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4 부. 예언자들 - 105 화

예언자들 – 105

“에뮤니우스 말씀이십니까? 우리 쪽 사람들이 그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거의 시신과 다름없는 상태였습니다. 아무래도 가망이 없어 보입니다.”

이디레이아가 이미 알려줬던 대로 에뮤니우스는 M의 손아귀에 들어와 있었다. 그런데 텔리에게 맞섰다가 큰 부상을 입게 되자 사력을 다해 도망쳤던 그는 끝내 그를 미행하던 사신교 세력에게 발견되었던 것이다. 흐음... 그러니까 호랑이를 피하려고 옆 산으로 도망갔는데 또 다른 호랑이에게 물려간 격이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죽음을 피할 방법이 없어 보였다. M은 추운지 담요를 좀 더 끌어 올리면서 말했다.

“능력만 가지고 본다면 우리에게 힘이 될 수도 있을 인물이었는데 그렇게 죽게 내버려 둬야 하니 아쉬운 감이 드는군. 그가 곧 죽으면 생명의 정수라도 뽑아 놓는 게 좋을 것 같다.”

그 때, 노크 소리와 함께 방에 맥케이의 수행원 중 하나가 들어왔다. 그가 잔뜩 긴장한 표정을 보니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터진 것 같았다.

“M, 큰일입니다.”

“무슨 일인가?”

“그게... 에뮤니우스가 방에서 탈출했습니다.”

* * *

30 분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밤새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에뮤니우스는 기적적으로 눈을 떴다.

“으으으음....”

낮은 신음소리을 내며 눈을 떠 보니 그는 차가운 바닥 위에 누워 있었다.

‘여긴 어디지? ....누군가의 방? 내가 왜 이런 곳에 누워 있는 거지?’

그는 기운을 내서 겨우 상반신을 일으켰다. 가슴을 관통하듯이 찌르는 듯한 고통이 온 몸을 휘감았다. 다시 한 번 그의 입에서 절로 신음이 흘러 나왔다.

“으으윽.”

그는 가슴에 손을 대고는 만져보았다. 움푹 깊게 패인 자국이 한쪽 어깨에서부터 가슴 절반까지 이어져 내려와 있었다.

“으으윽. 텔리, 네 놈이 설마 신이었을 줄이야.”

손가락 끝으로 상처를 만지며 내려가자 텔리가 공격할 때 자기 눈앞에서 번쩍이던 하얀 빛의 띠가 눈앞에 다시 그려졌다. 그는 목숨을 잃을 뻔 한 그 순간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 지 두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좌우로 강하게 저었다.

“아.... 아.... 텔리, 무... 무서운 놈. 살육의 신이라고? 네놈이 어떻게... 네놈이 어떻게 신일 수가 있었던 거냐!”

하지만 신기한 일이었다. 바로 어제 누가 보더라도 죽을 만큼 큰 부상을 입었는데 어떻게 상처가 많이 아문 것이었을까.

‘이상하다. 분명 어제 어깨부터 가슴까지 반쯤 절단이 되었을 정도로 큰 부상을 입었었다. 그리고 묵고 있던 숙소의 4 층 창문에서 뛰어내렸지. 그런데 어떻게 내 몸이 아직 한 덩어리로 붙어 있는가 말이야.’

그는 계속 어깨와 가슴에 깊게 팬 상처를 어루만지면서 생각했다. 어제 입은 상처의 중함을 생각하면 지금 이렇게 눈을 뜰 수 있는 것이 기적이었다. 그는 정신을 집중해서 몸 안에 있을 오포코톤의 기척을 느끼려고 했다. 하지만 조금도 그의 기운을 느낄 수 없었다. 그는 순간 크게 당황했다.

‘그것뿐이 아니야. 오포코톤님의 기운을 느낄 수 없다. 혹시 그분이 날 떠나신 건가?’

그 때 그의 손에 가슴에 또 다른 상처가 만져졌다.

‘이곳. 그래, 이곳이다. 오포코톤님의 기운을 느낄 때 항상 이곳이 진동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텅 비어있잖아? 설마 테.... 텔리, 이것도 네놈이 한 짓이냐? 안돼! 안돼! 그럼 신처럼 영원히 살려고 했던 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 것인가!’

오포코톤이 자신에게 상으로 줄 부활하는 육체를 더 이상 얻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 그는 원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아아아.... 내 몸 속에 오포코톤님이 안 계셔. 텔리, 네 놈이 내 안의 오포코톤님을 제거한 것이 분명하다. 쳐 죽일 놈! 이 똥물에 빠트려 죽일 놈! 아아아.....”

하지만 정말이지 이상한 것은, 그가 고치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거의 각성의 단계까지 넘어가려고 했던 오포코톤이 그의 육체를 함부로 강탈했던 것을 완전히 잊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것으로 미루어 보건대, 그의 기억에는 중대한 이상이 있지 않나 싶다. 예전에 그의 기억력에 이상이 있음을 감지했던 쥬니아나 한 번 그의 기억을 전부 읽었던 텔리의 말이 옳았던 것 같다.

그 때, 갑자기 에뮤니우스가 머리를 손으로 부여잡으면서 몸을 움츠렸다. 또, 그러다가도 마치 용수철처럼 몸을 뒤로 튕기며 허리를 뒤로 젖혔다.

“으으으윽! 머리가.... 머리가 깨지게 아파! 왜 갑자기 이런 심한 두통이 온 거지? 그으윽.”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그의 머리의 욱씬거림이 조금씩 잦아들 무렵, 그의 머릿속에 번쩍하며 한 가지 기억이 돌아왔다.

“아! 그래..... 기억났다. 오포코톤님은 날 속여서 내 몸을 빼앗으려고 하셨어. 나... 나를 그 분의 육체로 삼으시려고 했었어! 그래. 이제 기억났다.”

그는 가까스로 오포코톤이 자신의 완전한 각성을 위해 몸을 강탈하려던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내게 불사의 몸을 허락한다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였구나. 그가 내 생명의 정수를 빼앗고 이 몸으로 부활해서 영원히 살겠다는 거였어. 처음부터 나를 살려둘 생각이 없었던 거야. 그 빌어먹을 놈! 그 오랜 세월동안 내 몸 속에 기생하면서 날 속이려고 들다니! 퉷!”

그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이번엔 가슴에 원인모를 두근거림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심장박동이 마구 올라가고 있다. 몸이 뜨거워진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불과 몇 초 만에 몸이 뻗뻗하게 굳어버리고 이마와 온 몸에서 땀이 났다. 손바닥에 땀이 뚝뚝 떨어질 정도였다.

‘뭐... 뭐야. 내 안에 또 다른 힘이 느껴진다. 아아아... 온몸에 그 기운이 퍼지고 있어! 으으으....’

그는 최대한 숨을 천천히 내쉬면서 누워 가빠지는 호흡을 가다듬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점점 가빠져 오는 숨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이러다간 죽겠다. 도대체 내 몸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점점 뜨거워지는 손을 들어 바라보자 하얗게 빛나고 있는 두 손바닥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아니, 이 것은....?”

그가 놀라서 손을 더 높이 드는 순간, 갑자기 아무 것도 없었던 공간에서 빛나는 판이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것을 본 그의 눈이 점점 커졌다.

“쥬니아의 탐색 기기다. 이럴 수가! 지혜의 신수, 뷰라우크스가 그녀에게 허락한 물건이 내게 반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