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부. 솔로우스 - 2 화
솔로우스 – 2
아직 몸이 마비된 채로 미스터 황의 등에 업혀 있던 릴리카는 라볼타 사장이 숨을 거뒀다는 말을 듣고 울부짖었다.
“안돼! 맥스! 이 병신아! 너가 왜 죽어? 괜히 너가 왜 나서서....? 아아아...”
그녀는 온힘을 다해 몸을 움직여보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손가락 하나 까딱 할 수 없었다. 알렉시스도 자신을 위해 죽은 라볼타 사장을 보고 마음이 크게 동요되었는지 얼굴에 침울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그녀는 손으로 미스터 황을 가볍게 뒤로 밀쳤다.
“사제, 넌 어서 뒤로 물러서. 그리고 저놈의 늑대들! 지금부터 내가 모조리 다 죽여 버리겠어!”
그녀가 한손에 힘을 집중시키자 손끝에서 가느다란 빛나는 실 같은 것이 흘러 내려왔다. 그것을 본 포위선 밖에 물러선 두 마리의 늑대가 땅을 박차고 뛰어오르며 그녀의 목덜미를 향해 돌진했다.
“흥!”
그녀는 침착하게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늑대들을 보고 채찍을 날리듯이 손날을 휘저었다. 그 빛의 실이 늑대들에게 닿자 동시에 두 마리의 몸통이 마치 부드러운 버터가 잘리듯이 두 동강이 나버리는 것이 아닌가?
“아닛?”
방금 전 기습을 당하고도 당황하지 않고 전열을 가다듬은 알렉시스를 보자, 리베우스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알렉시스는 땅에 떨어진 늑대의 머리를 잡아 들고는 그대로 손에 불을 피워서 순식간에 머리를 태워버렸다.
“다음엔 네놈 차례다. 리베우스.”
리베우스는 낮게 그르렁 거리며 대꾸했다.
“정말 여러 재주를 가졌구나? 자, 늑대들아, 저 살육신의 전사에게 모두 달려들어 10 조각으로 몸을 찢어놓아라! 컹! 크르르... 컹!”
그는 날카롭게 짖으며 다른 늑대들에게 다시 그녀에게 총공격을 가할 것을 명령했다. 그의 명령에 따라 여러 마리의 늑대가 앞으로 나서는 그때,
‘쿠르르릉! 쾅!’
다시 땅을 흔드는 굉음과 함께 보이지 않는 검은 방의 입구에서 강한 빛이 뻗어 나왔다. 그리고 이번엔 빛만 번쩍인 것이 아니라 강한 열기와 함께 충격파가 일대를 흔들었다. 입구 가까이에서 쉬지 않고 나오는 늑대들을 상대하고 있던 케르케로우스는 당황한 목소리로 크게 짖었다.
“컹! 컹! 검은 늑대들아! 도대체 검은 방 안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거냐? 그러다가 암흑들이 화를 내면 어쩔 셈이냐?”
리베우스는 케르케로우스에게 물었다.
“검은 방의 주인! 거기 있었군! 당신이 왜 검은 방 밖에 나와 있는 거야? 어서 검은 방의 문을 닫아! 어서!”
케르케로우스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검은 늑대들의 공격을 피하면서 리베우스에게 말했다.
“이 녀석아, 네 부하들에게 날 공격하지 말라고 먼저 명령해야지! 그리고 지금 열려있는 검은 문은 내가 닫을 수 없어. 조금 있으면 저절로 닫힐 거야. 그러니까 지금 난 검은 방의 주인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라고. 에잇! 에잇! 야! 빨리 네 늑대들에게 날 공격하는 걸 멈추라고 명령 안 할 거야?”
케르케로우스로부터 의외의 대답을 들은 리베우스는 무척 당황했다.
“뭐? 검은 방의 입구를 닫지 못한다고? 제길. 그러고도 네가 그 공간의 주인이냐? 아, 주인님이라면 검은 방의 문을 닫으실 수 있을 실거야. 이봐, 케르케로우스. 나의 주인님은 지금 어디 계시나? 베토케로우스님은 어디 계시냐고?!”
‘윙- 윙-’거리는 바람소리를 일으키며 검은 늑대들을 막으며 사방을 뛰어다니는 케르케로우스는 리베우스가 하는 말을 다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의 곁에서 열심히 늑대들을 발로 차고 있는 건수가 이번에도 그 대신 대답했다.
“늑대씨, 그 산더미 같이 큰 늑대를 말하는 거라면 저기 멀리 있는 계곡에 텔리님과 함께 있어요. 둘이 사이가 안 좋은지 목숨을 걸고 싸우려고 했는데 그 큰 늑대가 무사할지는 모르겠네요.”
리베우스는 엘리시움어로 대답하는 건수를 보고 기가 막혔다.
“아니, 저 어린 인간 놈은 뭐하는 놈인데 우리 언어로 말할 수 있는 거지? 그리고 뭐? 베토케로우스님이 무사할지 모르겠다고? 네놈이 감히 우리 주인님을 모욕했으니 넌 이 앞에 있는 살육신의 전사를 쓰러뜨리고 나서 찢어 죽인 다음 그 혀를 씹어 먹겠다!”
리베우스가 그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리려는데 갑자기 그의 눈앞에 활활 타는 불덩어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가 깜짝 놀라 고개를 황급히 젖히고 뒤로 물러서서 자세히 보니 알렉시스의 불타는 주먹이었다. 그녀는 지금 잔뜩 열이 받아서 불주먹을 휘두르며 자신에게 몰려드는 늑대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녀가 다른 늑대를 노리고 휘두르는 불주먹이 그의 코끝까지 닿을 뻔 했던 것이었다.
“으으윽. 저년이 지치지도 않고 모든 공격에 신의 힘을 싣고 있구나. 아니, 아무리 신전 전사여도 그렇지, 저렇게 힘이 넘치다니 놀랍다!”
리베우스는 부하 늑대들에게 둘러싸여서 발이 묶인 그녀를 향해 다시 한 번 날카로운 공격을 가하리라 마음먹었다.
‘좋았어. 내가 있는 쪽을 보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면 내가 공격할 수 있겠다. 당장 네년의 목을 찢어주마! 흐흐흐.’
리베우스가 알렉시스에게 달려들려고 뒤로 물러섰다가 추진력을 얻기 위해 달려 나가려던 때였다. 돌연 그의 몸에 소름이 돋더니 근육이 긴장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모든 늑대들이 순간 동작을 잠깐 멈추더니 조금씩 뒤로 물러섰다. 리베우스는 코를 높이 들어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우우웃! 이건 주인님의 체취! 아아! 베토케로우스님. 이제 오셨군요.”
늑대들이 모두 고개를 돌려 어두운 숲속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숲속에서 새하얗게 빛나는 두 점의 빛이 나타났다. 그리고 곧 들리는 거친 숨소리.
“후욱. 후욱. 후욱. 헉.... 헉....”
늑대들이 숨죽이며 수풀을 헤치며 그들에게 다가오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 때, 검은 방의 입구에서 새로 나오는 늑대들을 때리고 막느라 바쁜 케르케로우스가 건수에게 물었다.
“헥헥. 건수야, 무슨 일이냐? 갑자기 뒤쪽에 있는 애들이 좀 조용해졌다?”
“글쎄요. 누가 숲속에서 나오나 봐요. 알렉시스를 공격하는 늑대들을 제외하곤 전부 그쪽만 바라보고 있어요.”
케르케로우스가 발로 차서 밀어낸 검은 늑대를 받아서 다른 곳으로 차올리고 있는 건수가 대답했다. 그나저나 참 답답한 일이었다. 그 둘은 아까부터 번개같이 빠른 속도로 늑대들을 패고 있었는데, 어차피 검은 방에서 나오는 늑대들은 하나같이 몸에 옴니테바를 지니고 있는 놈들뿐이었다. 즉, 늑대 신수와 그 사제가 너무 빠른 속도로만 공격하니까 늑대들 주위에 노란색의 방어막이 펼쳐지면서 충격을 흡수해버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늑대들은 검은 방의 입구를 빠져나오자 마자 둘의 재빠른 공격을 받았기 때문에 쓰러졌다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려고 하면 주위에 있던 신기 할머니와 스라소니 산신령의 공격을 받아 죽게 되는 것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케르케로우스와 건수는 그 일련의 과정에 전혀 필요 없는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둘은 참 열심히도 늑대들을 발로 차고 있었다. 마치 누가 더 바보인지 대결하는 것처럼 말이다. 건수는 방금 케르케로우스가 발로 차올린 늑대 한 마리를 패스 받아 또 발로 옆으로 밀치면서 소리 질렀다.
“케르케님! 텔리님이에요! 숲속에서 텔리님이 나오셨어요! 그럼 그렇지. 텔리님이 얼마나 강한데. 그 큰 늑대에게 당하셨을 리 없지. 하하하.”
* * *
‘딸깍. 딸깍.’
건수의 말대로 수풀을 헤치고 나온 것은 텔리였다. 그는 거친 숨을 쉬면서 한손에는 클로브 담배를 쥐고 또 다른 한 손에는 강원도 아저씨에게서 받은 라이터 뚜껑을 신경질적으로 딸깍거리며 나타났다.
‘딸깍. 딸깍.’
“헤엑... 헤엑.... 아이씨. 숨차 죽겠네. 왜 이렇게 경사가 가파른 곳에 검은 방의 입구가 있는 거야! 짜증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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