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6 부. 솔로우스 - 63 화

솔로우스 – 63

병사들의 기습을 받은 에뮤니우스는 그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인질로 잡고 있던 솔로우스를 손에서 놓치게 되었다. 여전히 전신이 마비되어 있던 솔로우스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다.

“아니, 솔로우스님!”

베도아는 에뮤니우스를 공격하다 말고 땅에 쓰러진 솔로우스를 일으켜 세웠다. 그의 몸은 힘없이 푹 늘어져 있는데다가 마치 나무처럼 굳어 있어서 그녀 혼자 그를 옮기기에 벅찼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도움을 청했다.

“여기! 솔로우스님을 옮기는데 도움이 필요하다!”

베도아와 주변의 병사들이 모두 힘을 합쳐 솔로우스를 부축했다. 그들은 그의 양팔을 나누어 잡고는 병사들의 포위망 뒤로 다리를 질질 끌면서 그를 옮겼다. 에뮤니우스는 부상을 입은 상태로 고통 속에 있었지만 솔로우스를 놓친 것이 더욱 분했는지 솔로우스를 데리고 가는 불새군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안 돼! 그 녀석은 내 거야!”

그는 다시 입을 벌려 마취액을 병사들에게 분사하려고 했지만 사방에서 자신을 공격하는 적들이 그를 방해했다.

“이 자식들이!”

그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공격하는 병사들에게 마취액을 분사하며 격렬히 저항했다. 또한 배에서 촉수를 꺼내 적들에게 뻗었다. 하지만, 한 번 그의 독무 공격에 당했던 적들은 어느 정도 그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는 지, 방패로 막았다. 솔로우스를 안전한 곳까지 피신시킨 베도아는 다시 에뮤니우스에게 달려오면서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괴물이 또 이상한 수작을 부리려고 한다. 맨 앞의 병사들은 방패로 막고 뒤에서부터 그 틈으로 괴물을 공격해! 쉬지 말고 공격해라!”

병사들은 그녀의 말대로 쉬지 않고 에뮤니우스를 압박했다. 포위망 앞열의 병사들이 마취액에 쓰러져도 뒤에 있던 병사들이 그 자리를 메꾸면서 그를 계속 공격했다. 어떤 방어구나 무기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에뮤니우스는 그들의 칼에 무방비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끄으으윽....”

그렇게 여러 번 불새군 병사들의 공격을 맨 몸으로 받은 에뮤니우스는 비명을 지르며 땅에 쓰러졌다.

“됐다! 괴물을 쓰러뜨렸어!”

먼저 쓰러진 사신교 4 인방처럼 에뮤니우스도 땅에 쓰러지자 병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사신교 신도들은 불새군에게 달려오다 말고 그것을 보고 발걸음을 돌려 도망갔다.

* * *

‘드드드드.....’

그 때였다. 불새군이 있던 곳, 즉, 검은 방의 입구 주변의 땅이 지진이 나는 것처럼 흔들리며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방의 숲속에서 바이베노파시스의 음산한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기가 차서 말도 나오지 않는군. 너희들이 감히 내 전사들을 쓰러뜨리다니!”

그가 말을 끝냄과 동시에 갑자기 에뮤니우스와 사신교 신도들을 포위하고 있던 병사들이 방패와 칼을 손에서 떨어뜨리면서 비명을 질러댔다. 거의 동시에 모든 병사들이 땅에 무릎을 꿇었다.

“아아악!”

“억! 뭐... 뭐야! 하늘이 무너지는가! 공기가 무거워졌어!”

“뭔가 아주 무거운 게 내 어깨를 짓누르고 있어!”

“아니다! 땅이야! 땅이 날 끌어당기고 있다!”

사방의 공기가 순간적으로 무거워진 것인지 아니면 그들 주변의 중력이 강해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 힘은 병사들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힘은 점점 강해져서 그들 모두를 땅에 얼굴을 맞대게 만들었다.

“네 놈들에게 직접 내 얼굴을 보여주마. 그리고 날 보는 자에겐 모두 죽음을 선사할 것이다.”

병사들을 속박하는 힘이 어찌나 강한지, 그들 중에는 어깨나 팔꿈치, 혹은 무릎 같은 부분이 탈골되는 이들도 있었다.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아아아! 살려줘! 엄청난 힘이 내 얼굴을 누르고 있다아아!”

데비아나는 에뮤니우스를 포위하고 있던 베도아와 병사들이 바닥에 쓰러져 벌레처럼 꿈틀거리게 되자, 그들에게 소리쳤다.

“무... 무슨 일이냐! 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냐? 혹시 또 적의 함정에 빠진 거냐!”

베도아는 온힘을 다해 상체를 겨우 일으키더니 데비아나에게 말했다.

“데비아나님! 사악한 마법입니다! 어서 도망가십시오! 어서...요!”

“아... 안 돼! 베도아! 어서 거기서 기어 나와! 자! 내 손을 잡아라!”

데비아나가 베도아에게 손을 뻗으며 그녀를 구하려고 병사들이 쓰러져 있는 곳으로 걸어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 옆의 병사들이 그녀를 제지했다.

“안 됩니다! 데비아나님! 베도아님을 구하시려다가 대장님도 저 덫에 걸리실 수 있습니다.”

“베... 베도아! 베도아를 살려야 한다. 어서 거기서 기어 나와라!”

병사들은 황급히 데비아나의 양 팔을 잡고 그녀를 병사들 뒤로 데려갔다.

* * *

불새군 병사들이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주위를 경계하는데 아까 사신교 신도들이 뛰쳐나왔던 수풀에서 여러 개의 검은 그림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곳으로 돌아가고 있던 다른 사신교 신도들이 일제히 땅에 엎드려 절했다. 그림자들 중 앞장섰던 자가 서서히 달빛 아래로 나아오자 그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이가 서른이나 되었을 법한 사내, 그는 다름 아닌 후안 마르티네즈의 몸에 들어가 있는 바이베노파시스였다. 그는 자신의 등장에 공포에 떨고 있는 불새군 무리를 보며 히죽히죽 웃었다.

“이 벌레 같은 녀석들이 감히 죽음의 신을 보고도 머리를 조아리지 않는단 말이냐.”

그러자 그의 곁에서 함께 있던 맥케이가 말했다.

“신이시여, 제게 허락하신다면 전사들을 이끌고 저놈들의 머리를 신께 바치겠나이다.”

하지만 바이베노파시스는 맥케이의 청을 들은 척 만 척 하며 계속 자기 말을 이어갔다.

“저기 저 놈, 솔로우스! 내 몸을 완벽히 고치기 위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재료를 찾았는데, 뭣도 모르는 벌레 같이 하찮은 것들이 방해하며 감히 내 심기를 건드렸다.”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손을 어깨 위로 들더니 쓰러져 있는 병사들 주변에 서 있는 한 병사 쪽을 향해 물건을 던지듯 팔을 휘둘렀다.

‘패앵-!’

그러자 마치 공처럼 생긴 검은 물체가 병사에게 날아가 그의 몸통을 때리고 단 번에 쓰러뜨리는 것이었다. 그 주위의 병사들이 쓰러진 녀석을 보자 그들의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마치 포탄이라도 맞은 듯, 그의 몸통에 큰 구멍이 하나 뚫려 있었다. 거기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동료가 죽자, 그들은 비로소 자신들이 상대하는 자가 자신들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 그는 그들의 세계에서 신으로 불리는 존재 중 하나였던 것이다.

“이건 신..... 신이다! 신이 나타났다!”

바이베노파시스는 다시 한 번 히죽 웃으면서 불새군 무리에게 말했다. 그의 차가운 음성은 마치 불새군 주위 사방에 설치해 놓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이미 내가 누군지 말하지 않았더냐? 죽음의 신이라고. 지금 너희들에게 죽음이 가까이 가고 있다. 각오해라. 크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