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5 부. 만월의 밤 - 6 화

만월의 밤 – 6

“보름달이 왜? 그게 무슨 상관이야?”

보름달에 대해 릴리카가 질문하자 에뮤니우스는 왜 3 일 후에 뜨는 보름달 얘기를 꺼냈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보름달이 뜨는 밤에는 말입니다.....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검은 방의 문이 일시적으로 열리기도 합니다. 예전에 케르케로우스님은 다른 날엔 바깥 세상에 계셨다가도 보름달이 뜨는 날엔 반드시 검은 방으로 들어가셨죠.”

“검은 방의 문이 열린다고? 그리고 그 때마다 케르케로우스가 검은 방에 들어갔더라.... 그건 왜 그러는 거지? 한 번씩 검은 방을 환기시키고 청소라도 시키려는 건가? 호호호.”

릴리카의 농담에 방 안의 공기가 썰렁해졌다. 에뮤니우스는 억지로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하. 하. 하. 릴리카님, 못 뵈던 사이에 성격이 많이 유쾌해지셨군요. 설마 케르케로우스님께서 환기 때문에 그러셨겠습니까. 검은 문이 열리니 검은 방을 지키시려고 그러셨던 거겠지요. 그런데 그것이 다가 아닙니다. 지난 번에 전 좀 이상한 일을 경험했습니다.”

에뮤니우스는 한국으로 오기 이틀 전 밤에 보름달을 보고 그의 정신이 육체를 빠져나가서 검은 방으로 빨려 들어갔던 일을 릴리카에게 설명해주었다.

“제 인생 처음으로 그런 일을 경험하고 보니 검은 방에는 제가 모르는 수수께끼가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즉, 제 평생 동안 케르케로우스님을 모셨지만 전 그를 완전히 알았던 것이 아니었지요. 당시에는... 그 뭐라고 해야 하나. 그 분에 대한 배신감까지 느낄 정도였습니다.”

“흥. 네가 먼저 그를 배신했는데 그 정도는 약과 아니야? 아무튼 이제 네 입에서 정보가 술술 흘러나오니 늦었지만 다행이군.”

에뮤니우스는 아직도 자신을 비꼬는 말투를 고집하는 릴리카와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는 않았지만 일단 그녀에게서 신뢰를 얻어야 했기에 설명의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종합해서 말씀드리자면 제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3 일 후,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검은 문이 열리기 때문에 케르케로우스님은 숨으실 곳이 없어진다는 겁니다. 직접 나오시던지 아니면 우리가 검은 방으로 들어가는 거죠. 하지만 보름달 밤 이후에는 그분께서 다시 검은 문을 꽁꽁 잠그실 수 있기 때문에 그 날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그러니 3 일내로 케르케로우스님의 사제를 통해 신수를 밖으로 불러내시던지 아니면 그 검은 방의 문을 열리는 위치를 알아내던지 해야 합니다. 혹시라도 그게 안되면.....”

“안되면?”

“최후의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제가 베토케로우스님에게 가서 직접 여쭤보는 것입니다.”

“아, 또 그 고대 괴수 얘기인가? 이제는 나도 하도 들어서 슬슬 그 말을 믿게 될 것 같군.”

“그건 안 됩니다. 릴리카님.”

그 때까지 옆에서 듣고만 있던 이사우라가 입을 열었다.

“에뮤니우스, 이 자가 또 우리에게서 도망가려고 수작을 부리려는 것입니다.”

에뮤니우스는 얼굴을 찡그리며 이사우라를 쳐다보았다.

“당신은 정말이지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났군. 내가 이렇게 진실만을 말해도 계속 날 모함할 것인가?”

릴리카도 이사우라가 에뮤니우스에 대해 계속 강경한 태도만을 고집하며 똑같은 조언을 하는 것을 보고 짜증을 냈다.

“이사우라, 그래도 에뮤니우스는 우리 테이블에 무슨 솔루션을 올려놓고 있잖아. 그런데 자넨 뭔가? 계속 했던 얘기를 반복하기만 할 거야? 그럴 거면 내가 부를 다시 부를 때까지 잠깐 나가 있어.”

릴리카가 그녀에게 나가 있으라고 하면서 에뮤니우스 앞에서 망신을 주자 이사우라는 크게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녀는 릴리카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그녀는 속으로는 분했지만 방밖으로 걸어나왔다.

이사우라는 호텔 방을 나와서 복도 끝으로 이동한 다음 건수와 만나고 있던 데디쿠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3 일 후 밤, 보름달이 뜨기 전까지 늑대 굴의 입구 위치를 반드시 알아낼 것.’

* * *

지하 창고 밖에서 대기하던 양 형사와 조 회장 식구들은 데디쿠스 일행이 들어간 창고 안에서 아무런 비명이나 신음소리가 들리지 않자 의아해 하던 중이었다. 데디쿠스의 일행들은 조용히 밖으로 나와서 조 회장에게 말하길 일이 다 잘 되었다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갔다. 조 회장의 부하들을 그런 모습을 보고 어이없어 했다. 아마 그들은 데디쿠스 일행이 창고가 뒤집어질 만큼 대단히 요란법석을 떨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까 계단에서 조 회장에게 아부를 떨던 녀석이 일부러 얌전히 지나가는 데디쿠스 일행을 눈을 부라리며 쳐다보았다. 데디쿠스가 그를 보며 슬며시 미소를 짓더니 양 형사에게 슥 시선을 돌렸다. 그와 시선이 마주친 양 형사는 눈치 빠르게 그 뜻을 읽더니 시비를 거는 녀석에게 다가가서 팔을 잡아당겼다. 그는 작은 목소리로 그 녀석의 귀에 대고 말했다.

“야, 너 미쳤어? 왜 눈을 그렇게 뜨고 저 사람을 쳐다봐? 죽으려고 환장한 거야?”

“뭐가요? 저 자식들이 아까 창고로 들어갈 때는 있는 폼은 다 잡더니 아무 것도 못하고 나온 걸 보고 한 마디 하려고 했어요.”

양 형사와 건방진 조폭이 서로 대화하는 것을 보고 데디쿠스와 동료들은 더 이상 신경쓰지 않고 공간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시비를 걸던 녀석이 그들의 뒤통수를 보며 뭐라고 욕을 하면서 바닥에 침을 뱉었다. 양 형사는 그들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것을 확인한 다음, 시비를 걸던 놈에게 와서는 다시 잔소리를 시작했다.

“야, 너 왜 명을 재촉하려는 거야? 너 저 자식이 얼마나 무서운 놈인지 알아?”

“아이, 뭐가요! XX! 그냥 폼만 잡는 놈이구만.”

양 형사는 한 번 깊게 숨을 들이 마시더니 그에게 한 마디 했다.

“얌마, 내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본 게 있어서 그래. 이사우라라고 하는 여자랑 저 놈이 내가 보는 앞에서 사람을 하나 잡는데.... 아니, 가슴에다 이따만한 구멍을 하나 내더니 그냥 산 채로 불태워 죽이더라고.”

“네? 가슴에 구멍을요? 태워 죽여요?”

“그래, 인마. 지금도 그 때 봤던 걸 믿을 수가 없는데, 이사우라라는 여자 손에서 불이 확 일더니 사람 하나를 태워 죽이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봤어.”

“에이.... 그게 무슨. 말도 안 돼.”

거만한데다가 멍청하기까지 한 조 회장의 부하를 보고 양 형사는 혀를 끌끌 찼다.

“그래, 조 회장도 처음엔 못 믿었지. 네가 방금 봤던 세 명이 나와 함께 너희 사무실로 처음 찾아갔을 땐 말이야. 안 그래, 조 회장?”

조 회장은 고개를 딴 데로 돌리며 피식 웃었다.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양 형사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너, 그리고 그 태워 죽였다는 게 누군 줄 알아? 짐 로버트슨이라고 인터폴이었어. 조사할게 있어서 저 자식들을 찾아 갔다가 그렇게 일을 당한 거라고. 짜식아.”

조 회장의 부하는 놀랐는지 갑자기 얼굴 이곳저곳을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다.

“인터폴? 저 자식들, 완전히 막나가는 놈들이잖아요.”

“얘기하려면 길어. 그러니까 더 이상 묻지 마. 그리고 너! 다시는 저 자식들한테 시비 걸 생각도 하지 마.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