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6 부. 솔로우스 - 73 화

솔로우스 – 73

베토케로우스가 텔리를 보자, 썩어 문드러진 그의 눈가가 다시 붉은 색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붉은 빛은 그의 얼굴과 머리로 퍼져나갔다.

“텔리....! 네놈을... 죽여 버리겠다!”

텔리도 더 이상 괴수를 두고 볼 수 없어서 앞으로 튀어나갔다.

“베토케로우스! 이제 네놈을 보는 것도 정말 지긋지긋하다. 마지막으로 너와 내가 결판을 내자!”

텔리는 지금 뉴욕 마피아 바비의 육체를 쓰고 있어서 다소 행동이 둔해졌지만, 온 몸에 하얀 빛을 내고 있었다. 둘 다 지칠 데로 지쳐서 최상의 상태로 맞붙는 것은 아니었지만 둘이 내뿜는 에너지만으로도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피부로 압력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미스터 황은 갑자기 튀어나간 텔리를 보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하고는 알렉시스를 쳐다보았다.

“야, 알렉시스. 저 양반이 저렇게 가버리면 우린 어떡하냐? 여기 이상한 사람들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데....?”

알렉시스는 아무 말 없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금까지 텔리의 힘과 무자비함에 겁을 먹었던 불새군 병사들이 다시 험악한 얼굴을 하고는 하나 둘씩 무기를 들어 올리는 것이었다. 그들 뒤에서 베도아가 말했다.

“네놈들! 어디서 무엇을 하던 놈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우리를 만난 이상, 살아서 돌아가게 할 수는 없다! 저들을 어서 잡아 죽여라!”

“옛!”

주위를 들러보던 알렉시스는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아니 정확히는 마비된 상태로 꼼짝 않고 누워 있는 릴리카와 큰 상처를 입고 쓰러진 에뮤니우스를 발견했다.

“이 녀석들, 릴리카도 해치운 모양이군. 그리고 에뮤니우스도.....”

미스터 황이 알렉시스 뒤로 몸을 숨기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이제 우린 어떡해야 돼?”

알렉시스가 자신에게 너무 가까이에 붙은 미스터 황을 가볍게 밀어내면서 대답했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야 돼? 이놈들, 다 죽여야지. 텔리님은 이놈들을 어떡하셨을 것 같아?”

“그야.....”

알렉시스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양 팔에 힘을 집중시켰다. 그러자 한 쪽 팔은 화염에 휩싸이고 또 다른 쪽 팔은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자! 너희 중 죽고 싶은 자만 앞으로 나와라!”

베도아도 장검을 들고 병사들 틈을 비집고 나오더니, 알렉시스의 말에 응수했다.

“좋다. 저 괴상한 신과 함께 있는 녀석들이라 뭐라도 좀 할 줄 아는 녀석들인가 보구나. 병사들이여! 이것들에게 불새군의 무서움을 보여줘라!”

병사들은 들고 있던 무기를 앞으로 빼면서 알렉시스와 미스터 황에게 공격할 태세를 취했다.

텔리와 베토케로우스, 그리고 알렉시스와 베도아 및 불새군 병사들이 서로 충돌하려고 하고 있을 때, 솔로우스는 조용히 다른 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먼저 자신을 치료해줬던 병사에게 앞에 서서 그의 두 팔을 올리고 있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아직도 에뮤니우스의 독에 의한 마비가 다 풀리지 않아서 그랬던 것이었다. 병사가 그의 두 팔을 잡고 팔을 들어주자 솔로우스는 입으로 뭔가 주문 같은 것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이마에서 밝은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 앞에서 팔을 들고 있는 병사는 조금 불안한 눈빛으로 대사제를 바라보았다. 왠지 모르게 그가 잡고 있는 솔로우스의 팔에서 빛과 함께 열이 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조금 지나자, 대사제의 상반신 전체에서 하얀 빛이 나고 그의 팔이 더 뜨거워졌다. 이제 대사제는 입으로 중얼거리던 것을 끝내고 베도아에게 크게 소리 질렀다.

“베도아! 지금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서 데비아나와 병사들을 데리고 검은 문으로 들어가. 어서!”

베도아는 그의 외침을 듣자, 알렉시스에게 덤벼들려는 것을 멈추고 곧바로 뒤로 빠지면서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전 병사들은 어서 검은 방 안으로 후퇴한다! 어서!”

그리고는 재빨리 달려가 바닥에 뉘인 데비아나를 안아 들더니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검은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병사들은 그녀의 명령을 듣고 전부 알렉시스와 미스터 황에게 등을 돌렸다가 그녀가 검은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자기들도 앞 다투어 후퇴했다. 그 와중에 알렉시스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해치려고 했던 녀석들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도망가는 것을 보고 황당해 했다.

“뭐야? 이 녀석들. 도대체 왜...?”

그녀가 옆을 보자 검은 방 안으로 도망가는 불새군 사이에서 솔로우스와 한 병사가 하얀 빛에 휩싸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얼굴이 사색이 되면서 손을 뻗어 미스터 황의 멱살을 잡았다.

“대사제의 몸에서 저런 빛이? 아, 역시 무슨 일을 꾸미고 있었군! 어서 빨리 여기서 빠져나가야 돼!”

“어엌! 왜 이래?”

미스터 황이 뭐라고 그녀에게 대꾸도 하기 전에, 알렉시스는 억센 손으로 미스터 황을 거의 들어 올리면서 급히 숲속으로 끌고 갔다. 그녀는 사력을 다해 뛰면서 자기가 잡고 있는 멱살 때문에 질질 끌려오는 미스터 황에게 말했다. 그녀가 멱살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을 풀면서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네 발로 뛰어. 이 멍청아! 지금 여기 있으면 큰 일 난단 말이야!”

그녀가 멱살을 놓아주자 미스터 황은 “켁켁” 거리면서 손으로 목을 만졌다.

“야! 텔리님도 저기 계시는데 어딜 가겠다는 거야!”

알렉시스는 열심히 수풀을 해치며 뛰었다. 그녀가 뒤를 돌아보며 따라 뛰어오는 미스터 황에게 말했다.

“텔리님은 신이시니까 혹시 무슨 일이 생겨도 다시 살아 돌아오실 수 있지만, 우리는 아냐! 어서 저기서 최대한 멀리 도망가야 해!”

* * *

솔로우스의 양 팔을 들고 있는 병사는 베도아와 데비아나, 그리고 병사들이 검은 방으로 후퇴하는 것을 보게 되자, 자신도 어서 빨리 자리를 피해야 할 것 같았다. 그는 지금 솔로우스가 무슨 일을 하려는 지 잘 몰랐지만 어서 빨리 그와 함께 피하고 싶었다.

“솔로우스님! 대장님과 병사들이 검은 방 안으로 후퇴했습니다. 어서 저와 함께 몸을 피하시지요.”

“아니다... 거의 다 됐다. 그 때까지만 내 팔을 올리고 있어다오. 그 다음에 나와 함께 가자!”

“지금 괴수가 오고 있습니다. 어서 피해야 합니다!”

“모두의 운명이 걸린 일이다. 조금만 내 팔을 잡고 기다려다오.”

솔로우스가 고집을 피우자 병사는 자신의 목숨이라도 구하려고 생각했다.

“아, 그래도.... 안되겠습니다. 그럼 저 만이라도 먼저 가야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 으으으아아!”

병사가 솔로우스를 버리고 떠나려고 할 때였다. 솔로우스의 몸에서 강한 빛과 열이 뿜어 나오더니 그의 양 팔을 잡고 있는 병사의 손이 뜨거운 열에 타 사라지는 것이었다. 병사는 비명을 지르며 불꽃에 휩싸여버렸다. 솔로우스는 희생당한 병사가 불에 타는 것을 보고 말했다.

“미안하다. 나도 곧 따라가마. 으으으!”

솔로우스는 있는 힘을 다해 자신 몸 안에 있는 모든 힘을 양 팔에 집중시켰다. 그러자 하얗게 빛나고 있는 그의 몸도 화염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조금 지나자 그의 몸이 활활 타오르면서 그 불길이 위로 치솟아 올라갔다.

“자.... 이제 되었어. 이곳을 모두 불태우고 에피로제님 곁으로 떠날 일만 남았다! 으아아아아! 에피로제님!”

그가 소리를 지르며 순간적으로 몸 안의 모든 힘을 방출하자, 화염의 띠가 그로부터 터져 나왔다. 화염이 그의 주변을 순식간에 태우며 번졌는데, 마치 그 모습은 불꽃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접시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