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5 부. 만월의 밤 - 24 화

만월의 밤 – 24

열 번째 신도가 베란다에서 떨어지자 맥케이와 나머지 8 명의 신도들은 비명을 지르며 베란다로 뛰어갔다. 맥케이와 몇 명이 고개를 밖으로 내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 밖의 다른 이들은 너무 끔찍한 것을 보게 될 것 같아 감히 내다볼 시도도 하지 못했다. 맥케이가 안력을 집중하여 아래를 보자 등불 아래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신도가 보였다. 그는 손가락으로 한 곳을 지목하며 소리쳤다.

“저기다! 저기 그가 쓰러져있다.”

하지만 잠시 후, 맥케이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사람이 떨어지면 당연히 죽어야 할 높이에서 떨어졌던 열 번째 신도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내는 것이었다. 맥케이는 난간에서 뒷걸음치면서 눈을 껌벅거렸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그는 살아 있어! 이 높이에서 떨어졌는데 어떻게 사람이 살아 있을 수 있지?”

그의 말을 듣고 밖을 내다보기 주저하던 신도들도 모두 난간으로 몰려갔다. 그들 눈에도 다시 건물 안으로 걸어들어오는 열 번째 신도가 보였다. 그들은 모두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들 중 몇몇은 무사한 신도의 모습을 보고도 도저히 믿지 못하겠는지 눈을 자꾸 비벼대는 것이었다.

“이럴 수가. 진짜야! 이렇게 높은 곳에서 떨어졌는데 살아 있어!”

“단순히 운이 좋아서 살아 있는 것 정도가 아니잖아. 저렇게 걷고 있는 것을 좀 봐봐. 저건 기적이라고. 기적!”

맥케이는 바이베노파시스에게 물었다.

“주인님, 도대체 이것이 어떻게 된 것입니까?”

“너희에게 내 힘을 나눠주었다고 하지 않았느냐? 이것이 신의 힘이다.”

바이베노파시스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몇 분 후, 땅으로 떨어졌던 열 번째 신도가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그를 맞이해주었다. 맥케이가 그에게 다가가 몸에 이상이 없는지 살펴보았다. 그는 얼굴과 머리가 피투성이였지만 어디에서도 피가 흐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당신, 어디 다친 데는? 머리가 울리거나 속이 메슥거리거나 아니면 몸 어디라도 아프거나 그러지 않아? 보기에는 머리나 얼굴에 큰 충격을 입었었던 것 같은데?”

그러자 열 번째 신도는 손으로 얼굴과 머리를 만져보았다. 그리고 몸 곳곳을 자기 손으로 직접 만져보고 또 움직여보았다.

“글쎄요. 모두 정상인 것 같은데요?”

“머리는? 어디 깨지거나 한 것 같지 않아? 아니, 이 피를 좀 봐. 다 자네가 흘린 피야!”

“예, 맞아요. 제 피에요. 그런데 지금은 피가 나지 않아요. 아픈 곳 역시 한 군데도 없고요. 진짜 전 정상처럼 느껴져요. 심지어 추락해서 땅에 닿는 그 순간에도 충격이 있었다는 것만 자각할 수 있었을 뿐, 어떤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분명 몸이 부서졌을 텐데 이렇게.... 이렇게 정상이랍니다!”

다른 사람들은 높은 곳에서 추락했을 때 고통도 느끼지 않았고 또 망가진 육체도 정상으로 복구가 되었다고 말하는 열 번째 신도의 말을 듣고 놀라워했다.

“그럼 우리도 이 사람처럼 불사신이 되었다는 얘기잖아!”

“불사신! 신께서 우리를 불사신으로 만들어주신 거란 말이야?”

사람들이 신나서 웅성거리기 시작했을 때, 바이베노파시스가 열 번째 신도에게 물었다.

“나의 종아. 네가 땅에 떨어지고 있었을 때 기분을 기억하느냐?”

“예? 그 기분이라면..... 예. 절박하고 또 원통하고.... 아아... 사실은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 바로 그것이다. 너희들 모두 이 종의 말을 들었느냐? 내가 너희에게 전해준 그 힘은 그런 상태에서 발휘되는 것이다.”

바이베노파시스의 말에 신도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추락할 때....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는.... 제정신이 아닌 상태!”

“그렇다. 그 상태에서 내가 준 힘을 끌어와 쓸 수 있는 것이다. 너희들은 아무도 보지 못했겠지만 이 자가 땅에 닿을 때 그의 몸 일부는 분명 이렇게 빛났을 것이다.”

바이베노파시스는 오른손을 들어 힘을 집중시켰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밝은 빛이 나왔다.

“나의 힘을 사용할 때 너희의 몸은 이렇게 빛난다.”

“오오오!”

신도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감탄했다. 그들은 모두 상당히 흥분했다. 바이베노파시스는 맥케이를 보며 명령했다.

“맥케이, 이젠 네 차례다.”

“예, 주인님?”

“너도 이 자와 똑같이 뛰어내려라.”

“아앗, 제가 밖으로 뛰어내리라고요?”

바이베노파시스는 아무 말 없이 맥케이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방향을 잃은 나침반처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너도 아까 이곳에서 떨어졌던 종이 느꼈던 그 상태를 느껴야만 한다. 그렇게 되면 너도 내 힘을 집중시키는 법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 말을 마치고 바이베노파시스의 시선은 난간 쪽에 고정되었다. 맥케이더러 어서 난간으로 가라는 의미였다.

난간 위에 선 맥케이의 마음속에서는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아니, 아무리 그 자리에서 떨어졌어도 살아 돌아온 자가 있다고 해도 말이지, 어떻게 똑같은 일을 시키는가 말이다. 그것도 순서가 하필이면 두 번째였다. 첫 번째야 뭣도 모르고 엉겁결에 당한 것이라면, 두 번째인 자기는 그야말로 스스로 뛰어내리는 순서 중 가장 첫 번째가 아닌가. 차라리 여섯 번째, 일곱 번째라면 앞서 뛰어내린 사람들이 살아 돌아오는 것을 보게 될 테니 좀 더 용기를 얻기 쉽겠지. 두 번째는 정말 불리한 순서였다.

“으아아.......”

맥케이는 한쪽 다리를 난간에 걸치고 서서 전혀 용기를 내지 못하고 끙끙대고 있었다. 그런데 그를 바라보고 있던 바이베노파시스의 얼굴이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는 맥케이에게 실망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표정의 변화를 본 한 신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맥케이에게 가서 귓속말했다.

“미스터 맥케이, 빨리 뛰어내리십시오. 지금 당신을 바라보시는 신께서 심기가 불편하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그 신도는 두 손으로 맥케이의 허리와 다리를 잡고는 난간 밖으로 던지려고 했다.

“자... 잠깐만! 알았어! 알았다구! 내가 직접 할 거야. 그러니 넌 좀 떨어져 있어!”

맥케이는 잠시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뱉으면서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그는 눈을 한 번 질끈 감았다가 뜨면서 난간을 잡고 있는 두 손에 힘을 주었다.

“에라이, 모르겠다!”

그의 몸이 위로 후욱 솟는가 했더니 그의 상체가 난간 밖으로 쑤욱 빠져나갔다. 곧이어 다리가 난간을 차고 나갔다. 그리고 긴 비명이 이어졌다.

“으아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