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5 부. 만월의 밤 - 31 화

만월의 밤 – 31

텔리에게서 옴니테바를 빌려온 미스터 황은 사모에게 치료를 해도 될지 동의를 구했다. 사모는 자신의 병을 잘 알지도 못하는 젊은이가 이상한 방법으로 치료해보겠다고 하자 미심쩍은 느낌을 받았는지 거절했다. 하지만 옆에 있던 강원도 아저씨가 그녀를 설득했다.

“여보, 밑져야 본전이라고, 한 번 시도나 해보자.”

“암이 어디 이렇게 조그만 물건으로 고쳐져?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지구의 현대과학으로 고치기 어려운 병인데 신용카드 같은 것을 하나 들고 와서 치료하겠다고 하니 그녀가 쉽게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저씨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자신의 몸 상태를, 알게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낯선 사람에게 알려줬다는 점도 그녀를 짜증 나게 했다. 그래도 아저씨는 그녀를 거듭 설득했다.

“나도 알지. 말도 안 되지. 그런데 당신이 한 번 봐봐. 요즘 우리 주위에 말이 되는 일이 어디 하나 있어? 그러니까 한번 시도나 해보자고.”

미스터 황도 아저씨와 함께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사모님, 저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주 평범한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런 상황에 놓여 있잖아요. 그리고 이 조그만 게 말입니다. 이 세상 것이 아니에요. 저쪽 세상에서 넘어온 거예요.”

“아유, 맨날 이쪽 세상, 저쪽 세상...! 아주 짜증나. 그리고 저쪽 세상에서 넘어온 거는 뭐가 달라?”

아저씨는 아줌마의 팔을 잡고 땅바닥에 앉히며 큰 소리로 말했다.

“이 답답한 여편네야! 무슨 돈 드는 일도 아닌데 일단 좀 치료를 받아봐! 뭔 말이 그렇게 많아? 일단 바닥에 좀 누워!”

사모는 아저씨를 째려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못 이기겠다는 듯이 바닥에 누웠다.

“아니, 사람을 바닥에 눕히려면 뭐라도 좀 깔아놓고 그러라고 하던가! 하여간 센스가 없어요.”

사모가 땅에 눕자, 미스터 황은 옴니테바를 손에 쥐고 힘을 집중했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하얀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는 텔리와 건수가 옴니테바를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어서 비슷하게 따라 하려는 것이었는데 의외로 일이 잘 진행되는 것 같아서 내심 놀라고 있었다.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아저씨도 감탄하면서 소리쳤다.

“마누라, 저렇게 빛나는 것 좀 봐봐! 이 조그만 기계가 효과가 있을 거라니까!”

미스터 황은 빛나는 옴니테바를 사모의 몸에 가져가려고 했다. 그때, 그의 등 뒤에서 텔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쾅씩아, 인마. 치료하기에 앞서 몸이 어떤 상태인지 분석을 해야 할 것 아니야. 비알리쉬크바를 아무 데나 갖다 댄다고 치료가 되겠냐?”

미스터 황이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어느새 텔리와 알렉시스, 그리고 이디레이아가 다가와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저, 죄송한데 다시 시작할게요. 텔리님 말씀이 제가 먼저 사모님의 몸상태를 알아봐야 한다고 하시네요.”

“이거 뭐야. 완전 초보네. 아니, 선무당이잖아!”

사모는 미스터 황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고 있는 것을 보자 불신이 더 커진 듯했다. 그 말도 완전히 틀린 것이 아니었다. 미스터 황은 실제로 한 번도 정령석으로 누구를 치료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는 일단 텔리가 했던 동작을 따라 해보기로 했다. 우선 손을 사모의 이마에 얹었다. 그리고 그 손에 힘을 집중시켰다. 텔리가 그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천천히. 그녀의 이마에 네 손이 빨려 들어간다는 느낌을 받을 때까지 손에 힘을 천천히 넣어라.”

미스터 황은 텔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의 손이 알아서 사모의 이마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전해주었다.

‘으왓! 신기한 기분! 진짜 손이 사모님 머릿속에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일단 그 단계가 성공하자 그다음엔 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정말 손을 통해서 그녀의 몸 상태가 전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 몸의 고통이 자신의 것처럼 느껴졌다.

“배.... 그러니까 위.... 거기에 문제가 있어요.”

사모는 깜짝 놀라서 대답했다.

“맞아! 위암. 거기가 처음 시작된 데야.”

“아, 그리고 폐에도, 그 아래에도.... 오, 몸이 많이 편찮으신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은 아저씨는 한숨을 쉬었다.

“많이 퍼졌나 보네.”

미스터 황은 다른 손으로 옴니테바를 쥐고 힘을 집중시켰다. 아까와 같이 조그만 카드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는 옴니테바를 사모의 몸 위에 잠깐 놓고 하얀빛을 쏘이게 했다. 곧 그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사.... 사라지고 있다! 사모님의 몸에서 나쁜 것들이... 병이... 암세포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전 보입니다. 다시 사모님의 몸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정말입니다. 제 눈으로 다 보입니다! 제 눈으로도 볼 수 있고 느낄 수도 있어요! 아니, 어떻게 이렇게 신기한 일이 있을 수 있지?”

미스터 황은 자기가 치료를 하고 있으면서도 믿기지 않는지 소리를 질렀다. 그걸 듣고 아저씨도 기뻐서 크게 소리 질렀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여보? 아프지는 않아?”

병이 낫고 있다고 하니까 사모도 얼떨떨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 아파! 하나도 안 아파!”

“에이, 이 사람아. 안 아프면 고개를 저어야지 끄덕이면 되냐? 그건 아프다는 뜻이잖아. 하여간 멍청한 여편네야! 흐허어엉!”

아저씨는 아내의 병이 낫고 있다고 하니 너무 기뻤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사모도 자기 때문에 울고 있는 남편을 보자 눈에 눈물이 맺혔다. 이디레이아가 텔리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텔리, 당신 사제의 실력이 제법인데요? 비알리쉬크바를 꽤 잘 쓰는군요.”

“흥! 제법은 무슨. 아직 더 연습해야 해.”

“연습을 더 해야 한다고요? 그러다가 당신처럼 남의 기억까지 읽을 수 있게 되는 거 아니에요?”

텔리는 이디레이아에게 고개를 돌리더니 그녀를 비웃었다.

“내가 미쳤다고 그런 능력까지 저 녀석에게 전해줬겠어? 그리고 그 능력은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생긴 능력이라 전해주고 싶어도 불가능해.”

미스터 황이 사모를 치료한 지 30 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어느덧 그의 이마에도 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의 양손에서 나오던 빛의 세기가 점점 약해지더니 곧 모두 사라졌다.

“후우우.... 치료가 끝났습니다. 사모님은 완쾌되셨어요.”

그 말을 듣고 두 부부는 서로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그들을 보며 이디레이아가 한국말로 말했다.

“제 말이 맞았죠? 여신을 도우면 곧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강원도로 오는 차 안에서 그랬잖아요.”

“아이고, 신령님! 진짜 신령님 말씀대로 좋은 일이 생겼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두 부부는 일어나서 이디레이아에게 허리를 90˚로 굽히면서 몇 번이고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여신이 그들에게 축하한다고 말하고 미스터 황에게 말했다.

“살육신의 사제가 다른 사람들을 살리다니 이것 참 놀라운 일이 벌어졌네요. 그런데 텔리의 말로는 연습을 더 해야 한다는군요.”

“연습을 더 해야 한다고요? 그럼 혹시.....”

미스터 황은 아저씨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아저씨, 텔리님이 그러시는데 제가 치료 연습을 더 해야 한다고 하시네요.”

“어? 그래?”

그러자 아저씨는 번개같이 땅바닥에 누웠다.

“내가 고혈압과 당뇨가 있는데 그것 좀 치료해줘. 이거 오늘 우리 부부가 심 봤다. 심 봤어! 이게 웬 횡재냐! 하하하!”

이디레이아는 ‘호호호’ 웃더니 옆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신기 할머니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니. 미스터 황, 그 사람 말고. 나의 예언자, 저 애를 먼저 고쳐줘. 얘야, 이제 네 차례란다.”

할머니는 놀라며 두 눈을 껌벅였다.

“신령님, 저 말씀입니까?”

“그래, 네 눈을 고치자꾸나.”

오랫동안 앞을 보지 못했던 할머니의 눈을 고치자고 하다니? 미스터 황과 그곳에 있던 모두가 깜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