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5 부. 만월의 밤 - 19 화

만월의 밤 – 19

“구웨에에에엑-!”

마르티네즈와 이마를 맞대고 있는 올리베이라는 계속해서 입에서 검은 물질을 토해냈다. 그럴 때마다 그는 격렬하게 몸을 뒤틀었는데, 어찌나 몸을 심하게 움직여대는지 몸 곳곳에서 ‘우두둑’ 거리면서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났다. 그의 곁에서 맥케이와 두 명의 신도들은 전력을 다해 올리베이라의 몸의 각 부분을 잡고 고정시키려고 했다. 그가 입에서 쏟아내고 있는 검은 물질은 그대로 그의 얼굴 아래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마르티네즈의 입속으로 떨어졌다. 방 안에 있는 10 명 정도의 사신교의 신도들은 그 기괴한 모습을 보고 역겹다고 느낄 만도 했는데 단 한 명도 얼굴의 표정 변화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들은 사력을 다해 검은 물질을 들이키는 마르티네즈를 보고 감탄의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구우우우......윽. 윽. 윽.”

몇 분 후, 올리베이라의 입에서 떨어지는 암흑의 양이 눈에 띄게 줄었다. 자기 몸속에 있는 암흑을 거의 다 쏟아낸 것이 분명했다. 맥케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마르티네즈에게 말했다.

“M이시여! 조금만 더 힘을 내주십시오. 올리베이라 몸 안에서 암흑이 거의 다 빠져나왔습니다.”

마르티네즈는 입으로는 암흑을 받아 마시고 있기 때문에 말로 대답하는 것 대신 눈알을 굴려 맥케이를 보았다. 그 때 그의 눈가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오랫동안 입을 최대한 벌리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턱이 몹시 아팠던 것이다. 마르티네즈의 눈물을 본 맥케이는 순간 마음이 울컥해서 울먹였다.

“아아... M. 당신은 바이베노파시스님을 위해 정말 당신의 모든 것을 희생시키시는 군요! 전... 전... 도저히..... 크흡. 전 끝내 제 자신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에 반해 당신은 얼마나 대단하십니까! 당신은 성인이십니다. 진심으로 당신을 존경합니다! 으흐흑.”

맥케이는 너무 감격한 나머지 끝내 눈물을 참지 못하고 터트렸다. 그의 곁에서 올리베이라를 잡고 있던 나머지 두 신도들도 어느덧 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M이시여. 당신은 신이십니다. 바이베노파시스님을 받아들이셔서 어서 우리를 엘리시움으로 데려가 주소서. 흑흑흑.”

그러자 방 안에 있던 모든 신도들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들 중 일부는 오열하면서 크게 M과 바이베노파시스를 불렀고 나머지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면서 기도문을 외웠다.

방 안의 열기가 한참 후끈해졌을 때, 올리베이라의 입에서는 더 이상 암흑이 나오지 않게 되었다.

“그어어어어.......”

그는 괴기스러운 신음을 마지막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래도 그만 숨을 거둔 것 같았다. 마르티네즈는 눈을 몇 번 감았다 뜨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마침내 암흑의 섭취가 종료된 것이었다. 맥케이와 두 신도들이 축 늘어진 올리베이라의 시신을 탁자로 뉘었다. 맥케이는 뒤를 돌아 의자에 앉아 있는 마르티네즈를 보며 말했다.

“M이시여, 고생하셨습니다. 뉴욕의 시설과 비교도 안 될 만큼 열악한 환경의 이곳에서 이렇게 암흑의 운반과 섭취가 성공적으로 끝나서 다행입니다.”

“후우... 올리베이라의 상태는 어떤가? 헉. 헉.”

마르티네즈는 힘에 부친 듯 숨을 몰아쉬면서 맥케이에게 물었다.

“안타깝게도 그만 숨을 거뒀습니다. 지금 곧 시신을 옮기겠습니다. 이봐, 여기 바디 백을 준비해.”

맥케이가 신도들 중 하나를 부르며 시신을 옮길 준비를 시켰다.

“잠깐만 기다려.”

마르티네즈는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탁자로 다가가서 그 위에 누워있는 올리베이라를 내려다보았다.

“후우우. 올리베이라.... 내 운명을 바꾼 남자. 당신 때문에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지. 그런데 나를 한 번 죽였던 당신이 이젠 나를 위해 죽었군.”

그는 올리베이라의 팔에 새겨진 타투를 힐끔 쳐다보았다.

“별, 나무, 그리고 세 개의 뿌리..... 그래, 이것이 상징하는 대로 내 길은 이미 정해진 거야. 음..... 맥케이!”

“예, M.”

“자네 가문이 이 문양을 처음으로 사용한 게 오래되었다고?”

“예, 바이베노파시스님께서 제 할아버님께 찾아오셨을 때부터 사용했습니다. 그 뒤로 저희 아버지와 제게 이르기까지 쭉 저희 가문은 신의 은혜를 많이 받게 되었습니다. 사업은 번창했고 경쟁자들은 제거되었죠. 그 결과 가문의 재산을 천문학적으로 늘었고 전 큰 권력까지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모두 바이베노파시스님의 은혜입니다. 베풀어주신 은혜를 조금이라도 되갚고자 전 최선을 다해서 말씀하신 문양이 상징하는 계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그 동안 누구보다 노력을 기울여 왔.....”

“그래, 네가 그 동안 신께 얼마나 충성해왔는지는 나도 안다.”

“아, 감사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네 소원을 이뤄질 때가 왔다.”

“아.... 그.... 말씀은....”

그 말을 들은 맥케이는 감격에 목이 멨다.

“그래, 난 준비가 거의 다 되었다. 아직 약간 부족한 것 같기도 하지만 우리가 더 이상 준비할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없지 않느냐. 우린 최선을 다했고 바이베노파시스님께서 약간 미흡한 점은 이해해 주실 것이다. 이제 신께서 내게 오셔서 이 몸을 가져가시기만 하면 된다.”

“오... 신이시여! 어서 오셔서 부활하시옵소서. 저희는 최선을 다해 준비했사옵니다.”

맥케이는 무릎을 꿇고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그러자 다른 신도들도 그를 똑같이 따라했다.

그 때였다. 순간 마르티네즈는 자신의 머리와 어깨를 강하게 짓누르는 기운을 느꼈다.

“아! 이것은!”

그는 위에서부터 눌러오는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맥케이가 그의 모습을 보고 10 여명의 성도들에게 소리 질렀다.

“어서 방의 불을 꺼라! 죽음의 신께서는 빛을 싫어하신다. 어서 불을 꺼!”

신도들 중 하나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방의 불을 껐다. 마르티네즈는 무릎을 꿇었음에도 위에서 그를 짓누르는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이젠 얼굴을 바닥을 향한 상태로 엎드려 있었다. 그는 견디기 힘든 고통을 느끼고 있는지 큰 소리로 신음했다.

“아아아악.....! 너무 무거워! 오... 신이시여.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어서 제 몸을 가져가시옵소서!”

마르티네즈는 끝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누워버렸다. 맥케이와 신도들은 그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무릎을 꿇고 앉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초조한 눈빛으로 상황을 지켜봤다. 마르티네즈가 누운 채로 몸을 들썩거리기 시작하자 맥케이가 제일 먼저 침묵을 깼다.

“오오...! 드디어 죽음의 신께서 부활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