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6 부. 솔로우스 - 9 화

솔로우스 – 9

갑자기 새로운 적이 나타나서 후방을 공격하자 검은 늑대들은 순간 어리둥절했다.

‘컹! 컹!’

그들 중 두 마리가 알렉시스와 3 명의 병사에게 달려들었다. 3 명의 병사는 최대한 몸을 낮추어 달려드는 늑대들의 아래쪽으로 파고 들더니 ‘야!’ 하는 기합과 함께 어깨를 들어 올리며 늑대들을 밀어내었다. 두 병사가 늑대의 날카로운 발톱에 팔과 등이 찢기며 피를 흘렸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고 몸으로 늑대의 공격을 막았다. 그러자 알렉시스는 번개 같은 동작으로 불타는 주먹으로 늑대의 머리를 매우 세게 내리쳤다.

‘콰드득!’

알렉시스의 불타는 주먹이 늑대의 머릿골을 부수고 박히자 늑대는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알렉시스님, 또 한 마리가 달려옵니다. 저희가 앞에서 막을 테니 지금처럼 해치워 주십시오.”

방패도 없이 칼날처럼 날카로운 늑대의 이빨과 발톱을 맨몸으로 막아내는 실로 무식한 방법이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들은 부상을 개의치 않고 달려오는 늑대에게 달려들어 쓰러뜨렸다. 쓰러진 늑대가 몸부림치며 한 병사의 팔을 물었지만 병사는 비명 하나 지르지 않고 그대로 늑대를 체중으로 눌러버렸다. 이번에도 알렉시스는 재빠르게 늑대와 병사 위를 올라타서 하얗게 빛나는 주먹으로 늑대의 머리를 가격했다.

‘퍽!’

조금 전 불새의 힘을 사용한 주먹과는 달리 이번엔 늑대의 얼굴에 큰 구멍이 뚫렸다.

검은 늑대들은 다른 불새군 병사와는 달리 전투에 적극적인 릴리카의 병사들을 보고 두려운 마음이 생겼는지 더 이상 앞으로 다가오지는 못하고 ‘크르르....’거리는 소리만 내면서 뒤로 슬금슬금 빠지는 것이었다. 알렉시스는 늑대들의 눈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 것과 지금 자기와 불새군 병사들에게 겁먹은 것을 한눈에 포착했다. 베토케로우스는 지금 한창 텔리를 공격하고 있어서 늑대들의 정신을 조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녀석들, 눈이 아까와는 달리 붉은 색이 아니야. 괴수에게 정신을 조종당하고 있는 게 아닌 게 분명해. 게다가 뒤로 자꾸 물러서는 것을 보니 우리들에게 겁을 먹었군. 좋았어. 그렇다면...!’

그녀는 하얗게 빛나는 손을 들어 아까 텔리가 했던 것처럼 손가락 끝에 하얀 실을 뽑아내었다. 그것을 채찍처럼 휘둘러 조금씩 자기로부터 멀어지는 늑대들을 조금 먼 거리에서 공격하려는 것이었다. 늑대들은 그녀가 심상치 않은 방식을 사용하려는 것을 알고는 도망가려고 고개를 돌렸다. 그때 그녀의 눈이 번뜩이면서 채찍 휘두르듯이 팔을 흔들었다.

“도망가려고 하다니! 이미 늦었다. 이놈들!”

그녀의 손끝에 매달린 빛나는 실들이 펼쳐지면서 늑대들 위를 덮쳤다. 이미 도망가려고 몸을 반쯤 돌린 늑대들은 어둠 속에서 그 얇은 실들을 미처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실에 몸이 조각으로 잘려나가면서 땅에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방어를 담당했던 불새군 병사들은 다시 한 번 그 가공할 능력에 반쯤 감탄하고 또 반쯤 두려워하면서 혀를 내둘렀다. 알렉시스는 잠시 행동을 멈춘 그들에게 말했다.

“자, 이런 식으로 저기 베토케로우스와 홀로 싸우시는 살육신이 계시는 곳까지 전진하자. 그리고 빨리 움직여야 한다. 지금은 보통 상태의 늑대들을 상대하게 된 것이라 수월했지만 베토케로우스가 또 다시 저들의 정신을 조종하게 되면 완전히 다른 생물을 상대하는 것이 되어버리니까 말이다. 그러니 어서 가자!”

“넷!”

릴리카의 병사들은 더 이상 그녀가 자기들의 상관이 아니었지만 예전과 똑같이 그녀의 명령을 따랐다.

바로 그때, 텔리는 베토케로우스에게 어깨를 물린 채 그의 삶의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으으윽!”

입으로는 신음을 내뱉으며 겨우 눈을 뜨고 보니 바로 그의 눈앞에 괴수의 번득이는 붉은 눈을 본 것이다.

“끄아악! 깜짝 놀랐네! 야, 내가 졌다. 졌다구. 그러니 한 번만 살려줘라.”

베토케로우스는 대답대신 텔리의 어깨를 문 채로 고개를 들어 그의 몸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그의 입가로 텔리의 붉은 피가 흘러 뚝뚝 떨어졌다. 텔리는 베토케로우스의 눈을 쳐다보더니 기가 차다는 식으로 말했다.

“끄으윽.... 재수 없는 자식. 왜 날 그런 식으로 쳐다 봐? 이게 즐거워?”

아마 텔리의 말이 맞는가 보다. 베토케로우스는 텔리의 어깨를 물고 있으니까 말로는 못 하고 있지만 이미 눈으로 웃고 있었다. 괴수는 텔리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들어 올렸던 그의 몸을 땅바닥에 세게 내다꽂았다.

‘쿵!’

그리고 베토케로우스는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체중을 실어 연속으로 여러 번 텔리를 바닥에 꽂았다.

“아악! 아파 죽겠네. 제기랄! 죽일 거면 그냥 죽이란 말이야. 시간 끌지 말고!”

온몸의 뼈가 다 흔들릴 정도로 강한 충격에 텔리는 욕지거리를 퍼부은 더니 베토케로우스더러 제발 자기를 죽여 달라고 사정했다.

알렉시스는 방금 또 늑대 한 마리를 해치우면서 텔리가 외치는 소리를 듣고 소리질렀다.

“베토케로우스! 텔리님에게서 물러나라!”

“음?”

그때까지 텔리에게만 집중하고 있던 베토케로우스는 알렉시스와 불새군 병사들이 가까이 온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는 그들에게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그는 텔리의 어깨에서 입을 떼더니 알렉시스를 턱으로 가리켰다. 그리고는 이젠 너무 심하게 부상당해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의 텔리를 조롱했다.

“크크크. 신전 전사 따위가 내게 소리치다니. 가소롭군. 텔리, 저따위 녀석들이 너를 구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응?”

그는 앞발로 텔리의 몸을 고정시키더니 다시 크게 입을 벌려 그의 몸을 덥석 물었다. 가슴과 배에 커다랗고 날카로운 베토케로우스의 이빨이 파고 들자, 텔리는 엄청난 고통 속에서 숨이 넘어갈 듯이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하지만 베토케로우스는 쉽게 텔리를 끝장내지 않았다. 갑자기 뭐가 생각났는지 그는 씹고 있던 텔리를 뱉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아까 네놈이 말했던 게 갑자기 생각났다. 내 몸에 죽음의 신의 연기를 불어 넣어놓고는 천천히 죽게 만든다고 하지 않았나? 그 덕분에 이제 내 몸은 천천히 썩어가고 있다. 끔찍하게 느린 죽음.... 이젠 네 놈이 그 고통을 절반이라도 맛봐야 하지 않겠나?”

“크으으윽... 그냥 어서 죽이라니까. 빌어먹을 늑대 놈!”

텔리는 입에서 피를 토하며 말했다. 그의 몸에 난 큰 이빨자국에서는 상당한 양의 피가 흘러나와 주변의 땅을 빨갛게 물들였다.

“아니. 지금 널 구하러 오는 저 여전사를 죽이겠다. 넌 여기서 꼼짝 말고 구경하도록 해. 좋은 볼거리가 될 거니까. 크크크.”

베토케로우스는 그 말을 마치고 붉은 눈에서 빛을 뿜어냈다. 곧 그의 이마도 빛나기 시작했다. 그는 다시 늑대들을 직접 조종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텔리가 알렉시스에게 외쳤다.

“알렉시스! 안 돼!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마! 늑대들이 다시 변할 거야! 어서 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