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5 부. 만월의 밤 - 14 화

만월의 밤 – 14

도원광과 좐슨이 트럭 뒷좌석에 타자 운전석의 강원도 아저씨가 그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야아, 할매가 여기 와서 태우라고 하는 사람들이 너희들이었구나. 오랜만이다.”

강원도 아저씨는 도원광에게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도원광과 좐슨은 몇 달 전 병원에서 만났던 그를 기억하고 완전히 안심할 수 있었다.

“아저씨! 방금 전 만난 분들과 함께 하시는 거군요. 전 그런 줄 모르고 지금까지 그 분들의 정체를 계속 의심하고 있었어요.”

“함께 한다라....”

아저씨는 쓴 웃음을 짓더니 인상을 쓰면서 대답했다.

“어, 우리 집에서 지내고 있는 사람들.... 아니, 사람들이랑 신령님인데 믿어도 되는 지는.... 에휴.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요즘 내 주위에서 하도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나서 말이야. 하나같이 다 지겹고 끔찍하다. 그냥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오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런 게 있어. 이제 우리 집에 갈 거거든? 거기 가서 네 눈으로 직접 확인해. 에이... 2 명이나 더 데려오게 되었으니 마누라가 또 잔소리 좀 하겠군.”

미스터 황과 텔리가 적재함에 올라타자 트럭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도원광과 좐슨은 강원도 아저씨가 하는 말의 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은 미스터 황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건수를 구하러 가지 않겠다는 텔리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 * *

30 분 가까이 달리던 트럭이 한 시골 마을에 들어서자 속력을 줄이기 시작했다. 트럭이 완전히 정지하자 아저씨와 함께 사람들이 트럭에서 내렸다. 아저씨 집에 처음으로 방문하게 된 도원광과 좐슨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집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주위는 공간이 넉넉하고 평범한 시골의 풍경인데 집의 모양이 여기 저기 부서진 것이 마치 을씨년스러운 흉가 같았기 때문이었다. 좐슨은 집을 보자마자 불안해하면서 겁을 먹었고 도원광 역시 아저씨와 일행들을 따라 집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좐슨의 귀에다 들릴 듯 말 듯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좐슨, 이거 좀 이상하지 않아. 이 집 말이야. 완전히 귀신 나오는 흉가가 따로 없잖아?”

좐슨은 불안한 눈빛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이야.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이라고 생각할 수 없겠는데?”

아저씨는 이미 열린 채로 부서진 대문을 손으로 만지면서 한숨을 쉬었다.

“이걸 대문이라고..... 어차피 잠그지도 못하는 대문, 에이씨!”

아저씨는 화가 났는지 대문을 발로 한 번 때리며 뒤 따라오는 텔리를 한 번 기분 나쁘게 쏘아봤다. 그러자 재빨리 눈치를 챈 미스터 황이 앞으로 튀어나오면서 그를 달랬다.

“아저씨, 텔리님이 부숴버리신 이 대문, 제가 저 분이 꼭 변상하게 만들게요. 그러니 화를 푸세요. 제가 더 좋은 문으로 받아 드릴 테니까요.”

“너가 무슨 힘이 있어서? 저 신령님이 무슨 돈이 있어서? 으휴....”

도원광과 좐슨은 그 말을 듣고 외계에서 온 신이라는 저 자가 무슨 일을 벌였는지 대충 알게 되었다. 둘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면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아저씨는 무너진 담벼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저거 보여? 저건 돈 많이 들어.”

그 때 아저씨 집 마당에서 키우던 개가 외출했다가 돌아오는지 무너진 담벼락 위를 휙 하고 넘어 들어갔다. 아저씨는 그 모습을 보고 혀를 끌끌 차면서 탄식했다.

“하.... 벽에 아주 개가 다니는 통로를 만들어 놨구만. 잘했어. 참 잘했어. 으이구. 다 필요 없고 진짜 지금이라도 그냥 나가.”

“죄송합니다..... 방금 그 말씀도 제가 일단은 텔리님께 전달할게요.”

그 말을 마치고 미스터 황은 어깨를 늘어트린 채 텔리에게로 돌아갔다.

아저씨는 집에 들어서면서 마당이고 집이고 여기저기 부숴진 곳을 일일이 손으로 가리키며 건수의 친구들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짤막하게 설명했다.

“그러니까 여기서 뭔 전투를 하고 자빠졌었는지 그냥 서로 잡고 마구 때리고 날라다니고..... 이러니 내가 머리가 아파, 안 아파?”

“그러니까 건수가 그 서양 여배우와 여기서 막 싸웠다는 거잖아요?”

“그렇지. 지금 그 여자도 우리 집에 며칠째 있어. 원래 두 늙은이들만 사는 집이었는데 요즘 사람들이 몰려 들어와서 있으니까 아주 내가 돌겠어.”

도원광은 좐슨을 보고 불안한 심정을 말했다.

“그 서양 여배우라면 혹시 알렉시스를 말씀하시는 것 아닐까? 좐슨, 그 여자도 불새군이잖아. 그것도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 같던데? 우리 여기서 도망가는 게 낫지 않을까?”

“그래. 그게 낫겠다. 그런데 그 여자, 싸이언스와 함께 사라졌던 거 아니었어? 그럼 싸이언스는? 우리가 그 녀석이 어디 있는 지는 알고 떠나야 할 것 아니야?”

그러자 아저씨가 둘에게 말했다.

“그래. 그 뭐라더라... 불새 뭐라고 하는 데 있었다고 하는 것 같더라. 그리고 너희들 친구도 여기 있다. 그런데 그 녀석, 몸이 많이 아파서 누워서 계속 잠만 자고 있어. 어디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싸이언스가 여기 와 있다고요? 많이 아파요?”

“일단 집에 들어가 보면 다 알게 돼. 그 동안 어마어마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었다니까. 아, 참. 너희들까지 집에 데려온 걸 알면 우리 마누라가 화를 많이 낼 것이 분명하니까 대충 눈치껏 행동하고. 알겠지?”

“네.....”

도원광과 좐슨은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이 무척 불안했지만 싸이언스가 이 집 안에서 몸져 누워있다니 들어가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때였다. 아무 것도 없이 별만 반짝이던 밤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올 것처럼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다시 한 번 한숨을 쉬었다.

“아, 맞다. 한 가지 더 있었네.”

“뭐가요? 무슨 일이 또 있나요?”

천둥소리에 놀란 도원광이 그에게 물었다. 아저씨는 이제는 다 내려놓고 포기한 심정인지 나른한 눈빛으로 마당 한 가운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곳에는 큰 타원형의 무엇인가가 무지개빛을 내며 빛나고 있었다.

“저거.”

심드렁하게 말하는 아저씨의 반응과는 달리 건수의 친구들은 처음보는 희한한 광경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아저씨, 저 동그라미는 뭐에요? 마당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예요?”

“보면 알아. 말했지? 내가 요즘 큰일을 겪고 있다니까. 에이씨.... 왜 이런 일에 휘말려가지고서는.”

몇 초쯤 지나자 무지개 빛의 원에서 무언가가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짐승의 주둥이였다. 하지만 그 크기가 워낙 켰기에 도원광과 좐슨은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아아악! 동물이 나타났다! 어... 엄청나게 큰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