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5 부. 만월의 밤 - 22 화

만월의 밤 – 22

마르티네즈는 힘을 주어 빠진 턱을 스스로 끼워 넣은 다음 몸에 힘을 집중시켜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텔리가 몸에서 빛을 발하던 것과 비슷했다. 그런데 희한한 일은, 알렉시스나 릴리카 등 신의 은총을 받은 능력자들이 힘을 집중시킬 때는 힘이 집중되는 해당 부위가 빛났는데, 마르티네즈의 경우엔 텔리처럼 온몸이 밝게 빛나는 것이었다. 그것만 보아도 그가 신과 합일된 상태인 것이 분명했다. 또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지금 빛에 휩싸여 있는 그는 중상을 입은 자신의 몸을 치료하고 있었다. 멀리서 그를 보고 있던 맥케이가 조심스럽게 대화를 시도했다.

“M이시여, 바이베노파시스님과 이제 완전히 하나가 되신 건가요? 아니면 전 지금 죽음의 신께 여쭙고 있는 것인가요?”

“그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부터는 더 이상 M을 언급하지 마라. 다만 그는 모든 인간 중 날 위해 가장 큰 희생을 한 셈이니 내가 그를 기억할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맥케이와 다른 신도들은 당혹했다. 그들은 마르티네즈가 자신의 육체를 신에게 바침으로써 그 자신도 그들의 신과 함께 영원히 살아갈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 그가 사라졌다고 하는 것 아닌가. 등 뒤의 신도들이 실망과 우려 등의 여러 감정이 뒤섞인 채로 서로 웅성거렸다.

“아니, 어떻게 일이 이렇게 되었지? M이 사라졌다니. 그건 죽었다는 의미잖아?”

맥케이는 신도들 간 웅성거리는 소리가 혹시라도 바이베노파시스의 심기를 건드릴까봐 걱정이 되어 그들을 조용히 시켰다. 하지만 그도 황망하게 사라진 M의 일이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럼, 당신은 우리의 신, 바이베노파시스님이십니까?”

“그래, 내가 죽음의 신, 바이베노파시스다.”

그 말을 듣자 방 안의 모두가 술렁였다. 맥케이는 놀라서 바닥에 얼굴을 대고 바짝 엎드렸다. 그러자 그의 뒤에 있던 신도들도 똑같이 따라 했다.

“이럴 수가! 드디어 오늘 저희가 신을 뵙습니다. 당신의 종들에게 무엇이든 명하소서!”

“나의 충성스러운 종들아..... 모두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아라.”

M, 아니 이젠 M의 육체를 가진 바이베노파시스는 그 사이 자신의 몸을 복구하고 스스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올리베이라에게서 암흑을 섭취하기 전 체력이 떨어져서 추위에 벌벌 떨던 마르티네즈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바이베노파시스는 오른손을 들어 힘을 집중시켰다. 그의 손에서 하얀 빛이 나왔다. 그러자 탁자 위에 있던 올리베이라의 시신이 공중에 서서히 떠올랐다. 사물을 들어올리는 그의 신비한 능력에 사람들이 과연 신의 능력이라고 감탄했다.

“우선은 내게 자신의 육체를 바친 마르티네즈의 공을, 그리고 올리베이라, 이 자의 희생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지. 이 둘이 없었다면 난 부활하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나의 종들은 앞으로 영원히 이 둘의 이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렇습니다! 두 사람은 성자입니다. 신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희는 그들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맥케이는 감격한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그러자 다른 신도들도 마르티네즈와 올리베이라의 이름을 외쳤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직접 올리베이라의 시신을 거두겠다.”

바이베노파시스가 빛나는 오른손을 움직이자 공중에 떠오른 올리베이라의 시신이 바디 백을 향해 움직였다. 그걸 보고 신도들은 감격해 마지않았다.

“아아...! 저것 좀 봐! 죽음의 신께서 직접 시신을 거두시다니! 이런 영광이 있을 수 있나! 성자 올리베이라는 우리와 함께 직접 엘리시움에 가지 못해도 그의 정신만큼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할 거야!”

올리베이라의 시신이 바디 백 위에 놓이자 두 명의 신도들이 그의 시신을 그 안에 넣었다.

“죽음의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이렇게까지 은혜를 베풀어 주시다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성자 올리베이라도 당신을 위해 헌납한 생명에 대해 조금도 아깝게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 난 나를 위해 충성하는 자들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바이베노파시스는 두 눈을 지긋이 감았다 뜨면서 응답했다. 그의 말에 감복하였는지 10명이 채 되지 않는 신도들이 연거푸 절을 하며 그의 이름을 거듭 외쳤다.

“죽음의 신 만세! 바이베노파시스님 만세! 저희를 엘리시움에 데려가소서!”

“그래, 그래. 너희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내가 온 것이니라. 하하하!”

바이베노파시스는 기분이 흡족해져서 크게 웃었다.

올리베이라의 시신을 처리하던 두 신도들 중 하나가 바디 백의 지퍼를 반쯤 올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바디 백에서 손이 불쑥 나오더니 지퍼를 올리고 있던 신도의 손을 덥석 잡는 것이 아닌가! 신도는 혼비백산하여 뒤로 물러서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으악! 사... 살아있다!”

그 옆에 있던 또 다른 신도도 그걸 보고 깜짝 놀라서 바닥을 기어서 그 자리에서 도망갔다.

“맙소사! 서... 성자 올리베이라가 사... 살아있다!”

올리베이라는 바디 백 안에서 누워있다가 벌떡 상체를 일으키더니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는 움직이는 것을 보아 살아난 것은 분명했지만 뭔가 이상했다. 온몸이 전부 멍든 것처럼 새까맣게 변하고 있었다. 맥케이를 비롯한 사신교 신도들은 그의 모습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그들 중 일부는 올리베이라의 기괴한 모습에 겁에 질려 소리를 지른 것이었다. 또 소리를 지른 다른 일부는 죽었던 사람이 되살아났다는 것을 보게 되자 그들은 그가 바이베노파시스로부터 새로운 몸을 받은 것으로 착각했던 사람들로, 자신들도 새로운 몸을 받게 될 것으로 믿어서 그랬던 것이었다. 되살아난 올리베이라는 바이베노파시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가 입을 열자 못으로 철판을 긁는 것 같은 소음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목소리는 너무 차가우면서도 괴이해서 듣는 사람들이 귀를 막아야 할 정도였다.

“죽음의.... 신이라.... 후후후. 바이베노파시스, 네가... 언제부터... 그 자리를..... 넘보게 되었지...?”

바이베노파시스는 눈에서 강한 빛을 내며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는 올리베이라를 경계했다.

“네놈은 누구냐!”

“후후후.... 바이, 네놈이...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구나. 나는.... 암흑이다.”

“암흑? 그렇다면 당신은...!”

“바이, 난... 네놈을... 선택한 적이.... 없다. 내가... 선택한 것은...”

“닥쳐라!”

올리베이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바이베노파시스의 손에서 강한 빛의 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빛줄기는 올리베이라의 얼굴을 때리며 그대로 그의 머리를 몸에서 떼어내었다. 바이베노파시스는 빠른 걸음으로 올리베이라에게 다가가서 머리가 사라진 몸에 다시 한번 손에서 강한 빛줄기를 내뿜었다. 그로 인해 올리베이라의 시신은 아까 그에게 접근했다가 목숨을 잃은 신도처럼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는 격노한 표정으로 바닥에 굴러다니는 올리베이라의 조각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만 닥치고 꺼지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