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부. 만월의 밤 - 8 화
만월의 밤 – 8
조 회장의 부하는 한 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순식간에 머리가 타버렸다. 릴리카가 시신에서 손을 떼자 지하 창고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특히 조 회장의 부하들과 건수의 친구들은 너무나 참혹한 광경에 놀라고 잔뜩 겁에 질린 나머지 바닥에 토를 하기까지 했다. 자기 부하가 죽임을 당하는 동안 시선을 돌리지 않고 있던 조 회장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릴리카에게 소리 질렀다.
“이 X년이!”
그가 주먹을 불끈 쥐고 릴리카에게 덤벼드는데 바로 옆에 서있던 양 형사가 그의 몸을 잡고 말렸다.
“안돼! 조 회장! 그랬다가는 너도 죽어! 저렇게 타죽고 싶어?”
릴리카는 길길이 날뛰는 조 회장을 보면서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그녀는 바닥에 쓰러진 조 회장의 부하를 태연하게 보면서 더러워진 손을 들었다. 그러자 곁에 있던 부관 이사우라가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그녀의 손에 올렸다. 릴리카는 그 손수건으로 자신의 손을 닦으면서 고개를 돌린 건수에게 경고했다.
“이게 우리 불새군의 처형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당하는 쪽의 성대를 제일 먼저 태워버리기 때문에 조용히 사형 집행할 수 있지.”
그녀는 손수건을 다시 이사우라에게 건넨 후, 바닥에 토를 하고 있는 도원광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의 목을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이젠 네 친구들 차례가 되었군. 자, 케르케로우스의 사제. 어쩔 테냐?”
“안 돼! 그만해!”
건수는 벌떡 일어나면서 소리 질렀다. 릴리카는 이미 도원광을 처형하기로 결심이 섰는지 단호한 목소리로 그에게 대답했다.
“그럼 검은 방의 입구가 어디 있는지 말해! 아니면 네 친구도 방금 죽은 녀석의 뒤를 따라가게 될 거다!”
“아.....”
“난 협박 같은 건 하지 않으니 빨리 마음을 정하는 게 나을 거야!”
건수가 재빨리 데디쿠스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는 어딘가 딴 데를 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은 이사우라였다. 이사우라는 정면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러자 데디쿠스는 급하게 건수를 바라보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케르케로우스의 사제, 준비가 끝났다. 이제 정보를 줘도 돼.’
건수는 그것을 보고 급한 목소리로 친구를 죽이려는 릴리카에게 소리쳤다.
“아... 알았어요! 마... 말할께요! 그러니 제발 내 친구를 살려주세요! 제발요!”
그 말을 듣자 릴리카는 울며 떨고 있는 도원광의 목에서 손을 뗐다. 도원광은 얼마나 겁을 먹었던지 그의 바지가 금새 축축해졌다. 릴리카는 여전히 도원광 옆에 서 있으면서 건수를 무섭게 노려봤다. 건수가 조금이라도 마음을 바꾸면 언제라도 다시 도원광을 처형할 생각이었다.
“그래. 잘 생각했어. 그럼 검은 방의 입구가 어디인지 당장 말해!”
“그.... 그 장소는.....”
건수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 어떤 사... 산 속에 있어요. 제가... 저... 전에 가봤어요.”
“산 속?”
“예. 말로는 서...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 직접 그 장소까지 당신들을 데려갈께요.”
“말로는 하기 어렵다라... 허튼 수작부리는 거라면 당장에라도 이놈을 죽일 테다!”
릴리카는 다시 손을 뻗어 도원광의 목을 잡았다. 그는 너무 놀라 “끄어어....” 소리를 내면서 그만 까무러치고 말았다. 건수는 몸을 비틀면서 소리쳤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절대 거짓말 아닙니다. 깊은 산 속에 있어서 딱 어디라고 말하기가 어려워서 그래요! 제가 반드시 거기로 인도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제 친구를 살려주세요!”
릴리카는 기절한 도원광의 목에서 손을 떼더니 건수 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이번엔 손으로 건수의 목을 잡으면서 말했다.
“컥. 컥컥.”
“좋아. 네 말을 믿도록 하지. 내일 오후, 네가 인도하는 곳으로 갈 것이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우리가 가는 그곳에 검은 방의 입구가 있는게 좋을 거야. 아니면 너와 네 친구들은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거다.”
건수는 목이 잡혀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자 대신 눈을 여러 번 껌벅이며 그러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릴리카는 그에게서 등을 돌려 창고 입구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아직도 분노하고 있는 조 회장에게 한 마디 했다.
“미스터 초, 내일이 사냥하는 날입니다. 엽총 등등은 준비가 됐겠죠?”
그 말에 조 회장은 격렬하게 반응하며 대꾸했다.
“뭐라고? 사냥? 이 미친년이! 감히 내 식구를 건드려?!”
“훗. 이건 뭐... 부하나 그 보스나 상황 판단을 못하는 건 똑같잖아? 둘 다 바보로군. 호호호.”
“이 쳐 죽일 년아!”
릴리카의 조롱에 조 회장이 격분했다. 그는 옆에서 온 힘을 다해 말리고 있던 양 형사의 손을 뿌리치고 주먹을 들어 릴리카에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이사우라가 한 발 앞서 주먹으로 그의 얼굴을 가격했다.
‘퍽!’
“끄으으으.......”
조 회장의 머리가 돌아가더니 단 일격에 그만 바닥에 푹 쓰러지고 말았다. 릴리카는 가소롭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단을 올라갔다. 곧 이어 그녀의 부하들도 불에 머리가 탄 조 회장의 부하를 들고 그녀를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조 회장이 쓰러진 것에 격분한 부하 중 하나가 참지 못하고 캐비넷을 열더니 엽총을 꺼냈다. 양 형사가 그를 말리려고 다가섰지만 총기를 들고 있는 부하가 너무 위협적이어서 두 손을 들고 뒤로 물러섰다. 부하는 엽총을 서둘러 장전한 뒤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 불새군을 조준했다.
“거기 서! 이 새끼들아!”
그러자 릴리카가 뒤를 돌아보면서 어깨를 들썩였다.
“총을 너무 쏘기 싶어서 내일까지 기다리지 못하겠다는 건가? 어서 쏴보던가. 호호호.”
그녀의 부하들도 모두 히죽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빈정거림에 자극을 받은 부하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탕!’
‘피잉! 핏! 핏! 피이이잉!’
귀를 때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온 지하를 울렸다. 양 형사와 조 회장을 비롯한 모든 폭력배들이 그 소리를 듣고 엽총을 들고 있는 부하와 계단 쪽을 쳐다보았다. 릴리카와 그녀의 부하들은 옅은 노란 색의 막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들이 몸에 지니고 있는 방어막인 메이크바가 발동된 것이었다. 부하는 방금 자신이 쏜 총알들에 맞았어야 할 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자 큰 충격에 빠졌다.
“난 부... 분명히 제대로 쐈는데.....! 어... 어떻게 된 거야?!”
이사우라는 다시 장전을 시도하는 조 회장의 부하를 보고 릴리카에게 물었다.
“릴리카님, 어떻게 할까요? 지금 처리할까요?”
“아니, 저 바보는 자기가 총을 쏘고도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어차피 우리에겐 내일 케르케로우스를 잡을 때 희생양이 한 명이라도 더 있는 게 도움이 되니까 그냥 놔둬.”
부하는 다시 한 번 엽총을 장전하고 불새군을 향해 총을 쐈다.
‘타앙!’
‘핏! 핏! 피잇! 피잉!’
하지만 이번에도 총알들은 메이크바의 막을 뚫지 못하고 모두 튕겨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그 광경을 본 양 형사가 몹시 놀라면서 소리쳤다.
“총알을 튕겨 내다니!”
불새군 병사들이 “크크크” 웃으면서 여유롭게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을 본 부하는 너무 두려운 나머지 손에서 총을 놓치고 그만 바닥에 쓰러져 무릎을 꿇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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