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6 부. 솔로우스 - 41 화

솔로우스 – 41

에뮤니우스는 나무 위에 올라가서 몸을 잘 숨긴 후, 아래에서 벌어지는 일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검은 방의 입구에서 검은 늑대들이 다시 나오기 시작하자, 미스터 황과 불새군 반역자 3 인방은 대경실색하여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그들이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본 그는 순간 내려가서 그들을 도울까 싶었다.

‘음. 아무래도 저들의 힘만으로는 검은 방에서 나오는 검은 늑대들을 상대하기 어렵겠군. 내려가서 도울까? 그러면 나중에 케르케로우스님께 어느 정도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그런데 검은 방을 빠져 나오는 늑대들의 상태가 하나같이 심상치 않았다. 한 마리도 몸성히 나오는 녀석들이 없었다. 거의 전부 상처를 입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후, 미스터 황과 반역자 3 인방 중 하나인 데디쿠스가 함께 있던 무리를 떠나 한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저 두 놈은 어디로 가는 거지? 옳지. 케르케로우스님을 부르러 가는 거로구나. 그렇다면 내가 지금 나서는 것이 좋겠다. 신수께서 돌아오셨을 때, 내가 저기 뒹굴고 있는 검은 늑대를 전부 해치운 모습을 보여드리게 되면 날 용서해주실 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에뮤니우스가 다시 나무 아래로 내려가려고 하는 그때였다. 보이지 않는 검은 방의 입구에서 큰 폭발음이 들리면서 불꽃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왔던 수보다 더 많은 수의 늑대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었다. 입구를 빠져나온 늑대들은 모두 몸에 불이 붙은 채 고통스러워하며 죽어갔다. 그런 녀석들 중 어떤 놈들은 입구밖으로 나오자마자 쓰러져 죽는 경우가 있었다. 그렇게 한 두 마리씩 입구 바로 바깥쪽에서 죽는 녀석들의 사체가 쌓이더니 급기야는 입구를 막아버리게 되었다. 그렇게 검은 방의 출입구가 막히게 되자 안에서 큰 폭발음이 들렸다.

‘쾅!’

폭발음을 들은 에뮤니우스는 나뭇가지를 단단히 붙잡고 몸을 낮췄다.

‘세상에, 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설마 누가 저 안에서 폭탄이라도 터트린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지. 엘리시움에 폭탄이 어딨어? 그렇다면... 그런 능력을 가진 자가 저 안에 있다는 거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에뮤니우스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검은 늑대들이 엉망인 상태로 도망쳐 나오는 것도 이상했어. 지금 폭발 소리로 확실히 알았다. 검은 방의 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 저곳을 통과하면서 난동까지 부릴 정도의 존재가 온다는 거잖아. 이건 심상치 않다. 아직은 아래로 내려갈 때가 아니야.’

* * *

‘쾅!’

잠시 후, 또 한 번의 폭발이 있었다. 이번에는 소리만 들려왔던 것이 아니라, 그 폭발로 인해 검은 방의 입구에 쌓여있던 검은 늑대들의 사체가 산산조각 나면서 사방에 흩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입구를 막고 있던 늑대들의 사체가 사라지자, 불새군의 병사들 여러 명이 방패와 칼로 무장한 채 사방을 경계하며 빠른 걸음으로 검은 방을 빠져나왔다. 그들은 앞서 검은 방을 빠져나온 검은 늑대들을 발견하고는 방패 뒤로 숨었다. 제일 먼저 검은 방을 빠져나온 병사가 뒤따라 나오는 병사들에게 말했다.

“아직 검은 늑대들이 보입니다! 모두 그곳에서 나오자마자 둥글게 방어진을 만들어.”

병사들은 검은 방에서 나오자마자 방패 뒤로 몸을 숨기며 칼을 빼들었다. 검은 늑대들은 대부분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지만 그 중에는 아직 재빠르게 움직을 수 있는 녀석들이 있을 수 있었다. 혹시라도 늑대들이 달려들까봐 단단히 방패로 몸을 방어했다. 다행히도 늑대들은 조금 멀리 떨어져서 도망갈 궁리만 하는 듯 했다. 그것을 알아챈 한 병사가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 대고 말했다. 실은 그곳이 조금 전 그가 빠져 나온 검은 문이 있는 곳이었다. 비록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말이다.

“이곳은 안전합니다. 나오셔도 됩니다.”

“검은 늑대들은?”

“움직일 수 있는 녀석들은 저희를 보고 도망가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이미 죽었거나 죽기 직전입니다.”

그러자 데비아나와 그녀의 부관이 횃불을 든 병사들을 여럿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 데비아나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검은 방의 입구를 지키던 병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면서 말했다.

“늑대들이 일단 물러갔다고? 하지만 그 녀석들이 언제 우리를 다시 공격해 올지 모른다. 아무래도 이런 숲속이라면 그 녀석들에게 유리한 장소니까 말이야. 마치 집 앞 마당에서 놀고 있는 어린 아이를 채가듯이 갑자기 나타나서 공격할 수 있으니까, 긴장을 풀지 마.”

“옛.”

곁에 있던 부관 베도아가 데비아나에게 물었다.

“데비이나님, 여기가 어딜까요? 검은 늑대들을 쫓다가 이상한 곳으로 와버렸군요.”

“글쎄. 이건 또 무슨 마법이지? 꼭 꿈을 꾸고 있는 것 같군. 어쩌면 우린 엘리시움의 경계를 넘어온 걸까?”

데비아나는 손에 화염을 일으킨 후, 여기저기를 비춰보았다. 그녀는 침을 꼴깍 삼켰다. 자신들이 사는 곳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달랐기 때문에, 처음에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자신을 포함한 몇 십 명이나 되는 인원들이 한꺼번에 같은 꿈을 꿀 수는 없지 않은가. 데비아나는 이리저리 눈을 굴려 주변을 살폈다. 부관 베도아는 상관의 혼잣말 같은 대답을 듣고 걱정하는 눈빛으로 다시 말을 이어갔다.

“엘리시움의 경계를 넘어갔다면 이곳은 원시의 땅이란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면 정말 큰일 아닙니까? 경계를 넘어가면 그 어느 누구도 발을 들여서는 안 되는데 말입니다. 모든 신과 신수께서 금지된 땅에 발을 들여놓는 것을 엄격히 막으셨는데, 우리가 이런 큰 실수를 저질러 버렸으니 말입니다. 데비아나님, 어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어떨까요?”

그러자 데비아나는 빤히 그녀의 부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바보야, 사람이 어떻게 경계를 넘을 수 있단 말이냐? 경계란 세상의 끝이야. 우리 같은 인간은 거기에 다가가기만 해도 목숨을 잃는단 말이다. 그런데 봐봐. 우린 아직 이렇게 살아있잖아. 그 얘기는 이곳은 경계 밖이 아니란 뜻이다.”

베도아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이곳은 도대체 어디란 말입니까? 눈앞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깜깜한 곳에 갑자기 들어갔던 일도, 또 나와보니 이상한 숲속인 것도 영 이상합니다.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회군하심이 어떨까요?”

그 말을 듣고 데비아나는 고개를 강하게 흔들었다.

“안 돼. 에피로제님께서 검은 늑대들과 그 대장, 리베우스를 죽이거나 사로잡아 오라고 명하셨다. 신수께서는 그 놈을 어디선가 숨어 있는 베토케로우스를 밖으로 이끌어낼 미끼로 쓰신다고 하셨다. 많은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여기까지 놈들을 쫓아왔는데 결단코 리베우스를 잡아야 한다. 산 채로 끌고 갈 수 없다면 그 목이라도 베어가야 한단 말이다.”

“예? 아..... 예, 알겠습니다.”

베도아는 아무래도 신들이 금지한 구역에 실수로 발을 디딘 것 같아서, 혹시라도 나중에 에피로제에게 벌을 받을까봐 영 두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상관인 데비아나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