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6 부. 솔로우스 - 71 화

솔로우스 – 71

불새군 병사들의 공격을 받은 베토케로우스는 흥분하기 시작했다.

“버러지들이.... 감히... 날... 공격해?”

그는 병사들의 체취를 쫓으면서 거대한 입을 벌리고 사방으로 고개를 돌리며 그들을 공격하려고 했다. 하지만 병사들은 필사적으로 그의 공격을 피했다. 그 결과, 괴수의 공격은 주변만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그는 후각만을 사용한 자신의 공격이 결코 병사들의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놈들..... 내 눈이.... 안 보이는 걸 알고... 있구나....”

그는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그의 이마에서 밝은 빛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곧 머리와 목까지 빛나기 시작했다.

“천리안.... 내겐... 천리안이 있다. 에피로제.... 이것으로... 널 찾을 것... 이다. 숨어 있어도... 소용... 없다.”

아니, 천리안이라니. 그런 게 있었으면 처음부터 쓰지 그랬어? 왜 지금까지 아껴두고 있었던 거야? 아, 맞다. 이 괴수는 지금 머리에까지 죽음의 독이 퍼져서 제 정신이 아니었지.

베토케로우스가 발걸음을 멈추고 천리안을 발동시키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는 것을 보고 한 병사가 외쳤다.

“이때다!”

그는 칼을 들고 괴수에게 돌진했다. 그를 보고 둥료들이 놀라서 소리쳤다.

“뭐하는 거야? 이 멍청아!”

“위험해! 돌아 와!”

하지만 달려가던 병사는 이렇게 생각했다.

‘모든 생물에겐 급소가 있어. 만약 저 녀석의 급소를 노린다면! 그렇다면 내가 죽일 수 있을 거야!’

베토케로우스의 막강함 때문에 너무 심한 공포를 느껴서 그랬을까? 오히려 지금 병사는 무모할 정도로 용기를 끌어올렸다. 그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걱정하는 동료들에게 말했다.

“괜찮아! 저놈 어차피 눈이 보이지도 않잖아. 이번에 내가 반드시 공격을 성공시킬 테니까 잘 보라구.”

병사는 상체를 낮추고 조심스럽게 베토케로우스에게 다가갔다. 괴수의 이마와 얼굴에 빛이 나고 있었지만 그저 가만히 서 있기만 할 뿐이었다. 병사가 보기에 그는 마치 잠들어 있는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 녀석, 내가 이렇게까지 가까이 다가왔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는군. 별 지랄발광을 다 하더니 그만 지쳐서 쓰러진 건가? 어쨌거나 머리가 빛나고 있는데, 혹시 힘을 모으고 있는 거 아냐? 안되겠어. 아무래도 늦기 전에 빨리 급소를 찾아 죽여야겠다!’

병사는 별다른 고민 없이 베토케로우스의 턱 아래로 향했다. 그곳을 급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곳은 늑대에게 쉽게 공격받을 수 있는 장소라 아주 위험하기도 했다. 병사는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베토케로우스의 바로 앞에서 그를 올려다보았다.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자신이 이렇게까지 용기를 내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심장을 찌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위치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고 또 아까처럼 실패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왠지 턱 아래라면 아까처럼 두터운 피부로 덮여있지 않을 것 같아.’

병사는 조용히 칼을 빼들었다.

‘괜찮아. 눈이 보이지 않는 녀석이다. 빨리 찌르고 도망가면 돼. 그렇게 하면 혹시 실패하더라도 살 수 있어.’

그는 침을 한 번 꼴깍 삼키더니 최대한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칼로 베토케로우스의 목덜미를 찔렀다.

‘푹!’

그랬더니 그의 손끝에서 아까는 느낄 수 없었던 감촉이 느껴졌다. 그것은 분명히 칼끝이 피부를 꿰뚫을 때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병사는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그저 마음속으로 기뻐했다.

‘야아, 됐다! 역시 내 생각대로 이곳이 급소였던 거야.’

인체와 마찬가지로 역시 괴수도 특별히 목을 단련시킬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인데, 그의 생각이 옳았던 것이다. 다만 너무 조심스럽게 공격해서 살짝 건드리는 수준에 불과했던 것을 아쉽게 느낄 정도였다.

“크악!”

병사의 공격을 받자 베토케로우스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뒤로 뺐다. 아니, 사실 그는 이미 병사가 칼을 찌름과 동시에 고개를 뒤로 뺐었다. 그래도 목이 칼에 찔리자 그는 깜짝 놀랐던 것이다. 즉, 병사가 너무 조심스럽게 공격해서 칼이 너무 얕게 들어간 것만이 아니라 괴수도 그 공격을 피했던 것이었다. 어쨌거나 병사는 자신의 공격이 유효했다고 생각해서 이만 몸을 피하려고 했다. 목적대로 급소를 찾았으니 다시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 했다.

“겁도 없는.... 벌레!”

얼굴이 빛나고 있는 베토케로우스는 큰 입을 쩍 벌리더니 병사를 물려고 했다. 병사는 피하려고 급히 옆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아무 것도 보지 못하던 아까와는 달리 베토케로우스는 정확하게 그의 위치를 파악하고 공격했다.

“크아아앙!”

병사가 간신히 그 공격을 피해 얼어붙은 땅바닥 위에 누웠다. 하지만 괴수는 마치 눈이 다시 보이는 듯, 어둠 속에서도 간단히 그를 발견했다. 여러 개의 강철과도 같은 괴수의 이빨들의 그의 머리 위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아아아악!”

아까 텔리나 바이베노파스스와 마찬가지로 병사도 크게 놀라 소리쳤다. 베토케로우스는 그를 입에 문 채로 고개를 한 번 들어 올렸다. 그러자 병사의 공포심은 최고조가 됐다.

“살려줘! 제발 살려줘! 크헉.....!”

베토케로우스는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병사를 완전히 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으적으적 그를 씹기 시작했다. 처음에 그의 입 밖으로 병사의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것도 수 초가 지나자 조용해졌다. 입가에 병사의 피가 흘러나오자, 베토케로우스는 입에서 이젠 고깃덩어리가 된 병사를 뱉더니 그대로 앞발로 밟아 버렸다. 머리부터 목덜미까지 하얀 빛을 뿜어내고 있는 그가 이미 숲속으로 숨어서 불새군 진영으로 도망가고 있는 다른 병사들에게 말했다.

“도망가도... 소용없다. 숨어도... 소용없다. 내 천리안.... 너희가 다... 보인다...”

쩌렁쩌렁 울려대는 베토케로우스의 말을 듣고 죽은 병사들의 동료들은 더욱 절망하게 되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고 싶어서 최대한 괴수의 눈에 띄지 않는 숲속으로 숨어든 후 전력을 다해 뛰었다. 베토케로우스는 절뚝거리며 앞으로 한 발짝씩 나아갔다.

“난... 엘리시움으로... 돌아갈 것이다.... 에피로제, 내 앞길을.... 막지 마라!”

그렇게 외치면서 천리안으로 주위 지역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아니, 이 자리에 있지도 않은 에피로제를 찾느라고 힘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돌연 그가 멈춰서더니 말했다.

“아니, 이 빛은....? 누가... 이렇게 밝은 빛을... 내는 것이냐?”

그리고는 불새군 진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깜짝 놀라면서 외쳤다.

“테...텔리?!!”

그가 발동시킨 천리안에 텔리가 포착이 된 것이었다. 그는 마침 불새군이 있는 곳 바로 옆의 숲속에서 막 빠져나오고 있는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