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부. 만월의 밤 - 20 화
만월의 밤 – 20
마르티네즈는 전신을 휘감는 극심한 고통에 꽥하고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아... 내 몸이 조각조각 부서지는 것 같아! 아아아! 신이시여. 제발....!”
그는 마치 도움을 바라는 것처럼 맥케이에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맥케이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숨죽이고 있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뚝하고 떨어졌다.
‘M이시여. 지금 당신이 겪는 그 고통을 저도 전에 한 번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 실패했었죠. 그 때 깨달았습니다. 전 신께 제 육체를 드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요. 그래서 당신의 고통을 덜어드릴 수는 없지만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제발... 제발 이겨내십시오. 당신이 실패하시면 우리 모두의 소망도 함께 사라지고 맙니다.’
마르티네즈는 여러 번 고통에 몸부림치며 몸을 들썩였다. 그렇게 몇 분간 고생하다가 그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거의 정신을 잃으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그의 몸이 공중으로 붕 뜨더니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쿵!’
“크아아악!”
마르테니즈는 몸을 들썩거리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아아아닛! 저... 저거!”
그 광경을 지켜보던 맥케이와 사신교 신도들은 비명을 질렀다. 신도들 중 하나가 맥케이에게 다가와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저기요, M.....”
“말을 조심하게. 나는 이제 더 이상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아.”
“아, 죄송합니다. 미스터 맥케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까? 저러다가 M께서 몸을 다치시는 것 아닙니까?”
맥케이는 눈물을 흘리며 신도를 바라봤다.
“M께서는 저만큼 우리의 신께 충성하시는 것이네. 실은 아주 오래 전에 내게도 지금과 똑같은 기회가 찾아왔지만 난 견디지 못했지.”
“하지만 방금처럼 M께서 또 공중에 들리었다가 땅에 떨어지신다면 정말 크게 다치실 것 같습니다. 제가 가서 좀 붙잡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신도가 앞으로 나서려고 하자 맥케이는 손으로 그를 붙들었다.
“자네, 제발 그냥 지켜보기만 하게. 이 일은 오로지 M만 감당하실 수 있네. 자네가 함부로 나설 일이 아니야.”
“그... 그래도 M께서 저렇게 고통받으시는데······.”
하지만 그 신도는 맥케이가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고개를 가로젓는 것을 보고 절대 말을 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섰다.
그 뒤로도 마르티네즈의 몸은 몇 번이나 공중에 떴다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때마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의 몸은 여기저기 멍들었고 퉁퉁 부은 얼굴은 코와 터진 입술에서 흘러나온 피로 얼룩져 있었다.
“제발... 이제 전 더 이상은.... 제발..... 아아아.... 다시 또 시작인가....?”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그의 몸이 다시 공중에 떠올랐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그의 몸이 방의 천장에 닿을 만큼 높이 올라가는 것이었다. 만약 저 위치에서 떨어진다면 이미 부상을 입은 상태인 그는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상황을 지켜보는 이들은 혹시라도 일이 잘못될까 봐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모두가 겁에 질린 채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 아까 마르티네즈를 붙들려고 했던 신도가 다시 입을 열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지? 아니, 저러다 M께서 크게 다치시기라도 하면.....”
맥케이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 M은 분명 해내실 거야. 난 저분을 믿어. 죽음의 신께서도 저분에게서 굳은 의지를 보셨기 때문에 기회를 주신 거니까. 그러니 자네도 조금 믿음을 가져보게.”
천장까지 들려 올라간 마르티네즈는 어쩐 일인지 떨어지지 않고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너무 지쳐서 팔과 다리를 축 늘어뜨린 채 겨우 숨만 내쉬고 있었다. 몇 분째 그렇게 공중에서 가만히 떠 있는 그를 보고 맥케이가 물었다.
“M, 의식이 다 끝난 건가요? 무슨 변화가 느껴지십니까?”
“.......”
마르티네즈는 너무 지쳐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바이베노파시스를 그의 몸에 들이는 의식이 끝나서 그런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M, 아직 거기 계십니까? 아니면 죽음의 신이시여, 당신이 M의 몸속에 계십니까?”
“아... 아직 아니야. 다 끝나지 않았..... 으아아아!”
마르티네즈가 힘겹게 입을 열어 대답하려고 하다가 다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의 몸이 공중에 뜬 상태에서 사지가 마구 뒤틀리기 시작했다.
“아아악! 으아아아아악! 아파! 고통스러워!”
조금 시간이 지나자 뒤틀리는 것은 팔과 다리만이 아니었다. 이젠 그의 허리도 목도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비틀리는 것이었다. 또 몸이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기도 했고 이 벽에서 저 벽으로 날아다니다가 벽에 부딫히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마르티네즈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는데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 소리에 깜짝 놀라면서도 너무 끔찍해서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그들이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죽음의 신에게서 받은 기도문을 열심히 외우며 빨리 일이 성공하기만을 바라는 것뿐이었다.
“오, 제발 어서 의식이 끝나기를! 어서 끝나기를! 신이시여! 제발 저 몸에 빨리 들어가시기를 바랍니다.”
몇 분을 극심한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던 마르티네즈가 어느 순간부터 비명을 지르지 않고 잠잠해졌다. 신도들은 혹시라도 그가 숨을 거뒀을까 봐 걱정했다.
“아니, 갑자기 소리가 나지 않는다. 혹시 M이 실패하신 것은 아닐까?”
“어떡하지? 우린 정말 오랫동안 이날을 기다렸는데······.”
옆에서 신도들의 수군거림을 들은 맥케이는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서 마르티네즈의 상태를 살피려고 했다. 그는 혹시라도 일이 잘못될까 봐 무척 긴장했다. 그가 마르티네즈에게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가는데 마르티네즈가 입을 마치 하품하듯 크게 벌렸다.
“하아아아아......”
맥케이가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마르티네즈의 주위에는 어두운 곳에서 맨눈으로 보기엔 잘 보이지 않을 검은 연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라 그를 떠받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또 마르티네즈가 숨을 들이쉴 때마다 그 검은 연기가 그의 입과 코로 조금씩 흡입되는 것이었다. 그때 맥케이는 아직 의식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아... 아직 의식 중이었던 거구나. 내 예상보다도 훨씬 오래 걸리고 고통스러운 의식이다.’
그가 다시 사신교 신도들이 서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그의 머리 위에서 불쾌한 소음이 들렸다.
‘트억! 딱! 뜨억!’
맥케이가 다시 위를 올려다보는데 그의 이마 위로 뜨거운 액체가 빗방울 떨어지듯이 툭툭 떨어졌다. 그가 손으로 액체를 만져서 보니 피였다. 잠시 후 좀 더 많은 피가 맥케이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는 혼비백산하여 위를 쳐다보며 말했다.
“M! 괜찮으십니까? 위에서 당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까?”
“.......”
맥케이는 그가 자기의 질문을 대답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무슨 큰일이 났다고 생각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신도들 중 하나를 지목하더니 어서 방의 불을 켜보라고 시켰다.
“이봐, 자네! 어서 방의 불을 켜보게. M께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알아봐야겠어.”
잠시 후 방에 불이 들어오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공중에 실에 매달려 있던 것 같았던 마르티네즈의 몸이 서서히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의 몸이 바닥에 닿자, 맥케이를 비롯한 사신교 신도들은 그를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마리티네즈의 턱이 빠져 있는 것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고 몸에서는 갈비뼈가 부러진 채로 피부를 뚫고 나와 있었다. 그의 몸은 피를 뚝뚝 흘리고 있었는데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바닥을 피로 물들였다. 맥케이는 처참한 꼴을 당한 마르티네즈를 보고 바닥에 엎드려 오열했다.
“아아아! M! 이게 무슨 일입니까? 어째서 당신이 실패하신 것입니까! 으아아아아!”
그러자 다른 신도들도 하나둘씩 바닥에 엎드려서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죽음의 신의 부활을 기대하며 오랫동안 간직했던 소망이 실현될 꿈에 부풀었던 그들은 너무 황당하고 처참한 결과를 보자 망연자실했다.
온 방 안이 초상집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을 때였다. 마르티네즈의 감았던 두 눈이 번쩍 떠지더니 밝은 빛이 뿜어나오는 것이었다.
“미스터 멕케이! 저것 좀 보십시오! M이...! M이 살아계십니다!”
맥케이는 엎드려 울다 말고 고개를 들고 마르티네즈를 보았다. 그의 두 눈과 입이 크게 벌어졌다.
“M! 당신이 해내셨군요! 죽음의 신이 부활하신다! 드디어! 드디어 부활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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