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부.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4 화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 – 4
싸이언스가 건수를 껴안고 울고 있는 것을 보면서 좐슨과 건수 어머니는 함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 좐슨은 울면서 도원광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
“원광아. 어떡해! 진짜 건수였어! 모습은 완전히 변했지만 건수였다고!”
도원광은 한숨을 쉬면서 뒷통수를 긁었다.
“후우... 그래,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리고 건수가 저 정도로 걸그룹에 빠져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었는데.....”
그는 세 친구 중에서 건수와 가장 오래 안 사이였지만, 그를 알아보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를 제일 잘 안다고 자부했었는데, 실은 그것도 아닌 것을 알게 되자 미안한 마음까지 생겼다.
그때까지 앉아 있던 경찰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건수 어머니에게 물었다.
“아주머니, 그러니까 그 사람이 아들 맞아요?”
“예. 예. 제 아들 맞아요.”
“보니까 예전에 한 번 실종신고가 들어간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 너무 오랜만에 사람을 찾게 되면 모습이 너무 바뀌어서 가족인데도 몰라보는 경우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아무튼 아들을 찾으셨으면 천만다행이죠.”
“예... 그럴 수도 있군요.”
건수 어머니는 그런 경우가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대꾸했다. 경찰은 피곤한지 뒷목을 잡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오늘 아침에 신고가 들어왔어요. 공원 벤치에 사람이 아무 것도 가리지 않고 홀딱 벗은 채로 누워서 잠들어 있다고요. 그렇게 옷도 안 입고 누워 있으니까 운동 나온 시민들이 무서워서 깨우지도 못하고 있었다고요. 그래서 신고 받고 출동해 봤더니 진짜 아드님이 그런 모양으로 있었던 거예요. 혹시 아드님을 병원에 데려가 보셔야 하는 거 아녜요?”
“예. 일단은 집에 데려가겠습니다. 여러모로 폐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건수 어머니는 연신 허리를 90˚로 구부리면서 경찰에게 사과했다.
“혹시 아드님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거라면 관리를 잘 하셔야겠어요. 요즘은 세상이 워낙 험하잖아요. 그런 상태라면 함부로 혼자 밖에 나갔다가 누가 어디로 납치할 수도 있고, 또 그래서 강제로 일을 시킬 수도 있고 말이에요.”
“저기요!”
경찰의 말을 듣고 있던 싸이언스가 울다 말고 소리를 질렀다.
“듣자듣자 하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심하게 하세요? 그 얘기는 지금 내 친구가 미쳤다는 겁니까?”
“내 얘기는 그게 아니라...”
“아닙니다! 아니라구요. 내 친구는 미치지 않았어요!”
“아니, 누가 미쳤다고 했어요? 내가 언제 그렇게 얘기했어요? 다만 아무 때나 밖에 나가지 않게 잘 보호하시라고.....”
“그게 그 말이잖아요! 내 친구가 겪었던 일들, 아니 얘랑 우리 모두가 겪었던 것의 십 분의 일이라도 경찰 아저씨가 겪었다면 그렇게 얘기 못 해요!”
“뭐야? 이 친구가 지금 어디라고 함부로 큰 소리로...”
“어휴. 그 일은 말로는 어떻게 설명을 할 수도 없고, 들으셔도 아마 절대 모르실 겁니다. 아무튼 내 친구는 미치지 않았어요! 아시겠어요?”
* * *
파출소에서 나온 건수와 사람들은 길 건너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잠깐 얘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새로운 모습의 건수가 낮 설어서 그랬는지, 모두 표정이 굳어 있었다. 싸이언스만 예외였다. 그는 아직도 건수에 데해 함부로 말을 한 경찰관에 대한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씩씩거리고 있었다.
“얘들아, 너희도 그렇고 이제 건수도 무사히...... 돌아왔으니까 이제 너무 걱정하지 마. 오늘 너희들이 와줘서 정말 고마웠다.”
건수 어머니는 아직 아들이 무사히 돌아온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아 잠시 머뭇거리며 말했지만, 그래도 전화 한 통에 한달음에 와준 아들의 친구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도원광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면서 대답했다.
“아닙니다. 여러 가지 일로 어머니께서도 많이 혼란스러우실 텐데, 일이 안정될 때까지 언제든 편하게 저희를 불러주세요. 전 오늘 강원도에 계신 분들에게도 연락을 취해보겠습니다. 혹시 그분들이라면 건수에게 일어난 변화에 대해 뭐라도 아시는 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 고맙다.”
건수 어머니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끝내 착잡한 마음을 쉽게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 잠시 후,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자, 어머니와 건수는 작별 인사를 하고 차에 올랐다. 싸이언스가 창가 좌석에 앉은 건수에게 손을 흔들며 큰 소리로 말했다.
“아, 맞다! 건수야! 유리가 있는 새로운 유닛, 밀크허니캔디 말인데! 몇 달 전에 이미 데뷔해서 앨범도 나왔어! 내가 사 놓은 거, 그대로 네게 줄께! 거기 있는 포카도 포스터도 전부 다 줄께!”
그러자, 시무룩했던 건수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진짜? 고마워, 싸이언스!”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세 친구들은 그 자리에 서서 손을 흔들었다.
* * *
집에 돌아온 건수 모자는 오전 내내 무척 긴장했었던 탓인지, 한 동안 바닥에 앉아 말도 없이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건수 어머니는 오랜만에 돌아온 아들에게 식사를 챙겨주기 위해 요리를 시작했다. 건수는 거의 1 년 만에 돌아온 반 지하 방을 둘러보았다.
“집..... 드디어 다시 집에 왔구나.”
좁은 공간이지만 그에게도 돌아올 공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는 상을 펴면서 요리한 음식을 올려놓았다. 된장찌개와 김치, 그리고 밥 두 공기뿐이었다.
“미안하다. 네가 오랜만에 돌아왔는데도 이것밖에 차려줄 게 없네.”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면서 울먹였다. 생사도 명확하지 않고 행방불명이었던 아들이 돌아왔는데도 차려줄 것이 그것밖에 없어서 슬폈던 것이었다. 그러자 건수가 얼굴에 난 긴 수염을 비비면서 대답했다.
“아니에요. 이 된장찌개가 제일 그리웠어요. 그리고.... 죄송해요. 이제야 돌아오게 되어서... 죄송해요.”
어머니와 아들은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마음속에 한 가득 있었지만, 이상하리만큼 말을 아꼈다. 조용히 식사를 시작한 후, 잘 넘어가지도 않는 밥을 겨우겨우 삼켰다.
* * *
여전히 근처 식당에서 일을 하는 어머니는 일단 식당에 가서 사장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야 한다며 집을 나섰다. 사실 그녀는 오전 출근 중에 파출소로부터 연락을 받게 되어 일단 사장에게 급하게 전화로 알린 후, 식당에 가지 못했다. 식당이 근처에 있어서 전화보다는 직접 찾아가서 사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사과하려는 것이었다.
“아까 파출소로 가면서 아버지께도 전화로 널 찾았다고 말씀드렸으니까, 아버지도 오늘 저녁에 집에 오실 거야. 먼 곳에서 일하고 계시는데, 오시면 널 보고 많이 놀라실 테지만, 어쩌겠니. 일단 그 동안 네가 어떻게 지냈는지 잘 말씀드리자꾸나. 너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그 날 아침 이후로 한 번도 연락이 없었잖니. 무척 놀라실 거야.”
“.......”
건수는 그의 어머니의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어머니의 얼굴을 3 초 이상 볼 면목이 없었다. 분명 사정이 있었지만 그의 부모에게 연락을 잘 취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겉모습마저 다른 사람으로 완전히 변해서 돌아왔다. 나중에 그의 아버지가 자기를 보고 받을 충격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당혹스러운 일은, 그 자신도 강원도에서 솔로우스의 불을 맞고 정신을 잃게 된 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오늘 아침, 눈을 다시 뜨고 나니, 기가 막히게도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시간이 꽤 많이 흘렀던 것은 그 후에 알아차렸으나, 그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조금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니 그의 부모에게 딱히 뭐 한 가지라도 설명할 게 없었다. 자신도 전혀 몰랐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잠깐 나갔다 올 테니까 제발 집에 꼼짝 말고 있으렴. 그럴 수 있지?”
“예.”
혹시라도 건수가 또 사라져버릴까 걱정이 태산인 어머니는 아들에게 집에 꼭 붙어있으라고 당부했다. 건수는 간단하게 대답하면서도 죄송한 마음뿐이었다.
* * *
어머니가 집을 떠난 후, 건수는 얼굴의 수염을 자르려고 부엌에서 가위를 가지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상하게 화장실의 불을 켜고 싶지 않았다. 그 자신도 현재의 모습이 너무 이질적으로 느껴져서 보기 싫었던 것이었다. 아까 출동한 경찰에 의해 파출소로 차를 타고 가는 길에, 차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그는 거의 기절할 뻔했다. 마치 정말 무서운 악몽을 꾸는 기분이었다. 건수는 어두운 화장실 안에서 거울 앞에 서서 긴 한숨을 쉬었다. 그는 수염이 길게 자라 있는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원시인이 따로 없었다.
“후우우..... 도대체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그는 가위를 들고 긴 수염을 자르기 시작했다.
“이 얼굴.... 이건 내가 아니잖아. 넌 누구냐..... 진짜 넌 누구냐고.....!”
그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낯선 모습을 보고 너무 기가 막혀서 손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속에서부터 울컥하는 감정이 밀려 올라왔다.
“네? 케르케님? 이 거울에 비친 사람은 누굽니까? 진짜 제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건가요? 지금 제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냐고요! 말씀 좀 해보세요!”
그 때였다. 어둠 속에서 거울에 비친 건수의 눈이 황금색으로 번쩍하고 빛났다.
“아! 내 눈! 내 눈에서 빛이 난다!”
건수는 깜짝 놀라 손에서 가위를 떨어뜨리면서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던 케르케로우스의 눈처럼 그의 눈이 빛나고 있는 것이었다.
“이...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왜 내 눈에서 빛이 나는 거야?”
그가 긴장하기 시작하자, 심장박동이 마구 빨라졌다. 그의 귓가에 심장이 뛰는 소리가 다 들릴 정도였다.
‘쿵쿵쿵쿵쿵쿵....’
“어어어....! 내가 왜 이러지? 내 몸이... 내 몸이... 이상해!”
몇 초 지나지 않아, 그의 두 눈에서는 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너무 두려워서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아! 케르케님! 케르케님!”
건수는 쿵쾅거리는 가슴에 손을 대고 재빨리 화장실에서 뛰쳐나왔다. 그리고 너무 무서워서 바닥에 꿇어 엎드려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후우... 후우... 후우... 후우....”
그렇게 잠시 동안 엎드리고 있자, 조금씩 마음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서 거울이 있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걱정스런 마음으로 다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어, 뭐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잖아? 후우... 다행이다.”
그가 안심하고 다시 가위를 집어 들고 수염을 자르려고 하는데, 그의 눈에 뭔가 이상한 것이 보이는 것 같았다. 화장실엔 아주 적은 양의 빛이 들어오고 있었는데, 그 빛이 들어오는 각도에 따라 자신의 눈동자가 번쩍하면서 빛을 반사하는 것이었다.
“뭐야? 내 눈.... 뭔가 이상하잖아?”
그는 거울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두 손가락으로 한 쪽 눈을 크게 벌려서 눈동자를 살펴보았다.
“헉!”
그러자 그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게 뭐야?”
너무 놀라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의 눈동자 주위에 원형의 금색 띠가 둘러져 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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