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6 부. 솔로우스 - 13 화

솔로우스 – 13

케르케로우스가 신기 할머니를 늑대에게서 구하기 전의 일이었다. 릴리카와 그녀의 부하들은 함성을 지르며 베토케로우스와 검은 늑대들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야아아아아!”

베토케로우스는 이미 몸 여기저기 상처투성이가 된 채로 자기에게 달려오는 불새군 병사들이 그저 우습게만 보였다.

“불새놈은 자기 전사들에게 이상한 마법을 걸은 모양이군. 저 녀석들은 겨우 기어 다닐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감히 겁도 없이 내게 도전하다니. 크크크.”

그는 잠시 숨을 깊게 들이 마시더니 단 번에 내뱉으면서 큰 소리로 짖었다. 그러자 모두 꿇어 엎드렸던 늑대들이 일어나더니 불새군 병사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내가 신호를 내리면, 너희들은 나가서 죽겠다고 덤벼드는 저 벌레 같은 인간들을 모조리 찢어 삼켜라.”

늑대들은 모두 한 줄로 쭉 늘어서서 베토케로우스의 명령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들의 주인은 히죽거리고 웃기만 할뿐 신호를 주지 않는 것이었다.

“자, 좀 더 가까이 오너라. 불새의 여전사여. 난 네가 내 부하들에게 쉽게 당하기를 원치 않는다. 먼저 널 내 입 속에 넣은 후 네가 보는 앞에서 네 부하들을 죽이고 다음에 널 씹어 삼킬 것이다. 널 씹을 때마다 난 네가 느끼는 절망을 맛볼 거니까..... 음. 음. 좋아.”

그는 마치 이미 릴리카를 입 속에 넣고 씹고 있는 것처럼 흉내를 냈다.

릴리카와 부하들은 함께 나란히 뛰어가다가 검은 늑대들이 일렬로 늘어선 것을 보았다.

“자, 대형을 갖춰라!”

“예! 헉헉헉.”

릴리카의 명령에 병사들은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앞뒤로 그녀를 보호하는 대형을 만들었다. 가장 바깥쪽엔 가장 많이 부상당하고 지친 병사들이, 그리고 그 바로 뒤에는 아직 제대로 싸울 수 있는 병사들이 무기를 꺼내들고 늑대들과 싸울 준비를 했다. 사실 가장 바깥쪽에 있던 병사들은 그야 말로 방패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죽음을 각오해야 했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릴리카가 외쳤다.

“오늘 우리는 늑대 신수를 죽이고 생명의 정수를 취해서 돌아가는 임무를 완성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운이 좋구나. 늑대를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나 처치하게 되었다.”

“옛!”

“자, 가서 늑대를 죽이자! 너희 중에 혹시라도 죽는 이는 불새 에피로제님께서 살려주실 것이다!”

“야아아아!”

병사들은 소리를 지르며 그녀에게 대답했다.

베토케로우스는 한줌밖에 되지 않는 불새군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는 것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광신도들이로군. 에피로제 녀석이 머리를 잘 썼어. 나만큼이나 부하들의 정신을 조종하는 걸 보면 말이야.”

그는 고개를 높이 들더니 길게 ‘우우우~’ 하고 울었다. 그 소리를 들은 늑대들은 모두 일제히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리고 그들의 주인이 짧게 ‘컹!’ 하고 짖자 그들은 모두 달려 나갔다. 늑대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괴수가 혼잣말을 하듯이 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저 겁 없는 여전사는 살려서 내게 데려 와라. 알겠느냐? 살려서 데려 와라. 흐흐흐.”

베토케로우스는 벌써 릴리카를 맛보고 있는 것처럼 혀를 낼름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검은 늑대들은 달려 나가면서 모두 한 목소리로 반복했다.

“여전사는 살려서 데려 와라.”

“여전사는 살려서 데려 와라.”

늑대들 중 가장 앞서 달리던 두 마리가 정면에서 불새군에게 달려들었다. 병사들은 그 중 한 마리를 힘으로 밀치며 막았지만 다른 한 마리가 앞 줄에 있는 병사의 어깨를 물었다.

“크아악!”

어깨를 물린 병사는 입으로는 비명을 질렀지만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자리를 지켰다. 그러자 그의 바로 뒤에 있던 병사가 칼을 들어 늑대의 머리를 연속으로 찔러댔다.

“이야아아아!”

“끼잉! 낑! 낑!”

늑대는 날카로운 이빨을 불새군 병사의 어깨에 깊숙이 찔러 넣은 채 죽고 말았다. 릴리카는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병사들에게 계속 나아갈 것을 명령했다.

“멈추지 마라. 저 흉측한 괴수에게 갈 때까지만 나를 보호해라. 그 다음은 내가 싸우겠다. 저 괴수를 반드시 죽여서 너희와 함께 공을 나누겠다!”

“옛!”

부상당한 병사는 두 손으로 힘을 주어 늑대의 아가리를 벌리더니 옆으로 던져 버린 후 다시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크윽!”

그가 자신의 어깨 위에서 죽은 늑대의 입을 벌리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고통에 찬 소리를 내뱉었다. 릴리카는 얼굴을 찡그리며 그에게 물었다.

“아울루스, 상처는 어떤가?”

“가죽방패는 아무런 이상이 없습니다!”

“음.....”

릴리카는 그 말을 듣고 부상당한 아울루스가 죽음을 각오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하지만 그녀가 그에게 할 수 있는 말은 한 가지뿐이었다.

“아울루스, 우린 널 두고 가지 않을 것이다. 너가 죽더라도 에피로제님께 데려가서 부활시킬 것이다. 알겠나?”

“물론입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에피로제님, 만세!”

어깨에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조금도 나아가는 속도가 느려지지 않는 아울루스를 보고 그의 동료들은 마음이 아팠지만 더 큰 목소리로 함성을 지르며 함께 발을 맞추어 앞으로 나아갔다.

베토케로우스는 늑대들에게 포위당한 채 공격을 받으면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오는 릴리카와 부하들을 보고 진심으로 감탄했다.

“적은 수라지만 절대 만만해 보이지 않군. 저렇게 제 정신이 아닌 놈들과 싸우고 있었으니 엘리시움에서의 전쟁에서 우리가 패할 만도 했다. 미친 놈들과 싸우자니 조금 기분이 안 좋아지는 구나.”

그가 말을 마치고 다시 한 번 고개를 들어 길게 울자, 늑대들의 공격이 더욱 거세어졌다. 지금까지는 릴리카와 부하들을 포위한 채로 둘 혹은 세 마리씩 짝을 지어 공격했다면 이젠 모든 늑대가 전부 일시에 달려드는 것이었다.

“크어!”

“으아악!”

늑대들의 벽에 막혀 릴리카와 부하들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사방에서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까 어깨 부상을 당했던 아울루스는 정면과 측면에서 각각 한 마리씩 그에게 달려드는 늑대들을 보았다. 하지만 몸을 숙이거나 옆으로 틀지 않았다. 오히려 정면에서 들어오는 늑대를 몸으로 부딪치면서 뒤로 밀어냈다. 하지만 측면에서 달려든 늑대가 그의 팔을 물고 그를 땅에 쓰러뜨렸다. 그것을 본 뒤에 있던 병사가 아울루스를 공격하고 있는 늑대의 목에 칼을 꽂았다. 하지만 그도 그의 등을 노리고 달려든 늑대에 의해 땅에 처박히고 말았다.

“이런! 헉헉헉! 너무 적들이 너무 많군!”

릴리카는 양 주먹에 화염을 일으켜 사방에서 덤벼드는 늑대들을 상대했다. 이미 벌써 예전에 지쳤던 그녀였지만 한계까지 능력을 발휘하며 뛰어드는 늑대들을 불태워 죽였다. 그녀가 부지런히 늑대들을 때리며 불태워 죽이고 있는데 한 병사가 손으로 그녀를 밀면서 외쳤다.

“대장님! 피하십시오!”

밀쳐진 릴리카가 고개를 들어 자신이 서 있던 곳을 보았는데 거기엔 한 늑대가 방금 자신을 구해준 병사의 목을 물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역시도 늑대에 배에 칼을 꼽고 있었다.

“제길! XX! 이 빌어먹을 놈이! 날 물다니!”

그는 목덜미를 물려 힘들어 하면서도 욕을 걸지게 내뱉으며 늑대 배에 꽂은 칼을 위로 부욱 올렸다. 그러자 늑대의 배에서 창자가 쏟아져 나왔다.

“아아악! XX! 감히 내 목을 물다니! 아파! 아프.....다....”

병사는 그 말을 하면서 눈을 감더니 창자를 쏟고 땅에 쓰러진 늑대 위에 스르륵 쓰러졌다.

“크윽!”

자기를 살리고 늑대와 함께 죽은 병사를 보고 릴리카는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꼈다.

“이 녀석들! 오랜 시간동안 함께 하면서 그렇게 잘 해주지도 못했는데 내 명령 한 마디에 목숨을 걸다니...... 나와라! 베토케로우스! 널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

그녀는 고개를 사방으로 돌리며 정신없이 베토케로우스를 찾았다.

“앗! 저기다! 저기에 놈이 있다!”

그녀의 두 눈에 베토케로우스가 들어왔다. 그는 몇 그루의 나무에 기대어서 한 곳에 가만히 서 있었다. 마치 지금 벌어지는 전투를 무슨 연극 감상하듯이 말이다. 괴수가 수적으로 우세한 입장에서 부하들을 앞세워 그녀의 부하들을 마음대로 도륙했다고 생각하니 릴리카의 마음에 분노의 화염이 일었다.

“베토케로우스! 거기 꼼짝 말고 있어라! 내가 널 죽이러 간다!”

릴리카의 상체에서 화염이 일어났다. 그녀는 그렇게 불덩어리가 되어 베토케로우스에게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