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부. 솔로우스 - 52 화
솔로우스 – 52
베도아가 그를 죽일 듯이 광분해서 달려오는데도 에뮤니우스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데비아나와 병사들에게 포위되어 있는 입장이었는데도 말이다.
“내가 분명히 말했을 텐데. 누구든지 내게 가까이 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거라고!”
그렇게 말하고 그는 칼을 휘두르며 달려오는 베도아가 더 가까이 접근할 때까지 기다렸다. 에뮤니우스가 흉측한 얼굴을 하고 솔로우스를 인질로 삼고 있는 것을 발견한 베도아는 그에게 고함을 질렀다.
“이 자식! 어서 솔로우스님에게서 그 더러운 손을 떼라!”
“흥! 퉷-!”
그녀가 그에게 가까이 오자, 에뮤니우스는 그녀의 얼굴에 연한 녹색의 타액을 뱉었다. 그리고 그 타액은 그녀의 얼굴, 더 정확히 말하면 그녀의 왼쪽 눈에 맞았다.
“아아아악!”
베도아는 비명을 지르며 손에 들고 있던 장검을 떨어뜨렸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쓰러졌다. 겨우 타액을 얼굴에 맞은 것 정도로 그녀의 부관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놀란 데비아나가 손가락으로 에뮤니우스를 가리켰다. 그를 에워싼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아니, 베도아! 저... 저 놈을 당장 죽여라!”
병사들이 에뮤니우스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사방에서 병사가 달려들 때마다 방향을 틀어 솔로우스를 앞세워 방패로 삼았다. 그랬더니 그때마다 병사들은 혹여 인질이 다칠까봐 움찔하며 더 이상 칼을 거둬들였다. 에뮤니우스는 흥분해서 병사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이 자식들! 내가 가까이 다가오지 말랬지! 정말 이 솔로우스가 죽는 것을 보고 싶은 게냐?! 크으으.....”
에뮤니우스는 팔로 솔로우스의 목을 감싸더니 얼굴을 찡그렸다. 그가 힘을 주자 그의 배에서 긴 촉수가 하나 뻗어 나오더니 그대로 솔로우스의 등을 뚫고 들어가서 복부까지 뚫고 나왔다.
‘퍼억-!’
솔로우스는 몸이 완전히 마비되어 있어서 조금도 움찔거리지 못했지만, 그가 처한 상황은 한 눈에 보기에도 처참했다. 에뮤니우스의 촉수가 뚫고 나온 복부에서 상당한 출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데비아나는 깜짝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안 돼! 솔로우스님!”
에뮤니우스는 흥분해서 씩씩거리면서 다시 그녀와 병사들에게 경고했다.
“내가 아까 뭐랬나? 내게 가까이 다가오면 이놈의 목숨은 없다고 말했을 텐데? 이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감이 오겠지? 크크크....”
“네... 네놈이 원하는 게 무엇이냐?”
데비아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에뮤니우스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자기를 포위하고 있는 병사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모두...! 모두 무기를 버려라!”
병사들이 머뭇거리고 있자 그는 한 번 더 목청을 돋우어 소리쳤다.
“무기를 버려! 아니면 너희들의 대사제는 살아남지 못한다.”
데비아나가 병사들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명령했다.
“병사들아. 이 자의 말대로 모두 무기를 땅에 내려놓아라.”
그녀의 명령이 떨어지자 비로소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명씩 땅에 칼과 방패를 내려놓았다. 에뮤니우스는 그들의 행동을 보고 자신의 뜻대로 일이 되어가는 것에 만족했는지, 흉하게 갈라진 입 꼬리를 올리며 씨익 웃었다.
“하하하. 그래. 옳지. 그리고 어서 뒤로 물러서라. 내 퇴로를 막지 말란 말이다.”
이번에도 데비아나가 병사들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들은 뒤로 몇 m 물러났다. 말만 안했지 항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것도 단 한 명의 적에게 말이다.
“자, 네 말대로 다 했으니 어서 솔로우스님을 풀어줘.”
“아니, 그건 안 돼. 나는 이 자와 볼 일이 있다. 대신 여기 릴리카는 돌려주마.”
“그게 무슨 소리야! 네 말대로 우린 물러났잖아?! 이 여자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나?”
데비아나가 성을 내며 발을 한 발짝 내딛었다. 그러자 에뮤니우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어? 지금은 내게 가까이 오는 것이 좋은 생각이 절대 아닐 텐데? 내가 뭐라고 했지? 가까이 오면 솔로우스의 목숨은 없는 것이라고 말했을 텐데?”
그가 말을 마치자 솔로우스의 복부를 관통한 촉수가 사방에 피를 튀기며 한 바퀴 원을 그리며 돌아갔다. 데비아나에게 경고하는 것이었다.
“이익! 비겁한 자식!”
데비아나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다시 뒤로 물러섰다. 솔로우스는 분명 상당한 고통 속에 있을 것 같았다. 그는 비록 온 몸이 마비되어 있어서 비명을 지를 수 없었지만 잠깐 눈빛이 흔들렸다. 복부가 뚫릴 정도로 큰 부상을 입었는데 과연 얼마나 큰 고통을 느끼고 있을까? 그건 그가 마비가 풀린 후 직접 말해주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어디 불새의 대사제를 모시고 가볼까나? 아, 그러기 전에 먼저.....”
에뮤니우스는 온 몸에 힘을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그의 몸 전체에서 하얀 빛이 뿜어 나왔다.
“아니, 어떻게 인간이 저런 힘을...!”
그의 몸에서 빛이 금세 사라지면서 대신 초록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것은 한 번 마시게 되면 몸을 마비시키는 독무였다. 그는 몇 달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공항에서 릴리카의 병사들로부터 도망갈 때 사용했던 방법을 다시 사용한 것이다. 독무를 마신 그 주변의 병사들은 기침을 하기 시작하더니, 입에 거품을 물고 몸에 경련을 일으키면서 속속 쓰러졌다. 데비아나 역시 콜록거리며 입으로 손을 막고는 고개를 돌리며 뒤로 물러났다. 불새군 병사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며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인 에뮤니우스는 십자 모양으로 흉하게 갈라진 입을 크게 벌리더니 두 개의 송곳니를 드러냈다.
“크아앙!”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솔로우스의 목에 두 송곳니를 깊숙이 박아 넣었다. 그가 그런 행동을 한 이유는 혹시라도 중간에 솔로우스의 마비가 풀릴까봐 예방 차원에서 그렇게 한 것이었다. 아까 그를 마비시켰던 방법으로는 그 시간을 오래 지속시킬 수 없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에뮤니우스는 안심하고 솔로우스의 몸에서 생명의 정수를 빨아 마셨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면서 그는 흥분했다.
‘꿀꺽. 꿀꺽.’
“크으. 솔로우스. 네 녀석의 생명의 정수는 보통의 생명체와는 차원이 다르구나! 분명 대단한 효과를 보일 것이 분명하다. 겨우 이 정도만 섭취했는데도 놀라운 힘이 내게 흘러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도저히 멈출 수가 없겠는데?”
에뮤니우스는 솔로우스의 생명의 정수를 조금만 빼앗았는데도 곧 바로 상당한 힘이 그의 몸에 흡수되는 것을 느꼈다. 그러자 그는 마음속에 욕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그는 주위에 있는 불새군 병사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중에 솔로우스를 데리고 빨리 피신했어야 했는데, 좀 더 많은 힘을 섭취하는 데에 정신이 팔려 그만 행동을 꾸물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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