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5 부. 만월의 밤 - 11 화

만월의 밤 – 11

조 회장은 자기에게 점점 다가오는 헨리를 보고 기겁했다. 그는 급한 마음에 장전도 하지 않은 총을 헨리에게 겨누면서 외쳤다.

“아아악! 오지 마! 오지 말란 말이야!”

헨리는 패닉에 빠진 조 회장을 보고 쓴 웃음을 지었다.

“미스터 초, 총을 들고 있는 건 너잖아. 뭘 그리 겁을 먹고 그래? 방금 전에처럼 총을 쏘면 되잖아. 저기 뒤를 보라구.”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들어 그의 등 뒤 계단 아래 쓰러져 있는 너부러져있는 시체들을 가리켰다. 조 회장은 헨리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지 계속 총알도 없는 총을 위로 올리며 저항했다.

“저리가! 저리가!”

“하하하... 멍청한 놈. 아무래도 넌 정신이 정상으로 살아가긴 틀린 것 같군. 그래, 어쩌면 돌아버린 네 놈까지 다 처리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지..... 어어억!”

헨리가 말을 하다가 비명을 질렀다. 손을 뒤로 넘겨서 날카로운 고통이 퍼지고 있는 등을 만져보았다. 그의 손이 닿은 곳에 딱딱한 물체가 느껴졌다. 그는 급히 등을 돌려 뒤를 보니 그곳엔 온몸을 덜덜 떨고 있는 양 형사가 서 있었다. 그는 한 쪽 구석에서 숨어 있다가 헨리가 조 회장에게 정신을 집중하고 있을 때 몰래 다가와서 그의 등에 칼을 꼽았던 것이었다.

“으... 아니야! 아니야! 내가 안 했어! 원래 내가 이러려는 게 아... 아니었는데...! 으아... 으아! 미안해! 살려줘! 제발!”

헨리와 눈을 마주치게 된 양 형사는 손을 앞으로 내밀며 자신을 살려달라고 빌었다. 고통 속에서 헨리는 이를 꽉 물고 한손을 뻗어 양 형사의 얼굴을 잡았다. 그의 손가락이 관자놀이를 압박하자 양 형사는 엄청난 고통을 느끼고 있는지, 비명을 지르며 양 손을 올리며 자신의 얼굴을 잡고 있는 헨리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 그러자 헨리는 즉시 다른 손을 뻗어 양 형사의 목을 잡더니 힘을 주어 돌려버렸다.

‘뿌득!’

실로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목뼈가 부서진 양 형사는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헨리가 다른 손으로 양 형사의 목을 잡을 때부터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 예상했던 건수는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린 채로 꼼짝 않고 있었다. 좐슨 역시 계단에서 폭력배들을 처리하는 헨리의 모습을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아서 몸을 돌려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 역시 도원광처럼 진이 다 빠져서 기절하기 일보직전의 상태였다.

헨리는 몹시 지친 표정으로 계단 위에 서있는 히메이오스를 불렀다.

“히메이오스, 너 이 자식! 뭐하고 있는 거야? 거기서 내려와서 내 등에 꽂힌 거나 뽑고 빨리 치료해줘!”

히메이오스는 그 말을 듣고 쏜살같이 계단을 달려 내려가서 품에서 빨간 색의 작은 돌을 꺼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비알리쉬크바, 바로 회복을 위한 정령석이었다.

“헨리, 네 등에 칼이 꼽혀있어. 내가 단번에 빼고 치료해 줄테니까 아파도 참아. 끙-차!”

히메이오스는 헨리의 등 뒤에 꼽힌 칼을 쥐더니 힘을 주어 뽑았다. 그러자 헨리의 등에서 피가 마구 솟아나왔다. 히메이오스가 쥐고 있던 비알리쉬크바에 힘을 집중시키니 돌에서 밝은 붉은 빛이 뿜어져나왔다. 그는 헨리 등의 상처에 그 빛나는 돌을 갖다 댄 후, 눈을 감고 치료를 시작했다. 치료를 받으면서 헨리는 고갯짓으로 조 회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히메이오스, 저 녀석은 네가 처리해. 보다시피 난 이렇게 중상을 입었잖아.”

“안 돼! 목격자를 남겨둘 수는 없지. 네 등은 내가 곧 치료해줄 테니 저 놈도 네가 마무리를 해, 헨리.”

“이 자식, 넌 왜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는데? 너 혹시 지금까지 전투다운 전투를 해보지 못했던 거 아냐?”

“으으응. 네 말이 맞아. 난 한 번도 누구를 죽여보거나 하질 않았어. 그저 예전에 몇 번 전쟁터에 나가서 지금처럼 부상당한 병사들을 치료하거나 정신을 잃은 사람들을 깨웠던 게 전부였다고. 그러다가 어떻게 이 세계에까지 같이 오게 된 거야. 그러니 내게 제발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해치라고 하지 말아줘. 그런 건 하던 사람들이 계속 하는 게 낫지.”

“하! 나 참 기가 막혀서. 너 같이 아예 싸움을 못하는 놈이 어떻게 나와 한 부대에 있을 수 있던 거지? 그래도 미스터 초는 네가 처리해. 무슨 일이든지 처음은 있는 거잖아.”

“헨리, 제발 부탁이야. 난 우리 고향으로 돌아가자마자 불새군에서 나올 거라고. 난 불새군에 있는 게 정말이지 적성에 맞지 않았거든. 지금도 그걸 절실하게 느껴.”

지금 헨리는 부상도 입은 데다 체력도 너무 많이 소진해서 많이 힘들어했다. 그는 조 회장까지 자기가 처리해야 할 것 같은데 지금 몸 상태로 하려니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럼 히메이오스, 미스터 초, 저 녀석은 그냥 살려주자. 어차피 멘탈이 나가서 완전히 정신병원 케이스가 되었어. 저놈이 다른 사람들한테 여기 있었던 일이나 우리와 관계된 것을 얘기한다고 해도 누가 저 놈 말을 믿어주겠어? 전부 미친 놈 취급하고 말걸?”

“안 돼. 안된다니까. 자, 봐. 나도 널 치료하다보니 내 힘을 다 썼어. 응급처치는 거의 끝나가고 있으니까 다 끝나면 너가 완전히 끝맺음을 지어.”

“끄응....!”

헨리는 짧게 신음을 내뱉더니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그가 다시 일어나자 겁에 질린 채 뒷걸음치며 구석으로 도망가고 있는 조 회장에게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 *

헨리와 히메이오스가 지하 창고의 문을 열기 약 1 시간 전, 강원도 아저씨 집.

텔리는 누워서 이른 저녁부터 잠을 자고 있었다. 하지만 누워있는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다른 세계의 신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그는 이마에서 땀을 흘리며 몸을 뒤척이고 있었다. 그는 악몽이라도 꾸는지 잠꼬대를 했다.

“으으으.... 아버지.... 안 됩니다.... 가기 싫어요.... 으으.... 싫다니까요.... 왜 내가 바이를...... 제길.... 바이 때문에..... 끄어어어..... 끄그그극.......”

꿈속에서 누가 그의 목을 조르기라도 하는지 텔리는 목을 긁어대며 저항했다.

“끄으아아아아!”

그는 비명과 함께 눈을 뜨더니 급히 자신의 목이 괜찮은지 만져보았다.

“꿈...! 또 비슷한 악몽을 꾸다니!”

그는 한숨을 쉬더니 누운 채로 옆에 벗어놓은 수트 상의로 손을 뻗어 클로브 담배를 꺼내려고 했다. 그러자 누군가 그의 손에 클로브 담배 한 개비를 쥐어주는 것이 아닌가. 텔리는 고개를 돌려 옆을 봤다. 그에게 클로브 담배를 전한 사람은 맥스 라볼타였다. 그가 입을 열자 이디레이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우... 텔리, 꿈에서 검은 안개를 만났군요. 당신의 아버지, 죽음의 신은 어떻게 지내고 있던가요?”

텔리의 눈이 커졌다.

“이디레이아..... 너로군. 그런데 내가 우리 아버지를 꿈에서 본 것을 어떻게 알았지?”

라볼타의 모습을 한 이디레이아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야 당신의 잠꼬대를 들었으니까요. 하지만 꿈 얘기는 나중에 시간이 남으면 해요. 지금은 당신이 일어나야 해요.”

“왜? 싫어.”

텔리는 클로브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찾았다. 그녀가 클로브 담배에 이어 라이터까지 건네면서 대답했다.

“궁지에 빠진 사람을 구해야 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