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4 부. 예언자들 - 112 화

예언자들 – 112

강원도 아저씨는 아내와 농담을 해가면서 여유를 즐기며 운전하고 있었다. 그가 강원도에 들어섰을 무렵, 뒷좌석에서 곤히 자고 있었던 라볼타가 부스스 일어났다. 그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서 운전석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가 입을 열자 이디레이아의 목소리가 나왔다.

“오달희씨.”

“어후! 깜짝이야! 뭐... 뭡니까? 신령님.”

“아무래도 좀 서둘러야 할 것 같은데요? 우리가 집에 늦게 도착하면 건수가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

“네? 건수가요? 건수가 왜요?”

“거기엔 배경이 되는 이야기가 있지만 지금 그걸 시시콜콜 전부 얘기해 주기엔 무리가 있어요. 일단은 어서 집까지 가는 것에만 집중하세요.”

“그럼 제가 먼저 전화라도 해야죠. 아, 그런데 내가 그 녀석 전화번호를 모르겠네.”

“전화를 할 시간이면 더 빨리 운전하세요. 내가 직접 가서 상황을 바꿔야 할 것 같으니까요.

그러자 그의 아내가 그를 재촉했다.

“그래요. 당신은 그냥 앞이나 보고 빨리 운전해요. 여기서부터 가는데 얼마 안 걸리니까 전화는 하지 말고 그냥 운전에 집중하라고. 그런데 이 외국 사장님은 몸은 남자인데 여자 목소리로 우리말을 하니까 기분이 아주 이상하고 소름이 끼치네. 어휴.”

강원도 아저씨는 건수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이 급해져 핸들을 힘주어 잡았다. 트럭이 점점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 * *

그 시간, 강원도 아저씨 집에 있었던 건수는 누워있는 싸이언스를 돌보고 있었다.

‘따르르르릉~’

그의 핸드폰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그에게 전화한 사람은 그의 친구 도원광이었다.

“원광아, 안 그래도 전화를 하려던 참이었어. 어. 어. 응. 아, 그래? 순이도 함께 있어? 아, 벌써 거기까지 왔다고? 알았어. 내가 지금 나갈게.”

그는 친구와 통화를 마치고 급히 밖으로 나갔다.

‘원광이와 아침에 통화했는데 이렇게 빨리 강원도까지 올 줄은 몰랐어. 싸이언스도 저 상태만 아니라면 함께 가서 오랜만에 넷이 모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아, 마침 이 때 두 사람이 찾아와서 다행이야. 걔네더러 싸이언스를 데리고 가달라고 부탁해야겠어. 자칫하면 이곳은 위험해질지도 모르니까 말이지.’

그는 조금이라도 빨리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 * *

건수가 나간 지 30 분이 채 안되어 강원도 아저씨 부부와 맥스 라볼타 사장이 집에 도착했다. 라볼타 사장은 집에 들어서면서 잠깐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전히 여신 이디레이아가 그의 육체를 사용하고 있는지 그는 그녀의 목소리로 아저씨에게 말했다.

“늦었습니다. 건수는 이미 집을 떠난 것 같군요.”

“그럼 어떡해요? 그 녀석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하셨잖습니까?”

“네. 아마도 그럴 겁니다.”

“아니, 그러면 전화를 먼저 해서 못 나가게 할 것을 왜 전화를 하지 말라고 해서.....”

“아무리 앞에 벌어질 일을 미리 예견하다고 해도 세상에는 반드시 일어나게 되는 필연적인 일이 있으니까요. 전화를 해서 미리 알렸어도 아마 소용없었을 거예요. 그들은 분명 어떤 식으로든 건수를 나오게 했을 겁니다. 그의 친구들의 목숨을 가지고 협박이라도 했을 거예요.”

“협박이라뇨... 그건 또 무슨 얘기입니까?”

라볼타, 아니 그의 몸을 빌린 이디레이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묻지 마세요. 내가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배경 이야기가 너무 장황해서 다 설명할 수 없다고요. 그럼 난 라볼타 사장까지 이 장소로 데려왔으니 여기 온 용무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서 집으로 들어갈까요?”

“그 녀석은 또 누구야, 이디레이아?”

강원도 아저씨 부부와 라볼타 사장이 집으로 발을 디디려는 순간, 그들의 등 뒤에서 텔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셋이 뒤를 돌아보니 담장의 그늘에서 텔리가 그림자 속에 몸을 감추고 머리만 내민 채 라볼타 사장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강원도 사모는 땅 위에 사람의 머리만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세... 세상에! 저... 저기 좀 봐. 여보! 귀.... 귀신이 담벼락 밑에!”

사모는 텔리의 머리를 보고 손가락질을 하며 남편에게 소리 질렀다. 아저씨는 바닥에 주저앉은 아내를 부축하며 일으켜 세우면서 말했다.

“귀신이 아니야. 내가 말했잖아. 할머니를 만난 후로 이상한 일을 많이 겪었다고. 난 이미 꽤 익숙해졌어. 그리고 저것뿐이 아니야. 앞으로 더 이상해질지 모르니까 단단히 마음먹고 있어.”

라볼타의 몸을 취하고 있는 이디레이아가 방긋 웃으며 텔리에게 말을 걸었다.

“호호호. 설마 나와 내 예언자를 마중 나온 건가요?”

“헛소리하지 마. 여기 있는 할머니로는 부족해서 그 덩치를 데려온 건가 보지?”

“아무래도 할머니는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더라고요. 이 사람은 내 정신과 완벽하게 맞지는 않지만 이 육체라면 그래도 오래 깃들 수 있겠다 싶어서 선택했어요.”

“네 재주에 대한 그런 쓸데없는 설명은 관심이 없어. 베토케로우스, 그놈 얘기나 좀 해줘. 그 녀석, 왜 엘리시움으로 돌아가지 않고 여기 있는 거야? 지금은 케르케로우스가 부활하고 있어서 검은 방에 대한 제어가 상당히 느슨할 텐데.”

“케르케로우스를 죽이고 자기가 검은 방의 주인이 되려고 하는데 가긴 어딜 가겠어요?”

“칫. 베토케로우스가 여기 있으면 케르케로우스는 반대로 엘리시움으로 도망가면 되지. 그리고 검은 방의 문을 닫아버리면 말짱 헛수고잖아. 나 같아도 그렇게 하겠다.”

“아마도 베토케로우스는 지금은 엘리시움에 있으면 안 되나 보죠, 뭐.”

그녀의 성의 없는 대답에 텔리의 양미간을 찡그렸다.

“그게 뭐야? 진짜 저쪽 세상에서 무슨 일이 난 거야? 야, 이디레이아. 넌 뭘 좀 알 것 아니야. 빨리 좀 얘기해줘.”

라볼타 사장의 몸을 빌린 이디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팔짱을 꼈다. 남자의 육체와 여신의 정신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기묘한 모습을 보고 곁에 있던 아저씨 부부의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글쎄요.... 예전에 내가 다른 이들에게 예언과 정보를 제공할 땐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았던 것 같은데요.”

그녀의 말에 텔리는 표정이 싸늘하게 바뀌더니 소리를 질러댔다.

“그래? 그럼 이건 어때? 내가 널 이번엔 안 죽이고 살려주겠다. 네 목숨 정도면 괜찮지 않아?”

“호호호. 잊으셨군요. 제가 육체를 따로 보관한다는 사실을. 내 육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날 죽이겠다는 겁니까? 당신은 천 년이 가도 내 생명의 정수 가까이에 오지 못해요.”

텔리는 분한지 이를 박박 갈았다.

“이이이익! 요망한 년!”

“호호호. 하지만 어차피 당신에게 알려야 할 것들도 있으니 우리와 함께 집안으로 들어가죠. 그렇게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으면 인간들은 겁먹는 답니다.”

텔리는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대답대신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내려가 완전히 그의 모습을 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