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6 부. 솔로우스 - 75 화

솔로우스 – 75

텔리는 솔로우스가 무슨 일을 꾸미나 싶어 그에게 뛰어갔다.

“야, 인마! 검은 방 가까이에서 그런 힘을 쓰면 어떡해? 당장 그만 두지 못해!”

텔리는 엄청난 힘을 방출하고 있는 솔로우스를 보고 그가 내뿜고 있는 힘이 혹시라도 검은 방에 피해를 줄까봐 걱정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엘리시움으로 돌아가는 것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솔로우스는 텔리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 중얼거렸다.

“당신 같은 신들이 왜 이 지구란 곳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엘리시움으로 다시 발을 들이게 할 수는 없습니다. 분명 당신들은 에피로제님께서 추구하시는 일에 방해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나 하나로 당신들을 막을 수 있다면, 그래서 에피로제님께서 엘리시움의 신들과 신수들의 왕이 되실 수 있다면, 기꺼이 이 생명을 포기할 수 있습니다.”

그는 화염 속에서 몸을 활활 불태우면서 좀 더 텔리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

텔리가 솔로우스로부터 불과 30 여 m 정도 떨어진 곳까지 다가왔을 때, 지금까지 꼼짝 않고 있었던 불새의 대사제가 갑자기 행동을 개시했다. 그의 몸을 휘감고 있는 불기둥이 위에서부터 마치 옥수수 껍질이 벗겨지듯 한 꺼풀이 벗겨지면서 그 긴 불의 줄기가 텔리에게 날아갔다.

‘후우우욱-!’

텔리는 갑자기 불로 만들어진 긴 띠 같은 것이 공중에서부터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지자 깜짝 놀라며 몸을 틀었다.

“야! 너 지금 감히 날 공격한 거야?”

그러자, 솔로우스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두 번째 공격을 감행했다. 다시 한 번 그를 덮고 있던 불기둥의 위쪽에서부터 불이 갈라지더니 마치 긴 채찍처럼 텔리를 덮쳐왔다.

‘휘이익-!’

불의 채찍은 수평으로 텔리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텔리는 급히 몸을 숙이며 땅을 굴렀다.

“이 자식이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그가 몸의 균형을 찾은 후에 용수철처럼 앞으로 튀어 나가려고 했는데, 솔로우스는 언제 또 공격을 준비했는지 두 줄기의 긴 불꽃이 텔리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텔리는 땅에 앉은 채로 재빨리 상체를 활처럼 뒤로 휘게 하면서 불줄기를 피했다.

“윽!”

텔리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그만 엉덩방아를 찧게 되었다. 그러자, 마치 그런 기회를 노렸다는 듯이 두 갈래의 불줄기가 그를 노리고 서로 다른 방향에서 날아왔다. 텔리는 황급히 메이크바의 방어막의 강도를 높여 불줄기로부터 자신을 보호했다.

‘쿠왁! 콱!’

붉은 색의 방어막이 텔리를 위기에서 구해주었지만, 불줄기는 방어막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지직! 지지직!’

그랬더니 붉은 색의 방어막에서 ‘치이익-’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방어막에 닿은 불줄기가 조금씩 안으로 밀려들어왔다. 텔리는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내 방어막을 녹이다니! 이거, 그냥 불이 아니구나. 세상의 모든 것을 불태울 수 있는 에피로제의 불이다.”

텔리는 천천히 몸을 숙이고는 재빨리 방어막을 해제하고 땅 위에서 뒤로 데굴데굴 굴렀다. 그가 몇 m나 뒤로 굴러가자, 솔로우스의 공격이 잠시 멈췄다. 아마 텔리가 그가 손을 쓸 수 있는 거리의 한계 너머로 몸을 피해서 쉽게 공격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텔리는 잠시 땅바닥에 꿇어앉은 상태로 솔로우스를 바라보았다. 그는 오렌지색으로 불타오르는 화염의 기둥 안에서 있으면서 몸 전체에서 하얀 빛을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주변에는 화염으로 만들어진 긴 불줄기들이 마치 연체동물의 다리처럼 춤을 추듯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것들로 방금 텔리를 공격한 것 같았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저 녀석이 날 왜 공격하는 거지? 아까 자기 쪽 병사 하나를 죽여서 그런 거야? 안 되겠다. 일단 무슨 생각인지 물어나 봐야겠어. 그런데 난 명색이 신이 되가지고 저 인산 하나를 가지고 이렇게 긴장해야 하다니. 저 자식, 정말 내 체면을 구기는구만.”

텔리는 일단 두 손을 뒤로 들고 앞으로 한 발짝씩 걸어 나왔다. 그 모습은 마치 적군에게 항복한다는 의사를 밝히는 병사 같았다. 텔리는 솔로우스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야! 우리, 말로 하자!”

그가 몇 걸음을 걸어갔지만 솔로우스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아직 그의 공격이 유효한 사정거리가 아니라서 그런 것 같았다.

“아까 서로 신분을 밝히지 않아서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난 살육의 신이라고 한다. 듣자하니 넌 불새의 대사제라며?”

텔리가 자신의 신분을 솔직하게 밝히자, 솔로우스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텔리에게 대꾸했다. 그의 음성은 텔리에 비해 훨씬 작았고 또 화염이 불타는 소리에 섞여 듣기 어려웠지만, 텔리의 귀에는 잘 들리는지 알아들을 수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신이시여, 당신의 말씀대로 전 에피로제님을 섬기는 대사제, 솔로우스라고 합니다.”

“그래. 그래. 그건 알겠는데, 너 지금 나더러 신이라고 하면서 말이야. 왜 날 공격하는 거냐?”

“그것은..... 에피로제님의 명을 받들어 그 분을 섬멸하기 위함입니다.”

“뭐? 적? 내가 왜 에피로제 녀석의 적이야? 너, 저기 내 바로 뒤에 있는 괴물이 보이지? 아주 오래 전에 나와 에피로제는 힘을 합쳐 저 녀석과 싸운 적도 있단 말이야. 그것뿐인 줄 알아? 난 이 세계에 있는 동안 몇 십 년 동안 불새군을 돕기 까지 했어. 그런데 내가 왜 에피로제의 적이야?”

“몇 십 년간 이곳에서 우리 불새군을 돕기 까지 하셨단 말씀입니까?”

“그렇다니까. 한 때는 같은 편이었던 셈인데, 나에게 왜 이러는 거냐?”

텔리는 솔로우스의 목소리가 조금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끼고는 조금씩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그렇다면 아까 왜 엘리시움에 돌아가시면 신들을 죽이겠다고 하시면서 에피로제님도 제거하시겠다고 말씀하신 겁니까?”

“아... 그건 내가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마침 클로브 담배가 딱 떨어져서 화가 나서.....”

텔리가 겸연쩍은 말투로 변명을 하려는데, 솔로우스는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예?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까 전 제 귀로 분명히 그렇게 들었습니다.”

“그건 내가 사정이 있었는데, 너가 그렇게 받아들일 얘기는 아니고....”

“그 말씀은 신께서 거짓말을 하셨다는 것입니까?”

엘리시움에는 신들이 거짓말을 할 수 없는 것이 규칙이 있었다. 그들이 인간처럼 거짓말을 하게 되면 그들은 더 이상 신으로 존재할 수 없었다. 텔리는 난처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그의 질문에 솔직하게 답했다.

“하아... 아니. 내가 에피로제도 손을 볼 의향은 있는데, 그야 어떤 신이든 인간이든 죽을죄를 짓게 되면 내가 처형하는 것이고..... 그게 내가 맡은 역할이긴 한데...... 야! 너 왜 자꾸 얘기를 그런 쪽으로 몰아가는 거야?”

솔로우스의 목소리가 다시 차갑게 변했다.

“에피로제님은 모든 신과 신수 위에 계시는 분으로써, 아무도 그분을 심판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듣기에 살육의 신께서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계신다고 하셨는데, 그러한 권한은 오직 에피로제님께만 있습니다. 그분만이 정복하신 모든 신과 인간들의 생사를 결정하실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듣자, 텔리의 양 미간이 구겨졌다.

“뭐야? 이 망할 놈아! 생사여탈권은 죽음의 신인 내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권한인데 왜 그 빌어먹을 불새가 가졌다는 거냐! 이 자식이 진짜 안 되겠네. 너 그거 에피로제가 직접 한 말이야? 엉?”

“그렇습니다. 이미 세상은 에피로제님의 것인데, 그런 권한은 오직 그분의 것임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텔리는 솔로우스가 자신의 고유한 권한까지 자신이 섬기는 불새에게 있다고 우기자, 몹시 불쾌해졌다. 그는 이를 갈면서 분노했다.

“너 진짜 제대로 말실수를 한 거야. 에피로제는 죽여도 넌 살려줄까 했는데, 안 되겠다. 네놈부터 본보기로 죽여 버려야겠다!”

“그렇습니까? 저도 지금까지 신께서 말씀하신 것을 똑똑히 다 들었으니 절대로 당신을 살려드릴 수 없습니다.”

솔로우스는 텔리에게 당당한 어조로 대꾸했다. 자신이 방금 공격한 것에 대해 텔리가 물러선 것을 보고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에피로제님께서 새롭게 만드실 새로운 세상에는 당신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 같군요. 과거의 질서를 상징하는 살육의 신께서 엘리시움에 돌아가신다면 그분이 세우신 질서를 파괴하실 것이 분명합니다. 제가 실례를 무릅쓰고서라도 당신과 이 지구란 땅에서 결판을 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것은 에피로제님을 위해 성전을 수행하고 있는 종으로써 마땅히 행해야 할 일입니다. 제게 너무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텔리는 자신의 말에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서야 할 솔로우스가 오히려 결연한 의지를 불태우는 것에 대해 어이가 없었다.

“너 이 자식, 그 오만방자한 불새놈이 꽤 능력을 나눠줘서 마치 신이라도 된 것처럼 말하는데, 방금 그 오만한 말들에 대한 댓가를 치르게 할 거야. 엘리시움의 모든 신들이 다 힘을 합쳐서 나를 대적한다면 모를까, 나한테 그 따위로 입방아를 찧고 살아남을 놈이 어디 있을 줄 알아?”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른 텔리는 두 팔을 내리고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솔로우스의 공격이 다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