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부. 솔로우스 - 46 화
솔로우스 – 46
몇 마리 늑대들이 감행했던 첫 번째 공격이 실패로 끝났다. 그리고 그 후에도 여러 번 더 같은 방식의 기습 공격이 있었다. 늑대들은 어떻게든 불새군 병사들을 숲속으로 유인하려고 했다. 하지만 데비아나가 이끄는 불새군은 자리를 굳건히 지키기만 할 뿐 대형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그들은 달려드는 늑대들을 방패로 가두고 몇 마리를 해치우기까지 했다. 데비아나와 불새군이 이곳에 온 원래 목적은 베토케로우스의 부하, 리베우스를 잡기 위해서였다. 그가 이미 텔리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안 이상, 데비아나는 늑대들의 뒤를 죽으라고 쫓을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 늑대들이 아무리 유인하려고 해도 그 계략에 빠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자 조바심이 난 것은 오히려 늑대 쪽이었다.
‘어우우우~’
숲속에서 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검은 늑대들은 총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데비아나도 그런 낌새를 알아차렸는지, 이미 입술에 작은 피리를 대고 있었다. 피리에서 ‘삐이이익-’ 하는 높은 피치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2 열부터 끝까지 서 있는 병사들이 허리춤에서 깃털을 빼고는 손에 들었다. 솔로우스도 손을 이마에 대더니 중얼중얼 주문 같은 것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들은 불의 그물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었다.
* * *
만약 베토케로우스가 이곳의 상황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늑대들을 지휘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지 모른다. 일단 늑대들의 뒤를 쫓아 다른 세계로까지 온 그들이 자리를 지키며 꼼짝 않고 있다는 것을 제일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더 이상 숲속으로 유인하려고 소중한 전력을 허비하진 않았을 것이다. 분명 다른 전략을 사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때, 베토케로우스는 텔리와 세 번째 대결을 벌이고 있었다. 대결하는 중에도 그의 정신과 연결된 늑대들의 눈과 귀로 불새군의 정보를 받고 있었을 테지만, 그는 텔리에게 온 신경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신과 싸우면서 다른 한 편으로 늑대들을 지휘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 늑대들은 오직 그들의 주인이 내린 마지막 명령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검은 방의 입구에 있는 적을 섬멸하라는 것이었다. 늑대들 중에 한 녀석이 지휘를 맡고 있었지만, 그의 능력은 일반 늑대와 다름없었다. 한 눈을 잃었던 부관 카베쿠스나 그의 형제, 리베우스와는 질적으로 달랐던 것이었다. 그는 평이한 전략으로 늑대들을 통솔했다. 그 결과, 수적으로 자기들이 우세하다는 것만 생각하고 불새군에게 돌격을 명령했다. 불새군이 불의 그물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 * *
‘부스럭’
수풀이 흔들리더니 늑대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컹! 컹!’
녀석이 숲속을 바라보며 짖자, 여기 저기에서 늑대들이 뛰쳐 나오며 모습을 드러냈다. 단순히 보기에도 불새군 병사들의 배는 될 정도로 많은 수의 늑대들이었다. 제일 먼저 나온 늑대가 붉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선두에서 달리며 뒤이어 늑대들이 그를 따라 빠른 속도로 불새군 병사들에게 돌진했다. 데비아나는 외쳤다.
“1 열은 나가서 늑대들과 맞서 싸우는 척을 하다가 빨리 돌아와라! 2 열부터 병사들은 불의 그물을 짜서 1 열이 늑대들을 몰고 오면 그들 머리 위로 그물을 던진다.”
“옛!”
그녀의 명령에 따라 1 열의 병사들이 방패와 칼을 들고 뛰쳐나갔다. 그들이 늑대와 격돌하자, 늑대들이 사납게 달려들었다. 병사들은 2, 3 명씩 방패로 몸을 보호하면서 늑대들을 밀어냈다. 그리고 그들 뒤편에 서있는 병사들이 방패들의 틈 사이로 늑대들을 칼로 찔러댔다. 붉은 눈을 가진 늑대들은 전보다 더 기세등등해져서 칼에 찔려도 맹렬하게 반격했다.
“으아아악!”
사방에서 늑대들의 공격에 병사들이 쓰러지며 비명을 질렀다. 늑대들을 상대하려고 달려 나간 겨우 10 명 남짓한 병사들로는 밀려드는 늑대들을 감당하기 벅찼던 것이다. 그들은 덤벼드는 늑대들을 열심히 방패로 쳐내며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삐이이이익-’
데비아나가 다시 한 번 피리를 불자, 병사들은 곧 바로 등을 돌리며 검은 방 쪽으로 도망쳤다.
‘컹! 컹! 컹!’
늑대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는 병사들의 뒤를 쫓았다. 방금 자신들을 맞섰던 병사들의 실력을 보니 남은 병사들 정도는 자기들이 이기고도 남을 것 같았다. 게다가 좀 떨어진 곳에 있는 병사들의 수를 보니, 수적으로도 자기들이 훨씬 우세해 보였다. 아까 솔로우스의 압도적인 능력에 밀려 검은 방을 도망쳐 나왔을 때 일은 까맣게 잊었는지, 그들은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들은 본진을 향해 전속력으로 뛰어가는 병사 2 명을 따라잡고는 등 뒤에서 그들을 덮쳤다. 그리고는 곧 바로 입을 벌리고 그들의 목덜미에 날카로운 이빨을 박아 넣었다.
“아악!”
병사들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본진의 불새군 병사들은 불의 그물을 준비하고 있느라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불의 살아남은 1 열의 병사들이 모두 돌아왔을 때, 솔로우스가 커다란 깃털을 쥔 손을 들어 올렸다. 불의 그물을 만들 준비를 끝낸 것이었다. 그것을 본 데비아나가 외쳤다.
“준비해라. 그리고 적들이 좀 더 다가올 때까지 기다려라!”
늑대들은 완전히 방심했던 것인지, 붉게 변한 눈에서 살기를 내뿜으며 도망가던 병사들을 쫓아 방어 진형을 치고 있던 불새군 부대 바로 앞까지 달려왔다. 데비아나가 피리를 불고 소리쳤다.
‘삐이익-’
“그물 준비!”
병사들이 깃털을 들자 솔로우스가 들고 있던 깃털에서 하얀 빛이 나왔다. 그 빛은 병사들의 깃털로 이어져 그물 모양을 만들었다. 잠시 후 그 빛의 그물은 새빨갛게 빛나더니 불이 활활 타올랐다.
“지금이다! 적에게 그물을 던져라!”
병사들이 깃털 쥔 손을 앞으로 뻗으며 그물을 던졌다. 불의 그물은 마치 비눗방울처럼 가볍게 공기 중에 떠오르더니 민들레 꽃씨처럼 둥둥 떠다녔다. 아니, 검은 하늘에 켜 놓은 전등 같다고 해야 하나.
‘컹! 컹! 컹!’
맨 앞에서 달려가던 늑대들은 자기들 머리 위에 떠있는 불의 그물을 보고 신기했는지 짖어댔다. 그들은 그것이 자기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지 계속해서 적진을 향해 돌격해 들어왔다. 그것을 본 뒤따르던 늑대들도 하늘에서 빛나는 이상한 물건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계속 진격했다. 많은 수의 늑대들이 몰려오자 데비아나가 다시 한 번 명령했다.
“1 열과 2 열은 방패로 가까이 들어오는 적을 막는다. 3 열부터는 다시 그물 준비!”
“옛!”
이제 막 뛰어서 돌아온 1 열의 병사들은 숨 돌릴 새도 없이 다시 방패를 잡고 가까이 온 늑대들을 밀어냈다. 데비아나의 부관, 베도아도 뒤에서부터 뛰어와서 힘을 모아 자신의 장검에 화염을 입힌 후 병사들의 방패 틈새로 늑대들을 찔러댔다. 그녀의 칼을 찔린 늑대들은 몸에 불이 붙더니 땅바닥을 구르며 괴로워했다. 그녀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주변의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뭐야? 너희들, 이렇게 굼벵이처럼 느리게 움직일 거야? 나처럼 칼로 찌르란 말이야!”
“옛!”
부관까지 앞에 나서서 늑대들을 공격하자, 병사들은 일시에 사기가 충천해서 방패 틈새로 손을 뻗어 늑대들을 찔러댔다. 늑대들은 무섭게 병사들을 공격했지만 좀처럼 그들의 방어진을 뚫지 못했다. 아까와는 분위기가 싹 달라진 병사들의 모습에 조금 당황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시련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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