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부. 솔로우스 - 66 화
솔로우스 – 66
데비아나는 마치 몸이 보이지 않는 실에 매달린 것처럼 공중에 뜬 채로 몸을 뒤틀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바이베노파시스가 조금씩 틀고 있는 그녀의 팔꿈치에 느껴지는 고통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고통이 너무 엄청나서 이미 부러져있는 다른 쪽 팔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잠시 잊을 수 있을 정도였다.
“아아아악!”
“크하하하. 그래. 그거야. 좀 더 몸을 비틀어라! 넌 보기보다 큰 목소리를 가졌구나! 두 팔이 다 부러지면 그 다음엔 다리를 비틀어 부러뜨릴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 목을 빙글 돌려서 뽑아줄 테니까...... 크흐흐.”
공중에서 몸을 들썩거리는 데비아나를 보고 크게 웃으며 기뻐하는 바이베노파시스의 괴기스러운 모습은 그를 보고 있는 주위의 신도들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특히 데비아나를 공중에 띄워놓고 괴롭히는 모습은 그가 처음에 후안 마르티네즈의 몸에 들어갈 때 그를 공중에 띄워놓고 벽에 부딪히게 만들며 부상을 입히게 했던 일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그의 사제인 맥케이는 그런 바이베노파시스의 잔인한 행동이 일부 신도들의 얼굴을 찡그리게 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 자신이 그냥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 그의 신에게 충언을 올렸다.
“신이시여. 지금 저쪽에서 병사들이 공격하려고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일단 이 불타는 여자는 어서 마무리하심이 어떠실까요?”
맥케이는 손가락으로 불새군 무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벌써 마무리 하라고? 음. 하지만 이처럼 큰 목소리를 가진 녀석의 비명소리를 나 혼자만 듣게 되니까 좀 아깝구나. 고통의 여신, 키쥬아가 여기 있었다면 이 녀석을 더 귀여워 해줬을 것 같은데 말이야. 아깝구나. 아까워. 크흐흐.”
바이베노파시스는 맥케이가 손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슥 쳐다보았다. 그의 말대로 조금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거의 모든 불새군 병사들이 칼을 든 채 바이베노파스와 신도들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실 병사들은 당장이라도 적에게 달려들어 전투를 벌이고 싶었지만, 바이베노파시스가 보여주는 끔찍함을 보고 차마 용기가 생기지 않아 주저주저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저런 버러지 같은 녀석들이 누굴 공격해 온다는 것이냐? 맥케이, 네 눈엔 공포에 휩싸여 덜덜 떨고 있는 저 녀석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단 말이냐? 저들 몸속에 있는 모든 뼈들이 덜덜 떨려서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리는데,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게냐?”
맥케이는 그의 신이 재미로 데비아나의 뼈를 부러뜨리고 몸을 비트는 무자비한 행동이 다른 신도들의 신앙에 안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아닙니다! 제 귀에도 똑똑히 들립니다. 아주 덜덜덜 떨리고 있군요.”
그는 뒤 돌아서 신도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자네들, 모두 똑똑히 보았는가? 이 불타는 여자는 우리가 그렇게 가고 싶어하는 땅, 엘리시움에서 왔지만 바이베노파시스님께 대항해서 이런 심판을 받게 되었다. 죽음의 신, 바이베노파시스님께 대항하는 자, 신앙을 가졌다가 져버린 자들은 곧 이렇게 즉각 심판을 당하게 된다! 심지어 이 여자는 엘리시움의 다른 신에게서 능력을 받은 인물임에도 이런 꼴이 되었다. 왜냐면 죽음의 신만이 신 중의 신이시기 때문이다!”
맥케이는 이런 놓치기 쉬운 기회까지 이용해서 다른 신도들을 선동하고 결속시켰다. 바이베노파시스는 그의 아부가 싫지만은 않았는지 큰 소리로 웃어대며 말했다.
“크하하! 암! 그렇고 말고! 나 바이베노파시스가 신 중의 신이지. 엘리시움엔 많은 신들이 있지만 그 중에 모두를 심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나, 죽음의 신뿐이다! 크하하하!”
사실 그는 죽음의 신의 아들로써 그 자리를 탐할 자격도, 능력도 되지 않는 자였으나 자기 멋대로 아버지의 자리를 취한 것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지금 그가 있는 곳은 엘리시움이 아닌 지구였다. 다른 신들이 있어서 그를 막을 수 있는 입장이라, 그는 그저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함부로 허세를 부리며 떠들었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생사여탈권을 제대로 행사하려면, 난 반드시 엘리시움으로 돌아가야 한다. 거기로 다시 돌아가서 모두에게 죽음의 신인 나의 존재를 각인시킬 것이다. 그때 나와 함께 엘리시움에 발을 디딜 전사는 어서 앞으로 나와 저 불쾌하기 짝이 없는 불새군 무리들을 무찔러라.”
그의 명령은 한 마디로 사냥을 시작하는 나팔소리 같은 것이었다. 이미 불새군 진영 안에서 공격을 받아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4 명의 신도들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앞 다투어 나오기 시작했다.
“제가 가겠습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그들 중엔 아직 적을 처치하지 못해 엘리시움으로 가는 자격을 취득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에겐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모두 초조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왔다. 그런데 그들의 표정이 또 심상찮았다. 앞으로 나아 온 자들은 모두 살기등등한 눈을 하고 있었다. 맥케이가 그들의 표정을 보자, 기가 찼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고 그들 중에 단 한 명도 쥐새끼 한 마리를 제대로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하나같이 피에 굶주린 사나운 맹수의 모습이었다.
사신교의 신도들이 불새군과 맞서 싸우려고 나서려던 순간이었다.
‘크아아아아앙-!’
그들이 등지고 있던 숲 속에서 짐승의 큰 울음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곧 이어 누군가 크게 외치는 고함소리가 들렸다.
“텔리! 텔리! 숨어도... 소용없다! 난... 네 암흑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너무도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큰 소리에 신도들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가까운 곳에 있던 나무가 허리째 부러지며 큰 물체가 숲 속에서부터 튀어 나왔다.
‘우지지지직!’
그러더니 그 큰 물체는 그대로 다시 한 번 도약해서 날아오르더니 그들의 머리 위를 넘어가는 것이었다. 신도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들어 머리 위를 쳐다보았다. 그들이 안력을 집중해서 보니 그것은 새카만 털을 가진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 베토케로우스였다. 괴수는 착지하자마자 곧장 바이베노파시스에게 달려갔다. 그는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텔....리! 찾았....다!”
바이베노파시스는 갑작스런 베토케로우스의 등장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괴수가 달려오는 모습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는지, 공중에 매달아 두었던 데비아나를 땅에 떨어뜨리고는 베토케로우스를 보고 고개를 까닥거렸다.
“텔리라니? 저 늑대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