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7 부.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3 화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3

도원광에 이어 싸이언스도 파출소를 들어오자마자 큰 소리로 떠들자, 앉아 있던 경찰은 짜증이 났는지, 손을 들어 그에게 주의를 주었다.

“아, 좀 조용히 하세요. 여기 사람들이 얼마나 있다고 그렇게 꽥 소리를 질러요? 그것도 이렇게 콧구멍만한 장소에서.”

“죄... 죄송합니다.”

싸이언스는 무안해져서 얼굴이 빨개졌다. 경찰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한 후, 한쪽에 건수 어머니와 친구들이 있는 것을 보고 다가갔다.

“어머니, 저 왔습니다. 세상에! 건수가 돌아왔다고요?”

“응.... 그래.”

“어머니 전화 받고 한달음에 왔습니다. 건수는 어디 있나요?”

도원광이 싸이언스의 어깨를 툭 치면서 손가락으로 슬쩍 의자에 앉아 있는 걸인을 가리켰다.

“저기....”

싸이언스가 고개를 돌려 걸인을 보자 자기도 모르게 턱을 뒤로 당기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그의 눈에도 역시 그는 완벽하게 낮선 사람이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친구들을 바라봤다.

“지금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저 사람이 건수라니?”

“여기서 얘기하는 건 그러니까, 잠깐 나가서 얘기하자.”

도원광과 좐슨은 싸이언스의 손을 잡고 파출소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10 여 분 동안 어리둥절해하는 싸이언스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아무 말 없이 두 친구의 말을 듣고 있던 싸이언스는 그들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입을 열었다.

“음....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져 버렸군. 도저히 제 정신으로는 받아드리기 힘든 상황이야.”

“그러니까!”

도원광은 약간 흥분한 말투로 대꾸했다.

“내 생각은 이래. 파출소 안에 있는 사람은 건수가 아니야, 무슨 목적인지 몰라도 건수인 척 하고 있는 거라고. 그 동안 건수와 함께 있었던 게 분명해. 걔한테서 이런 저런 얘기를 들었던 거야. 그렇게 건수에 대해 충분히 공부한 다음, 오늘 찾아온 거라고,”

그러자 좐슨이 그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도대체 왜? 지금까지 건수와 함께 지내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들었다면 굳이 건수인 척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건수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시피 돈을 노리고 온 건 아니라고 하셨잖아. 그리 넉넉지 않은 형편이니까..... 그런 것도 건수에게서 미리 듣지 않았겠어?”

“음. 어휴. 그럼 난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저 안에 저 이상한 사람은 건수가 아니야. 머리카락과 수염은 안 깎아서 그렇다고 쳐. 그리고 근육이 다 빠져서 큰 덩치는 쪼그라들었다고 할 수도 있어. 하지만, 사람의 키는 저렇게 갑자기 줄어들 수는 없어.”

“하지만 건수 어머니 말씀에도 일리가 있어. 강원도에서 우린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을 겪었었다고. 산짐승의 모습을 한 산신령들, 그리고 외계에서 온 신들까지.....그런 일은 말이 돼? 건수가 사라진 동안 걔한테 무슨 일이 생겨서 겉모습이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좐슨의 말을 들은 도원광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좐슨! 넌 좀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해! 우리 셋 중에서 건수와 제일 오랫동안 친구였던 사람은 바로 나야! 저 녀석과 함께 지낸 시간이 얼만데 내가 친구도 못 알아본다는 거야? 저 안에 있는 저 사람은 건수가 아니야! 절대 건수가 될 수 없어!”

“그래봤자 1, 2 년 차이지! 건수는 나에게 고민을 상담한 적도 있었다구. 너희가 같은 남자라고 모든 걸 공유하고 그랬던 것도 아니고 말이야. 너가 건수에 대해서 다 아는 것처럼 말하지 마!”

“뭐라고?”

눈을 지긋이 감고 친구들의 얘기를 듣고 있던 싸이언스가 손을 들더니 점점 격해질 것 같은 둘의 대화를 끊었다.

“원광아. 원광아. 잠깐만. 좐슨의 얘기도 맞아. 우리 중 누구도 건수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은 없어. 그래서 말인데, 방금 나한테 생각이 하나 떠올랐어.”

“무슨 생각?”

“너희도 모르는 건수의 비밀을 내가 하나 알아. 그건 건수 어머니도 모르시는 걸지도 몰라.”

“뭐? 그런데 넌 그걸 안다고?”

“어, 그래. 나와 건수만 아는 그런게 하나 있어. 이제 다시 파출소로 들어가서 저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그걸 물어보자. 모두 따라와.”

싸이언스는 앞장서서 파출소로 들어갔다. 나머지 두 친구는 그가 무슨 얘기를 하려는 것인지 궁금해 하며 그의 뒤를 따랐다.

* * *

친구들이 파출소로 들어가서 보니 걸인처럼 보이는 남자는 이미 도원광이 가져온 옷을 입고 있었다. 싸이언스는 조심스럽게 그의 곁으로 다가가서 옆에 앉더니 그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요. 그러니까 당신이..... 우리 친구, 손건수라는 거지요?”

“.......”

그가 아무 대꾸를 하지 않자, 도원광이 좐슨을 보면서 소리는 내지 않고 입만 벌리면서 말하는 흉내를 냈다.

‘저 봐. 건수가 아니라니까.’

싸이언스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우리가 그걸 믿지 못하는 게 아니고요. 일단 당신의 모습은 우리가 알던 건수와 너무 다르니까요. 뭐 좀 하나 물어봐도 돼요?”

“.......”

걸인의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상당히 당혹해하는 눈치였다.

“내가 물어보려는 것은요. 정말 건수 본인이 아니면 잘 모르는 거예요. 그러니까 혹시라도 모른다면 솔직하게 모른다고 얘기하세요.”

“.......”

“좋아요. 그럼 질문하겠습니다. 걸그룹 슈가허니캔디의 첫 번째 히트곡 제목은?”

순간 도원광과 좐슨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 걸인이 진짜 건수인지 알아보는 방법이 걸그룹에 관한 질문을 한다는 거였어?

“1,000% 당분 파워 업.”

걸인이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대답하자, 두 친구는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맞아요. 그럼 그 노래가 수록되어 있는 앨범 이름은?”

“당 충전 프로젝트.”

“그 앨범의 초동판매 기록은?”

“22만장.”

“정말요?”

“정확히는 22만 5천 327장. 누적 판매량은 54만 7천 510장. 한국 걸그룹 역사 상 두 번째로 많이 판매된 기록.”

싸이언스는 턱을 뒤로 당기며 조금 놀라는 눈치였다.

“흐음. 그럼, 그 멤버 이름도 당연히 알겠네요? 모두 세 명이죠. 수진, 유리, 그리고 나머지 한 멤버의 이름은 뭔가요?”

“그건.....”

걸인이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하자, 싸이언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도원광과 좐슨은 입술을 오므리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건수 어머니도 잔뜩 긴장한 눈치였다.

“질문이 잘못 됐잖아! 일본인 멤버 유리는 완전체인 스위티즈 앨범 2 집, ‘울티메이트 스윗’부터 합류한 멤버인데, 서브 유닛인 슈가허니캔디에 들어있지 않은 멤버야. 슈가허니캔디엔 수진, 유진, 서진.... 그렇게 3진이 멤버라구. 유리는 몇 달 후에 나올 유닛, 밀크허니캔디의 멤버인데.... 하지만 그건 아직 나오지도 않은 유닛이잖아.”

싸이언스의 얼굴이 굳어졌다. 만약 이 걸인이 건수가 가장 좋아하는 걸그룹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자세히 알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음음.... 그럼... 스위티즈 팬덤 이름도 알... 아요?”

“스윗 투스잖아. 난 스윗 투스 2기 팬클럽 회원이고. 내 회원 번호는 DDH2-819.”

“악! 그... 그럼 내... 내 번호는? 내 번호도 알아요?”

“DDH1-.... 아니,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네가 나한테 회원카드를 보여준 적도 없는데. 다만 넌 내게 1기부터 쭉 회원이었다고 말했었어. 난 처음엔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 너가 가구점에서 내게 스위티즈 미니 앨범 1 집부터 3 집까지, 그리고 모든 멤버들의 솔로 데뷔 엘범 안에 들어있는 모든 포토카드를 모았던 것을 보여주길래 진짜라고 믿게 되었지.”

“하... 맞장. 그랬찡.”

“특히 각 앨범 초판에만 들어있는 뒷면이 홀로그램으로 되어있는 스페셜 카드 5 장을 모두 모은 것을 보고 얼마나 부러웠던지.....”

싸이언스는 크게 놀라며 말을 이어갔다.

“그... 그리고 우... 우리 가게에서 알바할 때.....”

“거기서 일하고 나중에 페이 받으면 부모님께 선물 사드리고 남는 돈으로 스위티즈 미니 앨범 1 집을 사려고 했었어. 그건 절판되어서 중고 사이트에서 미개봉 기준 16만원에 파는 물건이라, 도저히 알바를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것이었거든. 네게도 그렇게 말했잖아.”

“허억! 마.. 마장! 그랬었엉! ♪~~힘이 들 땐 당분 섭취! 속상할 땐 당분 섭취!”

싸이언스는 갑자기 음정도 맞지 않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걸인도 반사적으로 그 노래를 따라 불렀다. 심지어 손짓을 하면서 간단하게 안무를 하는 시늉도 하는 것이었다.

“너에게 보내줄게. 사랑을 담아! 1,000%! 당분! 파워 업!~~♬”

“오오오! 당분 파워업!~♪”

순간 파출소 안의 분위기가 급속하게 얼어붙었다. 싸이언스도 손짓으로 이상한 안무를 하면서 노래를 따라 불렀다. 도원광과 좐슨은 도저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믿을 수 없어서 양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뭐야, 이 대화는? 이것들, 지금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거냐고? 게다가 저 이상한 손짓은 뭐야? 징그러워!’

어느새 싸이언스의 눈가가 촉촉해져 있었다.

“거... 건수야! 너... 진짜 너구나! 이 녀석! 뭐하다 이제 돌아왔어? 크흡!”

싸이언스는 걸인이 그의 친구임을 확인하자, 그를 부둥켜안고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