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부. 만월의 밤 - 9 화
만월의 밤 – 9
“총으로도 죽일 수 없다니!”
지하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방금 그들이 목격한 것을 보고 큰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조 회장은 방금 겪었던 일이 너무 엄청나서 믿기 어려웠던지 거의 제 정신이 아닌 얼굴이었다. 그는 비틀거리며 상채가 묶인 채 바닥에 앉아 있는 건수에게 걸어갔다. 이사우라의 일격을 맞았던 턱이 아픈지 한 손으로 감싸고 있었다.
“너! 넌 뭘 좀 알고 있지? 솔직히 말해. 저놈들, 저 괴물들! 뭐하는 놈들이야?”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뭐? 으으윽.”
조 회장은 건수의 짧은 대답을 듣고 뭐라고 대꾸하려다가 손으로 감싸고 있는 턱이 너무 아픈지 얼굴을 찡그렸다.
“이 새꺄! 저놈들이 미국에서 온 건 나도 알고 있어! 그게 아니라 저 녀석들의 진짜 정체가 뭐냐고?”
“이 지구가 아니라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라고요. 불새를 신으로 모시고 있는 전사들입니다.”
“저... 전... 사! 헉. 어이가 없네.”
그는 자신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너무 황당한 대답을 들어서 맥이 풀려버렸다. 그도 건수처럼 지저분한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것을 본 부하 여러 명이 조 회장에게 달려왔다.
“회장님! 형님!”
그는 자기에게 달려온 부하들을 보고 한숨을 쉬다가 목소리를 높여 양 형사를 불렀다.
“양 형사님! 양 형사님! 이리 좀 와보십쇼.”
그는 건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걸어오고 있는 양 형사에게 말했다.
“이 자식이 하는 말을 좀 들어봐요. 아니, 글쎄... 허허허. 릴리카와 그 똘마니들이 외계에서 온... 뭐? 전사? 전사라잖아요! 아니, X발! 저런 괴물들을 우리한테 데려오면 어떡하냐고! 양 형사, 이 미친 새끼야!”
그에게 가까이 다가온 양 형사도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조 회장, 일단 진정 좀 해. 내가 보니까 아직 몇 명이 건물 앞에 세워둔 자기들이 타고 온 차에 있는 것 같더라고. 그리고 그렇게 넋 나간 사람처럼 하고 있지 말고 좀 일어나 봐. 아니, 괴물이라니... 그게 어디 말이 되나? 허.. 허... 허.... 저들도 그저 사람이겠지. 괴물은 무슨.... 허..허허. 하지만 저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우리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으니까 이제부턴 더 이상 저 사람들을 자극하지 말자는 게 내 생각.....”
“야, 이 미친놈아! 괴물이 아니야? 자극하지 말라고? 아까 릴리카, 그 괴물 년이 우리 새우, 아니 형진이를 살아있는 채로 불태워 죽이는 거 못 봤어? 저 새끼들이 총알도 튕겨내는 거 못 봤어? 저것들 사람이 아니야!”
‘새우’라고 하면 방금 전 릴리카에게 죽은 그 건방진 아첨꾼의 별명을 말하는 것 같다. 어쨌거나 양 형사의 부드럽게 타이르는 말은 더 이상 조 회장의 분노를 녹이지 못했다.
“저런 새끼들을 우리한테 데려온 게 너잖아! 너가 책임져! 이 썩을 놈아! 또 뭐? 아직도 밖에 저 새끼들 몇 명이 있다고? 딱 지금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 거네. 우린 여기 갇힌 거야! 이 멍청아! 저 자식들이 이 지하실에 우릴 모두 가둬놓고 형진이를 죽였던 방식으로 우리도 하나씩 살아있는 채로 태워 죽일 거라구!”
조 회장이 그렇게 고래고래 소리치자 열 명 남짓 되는 그의 부하들의 눈빛이 일시에 매서워졌다. 양 형사는 그들의 살의가 가득한 눈빛에서 위협을 느꼈는지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아무래도 그가 보기엔 조 회장의 폭력배들이 이 모든 일의 책임을 그에게 돌리고 죽은 동료의 분풀이를 하려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이봐... 조 회장! 나도... 나도 몰랐어. 서... 설마 총알까지 막아내는 괴물들인 줄 누... 누가 알았겠어?!”
조 회장의 부하들이 점점 그에게 다가가자 양 형사는 소리쳤다. 하지만 폭력배들은 점점 그의 주위에 몰려들었다. 그는 뒤로 도망치다가 바닥에 앉아서 그들을 지켜보던 건수를 보고는 손가락을 들어 그를 지목했다.
“저... 저 놈! 저 놈이다!”
폭력배들의 시선이 양 형사의 손가락을 끝을 따라 건수에게 닿았다.
“저 놈을 이용해! 그들이 몇 달 동안 그렇게 원하던 저 놈을 죽이겠다고 해! 그렇게 놈들을 혀... 협박하면 여... 여기서 나갈 수 있을 거야!”
조 회장은 양 형사의 말을 듣고 비틀거리면서 일어나더니 캐비넷으로 걸어가서 캐비넷에서 엽총 한 자루를 꺼냈다. 그러더니 탄알을 장전하고는 그걸 들고 건수에게로 다가갔다.
총을 들고 건수 앞에 선 조 회장은 총구를 건수에게로 겨누며 말했다.
“너, 저 놈들이 그 동안 널 왜 그렇게 애타게 찾았던 거야?”
“......”
조 회장은 총구를 기절해 있는 도원광과 좐슨에게로 돌렸다. 그는 아까 릴리카가 건수의 친구들의 목숨을 위협하자 건수가 고분고분하게 말을 하는 것을 보고 같은 방법을 쓰는 것이었다. 총구가 자신을 향하게 되자 좐슨은 겁에 질려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빨리 말해! 나도 이제 이판사판이야!”
“말할게요. 그러니 제발 제 친구들은 살려주세요.”
“그럼 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지금 내 상태를 보면 알겠지만 너희들과 저기 양 형사 새끼도 다 죽여 버리고 싶으니까!”
“그들... 불새군은 저와 관련된 어떤 신을 찾고 있어요.”
“신?”
“예. 그 역시 다른 세계에서 온 신이에요. 그들은 자기들이 모시는 신으로부터 제가 아는 그 신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고 이 세계로 왔는데.... 제가 그 신이 어디에 계신지 알아요. 그 때문에 절 그렇게 찾았던 거예요.”
“신.... 신... 신! 또 그 신 타령을 한단 말이지? 그러니까... 그 신 때문에 우리가 이런 꼴이 되었다는 거네, 응? 바로 네가 안다는 그 빌어먹을 신 때문에! 이거 진짜 미쳐버리겠군!”
조 회장은 인상을 있는 대로 다 찌푸리면서 목을 한 바퀴 돌렸다.
“그럼, 이 새꺄! 너도 저 놈들이랑 다를 게 없다는 거잖아! 그 신에게 가버려! 시X!”
그가 이를 꽉 깨물고 방아쇠에 떨리는 손가락을 갖다 대자, 양 형사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안 돼! 조 회장! 그 놈을 죽이지.....!”
양 형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조 회장은 엽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탕!’
양 형사는 방아쇠를 당기는 조 회장을 보고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그는 깊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는 건수를 끌어내어 밖에 있는 불새군 병사들을 위협하면서 이곳을 빠져나갈 생각이었는데 조 회장이 일을 다 망친 것이었다.
“멍청한 새끼! 그 놈을 이용해야지만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는데.....!”
그가 다시 고개를 들자, 다시 한 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건수 주위에 엷은 노란 색의 막이 생긴 것이었다. 아까 불새군의 몸을 싸고 있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총을 쐈던 조 회장은 바닥에 쓰러져 온 지하실이 다 울리도록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양 형사가 자세히 보니 그의 다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가 건수에게 쐈던 총알이 건수 주위에 둘러진 메이크바에 의해 튕겨나가서 그의 다리를 뚫고 나간 것이었다. 그는 엄청난 고통에 휩싸인 듯 했다.
“으아아아아! 아아아악!”
조 회장의 곁에 있던 몇 병의 부하들은 그들의 두목에게 달려가서 그를 부축해 일으켰지만 다리에서 피가 나오고 있는 그는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뒤에서 지켜보던 부하들은 넋이 나간 얼굴로 건수 주위에 생긴 방어막을 보고 있었다.
“저... 저거.... 아까 그 괴물들이 총알을 튕겨낸 그거잖아! 이... 이 놈도 괴물이다! 아아아악!”
조 회장을 부축하는 부하들을 제외한 다른 부하들이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계단을 올라갔다.
“여기에도 괴물이 있다! 빨리 여기서 나가야 돼! 지금 나가지 않으면 우린 다 죽게 될 거야!”
그들이 계단을 앞 다투어 올라가고 있을 때, 계단 끝에 위치한 지하실의 문이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그리고 그 문을 열고 두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헨리라고도 불리는 붉은 수염의 헤베이투스와 히메이오스였다. 둘은 이제 곧 반란을 도모하려는 데디쿠스와 함께 하는 크루 멤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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