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5 부. 만월의 밤 - 10 화

만월의 밤 – 10

조 회장의 부하들은 두 명의 불새군 병사들을 보자 계단을 올라가다 얼음처럼 꽁꽁 얼어붙고 말았다. 붉은 수염의 헨리가 계단을 올라오는 폭력배들을 보고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이봐, 히메이오스. 봐봐. 총 소리가 났다고 했던 내 말이 맞지? 이것들이 뭘 하려고 하는 거였을까? 이제 우린 뭘 어떡하면 좋지?”

히메이오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래. 네 말이 맞았어. 이 녀석들이 멘탈 브레이크다운이 왔었구만 그래. 것도 총을 가지고서 말이지. 음.... 멘탈 브레이크다운이라... 헤베이투스, 잠깐만 기다려. 내가 잠깐 생각을 좀 해볼게.”

히베이오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의 앞머리를 잡아당겨서 손으로 비비꼬며 현재의 상황을 분석했다. 몇 십초 정도밖에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겨우 계단 몇 개를 사이에 두고 꼼짝 않고 있었던 사람들에겐 마치 몇 시간처럼 느껴졌다. 잠시 후, 히메이오스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그의 동료의 팔을 팔굼치로 쿡쿡 찔렀다. 뭔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신호였다.

“오! 오! 오! 헤베이투스, 내게 좋은 생각이 났어.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케르케로우스의 사제를 여기서 빼내서 데려가는 거야.”

“어? 그게 좋은 생각이야?”

붉은 수염의 헨리는 그 말을 듣고 ‘겨우 그게 다야?’ 라는 표정으로 히메이오스를 쳐다보았다. 히메이오스는 동그란 눈을 더 크게 뜨면서 고개를 빨리 끄덕였다. 헨리는 손가락으로 몇 계단 아래에 있는 조 회장의 부하들을 가리키며 다시 물었다.

“그럼 쟤네들은 어쩌라고?”

“어쩌긴 뭘 어째? 네가 전부 처리해.”

“야, 이 정신 나간 녀석아! 우리들의 임무는 디텍티브랑 미스터 초 등을 내일까지 지키는 거였잖아? 그런데 처리하라고? 그리고 나선 뭐라고 보고할 건데?”

“이 녀석들은 아까 릴리카가 지네 동료를 처형한 것을 보고 멘탈 브레이크다운이 나서 자기들끼리 총을 쏘고 죽였다고 하면 되지. 하도 시끄러워서 우리가 들어왔더니 이미 이런 상황이었다고 하자구. 우린 케르케로우스의 사제만 겨우 구해냈다고 하면 돼.”

“허.... 어이가 없군.”

헨리는 입술 한 쪽을 위로 올리면서 기가 차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자 히메이오스는 곧 바로 대답했다.

“뭐가 어이가 없어. 완벽하게 딱딱 들어맞는구먼. 우린 어차피 늑대 사제의 친구들을 구해야 하는 입장이었잖아. 그러니 지금 구해주자고. 릴리카에겐 걔들이 죽었다고 하고. 이들을 다 제거해서 릴리카 계획에도 차질을 좀 안겨주고 말이지. 내 생각에 이건 완벽해!”

신이 나서 말하는 히메이오스에게 헨리는 찬물을 끼얹었다.

“그건 안 돼! 그럼 릴리카가 보기에 인질도 없어졌는데 케르케로우스의 사제가 자기 말을 듣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거라고. 딱 봐도 너무 빈틈이 많은 계획이잖아.”

“만약 친구들이 없어져서 늑대 사제가 말을 안 듣겠다고 한다면 릴리카는 그의 가족을 살해하겠다고 하겠지. 그녀가 가진 카드가 그의 친구로만 한정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이미 저 친구가 릴리카의 손에 들어간 이상 그녀를 늑대에게 데려가주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을걸. 그러니 빨리 눈앞에 보이는 녀석들부터 다 처리하라고.”

“음. 알았어. 그런데 넌? 넌 같이 처리 안 할 거야?”

“전투병인 너와 달리 난 지원에 특화되어 있어서..... 난 여기서 보고 있을게.”

“뭐라고? 이런 치사한.....”

붉은 수염의 헨리는 히메이오스를 보고 아랫입술을 한 번 깨물더니 다시 시선을 몇 계단 아래의 폭력배들에게 고정했다. 그런데 그 때였다.

‘탕!’

갑자기 사방이 울리는 총소리가 울리면서 두 불새군 병사 주위에 노란색 메이크바가 펼쳐졌다. 두 사람의 시선이 창고 문으로 향했다. 그들의 눈에 엽총을 들고 있는 조 회장이 다시 총을 장전하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헨리는 혀를 쯧쯧 차면서 말했다.

“저 자식은 포기를 모르는 거야? 아니면 그냥 바보인거야. 아까 실험해봤으면 총알 따위 메이크바를 뚫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지금 저 자식이 마음이 초조해져서 그래. 이제 무슨 일을 벌일지 몰라. 그러니까 헨리, 앞에 보이는 놈들을 빨리 처리해.”

“에잇.”

헨리는 품에서 식칼을 하나 꺼내더니 그것을 단단히 손에 쥐었다. 그는 그것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며 말했다.

“무기랍시고 동네 마트에서 산 요리칼이라니..... 이런 싸구려는 쓰다가 망가질 것 같아.”

“한국은 무기소지가 불법이니까 어쩔 수 없었잖아. 어! 어! 헨리! 저기 좀 봐! 미스터 초가 총구를 늑대 사제에게 겨누고 있잖아!”

히메이오스가 손가락으로 조 회장을 가리키며 소리 질렀다. 그는 또 다시 건수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헨리는 마음이 다급했는지 거구의 몸을 날려서 계단에 올라와 있는 조 회장의 부하들에게 달려들었다.

‘탕!’

조 회장은 몹시 초조한 나머지 잘 되지 않을 줄 알면서도 건수에게 또 총을 쐈던 것이었다. 다시 한 번 총성이 울리자 도망가던 조 회장의 부하들도 이젠 마음이 급해져서 소리를 지르며 헨리에게 달려들었다. 헨리는 있는 힘을 다해 그들을 주먹으로 치거나 무기로 찌르면서 아래로 내려갔다. 보통 사람의 몇 배나 되는 힘을 가진 헨리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공격을 받는 폭력배들은 한 방에 나가떨어지기도 하고 심지어 같은 편에 발에 밟혀서 계단으로 굴러 떨어지기도 했다. 계단 위에는 온갖 폭행과 살육이 벌어지는 지옥이 펼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계단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헨리 홀로 그들을 전부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는 마음이 다급해져서 동료를 불렀다.

“야, 히메이오스! 너도 좀 돕지! 나 혼자서는 안 되겠어. 그리고 여기 공간이 너무 좁아!”

하지만 히메이오스는 동료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건수에게 총을 쏜 조 회장에게 온갖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저 미친놈이 사제에게 총을 쐈어! 아니! 그런데 저거!”

총에 맞아 죽을 줄 알았던 건수 주변에 옅은 노란색의 메이크바가 펼쳐져 있는 것이 아닌가.

“메이크바다! 우리가 저 녀석에게 줬던 옴니테바를 가지고 있는 거야. 야, 헨리! 사제는 무사하다. 그가 가지고 있는 옴니테바가 총알을 막았어!”

“윽! 윽! 얘기는 그만하고 좀 나 좀 도와주라고, 이 자식아!”

헨리는 히메이오스에게 계속해서 도움을 요청했지만 히메이오스는 무시하고 조 회장과 건수가 있는 쪽만 바라봤다. 조 회장은 다시 한 번 총알을 장전하더니 건수에게 한 번 총구를 겨눴다가 다시 그 끝을 계단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헨리와 부하들에게 돌렸다. 그리고는 무자비하게 방아쇠를 당겼다.

‘탕!’

그러자 또 한 번 헨리 주위에는 메이크바가 펼쳐졌고 그 앞에 있던 부하들은 그가 쏜 산탄에 맞아 비명을 지르며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헨리가 조 회장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기 부하들을 총으로 쏴서 죽이고 있어. 저거 완전 돌아버렸군.”

더 이상 시간을 끌면 미쳐버린 조 회장이 무슨 일을 할지 몰라 상황이 더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헨리는 방금 총알을 맞아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조 회장의 부하들을 하나씩 빠른 손놀림으로 처리했다.

“헉헉헉..... 숨이 차. 이 자식들, 별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아주 성가셔!”

헨리는 거친 숨을 내쉬면서 계단을 내려갔다. 그는 주먹에 맞고 몸 여기 저기 칼에 찔리면서 조 회장의 부하들을 전부 처리하는데 성공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