싸이코라고 하던데? 닥터 뮬러가 그러는데, 네가 찾아 와서 이상한 얘기를 늘어놓은 다음부터 자기 생활이 영 엉망이 되었다고 하더군. 게다가 그는 네놈이 그가 고용한 사설 경호원을 죽였다고 믿고 있어.”

“아, 지난주에 닥터의 오피스 밖에까지 따라와서 내게 함부로 욕지거리를 한 그 건방진 놈을 말하는 건가? 훗훗훗. 그래. 그놈은 내가 죽였어. 지금 시간이 어떻게 되었어?”

텔리가 순순히 사설 경호원을 죽였다고 자백하자, 마이클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그러니까 내가 들은 게 사실이라면, 넌 무슨 특별한 약품을 사용해서 그 사설 경호원을 발견한 사람들이 형태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끔찍하게 살해했다는 거 아냐?”

“약품은 아니지만, 넌 도저히 상상도 못할 만큼 기상천외한 방식이긴 하지. 야, 정신을 잃고 있었던 건 나야. 지금도 머리가 좀 어지러우니까 내가 널 죽이기 전까지 좀 입 좀 닥치는 게 어떻겠어? 그래야 죽을 때 고통이 좀 덜 할 거야.”

“뭐... 뭐라고? 이 새끼가 진짜?”

평소에 늘 차분함을 잃지 않는 마이클이었지만, 죽음에 기로에 놓인 텔리가 너무 태연하게 여유를 부리는 모습을 보자, 오히려 그 자신이 기가 죽는 것 같았다. 권총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이 자식, 진짜 보통내기가 아니잖아! 어떻게 이렇게까지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지? 오히려 내가 기 죽는 기분이야. 이렇게 배짱 좋은 놈은 정말 처음이야. 아... 설마 너무 많은 죽음을 봤기 때문에 죽는 것에 대해 초월했다... 그런 건가? 그렇다면 이놈은 혹시 연쇄살인마일까?’

텔리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긴 어디냐? 무슨 폐 창고 같은데?”

“.....곧 죽을 놈이 그건 알아서 뭐해? 가족에게 네 시체라도 찾아가려고 알려주려는 거냐?”

“아니, 아주 내 납치범들에게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말해주려고. 너도 봐봐. 이런 웨어하우스.... 납치해오는 장소로서는 좀 식상한 세팅이잖아?”

“닥쳐. 진짜 너 같은 쓰레기는 쉽고 빠르게 죽이면 안 되는 건데.”

그 때 한 쪽에서는 삐에뜨로가 알렉시스의 가방 안의 물건을 뒤지고 있었다. 그는 그녀 지갑 안에 있는 가짜 ID 카드를 보면서 말했다.

“피비 래스키. 그게 이 여자 이름이야. 그런데 진짜 죽이긴 아까운데? 이렇게 예쁜데.... 음, 게다가 그 영화배우 누구냐? 걔를 좀 닮았어. 누구더라....? 누구.... 아, 그래. 알렉시스 칼라스!”

마이클은 한쪽 눈을 찡그리면서 동료에게 고개를 돌렸다.

“야, 그게 무슨 헛소리야? 아무리 예뻐도 그렇지, 우리의 얼굴을 본 여자야. 당연히 살려둘 수 없다고. 그 여자는 아직 잠들어 있을 때 죽여. 그냥 공포심을 느낄 틈도 없이 편히 보내주란 말이야. 하지만 이 자식은 내가 조금은 천천히..... 아앗!”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고개를 돌리던 마이클은 자기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깜짝 놀랐다. 의자에 사지를 묶어 놓았던 텔리가 그를 묶었던 끈을 모두 끊어놓고 감쪽같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어디 갔어? 로마노 이 자식!”

그가 당황해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갑자기 그의 등 뒤에서부터 몸을 관통하는,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크윽! 컥!”

그가 고개를 숙여 아래를 보자, 빛나는 물체가 자신의 배를 뚫고 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텔리의 손가락이었다. 곧 텔리의 손 전체가 쑤욱 빠져나왔다. 마이클은 극심한 고통과 공포에 빠졌다.

“아아아악!”

그가 너무 놀라 손에서 총을 떨어뜨리자, 그의 등 뒤에서 텔리의 음성이 들려왔다.

“날 찾고 있었어? 아까부터 계속 여기 있었는데. 훗훗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