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6 부. 솔로우스 - 32 화

솔로우스 – 32

가까이에서 바람 소리가 귓가에 들릴 때마다 불새군 병사들은 하나둘씩 눈에 보이지 않는 적에게 공격당했다. 그 적은 어디서 나타나 어떤 무기를 사용하는지 그들의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빨리 움직였다. 아니, 아예 처음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었을까? 병사들은 처음 만난 이 세계의 강적을 만나자 마음속에 큰 두려움이 생겼다. 몇 병사들이 계속해서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자, 데비아나 곁에 서 있던 데비아나의 부관이 다급한 목소리로 데비아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데비아나님! 적이 저희 병사들의 대열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그가 너무 빠르게 움직여서 그런지 저희 눈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한밤중이라 주위가 너무 어두워서 적의 공격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어서 횃불을 만들라고 명령해.”

“예!”

데비아나는 이를 악물며 부관에게 지시했다. 그녀의 부관은 즉시 병사들에게 횃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쪽저쪽을 바쁘게 옮겨가며 병사들을 유린하고 있는 적을 신경 쓰느라 병사들은 횃불을 만들 겨를이 없었다. 그들은 사방을 경계하며 필사적으로 보이지 않는 적의 움직임을 포착하려고 애썼으나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병사들이 보이지 않는 적에게 공격을 받게 되자, 케르케로우스와 대담하고 있었던 솔로우스는 자신의 양 옆의 젊은 사제들의 부축을 받으며 서둘러 병사들 속으로 자리를 피했다. 그는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병사들의 비명소리를 듣고 자신의 사제들에게 명령했다.

“어둠 속에서 적이 몸을 숨기고 병사들을 공격하고 있다. 너희들은 어서 에피로제님이 주신 힘을 이용하여 주위를 밝게 비추어라.”

“예!”

두 젊은 사제는 잠시 솔로우스에게서 떨어져 각각 양손에 힘을 집중했다. 그러자 그들 손바닥 위로 활활 타오르는 불이 생겼다. 그들이 조금 더 힘을 집중시키자 그 불은 공 모양으로 단단하게 뭉쳐지더니 새하얀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이었다. 두 사제는 그 빛나는 공 4개를 각각 다른 방향으로 공중에 던졌다. 사방으로 던져진 공들은 공중에 떠올라 있는 채로 그 아래를 은은한 빛으로 비췄다. 이제 사제들의 도움으로 병사들은 어느 정도 시야를 확보하게 되었다. 그들은 방패로 몸통을 단단히 가린 채로 사방을 경계하면서 어느 방향에서 나타날지 모르는 적을 기다리며 이번엔 그의 모습을 제때에 포착하려고 애썼다. 그런데 어두웠던 주위가 밝아져서였을까? 아니면 자신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있는 병사들의 매서운 눈빛이 무서워서 그랬을까? 병사들을 공격하던 적은 잠시 동안 잠자코 있으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잠시 안심했는지 부관이 데비아나에게 말했다.

“데비아나님, 적이 잠시 물러난 것 같습니다.”

“아니야. 안심하긴 아직 일러.”

데비아나는 여전히 눈알을 좌우로 굴리며 주위를 살폈다. 그녀는 잔뜩 긴장해 있는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케르케로우스의 포위를 풀고 나를 중심으로 다시 대형을 만든다. 가장 밖에 있는 병사들은 주위를 꼼꼼히 살피고 어서 솔로우스님과 사제들을

대형 안으로 모셔라.”

사제들이 솔로우스를 부축하며 병사들이 짠 대형 안으로 인도하는 그 때였다. 갑자기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솔로우스와 사제들 옆에 있는 병사가 공격받았다. 그는 목에서 피가 솟구쳤다. 그는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손으로 목을 잡고 지혈하려고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어억!”

데비아나와 부관은 손가락으로 방금 공격당한 병사를 가리키면서 외쳤다.

“저쪽이다. 적은 솔로우스님과 사제들을 노리고 있다. 어서 방패로 그들을 보호해!”

그 말을 들은 병사들은 방패를 들어 솔로우스와 사제들을 가렸다.

‘쉬이익-’

‘콰직-!’

다시 한 번 바람소리가 들리더니 젊은 사제를 방어하고 있던 병사의 방패를 둘로 쪼개어버렸다. 그것을 본 데비아나가 소리를 질렀다.

“봐라! 놈은 솔로우스님과 사제들을 노리고 있는 게 분명하다! 어서 세 사람을 보호해!”

그녀의 말 대로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은 또 다시 솔로우스를 보호하고 있는 병사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쉬이익-’

“어억!”

그는 방패 면적 안으로 최대한 몸을 숨겨서 치명상을 피했지만 방패가 부서지면서 뒤로 넘어졌다. 그때, 병사들에게 둘러싸여 안쪽으로 몸을 피하던 솔로우스는 안력을 집중해서 적에게 공격받고 있던 병사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을 덮고 있던 흰 눈썹이 위로 올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피다! 보이지 않는 적의 몸에 피가 묻어 있다.”

병사들이 그 말을 듣고 정신을 차리고 보자 그의 말이 옳았다. 아직도 적은 그들의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공중에 빨간 얼룩 같은 것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이었다. 조금 전 그가 쓰러뜨린 병사의 피가 그의 투명한 몸에 묻었던 것이었다. 데비아나도 그것을 알아차렸는지 병사들에게 고함쳤다.

“공기 중에 움직이는 핏자국을 따라가라! 놈은 모습을 숨길 수 있는 능력자다!”

그녀의 말을 듣고 병사들의 시선은 모두 공중에 떠있는 핏자국을 따라가게 되었다.

“저기다! 저기 놈이 있다!”

한 병사가 외쳤다. 그러자 여러 명의 병사들이 달려가 공중에 둥둥 떠 있는 핏자국을 에워쌌다. 언제다시 정체도 알 수 없는 적이 자신들에게 달려들지 몰라 병사들은 칼과 방패를 단단히 쥐고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그들 중 한 병사가 핏자국의 움직임을 유심히 보더니 인간이 아님을 알아차렸다.

“인간의 움직임이 아니다! 동물, 아니, 신수인가?!”

“몸을 투명하게 할 수 있다니! 이런 능력을 가졌다면 신수다!”

데비아나는 핏자국을 포위하고 있는 병사들이 서로에게 외치는 소리를 듣고는 부관에게 명령했다.

“적의 능력이 대단하지 않더라도 신수는 신수. 만약 적의 정체가 신수라면 저 병사들 가지고는 맞서 싸울 수 없을 것이다. 베도아, 네가 어서 가서 저들을 도와라.”

“옛!”

베도아라고 불리는 부관은 짧은 대답과 함께 긴 칼을 꺼내들고 병사들에게로 달려갔다. 베도아와 다른 병사들까지 합세해서 병사들과 포위망을 만들자, 공중에 떠 있던 핏자국은 더욱 격렬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어지럽게 움직이던 그는 톨파구를 찾으려고 한 병사에게 달려들었다.

“적이 움직였다! 조심해!”

베도아가 외치면서 병사에게 달려드는 적에게 긴 칼을 휘둘렀다. 칼이 거의 몸에 닿게 되자 적은 깜짝 놀라며 뒤로 멀리 물러섰다. 간신히 그녀의 피한 것이었다. 몸에 묻은 핏자국 때문에 더 이상 은닉할 필요가 없어진 것을 깨닫자, 적은 자신의 몸을 덮고 있던 투명한 막을 내리면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다름 아닌 스라소니 산신령이었다.

“맙소사! 진짜 신수잖아!”

“그런데 모습이... 거대한 고양이? 아니, 링크스인가!”

몸을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보고 어느 정도 정체를 알아챈 불새군들이었지만, 막상 그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되자 모두 깜짝 놀라는 것 같았다. 스라소니 산신령은 케르케로우스나 건수와는 달리 상당히 지쳐있는 모습이었다. 모습을 드러내게 되자 모습을 숨기고 있을 때와는 다르게 상당히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향해 칼끝을 향하고 있는 병사들을 보고 날카로운 송곳니까지 드러내며 위협했다.

“헉... 헉.... 키야아아앙-!”