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6 부. 솔로우스 - 38 화

솔로우스 – 38

솔로우스와 두 사제는 시선을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돌렸다. 또 다른 적이 나타나는가 싶어 데비아나는 작은 피리를 불며 병사들을 대비시켰다.

‘삐이이익-’

“저쪽이다. 저기 숲속을 조사해라. 어떤 녀석인지 당장 잡아서 이리 끌고 와!”

“옛!”

두 병사가 목소리가 들린 방향의 숲으로 달려갔다. 그들이 중간쯤 갔을 무렵, 한 명의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숲속에서 빠져나왔다. 병사들이 그를 보고 칼을 들이대며 위협하자, 맨 주먹이었던 남자는 격렬하게 대항했다. 병사들은 그를 상처 입힌 후 끌고 가려고 칼을 휘둘렀다.

‘휘익- 콱!’

“엌!”

그의 어깨에 병사가 휘두른 칼이 박혔다. 하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계속 격렬하게 저항하는 것이었다. 또 다른 병사가 칼로 그의 등을 베었다.

“큭!”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부상을 입게 되어 입에서 소리를 낼뿐, 계속 한 병사에게 달려들어 주먹으로 때려눕힌 후 그 위에 올라타서 계속 얼굴을 주먹으로 쳤다.

“죽어! 좀 죽으라고! 이 자식아! 그래야 내가 죽음의 신께 인정받아서 다시 부활할 수 있단 말이야!”

밑에 깔려 계속 주먹으로 얼굴을 맞고 있는 병사는 이 괴상한 남자가 자신에게 엘리시움어로 말하자, 때리지 말라고 소리 질렀다.

“아아아... 엌! 윽! 그만! 윽! 그만 때려!”

옆에 있던 또 다른 병사는 얻어맞고 있는 동료를 구해야 해서 칼을 들어 검은 옷의 남자의 몸을 찌르고 또 찔렀다. 그 때마다 남자는 찔릴 때만 아픈 듯이 움찔하다가 계속 자기가 깔고 있는 불새군 병사의 얼굴을 때리는 것이었다.

“난 엘리시움에 가야 해! 너가 죽으면 난 엘리시움에...! 갈! 수! 있.... 어!”

그는 무자비하게 마구 주먹으로 병사의 얼굴을 내리쳤다. 곧 불새군 병사는 더 이상 당해내지 못하고 입에서 피를 토하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 괴상한 남자의 맨주먹에 당해 죽어버린 것이었다.

“돼.... 됐다! 주... 죽였어! 난 이제 엘리시움에 갈 수 있어!”

남자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표정을 짓더니, 지금까지 자신의 몸을 칼로 계속 찌르고 있었던 병사를 웃으며 쳐다보았다.

“너..... 날 계속 그 칼로 찌르고 있었네?”

겁먹은 병사는 그만 피 묻은 칼을 손에서 떨어뜨리고 말았다.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뒷걸음질을 쳤다.

“괴... 괴물! 괴물이다아!”

검은 옷의 남자는 피가 잔뜩 묻은 주먹을 겉옷에 문질러 닦으면서 말했다.

“아아. 걱정 마. 난 이미 내가 받은 명령을 다 지켜서 말이지. 죽음의 신께서는 당신을 위해 너희 중 하나만 죽이라고 하셨어. 그러니 너까지 죽일 필요는 없는 거지. 난 이미 엘리시움으로 가는 티켓을 얻었으니까.”

“무... 무슨 헛소리야...!”

겁에 질린 병사는 덜덜 떨면서 뒷걸음치다가 뒤를 보았다. 그의 눈에 부대장 데비아나가 들어왔다. 그녀는 그가 겁에 질려 손에서 무기를 놓친 것을 보고 상당히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불새군은 적을 만났을 경우, 어떤 경우에도 도망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죽어도 나중에 불새가 자신들을 부활시켜줄 것이기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너무도 원초적인 것이라, 가끔 적에게서 도망가는 병사들도 있었다. 그런 병사들의 경우, 때에 따라 재수가 없으면 같은 불새군 동료에 의해 잡혀서 처형당하기도 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 병사는 뒷걸음치는 것을 멈췄다. 그가 생각하기를, 자신이 이 갑자기 나타난 적에게 등을 돌려 도망가면 나중에라도 처형을 당할 것이 당연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이 괴물과 싸우다가 죽는 것이 현명한 일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땅에 떨어뜨린 자신의 칼을 덜덜 떨리는 손으로 주워들고는 그 끝을 검은 옷의 남자에게 향했다.

“괴... 괴물! 주.... 주... 죽어라!”

검은 옷의 남자는 병사를 보고 씨익 웃었다.

“아냐. 난 안 죽어. 적어도 네가 휘두르는 칼에는 말이야.”

그는 아예 병사에게서 등을 돌리더니 숲속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봐! 모두들! 여기 좀 봐봐. 혹시 아직 신의 명령을 따르지 못한 사람 있어? 여기 가능한 녀석이 하나 있는데, 누가 와서 빨리 이놈 해치워-! 도망가기 전에 말이야!”

“어디? 어디?”

“그럴까? 나도 아직 못 해치웠는데?”

“나도! 나도!”

그러자 세 명의 남자들이 앞 다투어 수풀에서 빠져나왔다. 앞서 나온 두 명 중 하나는 몸집이 좀 호리호리하고 또 하나는 비대한 체형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온 이는 나이가 좀 많아 보였다.

어두운 숲속에서부터 아까 들려왔던 음산한 음성이 다시 울려 퍼졌다.

“그렇지... 그래. 나의 전사가 되려면 누구든지 적을 하나씩 죽여야 한다. 입문을 하지 못한다면 엘리시움으로 가는 길에 너희를 버리고 갈 것이다. 흐흐흐......”

세 남자는 씩씩 거리며 칼과 방패를 들고 있는 병사에게 뛰어갔다. 그들은 모두 즐겁게 웃고 있었다.

“하하하! 다행이군! 나만 못 채우는 줄 알았는데 여기 이렇게 딱 하나가 걸리다니!”

“헤헤. 웃기지 마. 이놈은 내가 죽일 거니까. 넌 다음 놈이나 노려보셔!”

그러자 마지막으로 달려오던 남자가 손가락으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불새군 병사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앞서가는 두 명에게 손짓했다.

“이봐들, 저기에 저렇게 적들이 많이 있는데 뭐가 문제야. 난 그냥 나중에 아무나 하나 골라서 천천히 죽이련다. 너희 둘이 서로 박 터지게 싸우면서 그놈을 처리하셔.”

“오, 우리한테 양보하는 거요? 땡큐!”

“나야 경쟁률이 줄어들었으니 좋지. 나도 땡큐!”

앞서가던 두 남자는 뒤를 돌아 자신들에게 적을 양보한 남자를 보며 방긋 웃었다. 그리고는 자기들끼리 쳐다보면서 낄낄거리며 병사에게 접근했다. 방금 괴상한 자에게 동료를 잃은 불새군 병사는 이상한 괴물들이 셋이나 더 나타나자, 기가 막혔다. 손이 덜덜 떨리다 못해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뭐... 뭐야? 너희들은 또 뭐야? 어?”

그는 두려움에 미쳐버릴 것 같았지만 겨우 정신을 다잡고 다가오는 날씬한 체형의 남자에게 칼을 휘둘렀다.

‘휘이이잉-’

‘촤아아악!’

그가 휘두른 칼에 날씬한 남자의 목이 절반쯤 뎅겅 잘렸다. 그는 비명도 지를 새도 없이 그대로 땅에 쓰러졌다. 그의 목에서 피가 콸콸 흘러나왔다. 그러자 그와 경쟁하고 있던 좀 통통한 몸집의 남자가 죽어가는 동료를 보고 펄쩍 뛰면서 기뻐하는 것이었다.

“그렇지! 자네가 그렇게 누워있을 동안 내가 저 녀석을 처리하겠어! 엘리시움으로 가는 다음 티켓은 바로 내 것이다! 우하하하!”

그렇게 함박웃음을 지으며 남자는 큰 보폭으로 불새군 병사에게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