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부. 만월의 밤 - 49 화
만월의 밤 – 49
릴리카가 뒤를 돌아보려고 몸을 틀자, 원래 그녀의 등을 노렸던 이사우라의 주먹은 릴리카의 옆구리를 향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더 잘 된 것인지도 모른다. 왜냐면 주먹이 등을 때리는 것보다 옆구리에 맞는 것이 더 치명타를 가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쾅!’
큰 굉음과 함께 밝은 섬광이 번쩍였다. 건수와 불새군 삼총사, 그리고 릴리카와 이사우라 주위에 있던 모든 병사들이 폭발하는 어떤 힘에 의해 몇 m나 튕겨 나갔다.
* * *
폭발에 튕겨져 나갔던 건수는 머리를 흔들며 상체를 일으켰다. 쓰러졌던 불새군 삼총사들도 예상치 못했던 충격파에 몸을 다쳤는지 각자 머리와 배, 가슴을 움켜잡으면서 상체을 일으켰다. 그들이 정면을 바라보자 릴리카와 이사우라가 있던 곳에 땅이 움푹 패인 것을 발견했다.
“거사는 성공한 건가?”
“이사우라님! 이사우라님!”
데디쿠스는 이사우라의 이름을 외치며 일어났다. 어두워서 또렷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쓰러져 있는 병사들 사이에 분명 한 사람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 네 명은 몸을 휘청거리면서 그곳으로 달려갔다.
“이사우라님! 무사하십니까?”
그들이 움푹 팬 땅에 다다르자 서 있는 사람은 이사우라가 아니라 릴리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헐떡이며 간신히 서 있었다. 삼총사의 반란 계획이 보기 좋게 실패했던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네 명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아니! 릴리카가 사··· 살아있다니!”
릴리카는 데디쿠스의 얼굴을 보자 거친 숨을 뱉으며 말했다. 그녀는 방금 불시의 공격을 받아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하지만 그녀의 옷 옆구리에 큰 구멍이 생겼을 뿐 몸에 큰 상처는 눈에 띄지 않았다.
“헉헉.... 이 배신자 놈들! 네놈들이 적을 코앞에 두고 감히 대장을 죽이려고 들어? 헉헉. 가... 감히 이 불새 성전의 성전사를! 이 천한 것들이..... 헉헉헉.”
데디쿠스는 릴리카가 무사한 것을 보고 그만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정신적인 충격이 컸는지 그의 입에서 헛소리 비슷한 것이 흘러나왔다.
“아.... 아으아으..... 아아아! 이 괴... 괴물......”
히메이오스와 붉은 수염의 헨리는 릴리카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쓰러져 있는 이사우라에게 달려갔다. 그녀는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붉은 수염의 헨리가 히메이오스를 보며 외쳤다.
“히메이오스! 어서 비알리쉬크바를 써!”
히메이오스는 재빨리 품에서 빨간 돌을 꺼냈다. 그는 그것을 이사우라의 얼굴에 붙이고 손가락을 이사우라의 인중에 대었다.
“이... 이런! 안돼! 숨을 쉬고 있지 않아!”
“뭐라고?!”
붉은 수염의 뚱보가 힘으로 히메이오스를 밀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손가락을 그녀의 인중에 갖다 댔다.
“지... 진짜잖아! 수... 숨을 쉬고 있지 않아.”
히메이오스가 울음을 터트렸다. 그는 다시 비알리쉬크바를 그녀의 얼굴에 갖다 대었다.
“이... 이사우라님! 제발 눈을 뜨세요! 이사우라님! 아아아!”
“소용없어. 이미 죽었다구. 이사우라님은 죽은 거야. 이사우라님.... 흑흑흑.”
헨리는 고개를 떨어뜨리며 주먹으로 땅바닥을 쳤다.
이사우라에게 달려간 히메이오스와 헨리쪽을 바라보던 데디쿠스는 자신들의 계획이 철저하게 실패하고 이사우라까지 죽은 것을 알게 되자,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니, 어떻게....! 어떻게 당신이 살아있는 거지?”
릴리카는 여전히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기 앞에 있는 배신자를 매서운 눈으로 째려보았다.
“헉헉. 그래. 내가 그런 공격을 받고도 어떻게 살아있는지 궁금하겠지. 헉헉. 이것이다. 이것이 나를 살렸다. 헉헉.”
릴리카는 자신의 셔츠의 단추를 몇 개 풀더니 손으로 무언가를 끄집어냈다. 그것은 금으로 만든 아주 얇고 엉성한 그물 같은 것이었다.
“헉헉헉. 이것은··· 헉헉··· 내가 우리 칼라스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보물이다. 거의 웬만한 충격은 그대로 튕겨내는 물건이지. 안전을 위해 꼭 가져가라는 우리 아버님의 당부로 이 세계에 올 때 가져온 것이다.”
“카... 칼라스 가문의 보물....!”
“헉헉. 그래. 너같이 천한 놈은 가문의 보물이란 걸 들어 보지도 못했겠지. 이 물건..... 착용감이 개떡 같아서 그냥 보관만 해두던 거였는데······. 여기 오기 전에 운 좋게 이걸 가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내다니. 헉헉헉. 그게 다 내게 곧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고 내게 겁을 주던 그 맥스 라볼타 덕분이지. 그 녀석이 하도 내가 여기 오는 것을 한사코 반대만 하길래 말이야. 후후후.”
“아아. 그래서 이사우라님이 실패......”
“흥! 이사우라 같이 천한 년 따위! 아마 날 공격하던 힘을 되받아서 죽어버렸겠지! 헉헉헉! 그리고 이젠 네 차례다. 이 천한 배신자 놈아!”
릴리카는 허리를 다시 곧게 펴고 오른손에 힘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밝게 빛이 나는 주먹을 들어 올리더니 뒤에서 멀뚱멀뚱 쳐다보며 구경하던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이 쓰레기 같은 놈들아! 뭐 하고 있냐! 어서 배신자 놈의 시체를 치우려고 준비하지 않고!”
데디쿠스는 릴리카의 빛나는 주먹을 보자 이제 끝이다 싶어 눈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는 뒷걸음질을 치다가 그만 뒤로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제... 제발 살려줘. 우린 그저 집에... 집에 돌아가고 싶었을 뿐이잖아? 제발 살려줘.”
릴리카는 뜨거운 콧김을 내쉬면서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더는 호흡이 거칠지 않았다.
“살려줘? 너 같은 배신자 놈을? 네 놈은 싸우기도 전에 검은 방의 늑대에게 항복했다. 그리고 다른 전우들을 선동했지. 우리 불새군은 절대 항복하지 않아. 그리고 적이 항복해도 살려 주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 배신자 역시 살려두지 않아!”
그녀가 빛나는 주먹을 치켜들자 데디쿠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늘 죽더라도 용감하고 당당하게 죽겠다고 다짐했던 그였지만 몇 달 전 와본동의 한 건물 주차장에 있었던 위기의 순간에 이어 또 죽음의 위기에 놓이자 본 모습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그의 머리 위에 주먹을 내리꽂으려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건수가 달려와 몸을 날리더니 발로 그녀의 얼굴을 찼다.
“아아악!”
그녀는 두 번째 불시의 공격을 받자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가떨어졌다. 하지만 그것은 건수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도 뒤로 튕겨 나가버렸다. 그것은 아마도 그녀가 착용한 그녀 가문의 보물인 금색 그물 때문이었을까? 그녀가 방금 받은 충격은 고스란히 건수에게도 전해진 듯했다. 땅에 떨어진 건수는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며 몸을 버둥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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