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5 부. 만월의 밤 - 13 화

만월의 밤 – 13

도원광과 좐슨은 곧 다른 불새군 병사들이 창고 건물로 올 것이라느 말을 듣고 놀라서 힘껏 도망쳤다. 둘은 10 분이 넘게 둘은 열심히 뛰고 있었지만 둘 중에 그 누구도 어느 방향으로 도망쳐야 하는지,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좐슨이 슬슬 체력이 부치는지 앞에서 뛰어가던 도원광을 불러 세웠다.

“헉헉헉. 원광아, 잠깐 쉬었다가 가자.”

“헉헉. 응? 왜? 벌써 지쳤어, 좐슨?”

“후우..... 우리가 아까부터 계속 도망치고 있기는 하는데 사실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잖아.”

“그래도 아직 쉬면 안 돼. 아까 붙잡혀 있던 장소에서부터 조금이라도 더 멀리 도망가야지. 그 놈들이 우리를 찾아 뒤쫓아 올지도 모르잖아. 그러니 힘을 좀 내 봐.”

“에이...!”

좐슨은 갑자기 짜증을 내면서 길가 위에 주저앉았다.

“이렇게 계속 달리기만 하는 건 말도 안 돼. 아니, 핸드폰이라도 있어야 경찰한테 신고를 하던가 하지! 이건 가도 가도 찻길뿐이잖아.”

좐슨의 말에 도원광은 손뼉을 쳤다.

“그래! 방금 네 말을 듣고 좋은 생각이 났어. 차라리 지나가는 차를 세워서 좀 태워달라고 한 다음에 핸드폰을 빌려서 경찰에 신고하면 되는 거였잖아.”

그러자 좐슨이 어이없다는 듯이 친구를 바라보며 궁시렁거렸다.

“이 바보야, 그런 걸 이제야 생각한 거야? 무턱대고 이렇게 뛰어만 다니면 어쩌자는 거야. 우리가 얼마동안이나 굶었는지 몰라? 난 우리가 당장 여기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구.”

“알았어. 넌 여기서 잠깐 쉬고 있어봐. 여기 지나가는 첫 차를 내가 세워볼 테니까.... 응?”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트럭 한 대가 그들 앞에 다가와 섰다.

트럭에서 두 남자가 내렸다. 그들은 건수와 행동을 함께 했던 미스터 황과 텔리였다. 미스터 황이 그들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야, 너희들이 건수 친구들이냐?”

도원광과 좐슨은 처음 보는 사람이 건수를 아는 척하면서 그들에게 접근해오자 일단 그를 경계했다. 도원광이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면서 팔로 좐슨을 자신의 등 뒤로 가도록 밀었다.

“아저씨는 누구세요? 누구신데 건수를 아시는 거죠?”

그는 대답대신 뒤편에 서있는 텔리에게 고개를 돌리고 기뻐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텔리님, 찾았습니다. 이들이 건수를 아는 것을 보니 그의 친구들인 게 분명해요. 그렇다는 얘기는 건수도 근처에 있다는 겁니다. 이들과 함께 건수를 구하러 가실 거죠?”

“쾅씩아. 이 자식아. 내가 몇 번을 말해. 난 지금은 건수를 구할 생각이 전혀 없다니까. 이디레이아가 그랬잖아. 검은 방의 입구에서 건수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바로 그 정확한 장소에서, 정확한 시간에, 내가 그 녀석을 구할 거야. 음. 뭐, 구할 수 있으면 구할 거고 그게 잘 안 되면 뭐..... 그럼 그게 그냥 그 녀석의 운명인 거지.”

“여기까지 와서 일부러 건수를 구하지 않겠다고요? 아니, 사람이 왜 그래요?”

“쾅씩이, 멍청아. 난 사람이 아니라 신이잖아. 그래서 난 너희들 인간보다 더 크고 대단한 일에 신경을 써야한단 말이다.”

미스터 황은 텔리의 능력으로 충분히 건수를 구할 수 있으면서도 이디레이아의 예언이 이뤄지기 위해 그를 그대로 내버려두겠다는 말을 듣고 한국말로 욕을 해버렸다.

“에이, 씨X! 이게 말이야 방구야. 짜증나게 그냥 건수를 구하면 될 걸 왜 안하겠다는 거야?”

미스터 황이 자기가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말로 강한 어조로 말하자 텔리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너 지금 한국말로 나 욕한 거지?”

“아니에요!”

“너 우리 세계에서 신을 욕하면 아무도 목숨을 부지할 수 없는 거는 몰랐지? 게다가 난 그냥 보통 신도 아니야. 너 만약 날 욕한 거라면.....”

“아니라는 데 왜 자꾸 그래요! 건수를 구하러 가지도 않을 거면서.... 에이!”

미스터 황은 입술을 내밀며 텔리를 흘겨보았다.

도원광은 방금 미스터 황이 텔리와 대화하는 것을 보고 놀라면서 그의 등 뒤에 있는 좐슨에게 속삭였다.

“좐슨, 저 아저씨가 쓰는 언어 말이야. 건수가 불새군 놈들에게 쓰는 언어와 비슷한 것 같아.”

“그래, 나도 그렇게 느꼈어. 분명 건수가 말했던 그 무리가 분명해. 그래도 일단 긴장을 풀지 마. 아직 저들의 정체를 모르니까.”

“이 사람들이 건수가 말하던 그 동료들이 아닐까?”

“모르겠어. 누구라도 손을 내민다고 덥썩 잡는 건 영 아닌 것 같아. 아무튼 조심해.”

건수의 친구들이 여전히 경계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을 보고 미스터 황이 다시 말을 걸었다.

“아, 미안 미안. 내 소개도 안 했네. 난 황광식이라고 해. 얼마 전까지 건수와 함께 생활했었어. 그리고 여기 뒤에 계시는 분은...”

“혹시 다른 세계에서 오신 신이라고 하시는 그 분 아닌가요? 건수가 말해줬어요. 대단히 무서운 분이시라고.”

도원광이 고개를 끄덕이며 텔리에게 인사를 했다. 텔리는 어느새 클로브 담배를 입에 물고 손을 들어주었다.

‘다른 세계의 신이라는데 담배도 피우시네. 신들도 담배를 피우나?’

미스터 황이 도원광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할머니에게서 대충 들었는데 건수를 노리는 나쁜 놈들한테 잡혀서 오랫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며? 자, 어서 우리와 함께 가자.”

“할머니요? 눈이 안 보이시는 그 할머니 말씀이세요?”

“그래, 그 신기 있으신 분. 귀신을 보는 할머니, 맞아.”

미스터 황이 할머니와 함께 하는 사람인 것을 알게 되자 도원광과 좐슨은 이제야 마음을 놓고 경계심을 풀었다.

“하아..... 드디어 우릴 구해주는 사람들을 만났군요!”

그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 동안 셀 수 없이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생활을 계속해 오다가 드디어 안전한 곳으로 갈 것을 생각하니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 하지만 그 기쁨과 안도의 순간도 잠시였을 뿐, 다시 걱정과 우려의 먹구름이 그의 마음을 온통 어둡게 만드는 것이었다. 바로 건수의 일 때문이었다.

“그런데 우리만 같이 가는 건가요? 건수는요? 걔는 아직도 그 나쁜 놈들에게 잡혀 있다고요.”

미스터 황은 뒤를 돌아서 텔리를 한 번 보더니 어두운 표정을 하고 대답했다.

“그게.... 우리가 지금 사정이 있어서 당장은 건수를 구할 수 없을 것 같아. 일단은 너희만 구하러 왔어. 자세한 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서 알려줄게. 미리 말해두지만 놀랄 일들이 좀 많아. 너희에게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 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부터 단단히 마음을 먹고 가는 게 좋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